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97)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97화(97/193)
| 97화. 이벤트 홍보 (2)
고작 두 번째 컴백이지만 커뮤니티에도 변화가 있었다.
데뷔 때만 해도 고정 닉을 쓰는 몇몇만 보이더니, 이번에는 스파크를 언급하는 글이 제법 있었다.
≫ 성빈이 또 조장이니?
└ ㅋㅋㅋㅋㅋㅋㅋㅋ 안쓰러워하는 거 봐ㅋㅋㅋ
└ 성또조……
└ 성또조ㅋㅋㅋㅋㅋ
≫ ㅅㅍㅋ 이번에도 청춘 컨셉인가 보네
신기하다 얼굴에 청춘이 없는데 어케 이러지
└ ㅋㅋㅋ얼굴에 청춘이 없대
└ 너무해요 선생님 울 애들 맏형들 빼면 다 찐 남고딩인디ㅠ
└ 요즘 돌판에서 찾아보기 힘든 청춘이라 넘 좋음
└ 요샌 센 컨셉이 대부분이라 피로감 드는데 역으로 잘 노린 거 같음
≫ 이청현 천재냐?
잠깐만 들었는데도 멜로디 개쩌네
└ 청현이 진짜 보면 볼수록 대견함ㅠㅠ 작곡 경력 길지도 않은데 매번 좋은 곡 들고 오는 거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함
└ 걍 ㅇㅇㅇ가 밀어주는 거 아니고?
└ 애한테 질투하는 거 추해 친구야;;;;
≫ 유에이 열일하네
화력 안 떨어지게 컴백 주기 조절 잘하는 듯
└ 초반에 푸시 안 하면 언제 해ㅠㅠㅠ 지금 무조건 밀어줘야 할 때임
└ ㄹㅇ 신입 때 빡세게 굴러야 조금이라도 살아남을 확률이 높지ㅠ 1년 지나갔는데도 못 뜨면 회생하기 개 힘듦
아직 까빠가 붙지 않은 덕인지 게시판엔 대체로 좋은 글뿐이었다.
이럴 땐 유명하지 않은 돌을 덕질하는 게 좋았다.
‘이 폼 유지해 줘……. 아니야, 유명해져 줘……. 성공의 단맛을 봐 줘……. 하지만 너무 유명해지진 말아 줘…….’
백해원은 이중적이기 짝이 없는 생각을 하며 핸드폰을 껐다.
관련 글을 더 읽다간 벅차올라서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뮤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밤에 소원을 비는 어린이처럼 백해원은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물처럼 뮤비가 공개되었다.
* * *
영상이 시작되자, 멀리서 들려오는 새 소리를 배경 삼아 회색 후드 티 차림의 정성빈이 걸어왔다.
인적 없는 학교를 지나쳐 뒷산에 오른 정성빈은 어느 나무 앞에 멈춰 섰다.
그러고는 나무뿌리를 누르고 있는 큰 돌을 옆으로 굴려 치우더니, 메고 온 백팩을 열어 모종삽을 꺼내고 축축한 땅을 파기 시작했다.
흙을 파내는 소리가 몇 번 들리고 난 뒤.
삽 끝에 무언가 걸리는 소리와 함께 정성빈의 동작이 멈췄다.
앵글이 땅속으로 바뀌고, 흙을 털어 내는 정성빈의 손과 뻥 뚫린 하늘을 비췄다.
무언가를 꺼내는 정성빈의 손동작과 함께 카메라는 땅속에서 끌어 올려졌다.
정성빈이 땅속에서 파낸 과자 통을 툭툭 쳐 흙을 털어 내고 뚜껑을 열자.
스테인리스 재질의 통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타이틀이 나오고, 노래가 시작되었다.
『알람이 없어도 눈이 뜨이는
아침 해만 봐도 기분이 좋은
그런 오늘』
1절이 시작되면서 화면은 티저에 나왔던 화이트보드 신으로 전환된다.
크게 ‘세상에서 제일 신나게 놀기 대작전!’을 적은 정성빈이 타임캡슐에서 꺼낸 낡은 색종이를 붙이고, 그 옆에는 커다랗게 출력한 놀이공원 전단지를 붙인다.
『맞아, 우리가 약속한 그날!』
정성빈이 정면을 바라봄과 동시에 정성빈의 파트가 흘러나오고, 곧이어 멤버들의 군무 신이 등장했다.
회전목마 앞에서 춤추는 멤버들의 머리색은 현란했다.
그중에서도 샛노란 정성빈의 금발과 박주우의 연한 분홍빛 머리가 단연 눈에 띈다.
『제대로 놀려면
제대로 준비해야 해
꺼 둔 핸드폰
작은 지갑에 선글라스까지
다 챙겼어?
완벽하게 놀 준비, 됐어?』
고풍스러운 집 안 거실의 유리장에서 비싸 보이는 카메라를 몰래 가방에 넣는 강기연과 돼지 저금통을 뜯는 이청현.
여러 벌의 옷을 하나씩 침대에 늘어놓는 최제호와 가방에 음료수를 잔뜩 담는 김이월이 차례로 지나간다.
거울 앞에서 여러 개의 동물 머리띠를 하나씩 써 보는 박주우를 끝으로, 드라마 타이즈는 후렴구의 군무 신으로 다시 전환된다.
『노는 게 제일이잖아
경치 좋은 곳에서
맛있는 건 원 없이 먹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며
매일을 방학처럼 살고 싶어』
화사하게 웃는 멤버들의 뒤로 비눗방울이 쏟아진다.
2절로 접어들며 멤버들은 놀이공원을 만끽한다.
『착한 어린이에겐 바라는 선물을
멋진 어른에겐 최고의 휴가를
그래 맞아
너와 함께하는 시간도!』
온갖 놀이기구를 타는 멤버들과 친구들을 찍는 강기연, 헬륨 풍선 여섯 개를 사 들고 와 친구들의 손목에 묶어 주는 정성빈이 화면에 담긴다.
이윽고 화면은 우스꽝스러운 선글라스를 쓴 채 찍은 사진과 놀이공원에서 파는 음식을 먹는 멤버들의 사진으로 뒤덮인다.
행복한 시간이 끝난 후, 멤버들은 퍼레이드를 뒤로 하고 놀이공원을 떠난다.
멜로디의 흐름이 정돈되며 후렴구를 향해 서서히 고조되는 동안.
정성빈을 필두로 최제호와 김이월, 이청현, 강기연 다섯 멤버가 외지의 작은 병원을 찾아간다.
그들이 찾아간 병실엔, 박주우가 눈을 감은 채 누워 있다.
『꿈같은 바람이지
그래도 한 번쯤
즐거운 얘기를 나누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매일을 영화처럼 살고 싶어』
정성빈은 박주우의 손목에 놀이공원의 입장 팔찌를 채워 주고, 김이월이 누워 있는 박주우의 머리에 박주우가 챙겼던 머리띠를 씌운다.
이청현이 침대 발치에 헬륨 풍선을 매다는 동안 최제호는 풍선에 ‘박주우 어린이 소원 한 개 달성!’이라는 문구를 적는다.
그리고, 강기연이 박주우의 얼굴 앞에 놀이공원에서 찍은 사진에 박주우를 합성해 넣은 앨범을 보여 준다.
눈을 감고 있는 박주우의 얼굴은, 사진 속에서 마치 의도해 눈을 감고 찍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다.
박주우를 한껏 장난스럽게 꾸며 놓은 멤버들은 박주우의 침대 주위에 둘러앉아 한참을 즐겁게 떠든다.
『지금, 바로 이 순간처럼!』
마지막 후렴구와 함께 초점은 병원에서 점점 멀어지고, 이내 푸르른 하늘을 비춘다.
『With List』
환해진 화면에 다시 나오는 타이틀.
그 타이틀 위로, 커다랗게 동그라미 표시가 쳐지며 영상은 끝이 난다.
* * *
뮤비가 공개된 직후부터 커뮤니티는 제법 불타올랐다.
≫ 오늘부터 청춘의 대명사는 스파크다
그렇게 됐다
└ 뮤비 하나로 서사 완벽……
└ 들여다보면 되게 슬픈 얘긴데 마지막까지 밝은 텐션으로 가져간 것도 좋았음
└ 맞어 신파가 아니라 당연히 친구가 깨어날 거라고 믿는 느낌이 넘 좋음ㅠㅠ
≫ 데뷔한 지 얼마나 됐다고 컨셉 재탕하냐고 해서 미안해
평생 청춘해 줘
└ ㅋㅋㅋㅋ태세 전환 봐
≫ 제목 With you+Wish list여서 With List인 거야?
하 tlqkf
└ 박주우 어린이 소원 들어주러 갈 사람 구함(1/1)
≫ 이번 스파크 뮤비 내용/떡밥 정리(계속 추가 예정)
1. 정성빈이 찾아간 곳은 애들이 예전에 다니던 초등학교 + 정성빈이 꺼낸 물건은 학창 시절 함께 묻은 타임캡슐
2. 회의 장면에서 박주우만 화면에 안 잡힘
3. 애들 준비물 챙기는 장면 보면 다 고등학생 교복 입고 있거나 고등학교 학생증 챙기는데 주우만 혼자 교복 마이에 中이라고 쓰여 있음
4. 놀이동산으로 모이라는 문자 확인하는 애들 폰 중에서 박주우 것만 2G폰임(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전에 사고를 당한 듯)
5. 주우가 챙겼던 머리띠를 애들이 다 같이 쓰고 옴 = 주우는 타임캡슐 열면 다 같이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고, 나중에 어떤 사정으로든 이 머리띠의 존재를 알게 된 애들이 놀이공원에 머리띠를 챙겨감
6. 뮤비랑 앨범 사진에서 박주우 손목에만 자유입장권 팔찌 없음
7. 주우 사진 다 눈 감고 있는 거 → 갠적으로 이게 젤 소름이었는데 주우 머리 길이나 애들 위치가 조금씩 다름(한 번에 찍은 사진 X). 병문안 올 때마다 주우랑 같이 셀카를 찍었던 애들이 놀이공원에서 사진 찍어온 다음 일일이 합성했다는 설정 같음
└ 32초쯤에 타임캡슐 보면 ‘이십쌀에 열기’라고 적혀 있음…… 맞춤법도 잘 모르는 애기 때 만든 타임캡슐을 스무 살 앞둔 고등학생 됐을 때 친구 깨우겠답시고 연 게 넘 애잔하고 슬퍼
└ 아 그런 거였냐고 (이마 깸)
└ XX 주우야……
≫ ㅅㅍㅋ 이번 신곡 들어본 사람?
노래는 진짜 좋은 거 같아ㅇㅇ
라이브가 될까 싶긴 한데ㅋㅋㅋ 듣는 사람은 신남
└ 박주우 씨 사실 녹음하다 몸져누우신 거 아니야?
└ 이거네
└ 윗댓ㅋㅋㅋ 이거네 이러넼ㅋㅋㅋㅋ
반응 좋군. 게다가 대체로 호평이었다.
당장 SNS만 봐도 스파크 관련 최신 글이 눈에 띄게 많았다.
뮤비 분량의 절반가량을 놀이공원에서 찍어서 그런지 캡처분도 상당히 예뻤다.
색감이면 색감, 구도면 구도. 뭐 하나 빼놓을 구석이 없이 잘 나왔다. 머리를 파스텔톤으로 물들여서 그런지 멤버들까지 놀이공원의 일부 같았다.
무엇보다…….
≫ 계절감 ㅆㅅㅌㅊ
들을수록 걍 다 째고 놀고 싶음ㅋㅋㅋ
└ 그니까 딱 5월~초여름이랑 너무 잘 맞아ㅋㅋ 노래도 신나고
└ 이거 약간 그거임 중간고사가 코앞인 학생들의 현실 도피 송
……발매 시기와 곡 분위기까지, 계획한 대로 찰떡처럼 맞아떨어졌다.
덕분에 시험 기간을 맞은 학생들과 어린이도 아니면서 어린이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직장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스파크처럼 인지도가 미미한 그룹은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했다. 그것도 팔이 빠지도록.
뮤비를 본 누군가가 ‘어? 얘네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 때 이탈하지 않고 그룹을 어필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끊임없이 먹여 줘야 한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뮤비와 음원이 공개되는 건 오후 6시. 다음 날 가장 빠른 음방에서 무대를 선보인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뜰 예정이었다.
‘슬슬 마케팅 팀에서 영상 올려 주실 때가 됐는데.’
나는 노트북 하단에 뜬 시간을 확인했다.
6시 5분. 6시에 뮤비를 재생한 사람들이 슬슬 영상을 다 봐 갈 때였다.
그리고 이 시간에 맞춰, 사전에 요청해 둔 대로 스파크 공식 채널에는 왁자지껄 농활 자컨이 올라왔다.
* * *
백해원은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중간고사 성적이 폭삭 망한 탓……도 있지만. 쏟아지는 떡밥이 백해원의 마음을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들었다.
5분짜리 뮤직비디오를 계속해서 돌려보던 백해원은, 이럴 바엔 뮤비 스밍이라도 돌리며 보는 게 낫겠다 싶어 스밍까지 돌리고 50분째 뮤비를 보는 중이었다.
‘애들 얼굴 개쩐다……. 노래도 개쩐다……. 그런데 진짜 얼굴이 개쩐다…….’
가슴속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엔딩의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본업 천재들을 덕질하는 뿌듯함과 고양감을 마지막으로 느껴 본 게 언제였던가.
백해원은 행복이란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깨달았다.
백해원은 광기에 가까운 애정을 잠재우려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자신의 주접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표현을 엄선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많은 지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스파크의 덕질을 함께해 준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으리라.
비장한 마음으로 백해원은 뮤비 감상을 위해 잠시 떠나 있었던 SNS로 돌아갔다.
미처 읽지 못했던 새 글이 백해원을 반겼다.
≫ @spArk_official
어른이들의 신나게 놀기 대작전!
같이 산골 체험 가자!
소원 빈 어른이: 김이월
특이 사항: 취향이 애늙은이인 어른이
[스파크] 2X05XX 산으로 떠나요 도시 친구들 ep.1함께 첨부된 썸네일에선 화려한 꽃무늬 바지를 입은 멤버들 여섯 명이 나란히 카메라를 올려 보고 있었다.
‘ep.1이면 2편도 준다는 거네?’
이래 놓고 편당 10분씩이면 이놈들을 성난 고등학생 설레게 한 죄로 신고해야지.
굳게 다짐한 백해원이 영상 링크를 눌렀다.
그러자, 장장 53분짜리 대형 에피소드가 백해원을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