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2
Chapter 12 – 김아라(3)
-당연한 일이지.
이 현상을 흑천마검은 나른하게 답했다.
역천지체.
하늘을 거스르는 이 육체는 마나와 관련된 모든 이능을 거부한다.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상대의 마법을 차단한다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 하물며 저주같은 종류라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지지. 그러나 마냥좋은 현상도 아니다. 아군의 능력을 올려주는 마법이나, 치료를 받을 수도 없다.
‘……그런 것쯤은 예상했어.’
요리, 연금술, 대장장이.
서브 직업은 대부분 저 셋 중에서 고르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연금술을 고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역천지체가 회복이 더디다는 것과 치유마법을 익힐 수 없기에 고른 선택.
“뭐, 뭐야? 저주가 그냥 사라졌는데?”
“무슨 미친 항마력이야? 쟤 사실 거인의 혼혈 같은 거 아니야?”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후, 후후. 과, 과연 이번 대의 수석은 어, 엄청 나군요.”
송라희가 비틀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다음 마법은 쉽지 않을 겁니다. 저 송라희의 오리지널 마법이니까요. 항마력을 부수는 데에 특화된 마법입니다.”
송라희가 마법을 시전했다.
-과연 저건 좀 위험하구나. 흑신무의 흑린(黑鱗)이 아니라면, 어지간한 호신강기는 저 마법에 부서질지도 모르겠어. 항마에 치중된 재능이라, 꽤 독특하군.
“물론, 이건 제 독단적인 결정이니, 이서하 학생은 거부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이것도 당신의 방벽을 파훼하지 못한다면 제가 당분간은 점수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점수를 드리죠.”
“하겠습니다.”
나는 송라희를 바라봤다.
마인이 될지 말지 모르는, 좀 까칠한 교수에서 점수자판기로 보이고 있었다.
송라희가 구체를 던졌다. 그리고 정말 당연하게도,
프스스스…….
내 몸에 닿자마자 사라졌다.
“어, 어라, 이, 이럴 리가 어, 없는데……. 이, 이게 이렇게 될 리가……. 내, 내 마법이…….”
송라희가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안돼. 돌아가, 점수는 내 거야.
***
훈련과 이론 시험으로 정신없이 보내니 어느새 주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영웅학교는 정말 놀랍게도 주말을 일부 헌신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다들 주말이라서 쉬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건강한 육체와 취미가 있어야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는 법.”
이라는 교장의 말 아래에 다들 동아리를 들게 된다.
……다 좋은데 왜 주말을 써야 하냐고.
“여행 동아리 가자. 차라리 주말에 다른 동아리보다 여행가는 기분이라도 내게.”
“게임 동아리는 어때?”
“야구 명문 구단, 롯데 거인단 구경하는 동아리는 어떠냐.”
“꼴데가 뭐? 야구 명문 구단?”
동아리는 많다. 학생에 따라 무조건 하나를 들어야 하며 일요일을 헌납하면 2개까지 들 수 있다.
내가 들 동아리는 간단하다.
오컬트 연구부.
에르실도 이곳 동아리에 들어오는데, 오컬트 연구한답시고 온갖 저주가 걸린 아티펙트들을 들고 온다.
‘서가연도 끌어들여볼까.’
잠깐 고민했지만, 에르실와 접점을 만드는 걸로 그쳐야겠다.
오컬트 연구부라고 써놓고, 서우주 교관에게 제출했다.
“음? 이 부는……인원도 없고, 담당할 교관이나 교수가 없어서 곧 폐부될지도 모르는데 괜찮나.”
“네.”
교관이나 교수는 구하기 쉽다.
수석인 내가 있으니, 어떻게든 끈을 대려고 하는 사람은 많으니까.
“뭐, 너라면 어떻게든 구할 수 있겠지. 정 없다면 나에게 말해도 된다.”
서우주 교관이 인장을 찍었다. 나는 그걸 받고서 자리로 돌아갔다.
“어라, 오컬트 연구부 같은거 좋아하세요?”
“오컬트 연구부? 서하 너 그런 쪽에 관심이 있어?”
에르실이 말하자 옆에서 김서현이 놀라 하며 물었다.
“음, 나는 민트초코 토론회 동아리에 들어갈까 고민했는데, 오컬트 연구부로 갈까?
“어머, 당신 맛이 무엇인 줄 아는군요?”
영국 천재와 한국 천재가 민트초코에 대해 토론한다라.
정말 끔찍하네.
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근데 굳이 따라가시게요?”
“원래 친구들은 그런 거 아니야?”
“굳이 따라올 필요는 없어. 어차피 일요일에 놀거잖아? 토요일은 그냥 각자 좋아하는 취미활동하는게 나아.”
“확실히 그렇네. 그럼 난 민트초코 토론회 동아리에 들어가야지.”
김서현이 콧노래를 부르며 조용히 민트초코 동아리를 적었다.
***
“왔어?”
“……응.”
김아라가 희미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런 깊숙한 곳에 와도 돼?”
“응, 상관없어.”
미리 허락은 구했다. 서우주 교관이 훈련을 위해서 넓은 장소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흔쾌하게 추천해주더라.
“그런데 이런 곳까지 와서 훈련을 하게?”
“그렇지. 내가 너에게 가르쳐 줄 방법은 지금까지와는 좀 많이 다를껄?”
천천히 걸어가면서, 김아라와 대화했다.
패왕은 김아라를 가르쳤다.
다만, 패왕은 김아라를 가르치면서 그녀에게 제대로 전투법을 가르치지 못했다.
“패왕이 너에게 검을 가르쳐 주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어?”
“……음. 있었던 것 같아. 아버지가 말한 결과물과 내가 해낸 결과물이 달랐어.”
그야 간단했다.
패왕이 이어받지 못한 것을 김아라가 이어받았으니.
“아버지가 말한 것보다……내 힘이 더 강하다고 말했어.”
나는 김아라를 봤다.
호리호리한 체형. 길쭉한 보랏빛의 머리카락. 앞머리를 길게 길러 눈의 절반을 가리지만, 그럼에도 미인임을 숨길 수 없는 인상.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느릿하게 말했다.
“내가 말했지. 네 힘은 혈통과 관련이 있다고.”
“혈통…?”
“응, 혈통.”
패왕과 김아라는 이미 사라진 전설적인 존재의 혈통을 잇고 있다.
거인족.
먼 옛날, 용족들마저도 기피했던 ‘무력’을 상징하는 존재.
그 피는 점점 옅어져서, 패왕의 대에서 끊어지려고 했지만, 그 피는 김아라에게 짙게 이어졌다.
조금만 더 성장하면 패왕마저도 그녀의 힘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지금까지 전력으로 무언가를 후려쳐본 적 있어? 온 힘을 다해서, 그 일격으로 힘이 쭉 빠진 느낌은?”
“없어, 그것보다 패왕은 나에게 전력으로 무언가를 치지 말라고 했어.”
“이상함을 느꼈지?”
“…….”
김아라가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어? 더 힘을 내도 상관 없을 것 같은데. 내 육체는 고작 이 정도가 아닌데, 하는 그런 느낌. 아니, 감각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계시같은 느낌.”
“……받았어.”
패왕은 물려받지 못했던,
김아라만이 이어받은 피의 힘.
패왕은 정확하게 거인족의 혈통을 절반만 이어받았다. 그들이 가진 근력만을 말이다.
김아라는 다르다.
김아라는 패왕과 다르게 거인족들이 지닌, 생체인자를 물려받았으니까.
“그럼 이번에 한 번 있는 힘 없는 힘, 짜내서 때려봐.”
이건, 김아라가 실제로 깨달은 방법이기도 하다. 훗날, 그녀가 가진 거인의 피를 노리는 마인과 싸우면서 그녀는 피의 존재를 자각했다.
“도착했다.”
연무장에 도착한 나는 바닥을 발로 툭툭 치며 말했다.
“할 수 있지?”
“어.”
김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거인의 칼을 들었다.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 않은 크기.
문자 그대로 ‘거인’의 칼. 그것을 김아라는 젓가락을 들듯이, 가볍게 들었다.
우웅!
검이 흔들린다. 보랏빛의 마력이 김아라의 주변에서 용솟음쳤다.
나는 나무에 등을 대고 바라봤다.
끼익.
마력이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김아라는 고요한 눈으로 거인의 칼을 강하게 쥐고, 자신의 머리 위로 올렸다.
-잠깐…….
흑천마검의 표정이 바뀌었다. 어디 한번 구경해보자-라는 눈빛이 경악으로 가득 찼다.
김아라는 검을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그것에 기교 따위는 없었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고 하지만, 너무나도 강한 강함은 그 모든 것들을 짓이기기에.
쩌어어엉────!!!
검이 내려쳐지자 공간이 비명을 지른다. 내려쳐 진 검에 목적지에 있던 모든 것이 ‘힘’이라는 것에 부딪혀 가루마저 남길 수 없었다.
그 종착지는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 대지가 움푹 패여 있었다.
그 속에서,
김아라는 웃고 있었다.
팔에서는 피가 흐른다. 혈관이 터진 듯, 팔 곳곳에서 피가 뿜어졌다.
그러나 거인이 가진 근원력이 그녀의 팔을 급속도로 회복시킨다. 피가 멎으면서, 점점 팔이 시간을 되돌리듯 회복된다.
조금이지만,
그것으로 김아라의 육체는 더욱 ‘강건’해졌다.
-……미쳤군.
흑천마검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웃으면서 김아라에게 말했다.
“어때?”
“……너는 이걸 알고 있었어?”
“대충. 내가 눈이 좀 좋거든.”
눈을 가리키며 웃었다. 김아라도 웃었다. 조금이지만 섬뜩한 웃음을.
“네가 말한 서가연도 이 정도는 돼?”
“가연이? 장난 아니지. 그래서 지금은 기분이 어때?”
“이상하네. 지난 세월동안 이런 느낌은 처음인데.”
김아라가 툭-던지듯이 소곤거렸던탓에 뒤에 말을 듣지 못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흥미가 동하는 건 처음이네.”
***
연금술 길드.
말이 좋아 연금술사들의 집합체지, 이놈들은 대개 따로 행동한다.
연금술사 대부분이 사교성은 안 기르고 그 시간에 연구하겠다고 날뛰는 놈들이라.
그런데 요즘 이 연금술 길드가 소란스러웠다.
길드를 소란스럽게 한 원인은 단 하나였다. 얼마 전에 가입했던 어떤 인물이 뿌린 레시피 때문이었다.
“이런 황금 배합이 존재했다니, 정말 말이 안 되는 군…….”
“역발상이다. 독과 약은 한끝 차이지. 그런데 오로지 독들을 배합해서 포션을 만들다니.”
“이거 효율은 어떻지? 재료야 구하기가 어려운 것들은 아니지만, 그에 상응하는 효율이 필요한데.”
“어리석은 질문이다. 고작 이 포션을 ‘돈’으로 본다고? 그건 이 레시피에 대한 모독이다!”
모임이 귀찮다면서, 인공지능을 하나 만들어두고 10년 동안 잠적했던 ‘마스터’라는 인물이나, 현자의 돌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알 마그스’, 세계 포션 업계에서 35%의 지분을 가진 포션 메이커 ‘제르멩’까지.
한 명만 있어도 연금술 길드가 발칵 뒤집혀도 않을 인물들이 모여서 토론을 하고 있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마스터. 이 인물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겠지?”
“……모른다.”
“뭐? 인공지능은 네놈이 만들면서 모른다는 소리가 나오나?!”
“진짜로 모른다! 인공지능을 만들었을 때, 제자 놈들이 귀찮게 해서 ‘전자마녀’의 도움을 받고 만든 인공지능이다. 내가 개입하기는 힘들어.”
“이런 미친…….”
전자마녀.
전자속에 사는 마녀다. 그 마녀는 스스로의 육신을 포기하고 전자속에 살기 때문에 그 마녀가 일을 받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
“……어쩔 수 없지. 그가 다시 나타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어쩔 수 없긴 뭐가 없어?! 그때가 되면 업계에 소문이 쫙 퍼지고도 남을 시간이야. 이 레시피를 뿌린 연금술사 분을 암살하겠다고 지랄하는 마인들이 나타날 수 있는데!”
그것은 정말 최악의 상황에서나 벌어질 일이지만, 이미 그들은 경험해 봤다. 마인이나 빌런들 입장에서는 영웅들이 강해지는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그 연금술사 분의 이름은 어떻게 되는가?”
“자네, 그것도 모르는 건가?”
“베리타스라고 하네.”
“…….”
질문을 내던진 이는 말을 멈추었다. 그제서야 그들이 연금술사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단 것을 깨달았다.
진리.
모든 연금술사의 비원을 뜻하는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