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193)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193화(193/193)
193화. 최종본 공유 (2)
지난 줄거리 요약: 애들 옷이 맛있고 이월이가 흑막인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요.
백해원의 머릿속은 이 상태였다.
아무래도 단어 공부를 좀 해야겠다. 어휘력이 쓰레기다.
노래가 멈춘 사이 화면은 다시 회의실로 돌아갔다.
끌려가는 남성의 사진이 나오는 것까진 똑같았으나, 이번에는 24시간의 카운트다운이 함께했다.
동시에 사건이 재배열되기 시작한다.
해가 떠 있는 시각에 남자가 끌려간 곳으로 향한 김이월이 보호 대상자를 구해 내고 소식을 본부에 전달했다.
남성의 신원을 확보한 후 박주우와 이청현이 퇴근 시간대의 인파에 섞여 회사에 잠입해, 최제호와 강기연을 서포트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했고. 어둠 속에서 둘의 합동 작전이 멋들어지게 성공했다.
두 사람이 떠난, 깨진 유리창 너머로 하늘이 점점 밝아오는 동안 협박을 받은 이들이 분주히 전화기로 손을 뻗었다.
뒤늦게 떨어진 내부 고발자를 처리하라는 명령. 그러나…….
『벅차오르는 기분
대가로는
차고도 넘치지』
……정작 남자는 회의실에서 김이월과 함께, 자신이 세상에 뿌린 소식이 기사화되어 아침 뉴스로 나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주 안전하게.
하늘이 복선이었구나. 내가 얼굴에 정신이 팔려서 몰랐구나.
‘그럼 불 속에 있던 남자는 누군데?’
묶여 있던 남자의 주변이 온통 불바다가 되었을 때 주변은 분명 밝았었다.
그런 백해원의 속마음을 읽은 듯, 불길이 화면을 뒤덮었다.
정성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머물러 있을게
백스테이지에
네가 오기까지
기쁜 마음으로』
화염 속에 갇힌 남자의 귀가 클로즈업되자 귓속에 작게 꽂혀 있는 투명한 이어폰이 보였다.
남자는 고개를 몇 번 까딱이더니, 당황한 기색조차 없이 제 손목을 묶고 있던 밧줄을 스스로 풀어냈다.
밧줄이 흘러내리는 손가락과 안대를 벗는 움직임이 부드럽게 차례로 이어졌다.
남자의 손은 목덜미로 향했다.
셔츠 깃 사이로 집어넣은 손등에 핏대가 섰다. 피부가 뜯어지는 소리와 함께 인조 면피가 벗겨졌다.
모습을 드러낸 정성빈이 머리카락을 털었다. 가짜 피부가 군데군데 남아 있는 모습이 오히려 더 충격적으로 비쳤다.
『흔적을 숨기고, 조용히
너의 등 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귀에서 이어폰을 빼며, 정성빈이 아직 불이 번지지 않은 곳으로 유유히 빠져나왔다.
불꽃 너머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COMPLETE』
검은 배경에 도장이 찍히고, 뮤비가 끝났다.
* * *
≫ 얘들아(1억 5천만 명) 스파크 뮤비 보자
지금 안 봤다가 나중에 왜 이런 좋은 걸 진작 안 알려줬냐고 나 원망하지 마
난 분명히 얘기했어 지금 보라고
└ 1억 5천만은 대체 어디서 나온 숫자야ㅋㅋㅋㅋ
└ [작성자] 미래 인구 포함임
└└ 대체 어디까지 앞을 내다보신 겁니까 현자여……
└ 일단 붙잡아 놓고 얘들에 포함시키기
≫ 진짜 X발 이런 컨셉을 숨겨 놓고 여태 청량돌을 밀었다 이거지
나 이제 미션 스파크 알기 전으론 못 돌아감 아무튼 그럼
└ 이렇게 될 줄 알고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청량을 말아 줬구나……
≫ 그럼 성넨이 밧줄은 펩이 묶어 준 거임???? 안대도 펩이 씌워 주고??
아니 생각해 봐 내부 고발자 구출 > 인질이랑 성넨이 교체면 타이밍상 김펩이 성넨이를 묶어야 말이 맞는 거잖아
근데 뮤비 내용 보면 성넨이가 상사 아니야? 이래도 되는 거임?
└ 펩도 상사에게 복수하고 싶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거지
└ ???: 아 팀장님 살아 돌아오셨어요? 아이쿠야 말이 잘못 나왔네;;; 오셨어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막내들 빨리 성인 됐음 좋겠다
그냥 빨리 어른 됐음 좋겠다
└ ㅋㅋㅋㅋㅋ내 돌이 나이 먹기를 이렇게 간절히 원하는 사람 처음 봄
≫ 점프 슈트 강기연 지나가면 금발 이청현 나오고
백발 박주우 지나가면 크롭 김이월 나오고
렌즈 정성빈 지나가면 와이어 탄 최제호 나오고……
└ 스파크의 축복이 끝이 없네
≫ 이월이 등에 있는 꽃 무슨 꽃인가 했는데
흰말채나무 꽃인 것 같아! 홍서목이라고도 한대
꽃 모양이 특이해서 찾느라 애먹었다……ㅎ
(엄청 확대해서 본 거라 틀릴 수도 있어!!! ㅠㅠㅠ)
└ 이거 맞는 거 같은 게ㅠㅠ 홍서목 꽃말이 ‘당신을 보호해 드리겠습니다.’래 뮤비나 가사 컨셉이랑 찰떡ㅇㅇ
└ 흰…… 말채나무는…… 나무껍질이 붉은빛을 띠며…… 겨울이 될수록 붉게 변한다……
└ 이거 완전 불꽃 아녀 ua 변태 새X들아
≫ 근데 진짜 스팤 한결같다
누가 봐도 누아르물을 찍을 것 같은 얼굴로 정의로운 역할 수행 중임
청량한 컨셉이 아니더라도 정확히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진 모르겠지만 당당한? 흠 없는 롤은 유지하는 듯
≫ 군무 배경 X나 허허벌판이었다는 거 뮤비 다섯 번 돌려보고 알았음
└ 그야 애들 얼굴이 루브르니까요
≫ 뮤비는 비밀 요원들의 첩보 대작전인데 가사만 보면 로맨틱한 거 제법 웃김
└ 가사 거의 사랑 고백임ㅋㅋㅋ
└ 뮤비에 속아 중요한 걸 놓쳤습니다……
아.
행복하다.
충만하다.
팬심이 그득하게 찬다.
이렇게 잘생기고 귀엽고 깜찍하고 섹시한 애들이 우리 애들이다!
지금처럼 감동이 벅차오를 땐 해야 할 일이 있다.
때맞춰 도착한 앨범깡 말이다.
이 쇼핑몰, 저 쇼핑몰을 기웃거리며 백해원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공포를 구하기 위해 애썼다. 자본이 한정적인 학생에겐 선택과 집중이 필수였다.
고민 끝에 엄선한 업체의 택배는 뮤비가 공개된 지 3시간 후에 배달되었다. 분명 자신의 돈으로 샀는데도 어째서 선물같이 느껴지는 건지 모를 노릇이다.
앨범을 여섯 장 사면 멤버별 미공개 포토 카드가 드래곤볼로 온다고 했다. 그래서 백해원은 망설임 없이 여섯 장을 질렀다. 미니 앨범이라 출혈이 적은 게 천운이었다.
‘미공포라고 B컷만 마구잡이로 올렸으면 안 되는데.’
팬질의 정수는 포토 카드에 있다. 랜덤 포카, 버전이 A부터 C까지 있는 포카, 미공개 포카, 럭키 드로우 포카, 공방 포카, 팬클럽 포카, 시즌 그리팅 포카…….
상술이라는 걸 알면서도 포카를 갖고 싶다는 열망은 팬질을 할 때마다 끓어올랐다.
이월이가 ‘여러분, 앨범 사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지만 언제나 여러분의 행복한 생활이 보장되는 상태에서 부탁드려요!’라며 신신당부를 해 왔기에 이번에는 나름 이성적으로 구매했다.
삐뚤빼뚤 장바구니에 담아 둔 옷 포기하고 애들 앨범 사는 걸로 원만히 합의 봤다고 해야 하나. 너희와 함께하기 위해서라면 올가을은 단벌 신사라도 좋다.
하여튼 올곧은 남자다. 저런 남성은 스밍으로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
보조 배터리에 의한 무한 동력으로 뜨겁게 돌아가고 있는 핸드폰을 보던 백해원이 혹시 모를 환불에 필요한 개봉 영상 촬영을 위해 스밍 중인 핸드폰을 하나 집어 들었다.
“자 그럼~ 스파크 이번 미니 앨범 앨범깡을 해 보겠습니다!”
비록 미튜브에 아무것도 안 올리지만 영상 찍으면서 브이로그 톤으로 대사 치는 게 자신만은 아닐 것이다. 백해원이 한껏 주의를 기울여 커터칼로 박스 테이프를 뜯었다.
제일 위에 있는 건 미공포였다. 언뜻 보니 무대 의상을 입고 촬영한 것 같았다.
제일 먼저 나왔던 테크웨어 강기연부터 테가 둥그런 안경을 쓰고 후드티를 입은 채 탄산음료를 마시고 있는 이청현, 흰 가운을 입고 수술용 마스크를 내린 박주우, 딱 붙는 머슬핏에 벨트와 초커 등 갖은 액세서리를 착용한 최제호, 검은 목폴라에 무선 인이어를 착용한 김이월이 우수수 쏟아졌다.
“와 사진 개 쩌네……. 아니다, 일단 미공포 여섯 장 다 온 거 봤으니까 포카 확인해 볼게요.”
백해원이 브이로그치고는 제법 날것의 표현을 구사하며 앨범을 주르륵 넘겼다. 카드 하나가 백해원의 수면 바지 위로 떨어졌다.
“아아아악!”
백해원이 입을 틀어막았다.
아랫입술에 살짝 발린 립스틱을 검지로 밀어내듯 닦아 내는 김이월(ver. A) 사진이 백해원의 손안에 있었다.
하자 인증이고 뭐고 다 필요 없었다. 영상 녹화를 종료한 백해원이 급히 카메라 앱을 사진 촬영 모드로 돌렸다. 그리고 형광등 불빛이 제일 잘 비치는 벽에 포카를 기대 놓은 다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백해원의 앨범깡은 나쁘지 않았다. 김이월이 최애이긴 해도 대부분의 스파클러들은 올팬 기조가 강했다.
게다가 사진들의 퀄리티가 다들 너무 좋았다.
A 버전은 컨셉 포토와 비슷한 느낌, B 버전은 업무 후의 오프 더 레코드라는 느낌이 강했다.
테크웨어의 상의 부분을 벗어 홀터넥 바깥의 어깨 근육을 선명하게 드러낸 강기연과 넥타이를 풀어내는 이청현만으로도 이성이 마비되는 것 같은데.
나른한 표정으로 인이어를 빼내는 김이월은 옷차림이 단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일 정도로 어른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우리 이월이 디자인 팀으로 간 거 아니야?’
자꾸만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UA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지만 조직도 같은 건 없었다. 이 개X소, 이월이 디자인 팀으로 보낸 거면 팩스 총공 할 거다.
백해원의 스파크 뽕이 한계치를 뚫었다. 이제 백해원은 본능적으로 스파크를 향한 사랑을 중얼거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월이 B 버전 포카 갖고 싶어.’
강력한 물욕이 백해원의 두뇌를 지배했다.
‘B 버전 이월이는 이어폰 빼는 이월이잖아!’
이걸 못 가졌다간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백해원은 스파크 포카 교환 글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앨범을 수령한 사람들의 빠른 후기와 교환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프로 교환러 백해원이 SNS와 장터를 돌며 시세를 훑었다.
다행히 아직 반포자이까진 안 갔구나. 너희가 효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고맙다.
하지만 걱정은 마라. 양도 거래만 끝나면 내가 반포자이는 못 보내 줘도 새빛섬은 보내 줄게. SNS에 매일 영업 글 500개씩 쓸 테니까 오늘만 봐줘라.
백해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김이월 ver. B 0.4에 양도합니다 (편택만 가능).’라는 글에 디엠을 보냈다. 편의점 점포명까지 알려 줌으로써 그날의 일과는 끝이 났다.
결과적으로 백해원의 판단은 옳았다. 며칠 뒤, 백해원은 스파크 멤버들의 포카 시세가 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바람에 엉엉 우는 지인들의 한탄을 듣게 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