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19)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19화(19/193)
| 19화. 의견 충돌 (1)
KPI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객관적인 지표가 없다는 것은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법정 공휴일을 유급 휴일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 혼자 숙련도가 1 올랐다고 일희일비하는 것 역시 의미가 없었다. 비교 대상이 없으니까.
스파크와 함께 데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녀석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하물며 비가시적인 요인을 숙련도라는 명확한 수치로 보여 준다?
이건 기회를 활용하지 않는 놈이 바보였다.
‘체험권이라고 하면 한 명 정도만 열람하게 해 주려나.’
나는 다섯 명 중 딱 한 명의 이력서만 볼 수 있다면 누구의 이력서를 볼 것인지도 이미 정해 둔 상태였다.
포지션이 보컬이면서 눈에 띄게 부족한 점도 없고, 자기 관리 측면까지 포함해 스파크에서 올라운더를 맡고 있는 사람.
+
[SYSTEM] ‘정성빈’의 이력서를 열람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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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정성빈이었다.
그러자 눈앞에 내 것과 똑같은 양식의 이력서가 나타났다.
내용을 읽기에 앞서 열람 기한이나 타이머가 있는지를 보았지만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열람 가능한 인원 쪽이 제한되어 있을 거라는 가정이 맞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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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의 영원한 리더] 정성빈정성빈 (18세)
경력 사항
― 2월 월말 평가 종합 4위
― UA 소속 5년 차 연습생
성과 평가(100)
― 보컬 숙련도: 12/20
― 댄스 숙련도: 8/20
― 자기 PR: 7/20
― 근태 관리: 13/20
― 조직 내 적응력: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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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생 끝에 보게 된 남의 이력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나는 비겁한 술수를 써서 간신히 보컬과 댄스의 숙련도 합이 두 자릿수가 되었는데 정성빈은 나와 앞자리부터 달랐던 것이다.
다만 나보다 훨씬 더 춤을 잘 추는 정성빈의 댄스 숙련도가 내 숙련도와 고작 3점 차이 난다는 점은 조금 의아했다.
이럴 경우 답은 둘 중 하나였다.
‘실질적인 노력으로 쌓은 숙련도의 밀도가 나처럼 약은 수로 쌓은 숙련도 쪽보다 높거나, 6점에서 8점 사이의 장벽이 큰 거겠지.’
후자라면 슬슬 보컬 숙련도 쪽도 관리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었다.
그 외에 눈에 띄는 점으로는 조직 내 적응력 부분이 있었다.
정성빈의 적응력은 노래 실력과 비슷할 정도로 높았다.
정성빈이 다른 곳에서 데뷔를 했어도 메인 보컬은 했을 실력인 걸 생각하면 저 적응력 또한 상당한 수준일 거란 예상이 가능했다.
저 정도 적응력은 있어야 스파크에서 리더 하는 거구나.
나는 마음속으로 정성빈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 적응력이 10인 나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다.
‘당분간은 복지 포인트를 보컬 쪽에 넣어야겠어.’
숙련도가 5점 정도 차이를 보여도 큰 지장이 없다면, 서브 보컬을 노리겠다는 원래 목표를 고려했을 때 슬슬 노래 쪽으로 집중할 방향을 돌리는 게 맞아 보였다.
어쩐지 승진을 위해 인사 고과에만 집착하는 가엾은 회사원이 된 것 같았다.
* * *
새로운 방식으로 노래를 연습해 볼 기회는 생각보다 금방 찾아왔다.
매니저님이 UA 소속 기성 가수의 가이드 녹음 건을 들고 온 것이다.
“가이드 자체는 성빈이가 딸 건데, 대표님께서 너희 녹음하는 거 경험도 해 볼 겸 다들 한 번씩 돌려 보라고 얘기하시더라.”
과연 소속사 내에 녹음실을 갖추고 있는 회사다웠다.
외부 녹음실을 시간 단위로 예약해서 잡아야 하는 회사에선 쉽게 접하기 힘든 기회였다.
마침 타이밍 좋게 새 업무도 떴다.
+
[SYSTEM] ‘새 업무’가 할당되었습니다.▷ 레코딩 체험하기
▷ 보상: 경험치(5)
+
‘5…….’
그 경험치 말인데, 보컬 숙련도가 6점에 도달한 걸 확인하자마자 조정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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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획득 가능한 경험치가 조정됩니다.▷ 기존: 기본 경험치 10 지급
▷ 변경 후: 기본 경험치 5 지급
▷ 특이 사항: 성과 평가의 점수가 7점에 도달했을 경우, 포인트를 수동으로 배분하는 것이 제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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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사유도 안 대고 조정부터 때리더라. 더러운 시스템.
심지어 7점부터는 임의로 숙련도를 높일 수도 없어 보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시키는 대로 하긴 해야겠지만, 나중엔 저 시스템에도 별점 좀 매길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너만 점수 줄 수 있는 줄 알아? 나도 줄 수 있어. 나 직업 행성 회원이다, 이 말이야.
어쨌거나, 작고 초라한 5의 경험치라도 따려면 지금은 가이드 녹음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부담은 없고 좋네.’
일 자체가 높은 완성도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내 업무 완료 기준 역시 ‘체험’이었기 때문에 부담은 거의 없었다.
대신 뭐라도 얻어는 가고 싶었다. 경험치 좀 얻자고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으니까 말이다. 기껏 녹음실까지 왔고.
나는 본업을 수행하느라 집중해야 할 정성빈 대신 나만큼이나 긴장감이 없어 보이는 박주우에게 물었다.
“성빈이는 가이드 녹음 오래 했어?”
“아마도요. ……제가 알기로는 2년 정도.”
“인재네, 인재야.”
그러자 옆에서 이청현이 끼어들었다.
“준후 선배님 곡은 항상 성빈이 형이 가이드 땄을걸요?”
“그렇구나.”
장준후라면 나도 아는 가수였다. 데뷔곡이 크게 흥행하면서 유명인의 반열에 올랐던 발라드 가수였다.
‘음역대나 톤 같은 것만 보면 비슷한 느낌은 있네.’
이번에 연습해 보라며 미리 받은 곡 역시 정통 발라드였다.
개인적으로는 당사자의 데뷔곡만큼 인상적이진 않았다. 기억이 잘 안 났던 걸 보면 흥행을 못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지 리스닝을 유도하는 게 목적이었는지 곡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본인의 능력 덕분인진 알 수 없으나 정성빈의 가이드도 아무 문제 없이 순조롭게 끝났다.
나머지 멤버들도 다들 한 번씩 잘 부르고 나왔다.
최제호나 강기연도 가창을 주력으로 하는 녀석들은 아니었지만 UA에서 다년간 길러 온 실력 덕분인지 준수한 가창력을 보여 주었다.
나 역시 보컬 숙련도 6을 최대한 활용해 인생 최초의 녹음을 끝냈다.
“이월이는 녹음 처음이라면서 긴장을 별로 안 하네?”
“음도 안 나가고 말이야. 초심자 치곤 잘했어! 이제 나와도 돼!”
입문자를 향한 UA 특유의 칭찬 세례는 녹음실에서도 이어지는 모양이었다.
칭찬을 받는 건 나쁜 일이 아니었으나 안주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객관적으로 지금의 칭찬은 좋은 평가라기보단 격려와 응원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이럴 때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연습.
가이드 체험이 끝나자마자 지하의 보컬 연습실로 돌아온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가사집을 펼쳤다.
오늘의 목표는 보컬 수업에서 받은 과제곡을 음 이탈 없이 완벽하게 부르는 거였다.
심호흡을 하고 자기 성찰의 세계에 뛰어들려는데 밖에서 대화 소리가 들렸다.
이 보컬 연습실, 안의 소리가 새어 나가진 않는데 바깥의 소음은 조금씩 들어왔다.
‘그래도 안에서 들릴 정도면 밖에서 꽤 큰 소리로 얘기하고 있다는 건데.’
사회에서는 들어도 못 들은 척해 주는 게 매너일 때도 있는 법이었다.
배려심 있게 이어폰을 끼려던 찰나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이 들렸다.
강기연의 목소리였다.
‘고함이라도 치지 않는 이상 이렇게 분명히 들리긴 힘들지 않나?’
가뜩이나 심란한데 이게 무슨 일인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는 반복 재생 중이던 플레이 리스트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음 부스 바깥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화가 난 것처럼 보여 오해를 많이 받았던 강기연과 누가 봐도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최제호가 대치 중이었다.
둘 사이로 살벌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강기연의 옆엔 이청현이, 강기연과 최제호 사이엔 정성빈이 서 있었다.
얼떨결에 나는 아주 난처해 보이는 정성빈과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성빈아, 난 들어가 있는 게 도와주는 거겠지?’
나의 텔레파시에 정성빈이 비에 젖은 민들레 홀씨 같은 표정을 지었다.
‘제발 끼어들어 주세요…….’
그건 좀 곤란했다. 난 ‘애들은 지성과 논리를 무기로 싸우면서 크는 거다.’ 주의거든.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을 정신은 있었던 건지 강기연이 내 쪽을 쳐다봤다.
아무래도 한평산업에서 갈고 닦았으나 한동안 쓸 일이 없었던 눈새 연기를 펼칠 때가 온 것 같았다.
“둘이 싸워?”
“……아뇨.”
강기연이 금방이라도 치솟을 듯한 화를 눌러 담으며 대답했다.
홧김에 큰소리라도 낸 모양이지.
다음에 참을 인 세 번 쓰는 법이라도 알려 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최제호가 끼어들었다.
“싸우자는 거 아니었어? 너 나한테 불만 있는 거잖아.”
한 마디의 물러섬조차 없는 최제호의 태도에 간신히 풀어지려던 강기연의 미간이 다시금 꿈틀거렸다.
강기연한테 참을 인 자 알려 주기 전에 저놈한테 ‘친절하게 말해요.’ 교육부터 시키는 게 더 시급해 보였다.
기름을 들이붓는 최제호 덕분에 분위기는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형 그 말투 좀 어떻게 하면 안…….”
“어어, 강견. 여기까지만 하자!”
이를 바득바득 가는 듯한 강기연의 모습에 이청현이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렸다.
그러나 강기연은 할 말이 많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최제호가 물꼬를 튼 걸 계기 삼아 이쪽에도 불이 붙은 모양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적당히 구경하다 둘을 떼어 놓으려던 생각을 고이 접어야 했다.
“그래 기연아, 열받은 건 알겠지만 좀 진정해.”
“…….”
“그래야 싸우게 된 본질을 잊지 않을 거 아냐. 엉뚱한 데 꽂히면 이도 저도 안 돼.”
“……네?”
내 말을 들은 네 명이 동시에 날 쳐다봤다.
왜지? 문제 해결을 위해선 논점을 짚는 게 기본 아닌가?
“형, 싸움 말리려는 것 맞죠……?”
이청현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말릴 생각 없는데.”
“네?”
“얘들이 이유도 없이 이러진 않을 거 아냐. 나이가 몇인데. 안 맞는 부분이 있으면 싸울 수도 있는 거지.”
개중 얼굴이 제일 새파랗게 질려 있던 정성빈이 무언갈 말하고 싶은 듯 입만 달싹거렸다.
“설마 주먹질 같은 걸 하겠어? 아이돌 하겠다는 애들인데 그런 한심한 짓은 안 하겠지.”
내 말에 최제호와 강기연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안한데, 이쪽도 이 나이 먹고 열 살은 어린 너희들 싸움에 끼어들게 된 점 대단히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