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19
Chapter 119 – 천마
이 세계에는 스스로의 의지로 오롯하게 초월한 존재들이 존재한다.
초월자.
스스로의 좌를 만들어 세상을 굽어보는 일인단신의 괴물. 선진국 중에서도 강대국이 아니라면, 그 나라에서 스스로 신이라 칭하며 신이라 추앙받는 존재들을 일컫는다.
단신으로 나라를 엎어버릴 수 있으며,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국가의 값어치가 올라가는 말도 안 되는 존재들.
세상은 그들을 초월자라 일컫는다.
이 세계에서 10명도 채 되지 않으며, 그들 하나하나가 세계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패왕이 홀로 세계를 누비며, 거슬리는 존재들을 죽인다 할지라도, 국가가 그를 제대로 제약할 수 없는 이유와 동일했다.
‘패왕을 건드리면 빌런이나 마인의 끄나풀이라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느 국가가 자기 나라를 지탱하는 시민을 지키지 않겠는가? 그러나 패왕은 그게 가능했다.
“영감. 어떤 놈을 맡을 거야?”
“흐음, 나는 잔악을 맡도록 하지. 옛날부터 나랑 비교되는 게 퍽 불쾌했거든. 남의 힘으로 나와 같은 취급을 받았으니, 이제 슬슬 주제를 알려줄 때가 되었지.”
“그럼 나는 흉악을 맡지. 나도 영감이랑 같은 의견이니까. 어이, 서예빈. 너는 시민들이나 지켜라.”
“어처구니가 없구나, 망종아.”
서예빈은 그렇게 말하고는 백신전을 바라보았다.
“허나, 이번만은 네 의견에 따라주지. 사태가 심상치 않아. 어쩌면 백신전과 싸울 수도 있겠다.”
“……백신전이랑?”
“왜 그러지? 두려운가?”
“설마. 이 몸이 두려울 건 이 세상에 없다.”
“얼마전에 김아라가 실종되었다고 술마시면서 울던…….”
“喝!!!!!!!!!!!”
“시끄럽다.”
장난스러운 대화.
그러나 그런 대화가 지속됨에도 움직이는 이들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무형의 압박감이 그들을 언제든 짓이길 수 있다는 듯,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흉악은 어둑한 눈으로 그들을 주시했다. 잔악은 입을 비죽이며 우리를 바라봤다.
-거짓된 존재들아. 너희가 우리를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
“거짓된 존재라니. 우습기 그지없어. 외계에 이 세상을 팔아넘기고, 힘을 추구하는 잡것아.”
패왕이 손을 꺽으며 말했다.
-거짓된 존재들아. 이 세계는 원래 그분들의 영토였다. 너희가 그분들의 은총을 받고, 다른 이들을 끌여들여 너희만의 영토를 만들었지. 이제 그분들의 품에 이 땅을 다시 되돌려 드려야 겠다. 오늘은 그 일의 시발점이지.
“속은놈이 병신이지.”
패왕은 길게 말하지 않았다. 이놈들은 광신도다. 매가 약이다라는 말조차도 어울리지 않는다.
“너희들은 항상 주절주절 말이 많아. 덤벼라. 겁먹은 게 아니면.”
-푸핫.
흉악이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박쥐 형태의 날개. 그의 모습은 이내 어둠에 잠겼다.
마인화.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부정하고, 사특하고, 역겨운 마력이 그의 몸을 감쌌다. 몸이 비대해 진다. 외계에서 온 마력은 그에게 세계를 파멸시킬 힘을 내렸다.
-항상 그 콧대를 눌러주고 싶었다. 경계에서는 제대로 싸울 수 없었으니까. 패왕아. 인간들의 세계만을 겪은, 우물안의 개구리야. 우리가 왜 정점에 이른 악이라 불리는지 가르쳐 주겠다.
“우물안의 개구리라.”
패왕은.
웃었다. 우물안의 개구리라. 반은 맞는 말이다. 그들은 초월자다. 일반적인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초월자 사이에서도 그 격은 갈린다. 누가 가장 오롯한 그릇을 만들었는가. 세계에 자신의 법칙을 선명하게 새겼는가. 자신의 심상이 세계를 얼마나 침식하는가…….
세계가 겹쳐지면서 온갖 세계와 이 세계는 결합했다.
무림은 중국과 결합했다.
백신이 거주하는 신전은 미국에 강림했고.
한국은 위대하고 위대한 영웅과 영맥을 얻었다.
독일은 세계 2차대전에서 승리한 나치제국이라는 극악한 적을 만났고.
그리고 패왕은 한 거신족(巨神族)을 만났다.
그의 선조.
세계를, 우주를 떠받들었던 태초의 거신.
그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받았다.
세계가 넓다는 것을 배웠다. 우주를 누비는 존재들을 알았다. 지금은 허락되지 않은 무수히 많은 지식들을 얻었다.
패왕은. 그렇기에 끊임없는 강해질 수 있었다.
손을 뻗었다.
그는 자신의 선조로부터 자신이 어떤 힘을 받았는지, 자신이 어떤 힘을 쓸 수 있는 지 배웠다.
이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소. 자연에 속하는 힘.
사대원소.
그보다 조금 더 근원으로 파고들은 힘.
근원(根源).
순백의 구체가 패왕의 손에 머물렀다.
패왕이 그 다음에 한 것은 간단했다.
흉악의 앞으로 날아가서.
“죽어.”
그대로 흉악의 얼굴에 주먹을 꽃았다.
흉악은 자신의 힘을 얼굴에 집중했다. 그의 근원을 이루는 마를 믿고 저지른 오만한 짓. 근원에 휩쌓인 주먹은 방벽을 꿰뚤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콰아아아아아아앙───!!
주변의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흉악에게 꽃힌 주먹은 막대한 충격파를 동반하며 키로미터 단위로 흉악을 밀어 넣었다.
“너희 마인들의 레퍼토리는 어째 맨날 똑같냐. 외계의 존재, 거짓된 존재. 진짜 지겹다.”
패왕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무식하기 그지 없구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너도 조만간 죽을 테니까.
킥킥거리며 웃고 있는 존재가 보였다. 얼굴은 화상으로 일그러지고, 온몸에는 두드러기 같은 게 부풀어올랐다. 끔찍한 몰꼴.
“들어본 적이 있다. 자신을 혐오한 시선으로 본 세상을 망가트리겠다는 일념으로 신체를 바꾸지 않고 있다고.”
-흐흐. 그럼 내가 어떤 능력을 쓰고 있는 지 알고 있나?
“물론이지.”
천견은 잔악을 바라봤다. 저주라는 부정한 힘을 얻어 도시 하나를 지옥으로 빠트린 일악─.
-이상할 정도로 태연하군? 내 저주는 초월자조차도 고통스러워 하는데.
“그렇다네. 사실 나도 원래라면 자네를 만나기 껄끄러워 했을걸세.”
-설마 예언의 존재를 믿나?
“음, 그 아이는 아직 이 싸움에 끼긴 무리가 있지. 그 아이의 목숨을 바쳐도 고작 최상격의 마인 하나와 동귀어진할 수준이니.”
천견은 그리 말하며 웃었다.
-그럼 흉악이 질 거라 믿나? 흉악은 저래뵈도 자기 목숨은 끔찍하게 아낀다. 이제부터 방어를 굳히겠지.
“설마. 나는 마법사라네. 불확실한 확률에 걸지 않지. 나는 나의 힘을 믿는다네.”
천견은 방긋 웃고는 말했다.
“내가 최근에 흥미로운 존재를 봤거든.”
천견은 손을 들어 올렸다.
부정한 힘이 있다.
마치 자기 이외의 존재를 모조리 부정하겠다는 듯, 검은색의 불꽃이 자신의 저주를 부정하고 있었다.
-……뭐냐. 그 힘은.
잔악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렸다. 본능적으로 저 힘과 자신의 힘은 완전히 상하관계에 놓여 있음을 깨달아 버렸다.
“내가 말해줄 것 같나? 사실 이 힘은 유지하기 굉장히 힘들다네. 거기다가 내가 품을 수도 없는 힘이지.”
이것은 그의 힘을 약간이나마 빌린 거다.
이 힘을 품는다면, 모든 저주나 환술에 면역이 될 테지. 그러나 천견은 이 힘을 품을 수 없다. 자신이 이룩한 찬란한 왕좌마저도 부정할, 터무니 없는 힘이기에.
“그럼 빨리 시작하지. 요즘 늙어서 그런지 이 힘이 내 능력마저 부정하려 하고 있으니.”
천견은 역천을 손에 흩트리며 말했다.
*
‘저게 진짜로 되네.’
싸움이 시작되기 전, 천견은 나한테 말했다.
-자네의 힘을 내가 잠깐 빌릴 수 있을까?
‘네, 그런데 어떻게?’
-잠깐 자네의 힘을 꺼내보게.
‘이렇게 말입니까?’
-이미 몇 번 봤지만, 터무니 없는 힘이군. 잠깐 다루는 것조차도 이리 까다로울 수가.
‘쓸 수 있겠습니까?’
-자네의 도움을 받으면 잠깐. 그러나 쉽지는 않군. 아무튼 고맙네. 나중에 따로 보답하지.
그리고 천견은 실제로 내 힘을 어느정도 다루고 있다.
-힘을 다루는 것 자체는 저도 가능해요. 천마에게 역천의 기를 계속해서 주입받았거든요.
‘……그거 학대 아니야?’
-맞아요. 저는 그래서 서하 님이 엄청 좋아요.
영천이 낑낑대며 내 다리에 볼을 비볐다. 여우라서 그런가. 감촉이 부드러웠다.
나는 시선을 돌렸다. 멍한 표정의 성한별이 보이고, 서가연과 홍유화가 보였다.
“……이럴 거였으면, 우릴 부를 필요가 있었나?”
홍유화가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어차피 우리 도움 없어도 초월자였으면 끝나잖아.”
“아니, 그건 아니야.”
나는 백신전이 있는 위치로 고개를 돌렸다.
공간이 무너진 끝에 순백의 신전이 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음에도 백신전은 침묵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곳에 강림할 권리를 허락받았음에도.
“백신전을 의심하고 있구나.”
“……네.”
“합당한 의심이다. 아마 많은 신들이 갈라졌겠지.”
맞다.
지금 백신전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한다. 최상위권의 신들이 그 사이를 헤집고 있고.
“너는 내가 그곳으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구나.”
“네. 여기도 급하지만, 백신전이 무너지면 여기는 버틸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서가연을 꺼냈군.”
자줏빛의 눈동자가 서가연을 담았다.
“네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 지 알고 있다. 이번 사건을 잘 해결하면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교장 선생님도 비슷하지 않나요?”
“너와 내가 바라는 결은 비슷해도 다르다. 걱정마라.”
서예빈은 그렇게 말하고는 잠깐 나를 보곤 백신전으로 향했다.
“그럼 이제 우리는……?”
“조금 전에 했던 것을 반복해야지.”
나는 마도병들을 가리켰다.
“초월자의 싸움은 초월자들에게 맡겨. 우리들의 싸움은 우리가 끝내야 해.”
“……그렇군. 그래서 나와 서가연을 찾았던 거야.”
“응, 그러니 잘 부탁해.”
“또 어디 가게?”
“어.”
마도병은 성한별과 홍유화 서가연이 있다면 크게 문제는 없을 거다. 중간에 난입하는 존재가 없다면.
나는 흑천을 백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초월자들이 싸우는 곳으로 향했다.
검귀의 감각이 아까부터 경종을 울렸다.
어쩌면 오늘,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