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190)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190화(190/193)
190화. 후속 사업 준비 (1)
스파크의 컴백 공지가 떴다. 대외비를 중시하는 멤버들이 좀처럼 떡밥을 주지 않아, 스파클러들은 벼락 맞듯 컴백을 맞아야 했다.
백해원도 마찬가지였다. 기말고사가 다가오는데 스파크도 함께 오는 바람에 마음이 두 배로 힘들었다. 스파크,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미남들.
‘개 빡센 메이크업에 개 쩌는 코디로 와 줬음 좋겠다.’
UA에서 스파크 전담 팀을 만든 후 첫 컴백이다(팬송은 애들이 다 했다고 하니까 제외한다). 불안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동안은 우리 이월이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모든 걸 준비해 왔는데, 저 무능한 소속사를 믿어도 될지 걱정이 됐다.
하지만 그 본판을 두고 일을 그르치기도 쉽지 않은 법. 스파크를 데리고 평타도 못 쳤다간 UA 임직원들 곤장을 쳐야 마땅하다고, 백해원은 몇 번이고 생각했다.
≫ 유에이 정신 못 차리고 이상한 거 가져오면 죽어
≫ 너희가 올린 사과문의 진정성을 보여 줄 때다 얼마나 반성했는지 투자로 보여 줘라
≫ 얘들아 빨리 와 얼굴로 돌판 기강 씨게 잡아 줘야지 하지만 빨리 내보낸다고 일 X같이 하면 유에이 진짜 죽어
정정한다. 생각만 한 건 아니고 SNS에 글도 남겼다.
‘어차피 올 컴백이면 그 전에 시험공부를 모두 끝낸다!’
백해원은 비장하게 다짐하며 열정의 힘으로 두 시간 정도 수학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백해원의 집중력이 흐려져 갈 때쯤.
≫ @spArk_official
J / Leader
#스파크 #spArk #성빈 #MISSION
첫 컨셉 포토가 떴다.
역시 세상은 공평하다. 열심히 한 자에겐 이렇게 상을 주지 않는가!
백해원의 척수가 알람에 반응했다.
거만하게 회장님 의자에 앉은 정성빈의 상반신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정장? 슈트? SUIT? 쓰리 피스 올블랙 정장?’
와이셔츠에 베스트를 입어 놓고 팔뚝에 슬리브 가터를 찬 리더라니.
어두운 회의실 같은 공간에서 광원을 보며 펜대를 물고 있는 모습이라니.
엊그제까지 우리 그룹 최고 처연남이었던 남자가 미소 하나 없는 무표정으로 정면을 보고 있다니!
≫ tlqkf
≫ 시X
≫ 아니 시X 성빈아
≫ 아니 선생님 아니 TLQKF 이게 지금 대체
≫ 유에이 감사합니다 믿고 있었습니다
≫ 슬리브 가터 뭔데 개빡쳐 진짜 죽을 만큼 사랑해 근데 네가 먼저
└ 선생님 진정해요
진정? 진정할 새가 어딨어. 당장 사자 왕이 절벽에서 숨바 자랑하듯이 내 새끼 컨포 동네방네 보여 주러 가야지.
백해원은 올라온 컨포를 재게시하고, 인용했으며, 사진을 다운받아 새로 첨부해 벅차오르는 마음을 표현했다.
쩔어 주는 부분을 하나하나 클로즈업해 새로 캡쳐하며 여기가 왜 좋은지 일장 연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이…… 이 펜 끝을 ‘문 듯 안 문 듯’한 게 너무 사람을 집착하게 만듦 그래서 물었어? 안 물었어? 입술에 그림자가 졌는데 이 정도면 문 거 맞지? 물었다고 해 빨리
≫ 가죽 장갑
(탄식)
≫ 이게 정녕 19세 고등학생의 상완근이 맞습니까? 맞냐고 너 형들이랑 헬스장 그만 다녀 아니야 계속 다녀 백옥 같은 얼굴로 이런 팔뚝 자랑하는 거 기만이야 과시고 욕심이야
└ 애들 골격 오진다고요 진심ㅠㅠㅠㅠ 평생 수트만 입어
└ 무슨 소리세요??? 제복도 입고 래시가드도 입어야죠 저는 애들 어깨선 상하좌우 전방후방으로 다 보고 죽을 거예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남자는 역시 덮머지
└ 저 미헌님 한 3년 본 거 같은데 님 정말 한결같으세요
└ 제가 또 초심을 잃지 않았죠
큰 거 온다.
개 큰 거 온다!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다. 컴백일이, 아니 당장 다음 컨포는 누가 뜰지가 간절했다.
* * *
“방금 부분 한 번만 더 다시 맞춰 볼게요.”
정성빈이 음악을 멈추더니 재생 바를 앞으로 당겼다. 여기저기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마찬가지로 헉헉대던 이청현이 손을 들고 대형 옆으로 빠져나갔다.
“형, 나 잠깐 패스.”
“많이 아파?”
“한 번만 쉬고 들어가면 괜찮을 것 같아.”
연습용 반바지 밑으로 테이핑이 된 무릎이 보였다.
다친 건 아니다. 그저 녀석이 시루 속 콩나물처럼 크고 있을 뿐.
‘악!’
‘뭐야?!’
한밤중에 저놈이 소리 지르면서 깨길래 뭔가 했더니 성장통이었다. 뒹굴고 끙끙대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다리 주물러 주느라 밤을 꼴딱 새웠다.
‘인 마이 오피스’ OST 작업할 때 유난히 더 머리를 쥐어뜯는 것 같더라니. 안 해 본 작업인 데다 다리까지 아파서 평소보다 예민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원인을 알게 된 지금은 적절히 쉬어 가며 연습하고 있다. 이청현이 안무 따는 데 오래 걸리는 놈도 아닐뿐더러, 비주얼 멤버의 신장은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거울 너머로 이청현과 눈이 마주쳤다. 무릎을 주무르던 녀석이 헤헤 웃었다.
“아프다면서 뭐가 그렇게 좋아?”
“형들 내려 볼 생각 하니까 웃음이 절로 나네!”
“어림도 없는 소리.”
헛웃음이 나왔다. 최제호나 나 내려다보려면 키가 몇 cm는 되어야 하는지 아냐?
그래도 다들 잘 크는 것 같아 안심이다. 적어도 전보다는 빨리 크는 듯하니까.
죽어도 안 클 것 같던 강기연부터 이청현까지,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쑥쑥 크는 멤버들이 있는가 하면 정성빈과 박주우는 내실부터 채워 나가는 타입이었다.
나도 근로 지원 어쩌고를 끈 이후로는 다시 근육이 잘 붙어서 만족 중이긴 한데…….
“야, 턴하고 나서 정면.”
“미안하다.”
조금 문제가 생겼다.
이청현이 진도가 늦는 걸 강기연이 커버해 주겠다고 자원한 나머지, 내 춤 선생님이 최제호로 바뀌고 만 것이다.
“아니, 돌고 정면을 보라니까?”
“기다려 봐. 일단 도는 것까진 됐잖아. 이제 정면 볼게.”
“강기연은 너 가르치다가 사리 안 나왔대?”
“너무 많이 나와서 목걸이 만들어 가지고 팔았대. 됐어?”
하도 내가 꼽을 줘서 그런지 최제호도 날 꼽 주는 게 늘었다. 이게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거구나. 난 다음에 석으로 갈궈야지.
그렇게 몇 번을 더 같은 동작을 반복한 결과.
“너 오늘 그냥 여기서 자라.”
최제호가 통보했다. 나는 겸허히 받아들였다.
‘인 마이 오피스’ 언제 풀리냐.
빨리 나와서 나 댄스 숙련도 좀 올려 주라…….
* * *
+
[SYSTEM] ‘책임자’님의 업무 지시가 도착했습니다.▶ 김 대리, KPI 달성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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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자마자 보이는 게 저따위 시스템이라니. 퇴사하고 싶다.
맞다, 나 고용보험 가입 안 된 프리랜서지. 빨리 첫 정산을 받아야 국민연금이라도 부을 텐데.
한평산업 시절보다 노후 보장이 안 되고 있다. 주식 판 돈은 누나한테 줘야 하니까 내 손엔 땡전 한 푼 없는 셈인데, 이걸 어쩌면 좋지?
역시 중장비 면허를 따서 호주로 이민을 가 가지고 쉐어 하우스에서 궁상맞게 살며 악착같이 돈을 버는 게…….
열심히 대가리를 굴리고 있는데 침대에서 내려오던 이청현이 말을 걸었다.
“형, 웬일로 안 일어나고 누워 있어?”
“미래에 대해 고민하느라.”
“결론은 나왔어?”
“영어를 좀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
“당분간 학습지가 남아나질 않겠고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지. KPI 달성하려고 그간 별의별 짓을 다 해 오지 않았는가.
이번 앨범에서 1위 하지 못하면 KPI 달성은 내년까지 미뤄진다. 그 꼴을 볼까 보냐.
오늘의 일과는 뮤비 촬영이다. 오늘부터 2박 3일은 숙소에 들어오지 못할 거다. 아이돌의 뮤비 촬영이란 그런 거더라.
박주우와 이청현, 강기연이 오늘을 대비해 새롭게 단장한 머리를 꽁꽁 숨기고 차에 탔다.
후드를 뒤집어씌우고 끈까지 꽉 동여맸더니 애들이 다 주꾸미가 됐다. 주꾸미 3인방은 공계에 언제든 올릴 수 있도록 사진으로도 잘 남겨 놨다.
숍에서는 다들 환골탈태하는 데 성공했다. 헬스장에서 땀 흘리고 밤마다 가꾼 보람이 있는 얼굴과 핏이었다.
여기에 어른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눈 화장에 공을 들였다. 아이섀도가 몇 겹이나 올라갔는지 모른다.
진한 화장을 한 적이 몇 번 없는 이청현이 거울을 보며 ‘오…… 오오…….’ 소리를 연발했다.
“다들 셀카 50장씩 찍어. 검사할 거야.”
“오늘은 할당량이 적네……?”
박주우가 의아한 듯 물었다.
“나머지 50장은 내가 알아서 찍고 다닐 테니까 걱정 마.”
“으응…….”
남이 찍어 준 내 새끼 사진이라는 것도 수요가 있는 법이거든. 너희들이 벽 보고 서 있거나 소파에 앉아 있을 때 야무지게 찍어 주마.
첫 촬영은 무난한 안무 촬영답게 전원 슈트를 입었다. 베리에이션에만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검은 하프 팜 장갑과 플레인 토 구두로 통일감을 줬다.
“군무 샷은 여기 회색 배경이랑 저쪽 버건디 배경에서 한 번씩 찍을 거예요. 의상 바꾸고 나서는 그쪽 세트장에서 같이 찍을 거고요.”
조연출님이 미리 전달받은 콘티를 토대로 간단히 설명을 해 주셨다.
나는 세트장 두 개를 번갈아 보다 물었다.
“저희 다 색감이 어두운데 버건디 배경이면 인물이 너무 죽지 않을까요?”
“그쪽 배경에는 조명을 좀 세게 주기로 했어요. 오히려 화장이 날아가지 않을지를 걱정해야 할지도 몰라요.”
직접 둘러보자 한 쪽에는 아무것도 없이 멤버들을 주목시킬 수 있는 회색 세트장이, 다른 쪽에는 검은색 물감이 흩뿌려진 버건디색 세트장이 보였다.
발품 팔아서 빌린 폐교에서 뮤비 찍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어엿한 세트장에서 뮤비를 찍게 됐다.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군무 외에는 3번부터 8번까지 있는 멤버별 개인 샷, 13번 기연 씨 블라인드 샷, 14번 이월 씨 반신 샷, 27번 주우 씨 회의실 샷…….”
아, 감회가 새로울 때가 아니구나.
나도 참. 일할 게 산더미인데 다른 생각이나 하다니. 배가 불렀다, 배가 불렀어…….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