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192)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192화(192/193)
192화. 최종본 공유 (1)
스파크 전원은 이번 컨포에 무언가를 하나씩 물고 등장했다.
정성빈은 펜, 강기연은 마스크 끈─한쪽 끈은 검지에 끼워 당기면서 아주 끝내주는 그림을 연출했다─, 박주우는 주사기 캡, 이청현은 플라스틱 카드, 최제호는 가죽 장갑.
마지막으로 김이월은 립스틱 뚜껑을 물었다.
다시 한번 말하겠다.
김이월은 립스틱 뚜껑을 물었다!
흑발의 쉼표 머리가 얼굴에 그늘을 드리웠다. 케이스의 굵기 탓에 다른 멤버들보다 좀 더 벌어진 입가에도 회색빛 음영이 졌다.
검고 윤택이 있는 케이스 안쪽은 붉게 칠해져 있었다. 그 부분이 온통 어두운 사진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포인트가 되었다.
≫ 김이월 립스틱? 김이월 립스틱? 김이월 립스틱? 김이월 립스틱? 김이월 립스틱? 김이월 립스틱? 김이월 립스틱? 김이월 립스틱? 김이월 립스틱? 김이월 립스틱? 김이월 립스틱? 김이월 립스틱?
└ 진정하고 우리 차분하게 립스틱합시다 우리 다들 립스틱이잖아요 다 큰 립스틱이 이렇게 립스틱 얘기만 하는 거 대놓고 노림수에 립스틱하는 것 같고 립스틱해요
└ 여기 무서워
는 무슨 김이월 립스틱?????
≫ 김이월 개돌았냐고
≫ 이번 앨범 나오면 확인해야 할 것: 프로듀서 이름
당신 이제 죽어도 못 나가 유에이에 뼈를 묻어
└ 하지만 이번에도 이월이 이름만 있다면……?
└ 그땐 유에이가 죽어
≫ 스파크 마지막 컨포 떴다!
는 이월아
이월아…… 요즘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이런 컨셉해서 누나들이 너 잡아가면 어쩌려고 이래 진짜
└ 솔직히 이 정도면 이월이가 자기 잡아가라고 당근에 매물 올린 거야 누나들은 죄가 없어
≫ 백옥같이 창백한 핏기 없는 피부에 붉은 입술 + 흑발 + 슈트 = 고자극 땅땅
성인멤의 품격을 내 새끼가 보여 주는구나 기특해 죽겠네 X발
≫ 아 X나 현기증 난다
이걸 디지털로밖에 소장할 수 없는 현실에 환멸이 난다
└ 이거 그냥 포카로 내줬으면 좋겠음…… 탑로더 사서 립스틱으로 탑꾸하고 싶음
└ 와 님 가방끈 3m임?
└ 214m임
≫ 도대체 무슨 컨셉으로 나올지 감도 안 잡히지만 일단 앨범을 사야 한다는 건 알겠음
UA 장사 잘하네…… 스포 한 줄 없이 바로 앨범을 사게 만드네
≫ 포카 제법 기대된다
나 기대해도 되지? 기대한다?
그 결과 백해원은 스파크의 신곡과 뮤비가 뜨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처지가 된 것이다.
최근 공개된 하이라이트 메들리에서 잠깐 들었던 타이틀 곡도 얼마나 좋았던가.
평소의 스파크 노래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지만, 그 점이 오히려 팬덤의 기대치를 높였다.
뭔가 큰 게 온다는 암시. 고양감이 들었다.
제발 개 쩌는 의상 나오게 해 주세요. 가성비 세트장 아니게 해 주세요.
물만 안 떴지 온갖 기도를 다 하던 와중 핸드폰에 알람이 울렸다.
스파크의 신곡 뮤비가 공개되었다.
* * *
드럼 비트와 일렉 기타 소리만이 배경으로 깔린 어두운 회의실.
상석에 앉은 정성빈을 중심으로 왼쪽 열에는 박주우와 이청현이, 오른쪽 열에는 최제호와 강기연이 앉아 있다.
단상에 오른 김이월의 손짓에 빔 프로젝터에 불빛이 들어온다.
한 남자의 사진과 간단한 이력, ‘내부 고발로 인한 위협으로부터 보호 필요’가 화면에 잡힌다.
펜대를 돌리고 있던 정성빈이 몸을 뒤로 기댔다. 의자의 등받이가 천천히 기울었다.
종이 위를 두드리는 펜 끝이 클로즈업되었다가, 정성빈의 손끝에 의해 뚜껑이 분리되었다.
기타 소리 위에 사각거리는 만년필 소리가 얹혔다.
펜촉에서 검은 잉크가 흘러나오고, 종이에 휘갈긴 글씨체로 타이틀 『MISSION』이 적히며 카메라는 순식간에 전환된다.
『원해 너의 곁에
서 있는 마지막 사람이
나이기를』
테크웨어 느낌의 점프 슈트를 입은 강기연이 검은 외제 차의 보닛 위에 앉아 있었다.
한쪽 무릎을 구부리고 앉은 탓에 올라간 바짓단 밑으로 발목을 감싼 각 잡힌 워커와 종아리로 올라가는 다리 선이 보였다.
‘시X시X시X시X.’
백해원은 뮤비를 멈출지 말지 고민했다. 그러나 고민은 사치였다.
『숨죽여 기다려』
한 소절이 끝나기 무섭게 등장한 군무 파트.
전원 회색 정장에 검정 포인트.
가죽 재질 하네스에 은빛으로 빛나는 장식들.
그리고…….
『네가 나를 부를
그 순간을』
……김이월의 정신이 나갈 것 같은 노출까지.
백해원은 황급히 스페이스 바를 눌렀다. 그다음 손깍지 끼고 이마를 기댄 채 심호흡을 했다.
먼 곳도 한 번 쳐다봐 주었다. 책꽂이 맨 위층에 꽂힌, 왜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자기 계발서의 제목이 똑똑히 보였다. 내 시력이 이상해진 건 아니구나.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이 벅차오름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당장 소리를 지르고 싶다. 미남헌터의 동료들에게 ‘으아악 스파크가 일을 쳤습니다 여러분!’이라고 외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백해원은 아직 뮤비를 절반도 못 봤으니까.
‘나만 두고 먼저 탐라에서 떠들고 있지 마, 친구들아…….’
간절히 기도하며 백해원은 침착하게 재생 바를 앞으로 당겼다. 아무래도 점프 슈트 강기연부터 다시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본 강기연은 정말로 대단했다. 꽉 조인 허리띠, 광택이 나는 워커.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그리고 대망의 군무 장면이 재등장했다.
우선 파트의 주인공이자 이번 곡의 도입부 담당인 강기연은 딱 붙는 재질의 검은 홀터넥 니트에 회색 슈트를 위아래로 맞춰 입었다.
강기연이 안무를 위해 팔을 옆으로 뻗을 때마다 쇄골 끄트머리가 조명 밑에서 선명히 드러났다.
잔머리 없이 올백으로 넘긴 청록색 머리카락 사이에서 은빛 피어스가 빛났다. 가는 체인으로 연결된 피어스들이 강기연의 고갯짓을 따라 찰랑이며 따라 움직였다.
동갑내기 이청현도 비슷한 슈트를 입었지만 안에 입은 옷이 달랐다. 이쪽 이너는 반폴라였다. 그 위를 단단한 재질의 하네스가 꽉 감쌌다.
박주우의 의상은 이청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백해원의 단련된 눈은 잠긴 재킷 위로 언뜻 보이는 흰 피부색을 곧바로 캐치해 냈다.
‘안에 크롭 입었구나!’
백해원은 속으로 UA를 뒤지게 욕했다. 크롭 탑을 입혀 놓고 그걸 숨겨? 맛알못 새X들.
그러다가 또 태세를 전환해 UA를 크게 칭찬했다.
이렇게 은근슬쩍 보여 주는 게 또 사람 미치게 만드는 걸 어떻게 알고? 맛잘알 새X들.
정성빈은 스리피스 정장으로 몸을 꽁꽁 감싼 듯했으나, 재킷 소매와 바짓단에 절개선이 들어가 있어 동작이 바뀔 때마다 손목뼈와 발목뼈가 드러났다. 온몸을 옷으로 가려서인지 동그란 뼈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김이월이 팬미팅에서 그랬다지. 섹시 컨셉은 동생들 민증 나오고 잉크까지 말라야 생각이나 해 볼 거라고.
‘그 말이 형들이 섹시 컨셉을 도맡아 할 거라는 뜻이었나?’
당장 강기연의 뒤에 서 있는 최제호만 해도 그랬다.
맨몸 하네스라니.
맨몸 하네스라니.
너무 충격적이어서 자꾸만 읊조리게 된다.맨몸 하네스라니.
하나뿐인 재킷 단추가 감당하기에 최제호의 몸은 너무나도 탄탄했다. 최제호가 움직일 때마다 재킷 속의 맨몸이 훤히 드러났다. 오일을 발랐는지 복근에서는 은은하게 빛이 반사됐다.
때깔이 돌았네. 백해원은 다시 한번 제 어휘력에 문제가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동생들보다 진한 회색 슈트도 고자극이었다. 여기에 초커에서 가슴골의 라인을 따라 이어지는 가죽 하네스가…….
아니, 이 뮤비가 어떻게 심의를 통과했대. 재킷 단추만 잠그면 이런 최제호도 전체 연령가로 공개될 수 있다, 이건가?
너무 황당해서 두통이 생길 것 같았다. 인간은 너무 행복해도 괴로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리고 이 모든 멤버들을 다 제친 충격 포인트 1위의 주인공, 김이월.
백해원이 영상을 재생했다. 강기연의 파트가 끝나자 아까처럼 김이월이 등장했다.
아주 끝내주는 차림새로.
백해원은 다시 영상을 멈췄다. 2초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백해원의 손이 홀린 듯 입으로 향했다. 인간으로서 최후의 존엄성을 유지하려면 지금은 입을 가려야만 한다고 본능이 외쳤다.
최제호와 마찬가지로 맨몸이었지만 김이월의 피부 톤은 극도로 밝았다.
그래서인지 김이월은 크롭 재킷 안에 하네스 대신 은빛의 보디 체인을 걸친 상태였다. 아까는 맨몸이란 사실에 눈이 멀어 놓친 디테일이었다.
사람 눈을 번쩍거리게 해 놓고도 김이월은 만족하지 않았나 보다. 그러니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등판을 저렇게 노출했지.
카메라를 등진 상태에서 김이월이 춤을 출 때마다 재킷이 들춰지고 내려가길 반복했다. 기립근 위로 그림자가 내려앉을 땐 백해원의 심장이 함께 내려앉았다.
몸을 앞으로 돌렸을 땐 또 어떻고. 식단이며 운동에 엄격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설마 근육이 저렇게 조각일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냔 말이다.
엄마, 우리 그룹 일짱 뱀파이어가 복근 미남이래……. 백해원은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가장 열받는 건 저 배덕하기 짝이 없는 등 타투였다.
김이월 같은 모범 아이돌에게 타투 뭔데? 흉포한 스파클러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고 싶나? 심지어 183cm의 거대한 남성의 희고 너른 등짝에 꽃다발을 새겨? 나 요즘 잘한 일도 없는데 왜 자꾸 선물이 나오지?
백해원은 검색 포털로 뛰어갔다. 그러고는 김이월의 등을 지배한 것으로 추정되는 꽃을 찾기 위해 열심히 서치를 갈겼다. 하지만 아직 남은 뮤비가 4분이 넘었기에 그대로 돌아와야 했다.
내가 뮤비 다 보고 나면 누군가는 김이월 등에 핀 꽃을 찾아내 주겠지. 동료들을 믿으며 백해원이 다시 뮤비 시청에 집중했다.
장면은 다시 회의실로 돌아왔다.
눈이 가려진 채 강제로 차에 태워지는 남성의 모습이 빔프로젝터에 떴다.
『무대에 오르는 길까지
에스코트할게
걸음을 맞춰
기다릴 테니』
재벌 3세 같은 차림새의 정성빈이 고급스러운 책들 사이에서 검은 파일 하나를 꺼냈다.
정성빈이 파일 안에서 꺼낸 종이를 원목 책상 위에 펼치자 거대한 도면이 나타났다.
‘위협받는 남자를 구하는 스토리인가 보네.’
위조된 신분증으로 빌딩에 입성한 이청현이 퇴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슨한 얼굴로 로비를 훑었다.
이청현의 시야는 곧 CCTV의 영상처럼 편집되어 최제호와 강기연이 보고 있는 노트북으로 연결됐다.
파트를 맡은 멤버의 개인 컷이 메인 스토리와 뒤섞여 나오는 동안, 스파크 멤버들이 각자의 구역으로 흩어졌다.
박주우가 영상실에 있던 직원의 목에 주사를 놓아 기절시키고 나자 이청현이 들어와 CCTV의 전원을 모조리 꺼 버렸다.
뒤이어 어둠 속에서 대기 중이던 최제호와 강기연이 신호를 받고 건물 외벽에서 고층의 사무실로 진입했다. 도시의 야경을 깨고 들어온 두 사람이 타겟으로 보이는 인물을 몰아넣었다.
한편, 맑은 하늘 아래서 컨테이너가 즐비한 항구를 거니는 김이월이 화면에 잡혔다.
컨테이너 뒤에서 누군가 김이월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듯 조준점이 잡혔다.
그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퍽!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페인트탄을 맞은 것처럼 붉게 물들었다.
얼룩을 닦아 낸 건 검은 장갑을 낀…….
『목표는 단 하나
너의 옆에 남는 것
그뿐이야』
……웃는 얼굴을 한, 김이월의 손이었다.
쓰러진 남성들 위에 걸터앉은 김이월이 능숙하게 탄창을 돌려 열었다.
립스틱으로 엉망이 된 탄창을 보며, 김이월이 주머니에서 꺼낸 립스틱을 손으로 빙글빙글 돌렸다.
김이월이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열린 컨테이너와 ‘수출용’이라는 글씨가 적힌 립스틱 박스가 쏟아진 모습이 배경으로 스쳐 지나갔다.
이윽고 김이월은 여전히 안대를 벗지 못한 채 묶여 항구에 고립된 남자를 마주할 수 있었다.
‘영화네, 영화야.’
훈훈한 구출극에 백해원이 감동한 것도 잠시.
환상적인 군무와 수면 가스를 뿌리고 퇴장하는 박주우를 끝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된 줄 알았던 이야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어슴푸레한 새벽하늘 아래로 난장판이 된 집무실이 드러났다.
간밤에 위협을 받은 거물들이 성난 표정으로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최제호와 강기연이 건물 옥상에서 보고 있던 노트북 화면에 김이월이 구한 줄 알았던 남성이 그대로 묶여 있는 장면이 송출됐다.
그 순간, 남자를 둘러싸고 있던 박스들이 불타기 시작했다.
‘설마 김이월이 흑막이었다 이런 전개야?’
제발. 스파크는 하나라고! 이 맛알못 UA 새X들아!
백해원이 분개했다.
그러나 백해원이 모니터를 부여잡기 직전.
노래가 멎었다. 인위적인 휴지였다.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