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12
Chapter 112 – 천국(3)
입국심사를 통과한 뒤, 안내를 받으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도착한 장소는 호텔. 들리는 말에 의하면 한국영웅학교 학생들이 머무를 곳이라 5성급 호텔을 준비했다고 한다.
“……와, 진짜 좋다.”
“난 서하랑 있으면 어디든 좋아.”
은근슬쩍 옆에 붙은 서가연이 이서하에게 말했다. 이서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 자리에 앉았다.
호텔의 라운지는 정말 괜찮았다. 슬쩍 주위를 둘러보니 조식을 먹는 곳도 있었다.
배가 고픈데, 저기서 밥이나 먹을까.
“저기서 조식 드시게요? 그럼 저랑 같이 드시는 건 어때요?”
생글생글 웃으며 에르실이 이서하의 반대편에 앉았다. 손으로 턱을 괴고, 예쁜 척을 하면서. 예쁜 애가 이런 짓을 하니까 좀 흔들렸다.
“나, 나도 같이.”
“좋네요. 저희 셋이서 오붓하게 마법에 관한 학문을 나눌까요?”
에르실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별장에서 둘이.”
“흐음. 둘보다는 셋도 나쁘지 않겠죠.”
에르실이 웃으면서 답했다. 실은, 에르실은 꽤 위험을 느끼고 있었다. 이서하는 헛웃음을 흘렸다.
입학에서 1등으로 도착한 결과, 자신은 한국영웅학교에서 육체 단련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간간히 술법을 쓰는 덕분에 나는 마법 쪽 힘을 숨기고 학교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문을 믿는 것이 바로 에르실이고.
에르실은 이서하를 보면서 학생회장을 떠올렸다.
성한별.
고작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이서하가 꽤 무너졌다.
‘그렇게 예쁜 편은 아닌데.’
김아라, 에르실, 홍유화. 이서하 주변에 있는 여자는 이렇다. 이들 셋은 취향의 차이는 있을지 언정, 미모의 수준은 비슷하다. 인류의 정점. 그 이상 예쁠 수 없다. 이것은 에르실 개인의 의견이다.
성한별은 오히려 그 급에서 조금 달리는 느낌.
‘아니, 그건 별로 상관없나.’
에르실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성한별을 보는 이서하의 표정은 마치 아이돌을 영접한 팬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럴까? 가연이도 갈래?”
“응.”
이서하의 말에 서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르실은 사람 좋은 웃음을 띠었다.
서가연. 저 여자도 주의 깊게 봐야 할 인물이다. 이서하가 싸고도는 존재이며, 그녀는 2학기 중간평가에서 당당하게 100위권에 올라왔다.
‘마법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
물론 초월자인 멜라니에게 마법을 배운 자신만큼은 못하겠지만, 굉장히 유능한 인재다. 성장도 하나만을 보자면 한국영웅학교 역사상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좋은 이미지를 가져서 나쁠 것은 없다.
“그럼 디저트는 제가 내기로 하죠. 저희 영국인들이 가장 아름다운 디저트로 선정한 민트초코는 어때요?”
에르실이 웃으며 말하자, 서가연과 이서하는 생각했다.
‘이래서 영국인들이란.’
*
조식을 먹고, 나는 개인실로 들어왔다.
내일부터 디바인 아카데미와 교류회를 가지니 오늘 하루는 마음껏 놀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방 안으로 들어와서 훈련하고 있다.
-디바인 아카데미에 그리 강한 사람이 존재하나요?
‘없어.’
디바인 아카데미에서 최상위권들은 이미 학생이란 탈을 벗어 던진 이들이다.
후반 왕귀가 목표인 김서현과 초반에는 나를 포함해서 그 누구도 승산을 점칠 수 없는 성한별.
디바인 아카데미에 있는 존재는 그 중간에 있는, 초반에는 강하고 중반에는 더 강하고 후반에는 김서현보다 조금 더 약해지는 노루같은 존재다.
-그런데 훈련을 하시는 건가요?
‘슬슬 보이기 시작하고 있어서.’
-…….
영천이 경악하는 것이 보였다. 여우 얼굴인데 저게 도대체 어떻게 보이지.
-설마.
‘어. 상격으로 가는 단초가 보이거든.’
물론 상격이 바로 될 수 있단 소리는 아니다. 벽은 높고 역천의 기의 절대량이 부족하니까.
-상격부터는 세계의 자신의 법칙을 새길 수 있죠.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무엇이든 베는 검같이.
상격은 자신의 법칙을 세계에 새긴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능력들이 파생된다.
이 세계에서 처음 만난 상격인 검귀 나박천은 날카로움을 극대화한 검이었다. 그의 검은 동굴의 벽이든 어떤 것이든 손쉽게 베어냈다.
그 다음은 탁윤일. 손을 늘리는 힘으로 투박하지만 달인답게 싸웠다.
위천의 여단인 하룬은 무도의 마음가짐이라는 패시브 형태의 법칙으로 호승심을 느끼면 느낄수록 상위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법칙이었다.
가장 독보적인 것은 마공녀. 그녀는 수라를 강림시켜 싸우는 힘을 갖고 있다.
‘나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능력.’
다만 현실성이 조금 없었다.
양심이 없는 편인 내가 봐도, 이딴 짓을 한다고? 라는 생각이 드니까.
우웅!
핸드폰이 진동했다. 확인해보니 문자 하나가 있었다. 김서현이 보낸 문자였다.
-김서현
가연이하고 나갈 건데 같이 갈래?
아니-라고 까지 적다가 나는 마음을 바꿨다. 천국에서 일어날 사건을 해결하려면 서가연의 역할이 중요했다.
‘데뷔전.’
나는 그동안 서가연을 숨기고 다녔다. 그녀가 가진 별빛의 마력은 마인들을 절멸(絕滅)시킬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힘이 충분하지 않는다면 마인들은 모두 그녀를 죽이려고 노력할거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채.
-이서하
그래.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톡을 보냈다.
-이서하
같이 가자.
*
우리는 바깥으로 나섰다.
김서현과 서가연은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김서현은 검은색의 나시티에 늘씬한 흰색 바지에 하얀색의 멜빵 모자.
서가연은 오버사이즈 티셔츠에 검은색 반바지를 착용했다.
“서하는 밖에서도 후드티구나.”
“……편하니까.”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입을 걸 그랬나.
-밖에 나가실 때 입는 옷으로도 엄청 괜찮으신데.
‘……어쩔 수 없지.’
에르실이 준 코트 자체가 분위기가 괜찮았다.
“미국은 뭔가 미국 느낌이 나네.”
“미국이니까.”
서가연의 말에 김서현이 답했다.
“음, 좀 더 뭐랄까, 신성한 느낌이 날 것 같아서 말이야.”
“아, 그런 게 있기는 하지. 백신전 때문에 사람들이 종종 그런 오해를 하긴 해.”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세상이 겹쳐지면서 미국은 그중에서 가장 큰 혜택을 누렸다.
백신전(百神殿).
각기 다른 개념을 관장하는 신들이 이 세계에 강림했기 때문이다.
“적당히 선한 사람이라면, 미국만큼 살기 좋은 곳도 없지.”
“……미국이?”
“응. 미국은 신들의 국가니까. 그들은 신의 은총을 입고, 그것을 행정에 도입한 파격적인 국가거든.”
“……신이 행정에 관여한다고?”
서가연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예를 들어서 세금 같은 경우, 미국은 정말 간단하게 세금을 매겨. 우리나라처럼 온갖곳에 있는 편이 아니지. 다만 그 세금의 강도는 정말 강해. 수입의 40~80%가 세금으로 나가니까.”
“으엑.”
서가연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건 일단 접어두고, 세금을 거두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자신이 탐욕을 부려서 세금에 손을 댄다면, 신이 관여해서 그 존재에게 천벌(天罰)을 내리지. 그리고 그 천벌을 받으면 대를 이어도 후손이 신성의 은혜를 입을 수 없어.”
“…….”
“그래서 미국은 ‘공정’해. 가장 이상적인 공산주의 국가지. 한 때는 세계를 평정했던 자유의 나라가 가장 이상적인 공산주의 국가가 된다는 게 웃기기는 하는데…….”
거기까지 말하던 김서현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도둑! 도둑이야!”
“도둑인가.”
도둑으로 보이는 남성이 할아버지에게서 가방을 강탈했다. 그러나 나는 느긋하게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가연이는 아직 못 봤지? 미국이 왜 천국이라 불리는지.”
“응, 그런데.”
“이번 기회에 잘 봐봐.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변했다.
미국은 천국이라 불린다. 하늘의 나라. 그것은 백신전에 존재하는 신들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은 나라의 인원 모두가 ‘전투’를 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빛의 신이시여!”
“불꽃의 신이어!”
“겨울의 여신님!”
주민들이 여기저기서 자신의 신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에게 신앙을 바친다. 그리고 신들은 그에 응답해서 신성력을 내린다.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가장 낮은 사람들까지.
“……저게 뭐야.”
“미국에서는 흔한 광경이지. 신앙이 생긴 뒤로 선행하면, 그 행위로도 신성력이 오르니까.”
그 상승률은 아주 미약하다. 그러나 없는 것보다는 나은 수준.
온갖 사제들에게 공격받고 너덜너덜해진 도둑은 신고를 받고 나온 경찰에게 연행되었다.
“……죽이진 않는구나.”
“미국에 무슨 환상을 가졌는지는 모르겠는데, 미국에서 어지간하면 살생은 하지 않아.”
어지간한 빌런 역시 개심하고자 하는 게 미국이다. 그런 미국조차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마인이 아니라면, 말이야.”
“그렇구나.”
서가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은 무표정했다.
“그럼 이제 우리 어디로 갈까?”
“서하가 가고 싶은 곳?”
내 말에 서가연이 답했다. 김서현이 쓰게 웃었다.
“서하라면 아마 헬스장 같은데 가지 않을까?”
“……내가?”
“응. 훈련 중독이잖아. 이 근처에 헬스장이 자색의 마탑주가 취미로 만들었다는데 한 번 가볼래?”
자색의 마탑주면 중력마법 계열이다.
즉, 그 헬스장에는 몸의 부하를 주는 중력계열 헬스 도구들이 널려있다는 것이다.
“그럼 잠깐만 갈까?”
“……미국까지 왔는데?”
서가연의 말에 나는 멈칫했다. 서가연하고 좀 더 친해지려고 여기에 온건데, 서가연에게 집중해야지.
“가연이는 혹시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
“…………헬스장 갈까?”
서가연이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그렇게 말했다.
나는 슬쩍 시간을 봤다. 이제 곧 점심시간이다. 그러면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즈음이었다.
“흐음, 여봐라 네놈. 네가 바로 한국영웅학교의 수석이냐?”
콧대높은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 나에게 말했다. 말투가 묘했다. 마치 사극으로 한국어를 배운듯한 말투.
“저, 저기. 그, 그런 말은 실례에요.”
가녀린 선을 지닌 성별이 모호한 소년이 말했다. 소녀같이 가녀려 보이지만, 남자다.
나는 이 둘을 알고 있다.
디바인 아카데미에서 김서현의 라이벌 격인 존재가 있다. 이 둘은 그 존재가 나타나기 전에 나오는 존재들.
“안녕.”
뒤에서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시했다. 왜냐하면 저 존재는 꽤 귀찮은 타입이기 때문이다.
엮이지 않는게 상책이었다.
“야, 야! 너, 어디가는 거야앗!”
뒤에서 들려오는 말을 무시하며 나는 김서현과 서가연을 이끌고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