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Manager Kim Hates Idols RAW novel - Chapter (99)
김 대리는 아이돌이 싫어-99화(99/193)
| 99화. 제작 발표회
메이크업할 때를 제외하곤 멤버들 모두 뚫어져라 채팅창을 확인했지만 다행히 위험한 일이 있다는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대신 SNS에는 팬분들이 부지런하게 올려 주신 역조공 후기가 올라왔다.
≫ 오늘자 스파크 공방 역조공 후기
음료랑 마들렌만 보고 뭘 좀 아는 놈들인걸~ 했는데
밑에 있던 호신용 스프레이랑 편지 보고 누나 오열했다
심지어 손 편지ㅠㅠㅠ
먹을 거에 눈이 멀어 너희들의 애정을 늦게 봐서 미안해…….
└ 헐 손 편지라니ㅠㅠ 넘 부러워요
└ 최애 제호 차애 기연이었는데 기연이 편지 받았어요ㅠㅠㅠㅠ 본인이 고른 편지지라고 자랑하는 울 애기 진심 볼 뽀뽀 백 번 갈겨야만
└ 기연이는 착하게 살았는데 왜 그러세요
└ 아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신인 남돌 역조공 클래스
새벽 사녹 위험하다고 인당 3만 원대 호신용 스프레이 돌림
+ 자필 손 편지
+ 음료랑 마들렌
+ 공방 포카
└ 클래스 소리 붙을 정돈 아닌 거 같은데…… 흠
└ 이런 댓 쓰는 팬덤 특: 역조공 받은 적 없음
└ ㅋㅋㅋㅋ뭐래ㅋㅋㅋㅋ 짜피 회사에서 돈 내줬다는데 그게 회사 역조공이지 돌 역조공임?
└ 정산받기도 전인 애들이 사비로 하겠다는 거 회사에서 돈 내줬다는데 애들 마음 개무시하고 굳이 굳이 비꼬는 수준~
└ 데뷔할 때부터 팬들한테 조공이나 선물 안 받은 애들입니다ㅠㅠ 팬들한테 조금이라도 더 해 주고 싶어서 항상 노력하는 애들이에요! 예쁘게 봐 주세요ㅎㅎ
≫ 쇼핑백 열자마자 경찰서 지도 나와서 깜짝 놀랐잖아
└ 제법 유니크한 포장지 디자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쩐지 마들렌이 맛있다 싶더니
비싼 데 거였구나……
사녹 왔다가 돌연 인생 마들렌 찾음
기다려 주신 시간에 비하면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닐 텐데.
마음이 울렁거렸다. 죄책감과 감사함, 그런 게 뒤섞인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녹화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닌 듯했다.
“팬분들 너무 힘드시겠는데요? 저희야 대기실에서 기다리면 된다지만…….”
“그러게. 오늘 무대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이청현과 정성빈이 아직도 어두운 하늘을 보며 말했다.
이미 박주우는 연습실 한쪽 구석에서 목을 풀고 있었고.
나는 그런 녀석들에게 따뜻한 물을 한 잔씩 떠다 나르며 말했다.
“그러려면 음 이탈 안 나는 게 제일 중요한 거 알지? 목 열심히 풀어놔.”
“네!”
무뚝뚝한 댄스 라인을 제외한 세 놈은 목청껏 대답했다. 목 아끼라는 내 잔소리는 어디로 들은 건지 모르겠다.
* * *
우리는 새벽 3시가 되어서야 팬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여러분, 그동안 잘 지냈어요?”
“잘 지냈어!”
“새벽 사녹이라 너무 피곤하죠?”
“하나도 안 피곤해!”
우리야 고생해서 기다려 주신 팬분들께 최대한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맞는다지만.
팬분들은 그럴 의무가 있는 게 아닌데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심지어 팬분 중에는 출근 지하철에서 자주 봤던 복장도 있었다.
나는 몇몇 분들을 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직장인분들은 오늘 회사를 어떻게…….”
“오전 반차야!”
“그럼 사녹 끝나고 이따가 출근하시는 거예요?”
“안 하고 싶어!”
“퇴사하려고!”
어떻게 고작 다섯 글자에 담긴 복잡한 심경이 이리도 생생한지.
덩달아 가슴이 아팠다. 이러고 어떻게 또 회사에 간단 말인가. 감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황금 같은 휴가를 저희에게 써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 오늘 무대 정말 열심히 할게요!”
나는 어렵게 말을 골랐다. 이 감사함은 부족하게라도 꼭 표현하고 싶었다.
내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옆에 있던 놈들도 덩달아 허리를 굽혔다. 잘했다, 이놈들아.
촬영 사이사이 쉬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별의별 이야기를 했다.
“염색 잘 어울려!”
“진짜요? 그런데 이월이 형은 너무 진한 회색이라 좀 아쉽지 않아요? 형도 막 초록색 이런 거 했어야 하는데!”
“안 돼, 톤그로야!”
가끔가다 저 옆쪽에서 내가 소환되기도 했다. 다행히 많은 팬들이 이청현의 과감한 발언을 제지해 주었다.
그보다, 어? 내가 회색 머리도 얼마나 고심 끝에 한 건데. 살면서 탈색 처음 해 봤단 말이다.
첫방 착장은 뮤비 의상으로 많이들 한다지만 오늘 스파크는 전원 보이 스카우트 같은 옷을 입었다. 색깔만 싱그럽게 청색 계열로 바꿨고.
“저희 의상 어때요? 괜찮나요?”
정성빈이 묻자 격한 호응이 돌아왔다.
운동하러 다닐 때 외엔 짧은 바지를 입을 일이 없어서 조금 민망했는데. 팬분들은 마음에 드신 모양이다.
어쩐지, 구 스파크 놈들이 한겨울에도 반바지 입고 뮤비를 찍더라.
참고로 이번 음방에서는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어린 스파크 친구들이 타임캡슐에 적어 넣은 소원과 관련된 의상을 입기로 했다.
나, 김이월의 모험가 의상을 시작으로 히어로 의상, 바캉스 의상, 파자마 파티 의상, PC방 단골 고객 의상, 스케이트보더 의상이 차례대로 나올 예정이다.
라인업이 이렇게 된 덴 다 이유가 있었다.
‘히어로 적은 거 누구냐?’
‘난데.’
‘최제호 너 생각보다 의견 개진에 적극적이네.’
집에 마법 전사 소녀 장난감밖에 없었어서 한 번쯤은 용사 가면을 써 보고 싶다는 놈이 있질 않나.
‘주우야, 파자마 파티가 뭐야?’
‘잠옷 입고 맛있는 거 잔뜩 시켜서 노는 거요……!’
사촌 누님분께서 분기마다 친구분들과 즐기셨다는 파자마 파티를 하고 싶다는 놈도 있었고.
‘PC방 단골 고객? 초등학생도 PC방 많이 가?’
‘형, 낮에 PC방 안 가 보셨어요? 거기 완전 방과 후 학교예요.’
‘이청현 넌 아주 그쪽 생태계에 빠삭하구나?’
‘아, 이거 다 강견이 가르쳐 준 건데.’
‘여기서 내 얘기가 왜 나와?’
PC방에서 용돈 다 쓸 때까지 있다 오고 싶었다는 놈까지. 어린이날 하고 싶은 게 많기도 하더라.
그래서 기왕 뮤비에 아이디어를 넣은 김에 옷도 맞췄다.
다음 음악 방송에선 쫄쫄이 입어야 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다. 오늘부터 열심히 회피 기도해야겠다.
이번 곡 어떠냐는 이청현의 질문에는 환호성이 돌아왔다.
그 노래가 불호이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눈앞에서 좋은 반응을 확인한 이청현은 한층 더 기뻐 보였다.
“스파크 녹화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짧은 쉬는 시간이 끝나는 소리와 함께, 녹화가 다시 시작되었다.
* * *
몇 차례에 걸친 녹화는 무탈히 끝났다.
음 이탈을 낸 강기연이 패닉 상태에 빠질 뻔했지만, 그동안 연습해 온 마인드 컨트롤 방법 덕분에 녀석은 다음 녹화에서 실수를 전부 만회했다.
나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겉으로는 크게 티 내지 않고 녹화를 마친 녀석의 등을 툭툭 두드려 주었다.
본격적으로 활동이 시작됨에 따라 오늘부터는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갈 예정이었다. 음방 하나가 끝났다고 숨 돌릴 시간은 없었다.
“저희 ‘도전! 삶의 체험’ 미팅 촬영도 여기서 하죠?”
이번 활동 첫 예능 촬영이 당장 오늘 오전부터였다. 같은 방송국이라 이동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간 스파크가 나갈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많지 않았다.
아이돌 그룹 자체도 넘치게 많은 데다, 셰프, 운동선수 등 다양한 직군에 있는 사람들까지 방송에서 활약함에 따라 방송가에서 굳이 아이돌 게스트를 부르려는 움직임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스파크에겐 TV 프로그램의 출연이 필요했다.
아무리 방송 플랫폼이 다양해졌다지만 음악 방송과 더불어 지상파·공중파 예능은 포기할 수 없는 홍보 수단이니까.
지금까지는 나갈 만한 예능이 없는 걸 자컨의 물량 공세로 대체했다.
활동기에는 주 단위로 자컨을 업로드하는 데다 단체 라이브 방송은 아무리 못해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씩은 했고, 활동기 유무와 관계없이 한 달에 한 번은 전 멤버가 개인 콘텐츠를 올렸다.
여기에 개인 라이브 방송이나 멤버의 개인 콘텐츠 추가 업로드를 더하면 그 수가 상당했다. 적어도 동 시기에 활동하는 그룹 중에서는 스파크의 동영상 업로드 주기가 압도적으로 짧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걸 자컨으로 대체하다 보니 부작용도 있었다. 외부 채널에서의 유입률이 낮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자컨은 퀄리티를 아무리 높인다고 해도 기존 예능과 퀄리티적으로 비교하기 힘들다. 당장 카메라 화질만 해도 그랬다.
거기에 멤버별 개인 캠, 장비의 기술력, 사용 가능한 예산 등만 따져 보아도 차이가 여실할 거였다.
가뜩이나 돈 없는 UA에서 자컨 예산 끌어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방송 프로그램도 한번 신세 져 보고 그래야지.
그런 생각으로 이 예능 저 예능 알아보던 내 눈에 띈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도전! 삶의 체험’이라는 프로였다.
연예인들이 여러 직업을 체험해 보는 예능, ‘도전! 삶의 체험’.
이런 단순한 예능 프로가 콘텐츠 대홍수 시대에도 살아남은 덴 다 이유가 있었다.
≫ 담주 도삶 예고 뜸
홍대에서 탕후루 팔기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벌써 개빡셈
└ 예고편만 봐도 느껴지는 정신 없음……
출연한 연예인은 주변에서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직업을 체험한다.
일일 권장 근로 시간인 8시간 풀타임으로.
다시 말해,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별로 효과는 안 좋은 극한 직업 체험 알바라는 뜻이다.
연예인이 자신과 같은 일을 해 보고, 강도 높은 노동량에 공감하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프로그램 취지 자체가 여러 노동 현장을 체험하는 것이니만큼 사회적으로도 여러 차례 언급이 되었다.
≫ 너네 개인적으로 도삶 레전드편 뭐라고 생각해?
환경미화 편 VS 물질 편
└ 어렵다……
└ 난 개인적으로 물질
└ 환경미화 편이 노동 강도랑 사회 인식 다 잡은 ㄹㅈㄷ편이라고 생각해! 이 편 나오고 나서 학교에서 시각 자료로 엄청 많이 썼다고 들었어!
화제성? 합격.
컨택이 성사될 여부? 높음.
프로그램의 건전성? 말해 뭐 해.
그래서 나는 곧바로 기획 팀의 문이 박살날 때까지 두드렸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험난한 삶을 체험하고 싶은지 강경하게 어필했다.
그 결과.
“얘들아, 우리 지금 2시간 정도 여유 있거든? 1시간만 자고 바로 부기 뺀 다음 도삶 촬영하러 미팅 룸으로 이동하자!”
스파크는 시작부터 하드한 스케줄의, 첫 예능 촬영기를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