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47
Chapter 147 – 연금(6)
나는 훈련장에서 서가연과 합을 맞췄다.
더 정확하게는 변신한 서가연이 별빛의 마력을 열고, 나는 흑염휘성신을 돌려서 그녀의 마력과 동조했다.
우우우웅!
역천이 별의 마력에 동조한다. 별빛이 역천의 힘에 동조한다.
‘역시 맞았어.’
역천과 별빛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었다. 가끔 그런 힘이 있다. 마력을 개화하면서 서로가 운명처럼 이끌리는 힘들이 존재했다. 태양의 마력과 달빛의 마력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우우우웅!
역천이 별빛에 더해진다. 별빛이 역천에 더해진다. 서로의 힘이 뒤섞이면서, 그 힘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증폭한다.
‘너무 빨라!’
힘이 증폭하는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그 밀도도 흑염휘성신을 이루는 역천의 기 이상일 정도였다. 하얀색과 검은색의 기가 섞이면서 그것은 점차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쿠우우웅!
-맙소사, 이 힘은 대체……?
-주인, 멈춰라! 이건 위험해! 바깥으로 내보내면 어마어마한 재앙이 될 거다!
영천과 흑천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나 역시 놀랐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증폭하던 힘이 주변을 휩쓸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체 모를 회색의 힘은.
후웅.
이내 그 모습을 감췄다.
‘뭐지.’
나는 멍한 표정으로 잠깐 힘이 휩쓴 자리를 쳐다보았다.
서가연이 눈을 떴다. 그녀도 새로운 힘에 흥분했는지 잔뜩 들뜬 기색이었다.
“방금 건……?”
“우리가 가진 힘인 것 같은데.”
“서하와 내 마력의 궁합이 좋은 것 같은데. 태양의 마력과 달빛의 마력처럼.”
서가연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게.”
“아, 혹시 그것 때문에 내가 서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건가?”
서가연이 태평하게 말했다. 마음을 느낀다라. 조금 오글거렸다. 하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나는 앉은 채로 조금 전에 있었던 회색의 힘을 떠올렸다.
‘무슨 힘이지?’
내가 본 적이 없는 힘이었다.
천마는 창세를 연 신이 주관하는 힘이라고 했다. 어쩌면 그에 준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그 힘은 순간 내가 오싹할 정도로 위험한 힘을 내포하고 있었으니까.
‘영천은 신기한 듯이 말했고, 천마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지.’
둘의 반응은 상반되었다.
그리고 힘에 대한 반응을 보았을 때, 경지가 가장 높았던 천마의 반응이 정확하리라. 그렇다면 그 힘은 위험한 힘이 맞았다. 천마조차도 경악스러워야 할 힘이라…….
띠링.
[흑염휘성신(?)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불가해의 재능(A-)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재능, 동조(B)를 깨우쳤습니다.]‘……뭐?’
재능, 열람이 보여주는 알림창을 보다가 나는 내가 조금 전보다 더 쉽게 동조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재능이 굴러들어온 것이다.
‘고작 한 번 동조했다고 재능을 준다고?’
나쁜 재능도 아니다.
유파가 같은 무인이나, 같은 마탑의 마법사들이 일 순간 힘을 증폭시키기 위해서 쓰는 동조는 다루는 기의 힘을 조금이나마 강화해주니까.
그것보다 재능을 얻기란 정말 힘들다.
나타나는 것으로도 초월자들이 움직일지 모르는 영약이나, 혹은 타고나는 것이 재능이기 때문이다. 나야 다중차원 상점이라는 능력이 있어서 제법 쉽게 얻는 편이지만, 이게 없다면 일반인들은 관련된 재능을 얻기 위해서 10년 이상을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등급은 고작해야 D등급.
“한 번 더 해볼까?”
“하, 한 번 더? 응, 하자.”
서가연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어디서 붉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 번 더 집중했다.
우우우웅!
역천의 기가 별빛의 마력에 더해진다. 별빛의 마력이 역천의 기에 더해진다.
동조(同調).
우우우웅!
여기까지의 과정은 쉬웠다. 재능, 열람(-)으로 슬쩍 서가연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서가연도 재능을 얻었다. 그래서인지 조금 전보다 수월하게 힘을 다루고 내 힘에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공명(共鳴).
우우우우웅!
힘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한다. 증폭한 힘이 서로의 색으로 물들인다. 검은색의 부정한 힘이 회색으로 변한다. 하얀색 긍정의 힘이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힘에 집중했다. 개념 스탯 역천과 불가해한 재능이 그 힘의 이해를 도왔다.
그 힘은 파멸의 힘을 품고 있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의 죽음을 긍정하며,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부정하는 힘. 상반된 힘을 품고 있는 극도로 파멸적인 힘이었다.
‘이건…….’
불가해한 재능이 회색의 힘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힘은 사용할 수 없는 힘이라고.
더 정확하게는 이 힘은 영웅과 빌런, 괴수들에게 쓸 수 없는 힘이었다. 마치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외계의 존재만을 죽이기 위해서 태어난 힘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힘은 더할 나위 없는 파멸적인 힘.
이 힘을 사용했다면 죽음의 씨앗을 추방이 아니라 진짜 ‘죽음’으로 이끌 수 있는 힘이기도 했다.
후우우웅!
회색의 힘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공으로 흩어졌다. 생각대로였다. 우리 둘의 힘을 이어서 만든 저 존재는 외계의 존재에게만 반응할 것이다.
나는 서가연을 바라봤다.
서가연이 땀에 흠뻑 젖은 채, 나를 바라봤다. 힘이 하나로 변하는 과정을 겪어서 그런가. 서가연이 좀 더 친밀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힘이 더 잘 동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 힘은 서로의 힘의 차이보다는 친밀도의 영향을 받는 것 같은 힘이었다.
……서가연에게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괜찮아?”
“……응. 괜찮아.”
서가연이 숨을 헐떡인 채 말했다. 머리카락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힘이 공명하면서 그녀의 부담이 크단걸 깨달았다.
‘격의 차이인가.’
서가연의 격은 중격. 나는 반쪽짜리기는 해도 상격이었다.
“오늘 집에 들어갈 수 있겠어?”
“응, 나 혼자서도……아니, 오늘은 조금 힘들 것 같네.”
보랏빛의 눈동자에 기대감이 서렸다.
나는 잠깐 고민했다. 아직 한국 영웅학교는 휴교에 있는 상태. 서가연은 집을 왕복하면서 다니기 힘들 것이다. 내 펜트하우스에 데리고 가는 방법도 있지만, 남녀불순교재는 위험하다.
‘남자는 소문이 나도 상관없는데, 여자는 불리해서.’
거기다가 나는 이제 길드를 만들었고 그곳의 장이었다.
서가연은 길드원. 그렇다면 내가 서가연을 집에 데려다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집에 데려다줄까?”
“……응.”
서가연이 잠시 시무룩해 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서가연의 집에 그녀를 데려다주었고.
“……안녕하세요.”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서가연의 부모님에게 인사했다.
‘뭐지.’
어째서인지 나를 노려보는 서가연의 아버님. 그리고 좋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서가연의 어머님.
……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상견례 같은 분위기로 변해버렸다.
나는 서가연을 데려다주었을 뿐인데.
“저희 가연이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학교에서 항상 도와주신다고요?”
“네, 네. 오히려 제가 가연이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바깥에서도 엄청 유명하시잖아요. 미국에서도 그 누구였지…신…….”
“신시아.”
“아, 맞다. 신시아라는 학년 수석도 가볍게 이기시고.”
“상대가 방심해서…….”
“어머, 겸손까지 하셔라.”
서가연의 어머님은 종일 나를 칭찬했다.
“어린 나이에 벌써 길드를 세우셨으니, 오히려 저희 가연이가 부족하죠.”
“아닙니다. 가연이의 잠재력이 워낙 뛰어난 탓에 제가 좀 더 많이 도움받고 있습니다.”
“어머.”
내 말에 서가연의 어머님이 기분 좋은 듯이 웃으셨다.
그에 따라 아버님의 눈초리도 더 강렬해지고 있었다.
……살려줘, 진짜.
*
상견례 같은 분위기가 끝나고,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
“우리 집에 머무르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식사까지 대접받았는데, 잠자리까지는…….”
“쳇…….”
서가연이 뭔가 아쉬운 듯 혀를 찼다.
“아무튼 오늘 신세 많이 졌습니다.”
“신세는 무슨요. 언제든지 놀러 오세요.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시고.”
서가연의 어머님은 그렇게 말씀하시고 집에 들어가셨다.
나는 한숨을 돌리고 하늘을 바라봤다. 어둑해진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부아아앙-! 하고 달리는 바이크 소리도.
“어르신?”
……설화련이었다.
설화련의 옷차림은 심상치 않았다. 몸에 착 달라붙는 라이더 슈츠에 헬멧. 그리고 개조를 했는지 마력이 머물고 있는 바이크가 보였다.
‘Rk-25라고 했나.’
설화련이 이런 쪽에 관심이 많아서, 바이크를 이동 수단으로 사용한다. 최대 속도가 시속 350km에 이르지만 시속에 걸려서 한 번도 최고속도를 내본 적이 없는 비운의 오토바이.
설화련은 헬멧을 벗고 나를 바라봤다.
“어르신이 왜?”
“집에 가는 길이었다.”
“그러시군요. 죄송합니다, 어르신. 마음 같아서는 도와드리고 싶지만, 제가 지금 마인을 추격하고 있어서.”
“마인?”
나는 바로 현혹의 가면을 쓰고 오토바이의 뒤에 탔다.
“도와주지. 바로 가자.”
“네, 넵!”
설화련이 긴장한 표정으로 답했다. 나는 설화련의 등 뒤에서 허리를 껴안았다. 얇은 개미허리. 다른 이였으면 살 좀 찌라고 말하겠지만, 설화련은 극도로 훈련된 암살자. 유연성이나 잠입을 위해 허리가 얇을 수밖에 없었다.
‘게임 속에서도 그렇게 답했고.’
부아아앙!
아무튼 설화련이 오토바이를 움직였다. 움직임은 생각보다 느렸다. 마인이 도망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화련, 좀 더 속도를 높여라.”
“네, 네?”
설화련이 답지 않게 긴장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무래도 몸 상태가 좋은 것 같지 않다. 나는 뒤에서 팔을 뻗어, 오토바이를 잡았다.
“마인은 누구지?”
“저기 맨 앞에 있는 모닝차…….”
나는 앞을 응시했다. 성신안이 마기를 감지했다. 근데 모닝이라니 어이가 없네. 설화련이 어느 정도 여유를 부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꽉 잡아라.”
“네?”
부아아아앙!
나는 오토바이를 가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