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49
Chapter 149 – 그림자의 왕(2)
설화련의 전직은 세 가지의 길로 갈린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극빙의 힘, 얼어붙은 세계를 얻는 것과.
암살 가문의 모든 것을 계승해서 그림자의 왕이 되는 것.
그리고 그 두 개의 힘을 융합하여 최고의 암살자가 되는 길.
당연히 극빙의 힘과 그림자의 왕의 힘을 얻고 두 개의 힘을 융합하는 편이 잠재력도 높고, 더 강해진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저런 종류의 것은 얻기가 너무 힘들다.
난이도가 굉장히 높다.
그림자의 왕이 가진 힘은 얻는 것 자체는 쉽지만, 그것을 개화하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극빙은 설화련이 타고난 재능이지만, 그림자의 왕이 되는 게 까다롭지.’
암살 가문이 세워진 이유는 모든 마인의 멸절이다.
그러나 그 힘은 다른 차원에서 왔다.
암살 가문이 마인들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림자의 왕, 데카론.
그 존재가 암살 가문에 자신의 비전을 넘겼고, 그는 암살 가문의 일원이 자신에게 올 때마다 일종의 시련을 내린다.
‘처음의 시련은 괜찮은데.’
문제는 시련의 난이도가 올라간다는 것과 그림자의 힘이 설화련이 품은 극빙의 재능이란 그릇을 넘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육성이 어렵다. 자칫하다가는 설화련이 가진 극빙의 재능이 그림자의 재능에 먹혀버리기 때문에.
‘뭐, 그건 나중에 해결할 일이고.’
나는 카페에서 서비스로 받은 케잌을 한 입 먹고는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달콤한 맛이 쓴맛에 사라진다. 나는 인상을 작게 찌푸렸다.
“와, 미친. 누구야? 존나 예쁜데?”
“대시 해볼까?”
“저렇게 예쁜 여자가 남자 친구가 없을 리가…….”
“원래 골키퍼가 있어도 골은 들어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연스럽게 눈길이 그곳으로 가니, 설화련이 있었다. 교복 차림이나 라이딩 슈트, 혹은 몸에 착 달라붙는 복장이 아닌, 가녀린 원피스를 입은 설화련이었다.
“……?”
오늘 던전에 가기 위해서 복장 준비를 잘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오해했나 보군.’
생각해보니 오해할 여지가 있었다.
설화련이 내게 다가왔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재능, 현혹의 악마(A)가 주변을 현혹합니다.] [재능, 현혹의 악마(A)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봐봐, 남자친구 있잖아. 골키퍼가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간다고? 절대 안 들어갈 것 같은데.”
“……여자가 오히려 꿀리는 것 같은데?”
“분위기 뭐야…….”
재능, 현혹의 악마 탓인지 설화련에게 쏠린 시선이 내 쪽으로 쏠리고 있다.
나는 재능, 현혹의 악마를 끄자 시선이 조금 가시는 걸 느꼈다.
“어르신?”
뭔가 잘못된 것을 감지한 걸까.
설화련의 목소리가 묘하게 떨렸다.
“오늘은 옷에 힘을 많이 줬구나.”
“예, 어제 옷을 갖춰 입고 나오라고 하셔서.”
“흠, 시간도 있으니 먼저 옷을 몇 개 좀 사도록 하지.”
나는 설화련을 끌고 갔다. 목표는 백화점.
그곳으로 들어가서 설화련의 옷들을 몇 개 사줬다.
평상시에 입을만한 것. 외출 시에 누군가에게 잘 보일 때 입을만한 것. 김서현과 이어주려고 이것저것 생각해뒀던 코디지만, 이 세계의 김서현은 여자다.
“이 정도면 되었다.”
“가, 감사합니다. 하, 하지만 이것들 전부 비싼 옷들인데.”
“걱정 마라. 우리가 너에게 그동안 해주지 못한 것들을 지금 해주는 것이니.”
설화련을 안심시키고 나는 학교 기숙사 주소로 옷들을 보내도록 했다.
설화련은 중간에 옷을 갈아입은 상태. 검은색 블랙 진에 활동하기 편한 검은색 티셔츠였다.
“그럼 슬슬 가볼까?”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네가 기대할 만할 장소다. 일족의 비기(秘技)가 잠들어 있는 장소지.”
“네……?”
설화련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나와 설화련은 움직였다.
장소가 서울인지라 택시를 잡고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달리기를 잠시.
우리는 울창한 숲속에 도착했다. 서울 외곽에 있는 숲. 암살 가문은 굳이 자신들의 비의를 숨길 곳을 이곳으로 정했다.
“이 장소는……?”
“그림자의 힘을 부여받기 위한 장소지.”
원래대로라면 설화련은 겨울 방학 때, 김서현에게 자신의 힘이 못 미친다는 것을 깨닫고 가문의 비의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천신만고 끝에 비의를 얻을 장소를 찾아, 그림자의 힘을 받고 그것을 수련하여, 2학기 기말고사 때, 김서현을 패배 직전까지 몰아세우는 게 원래의 이야기.
나는 그 이야기를 조금 비틀어 보려고 한다.
‘어차피 이제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던전의 위치나 영약, 재능 등을 모두 꿰차고 있지만,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내가 커버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난이도가 한 단계이상 차이가 났었으며, 항상 적들은 내 예상보다 빠르고 강한 이들이 등장했다. 뜬금없는 장소에 있기도 하였고. 그들이 강한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포인트와 물건들을 줘서 나 역시 강해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이젠 모르겠어.’
당분간 마인들은 잠잠해질 것이다.
사도를 소환했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황제도 나와 교감이 강화한 별들을 움직이고 있었고, 천견도 서가연을 자기 제자에게 배우게 하였다. 백신전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나치 제국과 마인들을 견제하고 있었고.
당분간은 잠잠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잠잠함이 사라지는 순간 어마어마한 사건 하나를 터트리면서 오겠지.
그렇기에 나는 최소한 내 주위의 인물들을 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나를 도와주면 좋지만, 최소한 그들의 몸은 그들 스스로가 보호할 수 있게끔 말이다.
우리는 걸음을 옮겨 외각으로 향했다. 외각의 끝부분. 포장된 도로 끝에 있는 자그마한 숲으로 향했다.
“이런 곳에 숨겨둔 건가요?”
“그래. 이곳은 암살 가문에 있던 이의 땅이니 들킬 염려도 없다.”
암중에서 암살 가문을 도운 이들은 많았다.
무수히 많은 빌런과 마인에게 가족을 잃은 탓이었다.
숲으로 조금 더 향하자 벽이 보였고, 이끼가 가득한 장소가 보였다. 나는 흑천으로 이끼를 걷어내었다.
-주인! 나는 이끼가 참 싫다!
‘좀만 참아. 돌아가면 닦아줄 테니까.’
-주인은 내가 닦아주면 뭐든 들어주는 쉬운 여자로 생각하나?! 하지만 이번만은 봐주겠다…….
흑천은 쉬운 여자였다.
나는 이끼를 걷어내고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조그마한 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틈으로 몸을 밀어 넣자, 어둑한 공간이 보였다.
이곳은 그림자의 왕, 데카론이 이곳에 온 이들에게 자신의 힘을 부여하는 장소. 암살 가문이 어떻게 해서든 감추려고 했던, 가문의 비전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공간이 점점 넓어지면서, 어지간한 학교만 한 운동장 크기의 동공이 보인다.
그곳에는 많은 것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그림자들이다. 네가 얻을 힘의 일부기도 하지.”
그림자의 힘은 사실 설화련과 어울리지 않는 힘이다.
극빙의 힘과 맞물리지 않는 힘이기 때문이다. 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강해지는 그림자의 특성상, 그림자의 힘은 홍유화가 더 잘 쓸 수 있는 힘이니까.
……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지금에 와서야 다르지만.
-침입자 발견.
쇳소리가 섞인 듯한 이질감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림자로 이루어진 병사들. 비기를 지키기 위한 그들만의 안전장치였다.
‘수준은 낮네.’
아니, 내가 너무 높아진 것 같다.
그림자 병사들을 보며 흑천을 뽑았다.
흑경(黑硬).
난살법(亂殺法).
흑천에서 뿜어진 역천의 기가 내 의지에 따라 수십 조각의 검기다발이 되어 그림자로 이루어진 존재들을 향해 날아갔다.
-크헉!
-커흑!
쇳소리 섞인 비명을 내며 흑색의 검기가 그림자 병사들을 갈라버린다. 수십에 달하는 그림자 병사들이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갈려버린다.
그리고 회수.
사아아아아!
뿜어진 역천의 기들이 내 손아귀에 다시 모였다.
본디 역천지체의 소유자는 대인전에 특화된 존재일 수밖에 없지만, 나는 이야기가 달랐다. 개념 스탯에 종속된 역천의 회수 덕분.
설화련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 쪽으로 왔다.
“대단하십니다, 어르신!”
“무얼. 별거 아니다.”
훗날 설화련이라면 이것보다 간단하게 적들을 없애버릴 수 있다.
손가락을 뻗어 얼어붙은 세계를 개방한다든가, 혹은 그림자의 주인이 되어 그들을 복종시키거나.
“안쪽으로 들어가지.”
“네!”
우리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쪽에는 자그마한 제단(祭壇) 같은 것이 보였다.
실제로 제단이 맞다. 그림자의 왕, 데카론을 위한 장소였다.
우리는 제단의 앞으로 걸어갔다.
“어르신, 이것은?”
“너에게 새로운 힘을 줄 존재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저에게 새로운 힘을 말입니까?”
“그래. 암살 가문의 비의. 그림자의 힘을 다루는 능력이지.”
“……역시 어르신은 알고 계셨군요.”
“당연하지.”
솔직하게 말하면 조금 찔렸다. 암살 가문에 있는 존재들은 설화련을 제외하면 모두 죽고 없어졌으니까.
그래도 설화련이 강해지는 길이니 어쩔 수 없지.
나는 제단의 앞으로 가서 제단 안쪽에 있는 보랏빛 구슬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가장 어두운 힘을 찾고자 돌아왔느니. 이곳에 잠든 이여. 나에게 평화를 해치는 이들을 절멸할 힘을 주소서.”
후우우우웅!
암호문을 말하자 제단에서 새까만 힘이 몰아쳤다. 그림자로 이루어진 것들이 보랏빛 구슬을 감쌌다.
-네가 나를 불렀느냐.
음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절망이 가득한 목소리.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못하는 망령의 목소리.
“우리가 너를 불렀다.”
-우리……?
시선이 나를 훑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 시선에는 당황이 깃들었다. 그림자의 눈으로 나를 훑어보려다가 역천의 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상황일 터.
-그대는 누군가……?
“조력자. 내 정체는 그대가 알 필요가 없다. 네가 알아야 할 것은 이 아이가 너의 힘을 받으러 왔다는 것 하나다.”
나는 설화련을 앞으로 세우며 말했다.
그림자의 왕, 데카론은 설화련을 바라봤다.
-실로 훌륭한 그릇이다. 극빙의 재능을 품은 아이인가?
“그렇다.”
뒤룩.
눈이 설화련을 훑었다. 그러나 눈동자에 깃든 감정은 내가 예상한 것과는 달랐다. 그는 설화련에게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극빙의 힘보다 나는 내 힘을 더 잘 다룰 수 있는 존재를 찾았다.
보랏빛의 구슬에서 튀어나온 검은색의 눈이 나를 응시했다.
-모든 힘을 부정하는 존재여. 그럼에도 인간이고자, 외계의 적과 맞서 싸우는 천상의 존재여.
“천상……?”
-그래. 오롯하게 초월하여 그 경지마저 초월한 존재가 있었다. 그 존재의 힘을 이어받은 네가 나의 힘을 계승하라.
보랏빛의 구슬이 반짝거렸다.
구슬 주변에 있는 그림자들이 강한 힘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나, 그림자의 왕이 명하노니. 나의 힘을 계승할 존재를 찾았다. 나는 이것으로 안식에 들 자격을 얻었나니.
휘우우웅!
그림자가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했다.
-받아들여라. 극빙을 품은 아이도 나를 온전히 감당할 그릇이지만, 그대만큼 강해지지는 못하리라. 그러니 나는 나를 희생함으로써 이 세계를 구원하겠나니.
데카론의 격이 흐트러진다.
데카론은 진심으로 나를 세계의 구원자로 생각하고 나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설화련에게 그림자의 힘을 조금 주고 말 것을 말이다.
“……이런 미친.”
흑염휘성신은 그림자를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집으로 이사를 온 세입자를 반기는 집주인처럼 흑염휘성신이 그림자를 품었다.
[특수 스탯 영(影)이 생성됩니다.] [어마어마한 격을 가진 존재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당신에게 모든 것을 넘겼습니다. 특수 스탯 영(影)을 50 획득합니다!]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그림자의 왕이 어마어마한 트롤짓을 저질러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