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39
Chapter 139 – 사도(5)
죽음의 씨앗은 사도 중에서도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
그것은 그의 신명대로 죽음의 힘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찮지.’
일격 하나하나가 치명적이다. 저것에 공격당하는 순간 즉시 죽는다.
게임 속에서는 느릿하지만, 범위가 넓으며, 모든 공격이 즉사기. 자칫 잘못하면 중요한 인물들이 죽어서 후반에 가지 못하게 되는 원흉이라 뉴비 절단기라고 불리기도 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외계에서 온 침입자 주제에, 놈들은 이곳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든다.
영역.
사도가 위험한 이유 중 하나다.
마치 새하얀 도화지에 검은색의 물감을 떨어트리듯이. 그들이 이곳에 강림하는 순간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그곳이 극도로 심한 곳을 바로 경계의 안. 칠악이라 불리는 이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마인들이 강해진다. 괴수들은 외계에서 온 존재들을 찬미하며 마기를 받아들여 마수로 변한다.
그래서 보통은 사도가 강림하는 순간 어마어마한 수의 영웅들이 강림하지만.
‘하필 중국이지.’
영웅의 수는 거의 없으며, 영웅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탐욕에 젖은 빌런에 가까운 존재들이다.
중국을 위할 영웅은 극소수.
이곳에서 격전을 벌일 때, 마인들이 들이닥치지 않음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흐읍!”
다리에 힘을 몰아넣고 힘껏 도약했다.
파아아앗!
바람을 가르며 가속도를 일으켰다. 정령의 속삭임으로 발판을 만들고 한 번 더 도약. 하늘을 가리는 거대한 흑색의 씨앗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씨앗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저것에도 자아가 존재한다. 그저 씨앗은 나를 자신에게 위해를 끼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할 뿐.
나는 입을 비죽이며 역천의 기운을 흑천에 불어넣었다.
-끼릭?
그제서야 씨앗이 내 존재를 인지했다.
‘뭐지?’
반응이 이상했다. 당황했다거나, 그런 감정이 아니었다.
내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씨앗이 나를 반가워하고 있다고.
‘상관없어.’
내 목적은 사도를 저지하는 것이다.
발검.
백홍에서 뽑힌 흑천이 흑빛의 검광을 일으켰다. 흑천에 경파가 응축된다. 흑경.
흑빛의 검광 위에 씌워진 경파가 휘몰아치며 씨앗의 가운데를 베었다.
푸화아아아악──!
거대한 폭음을 울리며 씨앗이 크게 짓뭉개졌다. 부정한 힘, 역천의 기는 사도에게도 통하는 힘이었다. 사도의 몸뚱아리를 부정하며 흑염을 동반했다. 겉의 부분이 갈라지며 순간 내부를 보였다.
그러나.
‘얕아.’
그러나 내부는 멀쩡했다. 내 공격력이 부족했다. 상대의 몸집이 너무 크고 단단한 것이 그 이유였다. 아직은 개화 상태였기 때문이다. 사도들은 개화의 단계를 넘기면 강력한 힘을 행사하지만, 씨앗인 상태에서는 그게 불가능했다.
그러나 초월자들 정도가 아니면 씨앗의 방어를 뚫을 수 없다.
‘해볼 만 해.’
직감적으로 이걸 뚫기 위해서는 더 강한 공격을 해야 함을 깨달았다.
-쿠웅?
씨앗이 당황한 것이 느껴졌다.
피해를 본 것보다는 내가 어째서 자신을 공격하는 것에서 오는 당황스러움과 비슷했다.
촤르르르륵!
씨앗에서 촉수들이 튀어나왔다.
어지간한 사람의 두께를 지닌 촉수들이 수백줄기에 달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이내 나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휘리릭!
촉수들이 길쭉하게 늘어지며 나를 공격했다. 아니, 나를 공격한다기보다는 잡으려는 의도가 강했다.
“후읍.”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흑염휘성신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근원이, 불꽃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흑천을 뒤덮는다. 맹렬하게 타오르는 흑염이 크게 부풀어 오른다.
흑천을 크게 휘둘렀다.
흑천을 두른 흑염을 크게 베어내면서.
화르르르륵!
촉수들을 모조리 불태웠다.
‘부족한데.’
촉수가 대부분 탔다. 그러나 그 이유가 뭔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찝찝한 결과였다. 나를 다치지 않기 위해서 제압하기 위해서 생긴 일이었다.
‘이건 이용해야 하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승산이 보이지 않는다. 역천지체가 된 이후로 이렇게까지 암담한 것은 처음이다.
‘패왕이 오지 않아.’
사도가 등장하고, 내가 사도와 대치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평소의 패왕이라면 눈치를 채고도 남았겠지만, 지금까지 오지 않았다는 뜻은 그가 오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패왕에게도 무언가 생긴 일이란 뜻이다.
그리고 패왕을 묶어둘 만한 패는 많지 않다. 어쩌면 패왕의 목숨이 위험에 달할지도 모른다.
눈을 감았다.
다른 초월자들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 큰 일격을 날릴 수 있는 다른 존재들이 필요한데.
“서하야!”
아래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안색이 창백한 김서현과 김아라.
‘다행인가.’
한 번의 일격으로 따지자면 상격에 근접하는 김아라와 무예부터 마법까지, 온갖 것의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김서현이 있다.
나는 흑익을 꺼냈다. 부정한 외날개가 펼쳐지면서 착지.
그리고 김서현과 김아라를 바라봤다.
“패왕님은?”
“지, 지금 아버지가 요녀라고 부른 존재와 싸우고 있어.”
김아라가 창백한 안색으로 말했다.
요녀.
칠악 중 한명이다. 환상 마법과 주술의 대가. 그녀가 직접 움직였다면 사도가 등장한 게 이상하지 않기는 했다.
그리고 요녀가 직접 나섰다면, 틀림없이 그녀 혼자 있을 확률이 높았다.
‘불행 중 다행인가.’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문득 헛웃음이 흘렀다. 사도만 해도 어마어마한 역경인데, 칠악까지 등장한 것이라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가 없는데. 요즘 고난밖에 겪지 못해서 뇌가 맛이 갔나.
“저 씨앗 같은 것은 뭐야?”
“사도.”
“……저것이 사도?”
“응, 미안하지만 설명은 나중에 해줄게. 지금은 그것보다 저걸 막아야 해.”
“저걸 막아야 하는구나…….”
암담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김서현이 말했다.
김아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는 아공간에서 그녀의 키만 한 돌검을 꺼냈다.
“도움이 필요한 거지? 도와줄게.”
“많이 힘들 거야.”
“괜찮아.”
나만 믿으라는 듯이 김아라가 나를 바라보며 굳건한 눈으로 말했다.
“고마워.”
나는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김서현을 바라봤다. 김서현이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감고는 낡은 검을 꺼냈다.
분노의 검, 그람.
“해방.”
김서현이 조용히 읆조리자 그람에서 휘광색의 빛이 번쩍였다. 다시 드러나는 것은 순백색의 검─.
순백의 검을 들고 김서현이 결연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도. 나도 도와줄게.”
떨리는 목소리가 점차 잠잠해졌다. 나를 바라봤다. 김서현의 눈동자에는 신의가 가득했다. 마치 내가 있다면 이것조차도 이겨낼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이 눈에서 묻어나왔다.
‘……동경이었나.’
그녀와 나의 인연 관계가 떠올랐다.
나를 동경하면 동경할수록 그녀의 능력치가 오른다. 이건 정신도 해당하는 것 같았다. 고마울 따름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큰 일격을 먹여줘.”
“어느 정도?”
“있는 힘껏.”
전투 중이라 대화는 짧게 했다. 김아라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큰 구멍을 내면 되는 거지?”
“어.”
“그럼 내가 거슬리는 건 모조리 쳐낼게. 아라랑 서하가 큰 상처를 내.”
“알았어.”
김아라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씨앗을 보며 생각했다. 저건 절대로 한 번에 죽일 수 없다. 누군가가 내부로 들어가 내부에서부터 저 존재를 헤집어 쓰러트려야 한다.
‘그리고 그건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이곳에서 오롯이 나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저 존재가 사용하는 모든 기술을 알고,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초월자보다도 내가 더 잘한다고 자부한다.
“가자.”
휘리리릭!
내 말에 씨앗이 반응하듯이 촉수를 다시 만들어서 휘둘렀다. 김서현이 눈을 반개하고는 검을 휘둘렀다. 순백색의 휘광에서 용이 튀어나왔다.
구천구룡신결(九天九龍神訣).
아홉 하늘을 지배했던 절대자가 만든, 지금은 잊힌 무공이 김서현의 손에서 재현되었다.
화르르르륵!
거대한.
하늘을 집어삼킬 듯이 거대한 염룡이 휘광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지간한 아파트보다도 큰 염룡이 입을 벌리며 모든 촉수를 태웠다.
나는 김서현을 바라봤다. 조금 전의 일격으로 안색이 굉장히 창백해져 있었다.
‘무리한 일격이야.’
김서현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휘광에서 한 마리의 용이 나왔다. 날개가 달린 기다란 몸뚱아리. 풍룡이었다.
“타고, 가. 풍룡이가 가장 빠를 테니까.”
“어.”
나와 김아라는 풍룡 위에 탔다.
파앗!
풍룡이 바람을 가르고 한순간에 질주한다. 김아라가 조용히 호흡했다.
우웅!
가장 낮은 단위의, 모든 것을 끊어내는 힘을 끌어올렸다.
거인의 검이 김아라의 힘에 반응했다.
거대한 돌덩이를 검의 형태로 만든 것의 날이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것은 백색의 검으로 변했다. 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것.
그것은 무게와 크기를 늘리기 시작했다. 풍룡의 질주가 거인의 검을 버티지 못하고 속도가 줄기 시작했다.
끼익.
검이 거대해진다. 30m를 넘어서 50m. 그리고 그것마저 넘어서 100m라는 말도 안 되는 크기로.
“갔다 올게.”
김아라는 풍룡의 머리를 밟고 위로 뛰어 도약했다.
수십 개의 촉수들이 김아라를 노렸다. 김아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것마저 베어버리겠다는 듯 검을 뒤로 젖히고.
위에서 아래로 대각선으로 베어내었다.
어떠한 묘리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앞을 막는 것은 모조리 베어내겠다는 김아라의 의지가 검에 깃들었다.
김아라는 모든 힘을 다해서 100m에 이르는 거검을 휘둘렀다. 참격이 함께하며 검은색의 씨앗을 베어내었다.
서걱─!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참격이 모습을 드러내며 씨앗의 중앙 부분이 미세하게 갈라졌다.
김아라가 추락한다.
내가 도약하자 풍룡이 김아라를 받치기 위해서 내려갔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검은색의 씨앗은, 사도는 상처를 수복하지 않았다. 근원력이 사도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더라도 역천의 기를 버텨내었던 존재다. 이 존재는 회복할 수 있음에도 회복하지 않았다.
나를 만나기 위해서.
‘그렇다면 끝장을 봐주마.’
쩌어어어억!
씨앗은 입을 벌렸다. 나는 거리낌 없이 몸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안돼에에!”
뒤에서 이어지는 외침을 무시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