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22
Chapter 122 – 천마(4)
-이건 폭주기다.
흑천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단순한 폭주기가 아니야. 이건, 이건 이미 기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기술이지.
‘그 정도야?’
-그래. 주인이 이 기술을 사용한다면 주인은 어지간한 위협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말로는 최후의 한 수가 될 수 있겠지. 그러나 나는 주인이 이 힘을 쓰지 않았으면 한다.
‘왜?’
-이 힘은 너무 위험해. 흑신무의 근간을 이루는 흑정을 파괴하는 것으로 시작하니까. 주인, 이건 흑정을 파괴함으로써 ‘미래’를 포기하고 얻는 힘이야.
흑천은 폭주기를 그렇게 평가했다.
미래의 얻을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능성을 현재로 불러오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가 없어. 어째서 이런 기술을 만든 거지? 흑정을 과부하 시켜서 일 순간 능력을 올린다. 그것 자체는 할 수 있을지라도, 흑정을 파괴해? 어째서?
‘진정해.’
-전대 주인의 생각을 알 수 없군. 그릇의 확장이 아니야. 이건 그릇을 한 번 깨트리는 거다. 그릇을 부수고, 다음으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야. 한순간을 위해서, 그릇을 부숴버리고, 주인의 성장을 제약하는 기술이란 거다.
흑천은 그리 말하면서도 내게 폭주기를 가르쳐 줬다.
그녀는 자신이 흑천마검에 귀속되어 어쩔 수 없었다는 말과 함께였다. 아마 무언가 제약 같은 것을 걸었단 거겠지.
-그러니 이건 쓰지 마라. 그릇은 한 번 깨지면 단단해진다고 하지만, 흑정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부서지면 그대로 끝이야. 그 다음은 주인의 역천 지배력으로도 겨우겨우 깨진 상태의 불안정한 흑정을 가진 상태일거다. 초월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야.
흑천은 몇 번 더 당부했다.
‘그리고 그 제약을 걸어서 내게 가르치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고.’
폭주기, 천마강림을 쓰는 순간 나는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간 상태에서 적공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릇 이전의 목숨이 위험한 처지니까. 아마 천마도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그런 기술을 만든 게 아닐까.
나는 폭주기를 발동한 준비를 했다.
-네놈들이 보기에는 과히 가분한 힘이다. 영광으로 알고 뒤져라.
[세계침식]그의 말이 세계에 새겨진다.
화악!
동시에 그의 가슴팍에서 붉은빛이 뿜어졌다. 더없이 불길한 빛이었다. 하늘이 적색으로 침식되며, 건물들 아래에서 촉수 같은 것이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기사단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것이 유쾌한 듯, 칼리아는 웃었다.
[마라천굉지옥도(魔羅天轟地獄道)]칼리아의 말이, 심상이 세계를 침식하기 시작했다. 반경 50m. 피로 물든 하늘이 떠 있으며, 곳곳에서 촉수 비스름한 검은색 기둥들이 솟았다.
세계에 자신의 세계를 씌운다.
그것으로 최상격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 이곳은 자신의 권능으로 이루어진 장소.
이 상태의 칼리아는 상대하기 힘들다. 1년 후인 김아라와 서가연이 있어야만 했다.
“이서하, 라고 했지.”
길리엄이 내 옆에 서며 말했다.
“한? 번. 단 한 번의 일격으로 어떻게든 길을 뚫어보겠다.”
“……"
“너는 도망쳐라. 너는 고작 이런곳에서 죽으면 안 돼.”
길리엄이 굳은 표정으로 기사단을 돌아봤다.
“미안하다. 타지의 일에 목숨을 걸게 만들 일을 만들어서. 그리고 미안하다. 부족한 나 때문에 너희가 목숨을 걸게 만들어서.”
“괜찮습니다, 단장님. 뭐, 멋대로 하시는 게 한 두 번이신가.”
“어차피 이곳에서 죽어야 한다면, 살릴 사람은 살리는 게 맞죠. 그리고 저 소년이라면, 언젠간 복수도 해줄 테니.”
기사단들이 신성을 모으며 얘기했다. 저마다의 무기를 든 채.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굳건한 의지를 담은 채였다.
-우습구나. 이곳에서 내가 빠져나가게 둘 줄 아느냐? 그것도 가장 탐이나는 그릇을?
칼리아는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쿠우우웅!
붉은 하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열리기 시작했다. 완전히 열린 무언가는 거대한 눈이었다.
새빨간 동공. 그것이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눈동자가 우리를 바라봤다. 강렬한 압박감을 느꼈다. 격 자체를 한 단 계 강제로 내리는 듯한 힘.
왜곡.
그것은 공간의 왜곡만을 뜻하지 않는다. 법칙에 있는 힘을 왜곡해서 자기 입맛대로 뜯어고친다.
터무니없는 힘이지만 최상격쯤 되면 이 정도의 힘은 발휘한다.
나는 심장 위에 손을 올렸다.
흑신무로 역천을 조율했다. 역천이 질주했다. 흑정이 비명을 지른다.
이 이상하면, 네가 위험해 질 거라는 듯이, 경고를 마구 울려대고 있었다.
‘어쩌라고.’
어차피 여기서 이걸 쓰지 않으면 죽을 목숨이다.
그리고 설사 죽는다 하더라도, 칼리아의 숙주가 되지 않겠다. 내 삶은 내가 결정해. 네까짓게 결정 할 수 없다. 설사 내 목숨이 꺼지더라도.
쩌적.
심장 부분에서부터. 무언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며 이내 그것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너, 멈춰라!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을 깨달았는지, 칼리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살려주마! 네가 얌전히 있겠다고 한다면, 저들을 모두 살려주겠다.
거짓말이다.
칼리아가 나를 숙주로 삼는다면, 저들을 차근차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죽이겠지. 놈은 그런 놈이다. 마인들은 전부 그런 놈들이다.
파직. 파직. 파직.
흑정에 금이가면서, 그것이 이내 비명을 지르고 부서졌다.
두근.
동시에 흑정에서 무진장에 가까운 역천의 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흑색의 부정한 힘이, 법칙을 거슬러 올랐다.
*
‘……뭐지.’
칼리아는 이서하를 바라보며 경계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흠칫했다.
‘내가 고작 중격을 경계한다고?’
칼리아는 그것을 깨닫고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심지어 이곳은 자신의 심상이 세계를 침식한 공간.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진 권능의 일종. 이곳에서 자신은 무적이나 다름이 없다.
초월자라도 시간 단위로 버틸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칼리아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존재가 일어섰다. 그것은 다만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부정한. 검은색이 인간의 형체를 가졌다. 이서하의 모습은 없다.
그저 까만색일 뿐인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칼리아는 자신이 경계한 원흉을 알 수 있었다.
저건, 마인에게 치명적이다.
한 순간 모두의 이목을 이끌어, 손짓만으로 천 단위의 마도병을 지워버린 정체 모를 힘하고 비슷한 종류의 힘이었다.
그것이 마인의 죽음을 긍정한다면, 저것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힘이었다.
“마지막 발악이냐?”
“기분이 이상한데. 육체가 사라진 것 같아.”
칼리아의 말에 이서하 였던 것은 그렇게 말했다.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자신 따위는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였다.
“아니, 오히려 여기라서 이런 힘을 낼 수 있는 건가. 한계 자체가 부서져 버린 느낌인데.”
이서하 였던 존재는 잠깐 자신의 격을 헤아려 보았다.
억지로 가능성을 열어젖힌 힘.
그리고 이서하는 깨달았다.
이 공간이 자신에게 굉장히 친숙한 힘이라는 것을. 이곳에서 폭주기를 사용했기에 이 격에 닿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곳에 있는 마기가 자신의 격을 한 단계 높여줬다.
‘……이러면 얻기로 한 것보다 다른 걸 더 얻고 싶어지는데.’
훗날이 있다면 말이다.
이서하는 조소하며 가볍게 손을 올렸다.
쿠구구궁─!
하늘을 가득 채운 거대한 눈동자가 강제로 닫히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나온 눈이 자신을 주시했다. 어쩌라고. 이서하는 입꼬리를 올려 비웃어 줬다.
-뭣? 어, 어째서 눈동자가?
“……맙소사.”
길리엄은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건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칼리아가 외계의 존재에게 힘을 받아 눈동자를 열었지만 이서하가 손짓으로 닫아버렸다.
저 상태의 이서하가 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음을 뜻했다.
“천마(天魔)라. 대충 이런 뜻이군. 마기를 내 멋대로 다룰 수 있는 힘이라니.”
이서하는 그리 중얼거리며 한 걸음 내디뎠다.
흑천일보(黑天一步).
또각.
한 걸음. 그저 한 걸음을 걸었다. 그러나 이서하는 어느새 자신의 옆에 있었다.
그 존재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사선을 가볍게 넘어섰다.
‘미친! 이런 말도 안 되는!’
최상격이다.
심지어 자신의 심상을 이 세계에 구현했다. 초월자조차도 자신의 공간에서 이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팔을 휘둘렀다. 파멸의 빛을 둘렀다.
검강.
그리고 외계의 힘을 꺼냈다.
왜곡.
여기에 심상을 더한다.
핏빛의 하늘에서 마기가 내려오고.
칼리아가 자신의 힘을 개방했다. 여섯 개의 팔 주변이 왜곡되며 검강이 입혀진다. 공간을 찢어발기는 힘이 이서하에게 향했다. 이 힘 자체는 어지간한 도시마저도 잿더미로 만든다. 파괴력만을 따진다면, 핵폭탄과 비견되는 위력을 갖고 있다.
이서하가 가볍게 손짓했다. 여섯개의 팔과 손짓이 부딪쳤다.
퉁.
가벼운 소리. 그러나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칼리아의 여섯 팔이 손짓에 가루가 되어버렸다. 잿가루가 흩날린다. 손짓은 칼리아의 몸통을 그대로 관통하며 거대한 구멍을 만들었다.
-……이런 건 있을 수 없어.
허망한 목소리로 칼리아가 중얼거렸다.
잿가루가 흩날렸다. 혈천이 닫히기 시작한다. 이서하는 자신의 존재가 흩어짐을 느꼈다.
혈천이 닫히면서 격이 줄어든다. 마라천굉지옥도가 그의 격을 한 단계 올려준 상태였으니까.
동시에 존재가 흩어진다.
폭주기의 시간이 끝나갔다.
‘끝인가.’
뭔가 억울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이도가 너무 미친 거 아닌가? 자신이 아니었다면 여기서 최소 초월자 세 명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개념 스탯 역천이 20 증가했습니다.]‘……오.’
이서하는 무심코 감탄했다. 어마어마한 역천의 양에. 이 정도면 역천이 거의 2배는 될것 같은데.
최상격은 과연 달랐다.
그러나 슬프기도 했다. 이젠 흑정이 깨져버려서, 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거기까지 생각에 미치자, 역천이 멋대로 심장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이건?’
-설마 이걸 벌써 쓸 줄은 몰랐는데.
흑천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와 분위기가 다른 형태로. 그리고 자신이 어느 순간부터 순백의 공간에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 중앙에.
흑색의 왕좌가 있었다. 흑천은 익숙하게 앉아 있었다. 다리를 꼰 채, 흥미로운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고 있었다.
‘아니, 저건 흑천인가?’
분위기가 달랐다. 비슷한 분위기를 찾자면, 패왕에 가까웠다.
군림하는 자의 아우라가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그것도 제멋대로 군림하며, 자신의 앞을 막는 것은 부숴버리겠다는 파천의 의지를 담은 채.
“안녕. 만나서 반가워, 후배. 정식으로 소개할까?”
그녀는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천마. 10대 천마이며, 흑신무를 창시한 초대 교주. 그리고 이몸이 바로 흑천이다.”
마치 어마어마한 비밀을 밝혔다는 듯 즐거운 미소를 띤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