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98)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98화(98/193)
| 98화. 이벤트 홍보 (3)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지만 우리는 대부분 잠자리에 눕지 못했다.
정성빈과 이청현은 음원 차트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느라 바빴고, 강기연은 첫 방을 앞두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겠다며 옷 방에 틀어박혀 명상을 시도했다.
좀처럼 긴장이라는 걸 하지 않는 최제호와 박주우만 먼저 꿈나라로 떠난 후.
나는 이마를 맞대고 심각하게 차트를 분석 중인 두 놈에게서 거리를 두고 노트북을 켰다.
유입률이 바닥을 치지 않았다면 지금쯤 자컨 관련 반응이 어느 정도 모였을 터였다.
그리고 다행히도 미튜브 영상엔 꽤 많은 댓글이 달려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댓글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 썸네일 정말 살벌하고 웃기네요
조폭 아저씨들이 구속을 피하려고 산속에 숨어든 거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아요
└ 우리 애들한테 왜 그래요ㅠㅠㅠ
└ 하지만…… 너무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 과반수가 미성년자라는 게 안 믿기는 그룹 1위
음, 이 그룹 액면가가 좀 너무하긴 하지.
액면가가 높다는 표현보단 다들 한 성깔 하게 생겼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만, 그거나 그거나.
하지만 썸네일도 너무하긴 했다. 내가 봐도 어깨 아저씨들이 귀촌한 형님네 일손 도우러 간 것 같다.
이게 다 최제호 때문이다. 저놈만 아니었어도 어떻게든 풋풋한 청년층 정도로 어필할 수 있었을 텐데.
≫ 맏형 둘이 ㄹㅈㄷ 쌍두마차네
└ 어디 가서 환불 못 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아닌가? 아니면 말고.
그 밑으로도 새로운 게시글은 잔뜩 올라와 있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번엔 나와 관련된 글이 꽤 있다는 것이었다.
≫ 솥뚜껑 닦는데 팔에 힘줄 보이는 남자 어때
제곧내
└ 이월아 너 그렇게 순진한 얼굴에 흉악한 힘줄 가지고 있으면 무슨무슨 법으로 고소당해
└ 우리 그만 인정하자ㅠ 솔직히 얼굴도 순진하진 않아ㅠ
└ 무슨 소리임?? 우리 이월이 ㅈㄴ 아기고영이 그 자체임
└ 고영이가 하악질 하기 0.3초 전이잖앜ㅋㅋㅋ
≫ 헛소리엔 짤 없지만 귀여움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용인하는 스파크 이월
딴 멤이 파 뽑아 오라니까 양파 뽑아 왔을 때:
제호야 혹시 마트 가서 파 사 본 적 없어? 그동안 양파는 다 눈 감고 먹은 거야?
동생이 토끼 모양 전 부치고 싶다고 할 때:
전을 꼭 그렇게 부쳐야 해? 했다가 청현이한테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잖아요!’ 한마디 듣고 바로 수긍함
세상 쿨하게 생겨서 미의식 높은 거 진짜 어이없고 웃기다 이거예요ㅋㅋ
└ 우리 애 예쁘고 귀여운 거 좋아해요…… 스케줄 다닐 때마다 멤버들 사진 100장씩 찍는다구……
≫ 멤버들 왜 다 팔 토시 끼고 앉아 있나 했는데
이월이가 기름 튀면 안 된다고 팔 토시 씌워 놓은 거더라
그런데 정작 전은 본인이 다 부침ㅋㅋㅋ
이럴 거면 애들 팔 토시는 왜 씌운 건뎈ㅋㅋㅋㅋㅋ
└ ㄹㅇㅋㅋㅋㅋ 애들은 철통 방어해 놓고 정작 아무도 불 앞에 못 오게 함
└ 진심 이 시대의 극성 형아……
└ 극성 형아ㅋㅋㅋㅋㅋㅋㅋ 찰떡이네
≫ 이월이 성빈이한테 혼났대ㅋㅋ
대체 왜 혼났을까 궁금
└ 약간 상상 안 가는데 가는 거 뭔지 알아? ㅋㅋㅋㅋ
└ ㅇㅇㅋㅋㅋㅋㅋ
≫ 아 애들 롤링 페이퍼 읽는 거 자극 과하다
유에이 눈치 있으면 스캔 떠서 전문 올려
└ 제발
└ 제발
└ 제발
≫ 촬영 끝나고 카메라 철수하는 거 도와주는 아이돌
스파크 이월(21세/맏형/보컬)
말로는 아직 잘 시간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하는데 스탭분들 짐 다 치울 때까지 남음
└ 카메라 다 치우고 나서도 바로 안 들어가서 작가님이 폰카로 찍은 거 진짜…… 애 인성이 너무 잘 보여서 좀 울컥했어
└ 그것도 멤버들 다 자는 거 보고 나왔다는 게 너무…… 진짜 너무함 자기 혼자 나오면 멤버들 다 도와주러 나올 거라 안 된다고 함ㅠㅠ 애들 아직 어려서 잘 자야 된다고ㅠㅠㅠㅠ 스파크는 진짜 천사야
└ XXㅠㅠㅠㅠㅠ 이월아 너도 아직 애기야ㅠㅠㅠ
다른 멤버들은 선량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난 아닌데.
난 그냥 뼛속까지 말단 근성이 박힌 것뿐이다.
남들이 일할 때 혼자 자려고 누우면 눈이 감기질 않는 체질인 건데, 이 오해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아, 간혹 상당히 특이한 유형의 반응도 있었다.
≫ 맏형조 피지컬 돌았다
티셔츠에 꽃무늬 바지만 입었는데도 잘생겨 보일 수 있는 거임? 아이돌도?
└ 애들은 서로 꼬라지 보고 깔깔 웃는데 나만 ㅈㄴ 감탄함 다리 개 김 카메라가 끝없이 올라감
└ 저런 바지를 입었는데 폼이 안 뒤지는 것부터 말이 안 됨;;
외적인 부분을 칭찬하는 글 말이다.
잘생긴 놈들 사이에 있어서 덩달아 보정을 받은 건지, 다행스럽게도 ‘와꾸 박살 난 놈 때문에 평균 외모 떡락했다.’ 같은 날 선 글은 보이지 않았다.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래도 욕 안 먹게 해 줬으니 고맙다고 하겠다. 너희들의 빛나는 외모, 영원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런 걸 그냥 내버려 둬도 되는지는 의문이다.
글을 올리는 거야 자유라지만, 괜히 다른 다섯 명에게 향해야 할 관심이 나 때문에 분산되는 것 같아 찝찝했다.
적어도 이분들이 최애는 내가 아닌 다른 멤버가 되길 바라며, 나는 노트북을 끄고 아직도 자러 가지 않은 멤버들을 모조리 방으로 몰아넣었다.
* * *
첫방 날, 우리는 약 2개월 만에 다시 음악 방송 스튜디오를 찾았다.
몇 번 와 봤다고 이젠 방송국도 조금이나마 익숙했다.
오늘은 무려 새벽 사녹이었다. 그것도 새벽 3시.
데뷔 활동 때도 아침 사녹은 몇 번 있었지만 이 정도로 이른 시각은 처음이었다.
직장인 시절, 스파크의 출퇴근길 사진을 수집하던 내게 이 부분은 상당히 많은 궁금증을 안겼었다.
‘새벽 사녹이면 방송국 직원들이랑 스태프들은 몇 시에 출근을 하는 거지?’
‘새벽 4시 사녹인데 입장 체크를 새벽 2시에 한다고? 그럼 방청객들은 2시간 동안 어디 가서 있어?’
‘이날 무대 두 번 했다고? 그럼 지방에서 오는 팬들은 무대 두 번 보려고 전날 밤에 출발하는 거야?’
9시 출근도 좀비처럼 힘겹게 하던 내게 그 열정은 감히 이해할 수 없는 범위의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돌 당사자가 된 지금, 나는 새벽 사녹 일정이 잡히자마자 여러 팬이 올린 새벽 사녹 후기를 정독했다.
인터넷에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애정 가득한 후기들이 잔뜩이었다.
밤 기차를 타고 와 무인 카페에서 사녹이 시작할 때까지 기다렸다는 후기는 기본.
사녹을 위해 휴가를 쓰느라 주말에 대체 근무를 했다는 사람도, 본가가 너무 멀어 아예 숙소를 잡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콘서트도 아니고 단지 무대 몇 번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시간을 내준다는 건 단순한 추진력 정도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엔 역조공을 할까 해.’
아직 정산을 받기 전이지만 내겐 조금씩 오르고 있는 주식들이 있었다. 이 중 몇 개만 팔아도 간단한 간식 정도는 충분히 살 수 있었다.
‘이번 사녹 때요?’
‘응. 아무래도 새벽 사녹은 너무 죄송스러워서…….’
‘그건 그래요. 저희가 3시 녹화니까 팬분들은 더 일찍 오실 거고.’
내 말을 들은 멤버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역조공 회의는 제법 진지하게 이뤄졌다.
‘사실 직접 나눠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그건 안 될까?’
‘아마 회사랑 팬 매니저님들끼리 협의가 되어야 할 거예요. 현장 준비도 절차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회의는 주로 내가 의견을 내면 정성빈이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식이었다.
여기에 다른 멤버들이 아이디어를 보탰다.
‘간식이면 마카롱은 어때요? 여기저기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청현이 네 의견도 좋지만 그거 아마 냉장 보관일 걸? 바로 안 드시는 분들에겐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어.’
‘그렇겠네요. 샌드위치로 바꿀까…….’
‘저는 음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오래 기다리려면 물이나 음료수는 꼭 필요하니까…….’
‘카페에서 기다린다는 후기가 많아서 또 음료를 드리는 게 괜찮을진 좀 고민인데. 성빈아, 넌 주우 의견 어떤 것 같아?’
‘병 음료면 괜찮을지도요. 고카페인 음료를 못 드시는 분도 계실 테니까 커피 하나, 주스 하나 이렇게 준비하고 선택하게 하는 거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열띤 토의를 진행하던 중 최제호가 끼어들었다.
‘가격대는 얼마나 생각하는데?’
‘고민 중이야. 왜?’
‘그럼 호신용 스프레이 하면 안 되나?’
‘스프레이?’
일단 내가 예상했던 품목 리스트엔 없는 물건이었다. 지금까지 찾아봤던 역조공 사례에서도 거의 못 본 것 같고.
하지만 최제호가 왜 이 아이템을 이야기했는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하지, 그거.
‘팬분들 새벽에 계속 밖에서 기다리셔야 한다며. 그 시간에 불 켜진 가게가 많은 것도 아닌데, 좀 그래.’
‘맞아. 너무 위험하긴 해.’
‘돈이야 나눠서 내면 되고.’
최제호가 이렇게 기특한 말을 하다니. 감격했다.
더 나아가 최제호는 일전에 자기가 동생에게 사 줬다는 제품명까지 알려 줬다.
대견한 놈은 최제호만이 아니었다.
이 이야기가 끝난 다음 날, 정성빈은 곧바로 매니저님에게 역조공을 하고 싶다며 꼭 좀 사측의 허락을 받아 달라고 건의했다.
‘사비로 하겠다고? 너희 아직 정산도 안 받았잖아?’
‘이렇게라도 안 하면 저희가 너무 죄송할 것 같아서요……!’
죄송하지.
고작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얼굴 보겠다고 밤부터 기차를 타고 달려와 앉을 곳도 마땅히 없는 데서 몇 시간씩 상대방을 기다려 줄 사람은 팬밖에 없다. 오히려 이 정도도 안 하면 인간성을 의심해야 한다.
팬분들은 저희 보려고 사우나에서 주무신다는데 면목이 없다며 호소하자, 감사하게도 UA에서 이번 역조공은 전액 지원을 해 주기로 했다.
대신 우리는 돈을 아낀 만큼 열심히 손 편지를 썼다. 편지지는 강기연이 하굣길에 엄선해서 사 왔고.
편지를 쓰는 게 순탄하진 않았다.
염려의 마음을 담아 쓰다 보니 감사의 표현보다 잔소리가 더 많았던 것이다.
내 편지는…….
【안녕하세요, 이월입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저희를 만나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안전이 제일인 것 아시죠?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다면 꼭 스프레이를 써 주세요!
인근 경찰서는 대기 장소에서 직진 후 첫 번째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면…….】
……이런 내용의 연속이었다.
‘아니, 형. 공익 광고 대본 써요?’
그런 내 편지를 본 이청현이 경악했다.
그래서 나는 말없이 옆에 있던 최제호의 편지를 가리켰다.
이놈은 나보다 더했다.
【* 스프레이 사용법 *
뚜껑을 벗기고 상대방과 팔 하나 정도의 간격을 확보한 상태에서 쏘세요.
바람 불 땐 꼭 바람 등지고, 눈 조심해요.
근처에서 누가 계속 돌아다니거나 따라오는 것 같으면 통화하는 척하면서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이동…….】
‘형은 무슨 설명서 써요?!’
‘밤이라 제품 설명서 글씨는 잘 안 보일 거 같아서 쓴 건데. 원래 이런 건 잘 보이게 써야 돼.’
결국 나와 최제호는 편지를 다 다시 써야 했다. 그래도 경찰서 위치와 스프레이 사용법은 크게 인쇄해서 편지와 함께 동봉하기로 했다.
그렇게 갖은 준비 끝에, 녹화 날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