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11
Chapter 111 – 천국(2)
오렌지빛이 창문 틈 사이로 펼쳐졌다.
황혼의 시간대. 서예빈은 금발을 늘어트리며 나를 바라봤다.
“……정말이지. 너는 볼 때마다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세간에서 황제라 불리는 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옅은 웃음을 띠며, 손가락을 길게 뻗었다. 잘린 단장의 머리를 옆으로 툭 쳤다.
“내가 말해두겠다. 악명 높은 위천의 여단을 몰살시켰으니, 수석은 네가 될 거다. 잡소리도 나오지 않게 해주지.”
“감사합니다.”
어처구니 없는 말이지만, 이 학교에서 그녀의 권력은 무소불위하다. 애초에 한국에서도 그녀가 말하면 그대로 되는 것이 황제의 권위다.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서 그녀가 그리 말했다면, 그렇게 되는 것이지.
“이번 교류회에는 나갈 것이냐?”
“네.”
교류회.
한국영웅학교와 미국에 있는 디바인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고 실력 향상을 도모하는 모임의 장.
그리고 미국행은 지금까지 겪었던 것과는 달리, 어마어마하게 힘들 거다.
“그래. 내가 말해두겠다. 너도 꽤 흥미로운가 보구나.”
“……그것도 있고요.”
디바인 아카데미에는 전체적인 수준에서 한국영웅학교보다 격이 떨어진다.
그러나 1학년의 2명은 이야기가 좀 다르다.
김서현의 라이벌격인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고인물 플레이어가 잡은 김서현이 아니라면 거의 확정적으로 주인공을 패배시키는 존재가 있다.
“그럼 교류회는 기대하겠다.”
“네, 기대해 주세요.”
나는 쓰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번 교류회에서 어마어마한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천국이라는 위치에 오르게 한 신들의 죽음이라는 사건이 말이다.
백신전.
그들 대부분이 초월자와 맞먹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격 하나만을 따지자면 그렇다. 그러나 백신 대부분은 자신이 가진 힘을 신성으로 화해서 싸우는 존재들이다.
예를 들어 패왕이라면 백신전의 하위격 신들 10명을 홀로 때려죽일 수 있다.
‘굳이 말하자면 스탯과 스킬은 어마어마하게 강한데, 정작 응용을 못 한다고 해야 되나.’
물론 운이 나쁘면 패왕도 죽을 수 있다. 그들 하나하나가 격은 같기 때문이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교실로 향했다. 교실은 제법 들떠 있었다.
“이번에 교류회면 디바인 아카데미에 들를 수 있는 건가? 기대되네.”
“천국의 시스템을 좀 배우고 싶은데.”
“아서라. 백신들이 직접 나서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고, 효율을 직접 나누는 곳인데. 거긴 진정 평등한 공산주의의 나라야.”
저 이야기를 들으니까 묘했다. 전생에서 미국은 가장 자유로운 나라다운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 미국은 공산주의의 나라나 다름이 없다.
왜냐하면 신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영역이라면 전지에 가까운 힘을 자랑하는 그들은 노력하는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나라로 변했다.
공산주의가 성공하려면 인간들이 위에 서는 게 아니라,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이 인간만을 위해서 행동해야 한다고 했나.
문득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자, 다들 준비하도록. 중간평가가 끝나서 들뜨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제부터 너희는 한국영웅학교의 얼굴이다. 너희의 행동 하나하나가 한국영웅학교를 평가하는 지표가 되는 것이야.”
““네에~.””
학생들이 입을 모아 답했다.
나는 자판기에서 꺼낸 콜라를 따서, 입에 넣었다.
“서하도 가는구나.”
“난 가면 안 돼?”
“아니, 서하 정도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어느새 다가온 김서현이 민초의 눈이라는 괴상한 상표의 음료를 들고 왔다.
“마실래? 이거 맛있는데.”
“……사양할게.”
김서현이 집착하는 음료수라서 한 번 먹어봤는데 그 맛은 정말 끔찍했다. 전생에 있던 x의 눈과 밀크티에 민초를 섞은 맛이었으니까.
진짜로. 정말. 엄청 끔찍했다.
콜라를 홀짝이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멀리서 2학년들이 오는 게 보였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성한별.
내가 성한별이 최애캐라서 찾은 것은 물론……맞았다. 애초에 2학년에는 내가 눈여겨볼 만한 사람들이 거의 없으니까.
나는 성한별에게 다가갔다.
“선배도 교류회에 가시는 건가요?”
“응. 3학년들은 지금 취업준비 때문에 바쁘니까.”
“그럼 수석끼리 같이 잘 지내봐요.”
“……아니. 괜찮아.”
성한별이 나랑 조금 거리를 두었다.
대체 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혹시 내 소문을 나쁘게 퍼트린 삼류 악역이 있나? 그럼 그놈을 죽여야 할…….
“역시 1학년 마성의 남자. 자연스레 학생회장을 꼬시려 하고 있어.”
“나도 꼬셔주면 좋겠다…….”
“…………………………………………?”
주위 학생들의 반응에 나는 당황했다. 내가 누굴 꼬셨다고? 물론 성한별과 이어지면 좋겠지만, 그래도 나는 우선적으로 연애를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이 세계를 구하면서 연애를 하면서 구하기에는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한별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세계를 구하려면 그녀도 구해야 한다. 그럼 어차피 성한별과 이어지면 괜찮지 않을까.
“다들 모인 것 같으니, 내 앞으로 집합하도록!”
서우주 앞으로 학생들이 도란도란 모였다. 나는 팔을 늘어트리며 줄을 섰다.
“학생회장에게 거절당한 게 그렇게 시무룩한 일이에요?”
옆에서 에르실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이야기했다.
“……시무룩한 서하도 귀여운데, 시무룩한 이유가 좀 화나네.”
김아라가 자신의 키보다 더 큰 대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안아줄까?”
“응. 안아줘.”
나는 김아라에게 안겼다. 김아라는 당황했지만 이내,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지, 지금 두, 둘이 뭐하는 거예요! 아니, 그것보다 서하 씨는 고작 그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에르실이 끝에 존댓말도 하지 않으며 혼란스러워했다. 음, 확실히 내가 너무 기죽은 것 같기는 하다. 나는 조금 더 김아라를 끌어안으며 앞을 바라봤다.
죽은 눈으로 나를 보는 서가연이 보이고, 김서현이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홍유화는 자신의 가슴과 김아라의 가슴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아무튼 나는 김아라에게 안긴 채 워프게이트를 바라봤다.
“……가슴 만질래?”
“…….”
“뭐, 뭣! 뭐라고욧!?”
김아라의 느닷없는 선언에 나는 순간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에르실 덕분에 살았군.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가슴, 곤란.”
“……진짜로 많이 아프신가 보네요.”
에르실의 반응이 더 슬펐다.
우우우웅!
워프 게이트가 작동되었다.
이 세계에서는 비행기라는 물건이 사용되지 않은 지 오래다.
후진국이나 전 세계를 적대하는 나치 제국 정도나 쓰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워프 게이트는 설치 값이 어지간한 나라의 1년 치 예산에 맞먹으며, 유지비 역시 어마어마한 예산이 소요된다.
이 워프 게이트는 선진국의 상징이라고 할 정도. 한국은 지역 아래에 영맥이 흐르기에 다른 나라보다 수월하게 설치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값은 어마어마하다.
지이이잉!
푸른색의 공간이 문을 만들어냈다. 반대편 워프 게이트의 풍경이 공간에 녹아들며 그곳을 비추었다.
“자, 그럼 출발하자.”
서우주의 말에 나는 김아라에게 안긴 채 워프 게이트 앞으로 나갔다.
“……네가 황제님에게 총애를 받는 것은 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냐?”
교수 한명이 우리를 제지했다. 김아라가 찌릿하고 쳐다봤다.
“저희 아버지가 패왕입니다.”
“…….”
‘……저희?’
우리는 그대로 통과했다.
가장 먼저. 통일된 복장들이 눈에 띄었다. 검은색의 사제복을 입은 수녀들과 사제들. 그들은 각기 구역을 나눈 채로 정갈하게 있었다.
다른 구역에는 양복에 선글라스를 쓰거나, 하와이안 셔츠에 반바지 등 질서가 없는 일도 있다.
그들의 신에 따라 다른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와, 진짜 장난 아니네요.”
에르실이 슬쩍 내 곁으로 오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깐 입국검사 좀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여기에 오셔서 저에게 몇 가지 질문을 받으시면 됩니다.”
저울의 문양이 새겨진 사제가 말했다. 진실과 거짓의 신도였다. 그 옆에는 붉은 실의 문양이 새겨진 신도가 있었다. 인연의 신이다.
그가 내던지는 질문은 간단했다.
“당신은 천국이라는 나라에 위협을 가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이곳에 위험을 가할 어떤 존재, 혹은 단체와 인연이 있습니까?”
진실과 거짓의 신도가 질문한다. 그것이 진실과 거짓으로 구분되는 순간 인연의 신의 신도가 인연을 찾는다.
그가 어떤 존재와 연결되어 있나, 없나에 대해서 알 수 있다.
‘대비가 너무 좋지.’
그리고 그들은 다른 부패한 공무원들과는 다르다.
백신전에서 직접 관리하는 신도들. 그들은 자신이 신의 도움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정말 무서워.’
그렇기에 미국은 천국이라 불린다.
그렇기에 미국은 절대안전의 나라라 불린다.
“디바인 아카데미에서 마중을 나왔나 보군.”
어느샌가 내 옆에 선 박운혁이 말했다.
“디바인 아카데미가?”
“그래. 아마도 너와 내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싶어서 온 것 같군.”
박운혁이 느끼한 표정을 지으며 오만하게 턱짓하며 말했다.
‘쟤는 또 왜 저래.’
그러고 보니 저번에 탁윤일하고 싸웠을 때, 인연관계가 성립되었었다.
그 관계는 선망이었다.
나는 잠깐 골똘하게 생각하다가 내 상황을 깨달았다.
성한별에게 여자란 여자는 닥치는 대로 꼬시는 바람둥이라고 오해받아서(아님) 김아라 품에 안겨서 위로받고 있는 상황.
‘……여기서 선망이 나올 수 있나.’
박운혁을 바라봤지만, 그는 무슨 일이 있느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아, 그렇군. 한국영웅학교의 클래스를 보여주기 위해서 기선제압을 할 셈인가.”
“……아니, 그럴 필요는 없지.”
“앗.”
김아라 품에서 나왔다. 푹신한 감촉이 사라져서 아쉬웠지만, 정신을 어느 정도 찾았다.
“이젠 괜찮아 지신 거예요?? 아니면, 제 품에 안기셔도 되는데.”
에르실이 생글생글 웃으며 내게 말했다.
“……이젠 괜찮아졌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나는 최대한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