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31)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30화(31/193)
| 30화. 경쟁사의 등장 (2)
“멤버는 여덟 명이고, 연령대는 저희랑 비슷한 것 같아요.”
“MYTH에서 보이 그룹 나온 지 꽤 돼서 나이대는 좀 높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정성빈과 이청현이 차례로 말했다.
MYTH는 UA와는 비교도 안 되게 큰 대형 기획사였다.
그만큼 MYTH는 연습생 풀도 컸다. 어리고 잘하는 멤버들만 뽑으려 해도 인재는 충분했을 거다.
아이돌 명가라는 이미지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닌지, 평소엔 무던한 박주우마저 제법 심각해 보였다.
‘이게 대형의 인지도인가?’
하긴, 웬만한 그룹은 데뷔 전부터 실시간으로 이름을 알리기 힘들지.
1년 사이에만 수십 개씩 생기고 사라지는 게 아이돌이었다.
오죽하면 한 해에만 백 개가 넘는 팀이 데뷔하는 일도 있을 정도다.
그만큼 과포화 상태의 시장이었고, 그 안에서 언젠가는 반드시 세대교체가 일어난다는 게 K-아이돌 판의 특이점이었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누가 봐도 동세대 중에서는 선두로 세대교체를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대형 소속사의 그룹이 데뷔한다?
‘주시 안 하는 게 이상하긴 해.’
기사를 읽어 보니 과연 곧 데뷔할 멤버들의 사진과 예명까지 모두 공개되어 있었다.
팬덤이 이미 생겼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프로필 사진 등이 전부 갖춰진 상태였다.
‘연습생들을 데뷔 전부터 홍보하는 소속사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MYTH처럼 아이돌 사업을 오래 해 온 회사에는 회사만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뚜렷해, 이 또한 마케팅의 요소가 되었다.
때문에 그룹 팬만이 아닌 회사 자체를 따르는 팬덤 또한 두터운 편이었다.
소위 말해 ‘MYTH의 계보를 잇는 아이돌이라면 누구든’ 응원하는 사람들을 시작부터 확보하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다들 여기까진 생각이 미친 것 같았다.
‘대형에서 데뷔라니 부럽다!’ 같은 순진한 소리나 하는 녀석이 없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빠릿함이었다.
나는 기사의 스크롤을 내리며 말했다.
“일단 쪽수로는 졌네.”
“네?”
“저쪽은 여덟 명이라잖아.”
‘이 중에 네 취향이 하나쯤은 있겠지.’ 전략은 상대편의 승리였다. 인력 관리에서 오는 위험이야 그쪽 사정이니 별개로 치고.
“우린 뭘로 이길까?”
“이기다니…….”
“머릿수에서 졌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거 아냐. 키로 싸우면 최제호 보유 팀인 우리가 이길 것 같긴 하네.”
나는 기사의 내용을 모두 머릿속에 넣은 뒤 인터넷 창을 닫았다.
“너희가 뭘 걱정하는지 잘 알겠고, 그게 현실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 건 알겠어.”
“…….”
“그런데 겨뤄 보기도 전부터 기죽진 말자.”
나 또한 목표는 현실적으로 잡아야 한다는 주의지만, 구성원의 절반 정도가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임을 고려하여 따뜻한 격려를 통한 의욕 고취로 노선을 변경했다.
“이길 생각을 해야 뭘 하든 의욕이 나지.”
“그건 그렇죠. 형, 그럼 저희 개인기라도 만들까요? 인당 세 개씩만 연습하면 개인기 메들리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건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 저쪽에서도 세 개씩 연습하면 파르테는 개인기를 스물네 개 들고 올 거 아냐.”
“헉, 그렇네요?”
“왜 얘기가 거기로 빠지는 거야……?”
나와 이청현의 티키타카를 지켜보던 최제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주 객관적인 관점에서 구성원의 의견을 검토하는 건데 왜 저렇게 의아해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제일 좋은 방법은 실력을 키우는 거야. 실력이 있으면 어떻게든 비벼 볼 구석은 있으니까.”
나는 그 실력이 논란으로 풍파를 맞는 스파크를 어떻게 7년간 지켜 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스파크가 무언가에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아마도 녀석들은 마지막까지 실력을 골라야 할 거다.
그리고 실력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논란 없는 청정구역’ 타이틀이다.
뭐, 이건 지금 얘기하면 입만 아프니 차차 기강을 잡도록 하고.
“이의 있는 사람?”
그래도 단체 활동이니 의견은 들어 봐야겠다 싶어 물어봤으나 이견은 없었다.
“그럼 최장신에 이어 평균 신장까지 이겨 먹기 위해 다들 자고. 내일도 일찍 일어나서 실력을 향상시키…….”
……까지 말하는데 등골이 싸했다.
뭔가가 불길했다. 느낌이 아주 좋지 않았다.
마치, 남 부장이 회의 시간이 바뀐 걸 알려 주지 않아 4시에 회의실에 갔더니 이미 3시 반부터 회의가 시작되고 있는 듯한…….
‘월별 달력!’
나는 데뷔일을 앞당긴 후로 한참 잊고 지냈던 홀로그램 달력을 급히 꺼냈다.
오늘 날짜 칸엔 ‘파르테 데뷔 계획 공개’가 적혀 있었으며, 내일 날짜 칸엔…….
[(???) 데뷔조 확정 보도 자료 배포]과거, 데뷔하기 2년 전부터 뿌려지는 바람에 어그로란 어그로는 다 끌고 정작 필요할 땐 단물이 다 빠져 있었던 바로 그 ‘보도 자료 배포’ 일정이 적혀 있었다.
맙소사.
이 이슈도 당연히 당겨질 거라고 생각했어야 하는데. 내가 안일했다.
남 부장이 없다고 기강이 해이해지기라도 한 걸까. 그런 거라면 나는 마음가짐을 뜯어고칠 필요가 있었다.
“형! 매니저님이 저희도 내일 데뷔 예정 보도 자료 낸대요!”
“당장 멈추시라고 해.”
“네?”
“차라리 데뷔할 때 ‘경 UA 첫 아이돌 축’ 현수막을 들겠다고 하라고!”
* * *
그 뒤로 우리는 매니저님과 PC 메신저로 소통하느라 한 시간 정도를 날려 먹었다.
찬영 매니저님
[왜? 너희 데뷔하면 기사 몇 배로 날 건데^^ 벌써 이런 거 부끄러워하고 그러면 나중엔 어떡하려고ㅋㅋㅋ]매니저님이 보도 자료는 이르다는 이쪽의 의사를 고개 숙인 벼의 겸손함 정도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답답한 나머지 뒤로 넘어가려는 나를 박주우가 받쳐 주었다.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짬이 안 되면 입 다물고 있기’ 1급 자격증 정도는 땄다고 생각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지금 이 사태를 넘겼다간 데뷔 직전에 땅을 치고 후회할 게 뻔한데 이런 상황에서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 순 없었다.
나
[매니저님, 정말 조심스럽게 의견 드립니다만 저희 측의 데뷔 일정이 확실하게 나온 게 아니라면 보도는 이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파르테의 경우 다음 달 데뷔 예정이어서 ……더 보기] [매니저님, 근거 자료가 필요할 듯하여 최근 1년간 데뷔한 그룹의 홍보 기사와 데뷔 일정 일부 정리해 보고드립니다. 전수 조사는 시간상 진행하지 못하였고 표본 조사로 ……
더 보기] [20XX년 그룹별 데뷔 마케팅 기사 표본 조사.png]
찬영 매니저님
[회사에 얘기해 볼게……!]그 와중에 여전히 웹셀이 안 깔려 있어서 인터넷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유 시트로 작업하고 캡처본을 보내야 했다.
업무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이참에 프로그램 계정이나 하나 사 달라고 할 걸 그랬다.
“그래서 답장 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밤을 새웠다고?”
“어. 보도 자료는 안 뿌리기로 했대.”
“너도 진짜 징하다.”
징하긴.
회사에서 자료 배포를 강행하겠다고 했으면 진짜 징한 꼴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유감이었다.
여차하면 남 부장한테 결재해 달라고 부탁할 때처럼 두 시간 동안 담당자님 책상 옆에 서 있을 각오까지 해 둔 상태였거든.
“하룻밤 새워서 임팩트 아끼는 거면 나쁘지 않은 장사지.”
“독한 놈.”
“생존력이 강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게.”
모든 게 원하는 대로 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완벽했다.
참고로 숨겨진 업무도 떴다. 이 X같은 시스템.
+
[SYSTEM] ‘숨겨진 업무(보도자료 막기)’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 경험치(5)
▷ 누적 경험치: 65
▷ 누적 포인트: 0
+
아무래도 보도 자료 배포는 기를 쓰고 막는 게 맞았던 모양이었다.
솔직히 양심적으로 이런 건 좀 그냥 알려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심장이 두 개여도 두 개 다 떨어졌겠다.
심지어 KPI 달성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업무인데. 장난쳐?
게다가 난 심약한 편이라 이런 돌발 사건에 약하단 말이다. 찌든 직장인 배려도 좀 해 줘야지.
나는 관리 왕 강기연을 본받아 잼 한 숟가락도 바르지 않은 식빵을 기계적으로 씹으며 최제호에게 말했다.
“연습실은 주우랑 둘이 먼저 가 있어.”
“왜?”
“잠깐 들렀다 갈 곳이 있어서.”
오늘은 아티스트 관리 팀에 가야 했다.
UA가 언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이상 이제는 선수를 칠 필요가 있었다.
김이월 대리…… 아니 김이월 인턴의 첫 프로젝트로.
물론 아이돌이라곤 스파크밖에 모르는 내 편협한 시각을 고려하여 전문가에게 사전에 확인도 받았다.
‘컨셉이요?’
‘응.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 있던 건데 청현이 노래랑도 어울릴 것 같아서.’
‘어떤 컨셉인데요?’
‘너희들이랑 잘 어울릴 것 같은 걸로 정해 봤어.’
‘리얼 청춘물이요……?’
정성빈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도 했다. 과거의 스파크는 정통 청춘물로 데뷔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묻힐 뻔했으니까.
본인들의 비주얼에 대한 자기 객관화는 충분히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들 관상에 청춘이 없긴 하지.
하지만 내 1차 목표는 정통 아이돌을 고수하는 UA의 눈을 속이고 내 컨셉을 밀어붙이는 것이었다.
그걸 위해선 본래 스파크의 데뷔 컨셉에서 노선을 살짝 바꾸는 정도가 좋았다.
다행히 내 의견은 너무 고전적이긴 하지만 디테일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무 성격을 보면 기획 팀에 가야 될 것 같은데…… 일단은 주경 님께 가야겠지?’
연습생이 회사와 소통하는 방법은 매니저님 아니면 민주경 님과 이야기하는 것뿐이었다.
이걸 건너뛰면 체계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우선은 정석대로 가기로 했다.
선 넘는다는 말은 남 부장에게 일주일에 다섯 번씩 들은 걸로 충분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UA가 연습생의 적극적인 모습을 좋게 평가한다는 점이었다.
민주경 님은 감사하게도 내 당돌한 안건을 귀찮은 기색 없이 들어 주었다. 이 시대에 다시없을 멋진 인재셨다. 부디 UA에서 연봉을 넉넉히 챙겨 주시기만 바랄 따름이었다.
민주경 님이 내가 인쇄해 간 기획서를 넘겨 보며 말했다.
“기획을 해 봤다고?”
“네. 그런데 어느 분께 조언을 부탁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보통은 제작 본부 쪽으로 가지. 그쪽에 기획 팀이랑 음반 제작 팀이 다 있거든. 그런데 뭐…… 이번 주에 대표님이랑 회의 있으니까 내가 그때 드려 볼게!”
안건 올라가는 속도도 보통이 아니었다. UA도 중소가 맞긴 했구나.
“이런 걸 만들어 볼 생각을 어떻게 했어?”
“뭐라도 좀 해 보고 싶어서요.”
“내가 기획 쪽 사람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구색은 다 갖춘 것 같은데? 고생했겠네.”
UA의 콘셉트 기획안 양식에서 기본 항목을 다 따왔는데 구색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그건 그거대로 곤란했다.
그래도 ‘제가 어디서 귀한 서류를 얻어서요.’라고 할 순 없으니, 나는 빠르게 인사만 하고 자리를 뜨기로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응. 연습 힘내고.”
다행히 바쁜 현대인인 민주경 님도 나를 더는 붙잡지 않았다. 덕분에 오전에 예정된 기획 업무 보고는 무탈하게 끝이 났다.
이후로는 평소와 같은 연습의 연속이었다.
“연습 중에 미안한데, 이월이 잠깐만 나와 볼래?”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민주경 님에게 불려 가기 전까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