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08
Chapter 108 – 흑천(5)
‘이놈 하나인가?’
나는 감각을 돋구었다. 내 주변으로 반경 30m 내에 포착되는 존재는 없다. 하성휘를 제외하곤 말이다.
이상했다.
나치 제국이 가진 강함의 원동력은 개념개조의 능력 때문이다.
그로부터 탄생한 것이 바로 마도병(魔道兵).
제국 자체가 외계의 존재들과 거래해서 병사들을 마기로 물들인다.
마기에 물든 병사들은 그 존재 자체로도 위험하다. 마인보다 올라가는 능력치는 적지만, 이지를 잃지 않는다. 그리고 병사 중에서 몇몇은 마인들의 힘을 능가한다.
그들이 가진 무기들 역시 마찬가지.
이 세계에서 화기는 유용한 무기가 아니지만, 나치제국이 사용하는 화기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화기가 유용하기는 하지만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 하격의 괴수를 잡는 것조차 중대 단위가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나치 제국은 상격까지의 존재가 화기를 사용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가진 화기는 상격마저 격살할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휘. 근처에 다른 존재가 있나?”
“……없습니다.”
하성휘의 말에 나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었다. 빌헬름이란 놈은 진짜로 단독으로 왔던 것이다.
나는 놈의 시체를 바라봤다. 몸의 절반이 잿더미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그들의 몸 절반은 개념개조 덕분에 만들어진 마도병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념으로 놈의 휘장을 들어 올렸다.
나치 제국을 상징하는 독수리 형태의 문양. 이것을 모아서 가져가면 나치제국의 원한을 가진 어떤 존재가 아이템으로 바꿔준다.
혹시 몰라서 총도 챙겼다. 나치 제국이 가진 개념개조로 바뀐 총은 마도병만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내가 쓸 수는 없지만, 적에게 들어갈 위험보다는 나으니까.
“그런데 진짜로 단장하고 싸울 건가요?”
“어.”
“……단장은 위험해요.”
하성휘가 우묵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당신이 가진 힘은, 잠재력은 단장 이상이야. 어쩌면 머지않아 초월의 경지에 이를지도 모르지.”
“존댓말.”
“……어쩌면 머지않아 초월의 경지에 이를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 단장을 적대하면 당신은 지금 죽어요.”
“그렇겠지.”
아무것도 없이 여단의 단장을 상대하기는 버겁다.
단장은 최상격이다. 그는 최상격 이상의 괴물이기도 했다. 초월의 경지를 이룬 초월자들과 어느 정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괴물이기도 했다.
나는 하성휘를 슬쩍 쳐다봤다.
그녀는 나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고 있었다. 절대 명령 덕분이었다.
“단장은 진짜 위험해요. 초월자와 싸워도 밀리지 않아요. 그는 먼 옛날에 대륙을 집어삼키려 했었던, 흡혈종의 후예니까요.”
“알고 있어.”
김아라가 거인족의 피를 이었고.
교감 선생은 드워프의 피를 이었다.
혈통능력이 발휘된 이들은 정말 까다롭다.
그저 혈통이 좋다는 이유로 특수 스탯이 개화되며, 그것을 다룰 경우 개념 스탯까지 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위천의 여단이 강한 이유도 거기서 기인한다.
흡혈종의 능력은 남에게 자신의 피를 나눠 줌으로써, 상대의 잠재능력을 끌어올린다. 동시에 그 존재는 자연스럽게 단장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그들이 외계에 존재에게 힘을 받지 않아도 강한 것은 그것에 기인한다. 대신할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어쨋든 오늘 탐사는 여기까지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어딜 가는 거냐.”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낯익은 목소리다.
나는 조용히 흑천을 꽉 잡고 시선을 돌렸다.
“쯧, 이래서 여자는 믿으면 안 돼. 봐봐, 저놈 얼굴에 헬렐레해서 정작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잖아?”
핏빛과도 붉은 머리를 흩날리는 장발의 남자가 있었다. 피부는 까맣게 불태웠으며 눈동자가 핏빛을 머금었다.
하룬.
적탑주의 목을 노렸을 때, 부단장과 함께한 인물이었다.
“오랜만이지?”
씩-하고 웃으며 하룬이 말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은 없지만, 우리는 무인이지. 칼을 맞대는 것으로 말을 하는 수밖에 없다.”
“여전히 단순무식하군.”
“흥, 무인의 마음가짐이다. 너도 사실 쌓여있는 것을 안다. 네놈의 검은 짙은 살기를 지니고 있으니까.”
하룬이 대검을 들었다. 대검에 기가 응축되면서 경파를 이루고, 경파를 이룬 기가 칼날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내 불길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검염(劍炎).
상격에 끝자락에서만 쓸 수 있는 힘. 최상격 부터 쓸 수 있는 파멸의 빛인 검강의 전 단계. 그것은 맞대는 것으로, 검기를 흐트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검기가 아닌 것이라면 갑옷이나 무기들을 갉아 먹는 힘.
수호자의 갑옷도 저 힘은 버티기 힘들다.
‘대충 이격 까지는 괜찮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뼈를 주고 뼈를 취하는 수법도 괜찮다.
휘릭.
하룬이 대검을 한 바퀴 돌렸다. 그리고 도약.
“간다!”
하룬이 대검을 힘차게 들어올렸다. 나는 흑섬보의 묘리로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하성휘 역시 뒤로 물러났다.
“이 미친놈이!”
“하하! 여단의 배신자에게 들을 말은 아니지! 그리고 네년은 언제 한번 죽이고 싶었다!”
하룬이 광소하며 웃었다.
“미친놈.”
하성휘가 짧게 대꾸했다. 그녀가 분홍빛의 마력을 손에 모았다. 그녀의 특기는 환술. 하룬은 그런 쪽에 어느정도 내상은 있지만, 그녀의 환술이라면 쉽게 뚫어낼 수 있다.
“하룬이 미친놈이란 것에 동의하지만, 죽게 내버려둘 수 없지.”
별안간 여상한 목소리가 들렸다. 후드티를 입은, 소녀에 가까운 여성이 풍선껌을 불며 이쪽을 바라봤다.
“혼자가 아니었어?”
“이봐, 그런 말을 하면 내가 항상 먼저 날뛰는 놈 같잖아.”
“그래서 틀려?”
“아니, 맞지.”
하룬이 킥킥거렸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고민했다. 하룬과 녹청이 나왔다면 다른 인원들도 올 것이다. 최소 여섯.
‘오히려 실험하기 좋을 것 같은데.’
나는 우묵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마침 안전장치도 있다. 황제가 준 별들을 불러 모으는 힘이 있다.
최소 다섯.
늘면 늘수록 좋다. 그렇다면 일망타진이 가능할 테니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여단의 인원들을 이렇게 투입했다는 것은, 단장의 마음이 급해졌다는 뜻이다.
“다른 놈들은 없나?”
“없어. 라고 하고 싶지만, 단장의 명령 탓인지 이 주위를 포위하는 중이지.”
하룬의 말에 따라 다른 존재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 팔이 없는 외팔이 검객.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검귀, 나박천과 친우였던 존재였다.
그리고 일전에 봤었던 파랑과 마공녀.
마공녀는 조용히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도망치라고 했는데.
‘뭐, 이렇게 됐네.’
-지금은 순순히 잡혀.
마공녀는 거기까지 말했다. 다른 이들이 수상한 낌새를 느낄까 봐 걱정하는 듯 하였다.
나는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다섯 놈.
짝짝.
손뼉을 치며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가면을 쓴 존재가 중앙에 나타났다. 보는 것으로도 주변을 장악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정심(A+)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사실 단원들을 동원하고 나까지 등장하는 것은 과하다 생각했는데. 전혀 과하지 않군.”
“넌.”
“위천의 여단을 이끌고 있는 단장이다. 그리고 위대한 밤의 일족의 진혈(眞血)을 이었지.”
단장은 나를 주시했다.
“연배가 무서워. 30대에 여단의 일원이 되어도 세계가 주목할 텐데, 벌써 여단의 일원을 죽여도 이상하지 않아. 언젠간 초월의 경지에 오를 존재구나, 너는.”
“나도 단원으로 만들게?”
“아니. 그렇게 하기엔 너를 주시하는 존재들이 너무 위험해. 황제와 패왕. 둘 중 하나를 적으로 두는 것도 위험하지만, 그 둘을 적으로 두는 것은 자살 행위거든. 너는 인질이 될 거다. 그리고.”
단장은 하성휘를 바라봤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성휘를 제대로 묶어놨군. 내 능력보다 상위호환인 힘이라니, 흠.”
단장의 목소리가 흥미로 찼다.
“어떤 걸로 묶어뒀는지 말해줄 수 있나.”
나는 흑천을 강하게 잡았다.
“흐흐. 역시 말해 줄 생각은 없군. 얌전히 인질이 되어 줄 생각도 없겠고. 그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상냥하게 대해줄 테니.”
적으로 보지 않는 말투. 그러나 그런 힘을 단장은 가지고 있었다. 단장이 손을 들었다. 여단의 일원들이 조용히 전투를 준비했다.
나는.
흑천마검을 뺐다. 백홍의 힘을 쓰지 않았다.
‘흑천, 준비됐지?’
-물론이다, 주인.
흑천이 나른하게 웃었다.
나는 내장 스킬을 발동했다.
독혼.
독혼은 두 개의 의미로 쓰인다.
혼을 읽는다(讀魂). 그리고 혼을 감춘다(董魂).
혼을 읽음으로 기억을 훔치고, 경험을 배운다. 그것으로 나는 성신안을 배웠었다.
그리고 혼을 감추는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오롯이 나에게만 적용된다. 천마는 거기까지만 바랬다. 내 안전을 위해서 만들어둔 장치이기 때문이기에.
나는 내 혼을 몸에서 감췄다.
동시에 내 몸에 무언가가 들어옴을 느꼈다. 흑천이었다.
-잘 바두어라, 주인.
흑신무의 진정한 힘을.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
“음?”
단장은 분위기가 바뀜을 느꼈다. 위대한 밤의 일족이 내린 피가 그에게 조용히 경고했다. 이곳을 벗어나라고.
‘설마…….’
마공녀는 눈을 부릅떴다. 힘이 폭주하듯이 터져나가고 있다. 이서하의 몸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부정하는 듯한 힘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역천의 기.
천마를 상징하는 힘이 분별없이 날뛰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역천의 기가 통제되며 이서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사르륵.
이서하의 머리카락이 길어졌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 마공녀는 이상함을 느꼈다. 장발을 제외하곤 이서하 본인인데……사람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네놈, 누구냐.”
하룬이 조용히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이서하는. 아니, 흑천은 웃으면서 말했다.
“본녀가 누구냐고?”
사박.
가볍게 한 걸음을 내디뎠다. 위천의 여단은 몸을 움찔했다. 한걸음에 불과했지만, 저 검은색의 기가 자신들을 압박한다. 마치 육식동물을 마주한 초식동물과도 같이.
“하늘 아래의 견줄 자가 없는 검이다(天下第一劍).”
미친.
하룬은 속으로 되 내였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어째서, 고작, 기 따위로 우리를 이렇게 묶을 수 있는가.
“그리고 하늘 마저 흑색으로 물들일 존재(黑天).”
단장은 몸 안에 있는 혈기를 북돋았다.
이건 위험하다. 저 존재는 못해도 초월의 격을 갖춘 존재다. 아직, 아직 싸우면 안 될 존재라는 뜻이다.
‘위험해.’
본능이 경고를 울리고 있다. 죽는다. 이 자리에서 저 존재와 싸우면 죽음만이 남는다. 진조의 피를 이어 강렬하기 그지없는 생명력을 가졌다. 그러나 저 존재에게는 그 힘이 소용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모든것을 부정하는 듯한, 자신들을 오히려 포위한 저 힘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가장 강한 존재(古今第一人).”
하성휘는 생각했다.
언니. 너무 멋있어요.
“덤벼라, 버러지들아. 격의 차이를 알려주마.”
흑천은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