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00
Chapter 100 – 신앙의 의미(3)
에르실은 타고난 승자였다.
에르실은 사랑받는 법을 안다.
다른 이들이 연구할 때, 에르실은 그저 알았다. 감각적인 체득이었다. 어떻게 하면 남에게 사랑받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재능으로 에르실은 어렸을 때부터 사랑만을 받고 자랐다.
그녀의 지위, 재능, 외모. 그것들도 에르실을 사랑하는 사람이 그녀를 더 사랑하게 된 것에 한몫을 했지만, 기본적으로 에르실은 그런 여자였다.
[만인에게 사랑받는 자(B)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메르헨의 장녀 좀 보세요. 기품있고, 빠르게 배우고. 진짜 제 딸이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아요.”
“어쩜. 저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까.”
“메르헨 가문이 다시 부흥을 일으키겠네요.”
에르실에게 인생은 쉬웠다.
다른 이들이 역경을 거치며 힘을 얻거나. 혹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서 겨우겨우 거머쥐는 것들을, 에르실은 너무나도 쉽게 얻었다.
그런 에르실에게 인생이란 게임과도 같았다.
세상의 벽은 너무나도 낮았다.
이 세상은 마치 그녀를 위한 놀이터 같았다.
그녀의 스승을 만나기 전까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메르헨. 천년의 역사를 지닌 제국의 여황 멜라니라고 한다.
스스로를 초월자라고 소개한 그녀는 에르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줬다.
그녀의 한계를 넓혀주고, 그녀가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알려줬다.
에르실이 보는 세계가 넓어졌다.
게임에서 좀 더 난도가 높은 게임으로.
그리고 학교에 다녔다. 한국영웅학교. 세계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 중 한 곳.
그곳은 꽤 흥미로웠다.
자신보다 뛰어난 존재는 없었지만, 자신의 발끝, 혹은 턱밑까지 온 이들이 있었으니까.
조금 재밌어졌다.
한 소년이 나오기 전까지.
이서하.
시련의 탑 기록을 모조리 경신한 한 소년을 보기 전까지.
그는 처음부터 모든 게 흥미로웠다.
모든 것을 알 것 같다는 자신의 스승은 그 소년이 쓰는 힘을 보자마자 비명을 질렀다.
모든 이능을 무시하는 힘을 가진 천마.
그는 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밌었다. 호기심을 갖는 것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이 호감으로 변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림자 뱀도 별거 아니지?”
어려운 시련을 이 정도 쯤이야-라며 넘기며.
“마인이 움직인다는 말이 있는데, 도와줄래?”
마치 미래를 보는 듯이 움직인다.
“나는 어때요?”
대놓고 유혹해도 유혹당하지 않는 게 더 마음에 들기도 했다. 그가 진리라는 것을 알았을 때, 놀라기는 했지만,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도 했다.
‘뭐, 불가능 할 것 같지는 않네.’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은듯한 남자였다.
이대로 차근차근 호감도를 쌓아가면서, 에르실은, 에르실 메르헨은 훗날 이서하를 가장 빨리 낚아채기 위해서 조신하게 행동했다.
폐는 끼치지 않는다.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그의 호감을 최대한 산다. 폐를 끼치더라도, 더 많은 보상으로 무마한다.
그렇게 차근차근 호감도를 쌓는다면, 언젠가는 가능할 것 같았다.
그 과정은 에르실로서 참기 힘들었다.
조금 불쾌해질 정도로. 그러나 에르실은 참았다. 인내했다. 훗날, 그녀가 가장 먼저 달콤한 과실을 먹기 위해서.
모든 것을 인내했다.
이서하가 학생회장을 쳐다보는 눈을 보기 전까지는.
‘진짜 뭐야.’
그건 완전 사랑에 빠진 눈에 가까웠다. 아주 그냥 그녀를 볼 때마다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평소에 무덤덤하게 행동하는 이서하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가 대놓고 호감을 보이던 것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조금 무리하지만.’
에르실은 비즈니스를 빌미로 그와 단둘이 남았다.
성급한 짓이란 것은 자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를 볼때마다 감성적으로 변한다.
‘뺏기기 싫어.’
어린아이 같은 감상.
그리고 학생회장을 향한 질투.
검은색의 불꽃 같은 것이 에르실을 삼켰다. 그러나 에르실은 절제했다. 만인에게 사랑을 받는 재능. 타고난 감으로 그녀는 스스로를 절제했다.
학생회장을 적대해서 자기에게 득이 없다고 판단한 까닭이었다.
그녀는 이서하를 바라봤다.
“안녕하세요. 진리 님의 파트너, 에르실이 왔어요.”
무표정하지만 슬쩍 진리를 건드리자 표정이 바뀐다. 에르실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싫어하는 표정이지만, 에르실은 저 표정이 좋았다. 보기 드문, 감정을 내뱉는다. 괴롭히고 싶다. 이서하라는 존재를 자신에게 귀속시키고 싶었다.
잠깐 상상했다. 이서하가 자신에게 매달려서 애원하는 광경을.
‘아, 위험해.’
천박한 말이지만. 순간 그 광경을 상상하는 것으로 가버릴 뻔했다.
에르실은 티내지 않기 위해서 설명서를 읽었다. 기존에 있는 물약들과 비교하면, 이서하가 만든 물약들에게 실례일 정도로 이서하의 물약은 뛰어난 효과들을 자랑했다.
“연금술이란 학문에 전환점을 만든 사람이라 그런지 진짜 대단하네요. 이거 비약 하나에 1억에 판다고 해도 살 사람이 넘쳐날 텐데.”
에르실은 진심이 단긴 말을 하면서 몸을 진정시켰다.
“그럼 그 값에 살래?”
“네, 이 정도 비약이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했지만, 왠지 오늘따라 이서하가 더 멋있게 보였다.
“안 줘도 괜찮아.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같은 거니까.”
“이렇게 서비스를 줘버리면 착각할 것 같은데.”
에르실은 이서하를 올려다보았다.
조금 흔들리는 눈. 평소라면 에르실은 여기서 멈췄을 거다.
그러나 오늘은 좀 달랐다.
오늘은 멈추고 싶지 않았다.
“저 이대로 착각해도 돼요? 계속 착각하고 싶은데.”
에르실은 그렇게 이서하에게 고백했다.
*
나는 에르실을 바라봤다.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표정을 연기하는 것을 터득하는 에르실이다.
이렇게 떠는 걸 보면 긴장을 참 많이 한듯했다.
‘아닌가. 떨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가.’
만인에게 사랑받는 재능은 그녀에게 타고난 감각을 준다.
상대에게 어떤 행동을 해야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해 감각적으로 타고난다고 해야할까.
아쉽게도 나는 그걸 꿰뚫어 볼 만한 재능은 없다.
검귀의 감각은 전투라는 부분에서만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에르실을 바라봤다.
‘이건 거절해야 하는데.’
내가 연애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다. 고자인 이유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내게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나도 연애는 하고 싶지만. 연애하면서 이 세계를 지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탁윤일은 말했다.
얼마 안 가서 이 세계는 멸망할 거라고. 맞는 말이다. 탁윤일에게는 처맞는 말이었지만, 그의 말은 일부 맞았다.
‘원래 스토리에서 김서현은 그들 모두를 물리치긴 하지만.’
거기에 인류란 존재하지 않았다.
초월자들 모두 지구에서 갈려나가며 오롯이 김서현만이 살아남았다. 그것이 바로 에픽 월드의 첫 엔딩.
난이도가 그대로라면 상관없다.
아무것도 없어도, 무슨 수를 써서 아득바득 올라올 방법이 있으니까. 내 육성을 포기하고 김서현에게 몰빵하는 전략도 있다.
문제는 벌써부터 상격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나박천부터 시작해서 얼마 전에 이벤트에서 조우했던 인어 창술사까지.
‘속도가 너무 빨라.’
원래라면 상격은 이제 슬슬 드러나는 존재다. 맛보기처럼, 주인공 앞에 나타나서 상격이 얼마나 강한지 나오는 수준.
그러니까 연애에 허비할 시간은…….
“쉿.”
에르실이 조용히 내 입을 검지로 막았다.
“아직은 마음이 없는 것 같으니까. 말하지 마요.”
“…….”
“미안, 이라고 안 해서 좋네요. 아직 가능성은 있는 거니까.”
에르실의 눈이 반달을 그렸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서하 씨가 지나온 행적을 바라보면 항상 다급해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찡긋-하고 한쪽 눈으로 윙크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에르실과 헤어지고.
나에게 보답을 주고 싶다는 성한별에게 오히려 더 물약이나 비약등을 챙겨준 다음 나는 펜트하우스로 돌아왔다.
평소라면 흑천과 함께 훈련하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
침대 위에 멍한 표정으로 누워 있었다.
이 세계는 게임 세계가 아니다.
게임의 세계가 이렇게 현실감이 넘칠 리가 없다. 이 세계의 인구는 100억. 그들 모두가 자기 생각을 갖고, 자기 생각대로 움직인다.
그리고 나는…….
나는 눈을 감고 재능, 정심을 켰다. 우울해지는 기분이 강제로 평정심에 이른다.
우울함은 위험하다.
한 번 우울함에 빠지면 그 감정에서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나는 억지로 평정한 마음으로 컴퓨터를 켰다.
즐거운 거 몇 개를 찾아다녔다. 오늘이 쉬는 날은 아니지만, 나는 쉬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는 핸드폰을 둘러봤다.
인터넷 뉴스 란을 봤다.
[무적 롯데. 모든 팀 중 가장 빠르게 10연승 달성. 이번에도 통합우승 가능한가?]ㄴ너, Black mamba?
ㄴ단수매 해킹해주겠어.
뉴스도 별로 재밌는 게 없어 보였다.
연금술 길드로 들어갔다. 내 찬양 글이 가득했다. 그러나 찬양 글도 별로 재미없었다.
‘쇼핑이나 할까.’
나는 다차원 상점을 열었다.
미리 사려고 생각했던 재능을 눌렀다.
염상의 불꽃(S-)
사실 이건 고민을 좀 했다. 염상의 불꽃은 정신력을 이용해서 사용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능력은 간단하다.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힘에 불꽃의 성질이 깃든다. 예를 들어서 역천은 부정한 힘이다. 이 힘에 ‘태운다’라는 성질이 깃든다.
‘소모하는 힘은 념과 같이 정신력이고.’
이 세계에서 정신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시너지가 강력하다는 말과 동의어다.
나는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바깥으로 나가서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현혹의 무면탈을 착용하고, 후드티를 입었다. 탈을 가리기 위해서 후드를 푹 뒤집어썼다.
그러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나는 달이 희미하게 비추는 길거리를 따라 마인 사냥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