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59
Chapter 159 – 길드
멍하니 눈을 떴다.
보이는 것은 낯선 천장. 새하얀 병원의 천장이었다.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그리고 있던 일들이 뇌 속을 지나쳤다.
‘이겼나 보네.’
악마는 강했다.
도저히 무리하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으리란 것을 깨달았다.
아니, 어쩌면 이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셋 중 누군가가 죽는 결말을 만들어 냈을 테니. 내가 무리함이 옳았다.
나는 눈을 감고 몸을 관조했다. 무리해서 전개한 심상의 반동으로 신체는 박살이 나 있었다. 흑신무로 조율된 육체는 어지간한 무리에도 그 반동을 견뎌냈지만, 이번에는 심각할 정도로 반동이 왔다.
‘……문제는 없군.’
그러나 내 표정은 심각했다.
그 이유는 성한별 때문이다.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으스러졌다. 그런데도 몸이 멀쩡했다. 이런 상태라면 성한별이 자기 생명력을 대가로 나를 살림이 분명했다.
생명전이.
문자 그대로 생명력을 전이하는 능력.
그것으로 남의 생명력을 전달할 수 있지만, 고지식한 성한별이라면 자기 생명력을 쓸지도 모른다.
‘수명이 얼마 남았으려나.’
원작을 기점으로 하자면 지금쯤이면 10년 정도 남았을 거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원작에 비해 사고가 어마어마하게 터진다. 사건의 밀도도 높다. 성한별의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다.
‘걱정해봤자 의미가 없나.’
나는 머리를 털어내며, 침대에 몸을 뉘었다.
지금 걱정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흑신무로 몸을 조율한다. 혈액의 흐름과 방향, 골격의 밀도. 흑염휘성신으로부터 생성된 근원의 흑염이 몸 곳곳을 돌기를 시작했다.
화륵.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태워버린다. 흔히 말하는 신체에 쌓이는 노폐물이 흑염에 태워지며 신체의 밀도를 올린다. 근육을 압축하고, 혈액의 순환을 빠르게 한다.
심장으로부터 시작된 기운은 몸속 곳곳을 누빈다. 흔히 무협물에서 말하는 대주천. 다만, 그것은 하단전에서부터 시작되지만, 내 것은 심장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차이가 있다.
‘대충 10% 정도 채웠나.’
흑염휘성신의 그릇은 너무나도 크다.
처음 만들 때부터 방대하게 만들어서 그 그릇에 내용물을 채우기가 너무나도 힘들다. 그것을 만들고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나는 내용물을 고작 10%밖에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흑염휘성신을 만들기 직전으로 따지자면 그 총량은 5배 이상이다.
‘천천히 시간을 들이는 수밖에 없군.’
들숨과 날숨.
호흡을 멈추며 문 쪽을 바라봤다.
인기척이 느껴졌다.
“뭐야, 걱정할 필요 없었네요.”
드륵-하고 문이 열린다.
퉁명한 목소리.
황금빛의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오랜만이네.”
“저희 본지 사흘도 안됐거든요?”
“사흘이나 지났으면, 오랜만이지.”
너스레를 떨며 환영해주니 에르실이 한숨을 쉬었다.
“생각보다 많이 괜찮아 보이네요?”
“응, 나도 놀랐어. 누가 치료해준 것 같은데.”
“치료를 해줬다고요?”
에르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내부에 있는 초월자로부터 그녀는 역천의 기에 대해서 많이 들었기에 놀랄 만 했다. 역천지체의 단점, 신성력으로 인한 회복을 원천 차단하기에 물약빨이나 자연치유에 기댈 수 없다.
‘심지어 물약도 제대로 받는 것은 아니라.’
약효가 생각보다 잘 받지 않는다.
아무튼 나는 에르실을 바라봤다.
“병문안 온 거야?”
“네, 걱정되어서 왔죠. 지금은 제 시간이에요.”
에르실의 시간?
본능적으로 되물어 볼 뻔했지만, 참았다. 전생의 감각이 내게 경고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대신 웃어줬다.
“요즘은 또 바뀌었네요?”
“뭐가.”
“평소라면 모르는 척 물어보시는 거요. 전 이게 더 좋지만.”
에르실이 내 침대 위에 앉았다.
나는 픽 웃으며 에르실을 껴안았다.
“자, 잠깐 뭐 하는 거예요!”
“잠시만.”
에르실의 온기가 느껴졌다.
향긋한 샴푸 냄새.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 하얀 피부 탓일까. 빨개진 게 눈에 띄었다.
-주, 주인?
-서, 설마 드디어 고자에게 탈출하신 건가요!
흑천과 영천도 당황했다.
나는 에르실을 껴안으며 생각했다.
연애는 사치다.
세계를 구하기 전까지는 연애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이유는 이 게임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내 예상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슬 지쳐간다. 정신이 마모되어간다고 해야 함이 맞았다. 정심에 종속된 영존 덕분에 움직이고 있지만, 내가 지쳐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들의 마음도 내 생각보다 강하단것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얼마 전에 미국에서 사건이 크게 일어났다. 어마어마한 인명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그들은 여러 가지 정책을 펼쳤는데 그중 하나가 일부다처제의 결혼을 합법화 한 것이다.
‘정 안되면 미국으로 튀면 되겠지.’
다만 지금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에르실과 이렇게 있고 싶었다.
*
나는 금방 퇴원할 수 있었다. 애초에 내가 정신을 잃었던 것은 반동을 이기지 못해서 신체의 곳곳이 아작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신적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했지만, 정심의 상위호환 격인 영존이 있는 이상 어지간한 것으로는 정신적 타격을 입지 않는다.
대충 내 재능 탓이라고 얼버무리고 나는 병원을 탈출했다.
병원 근처에서 나는 걸었다.
걷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게으르다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다. 오버핏사이즈로 몸의 태를 숨기거나 마스크를 써도 숨길 수 없는 오오라 같은 게 있다고 해야 하나.
즉,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때문이다.
“와, 방금 저 남자 봤어? 연예인인가?”
“아니, 사람이 걷는데 뭔가 다른 존재가 걸어오는 것 같은데?”
가끔.
살다 보면서 자신과 결이 다른 존재를 볼 수가 있다. 이름 높은 연예인이나 모델. TV가 아닌 실제로 처음 보게 된다면 사람의 행동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멍하니 바라보거나 놀라거나.
같은 세상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
내가 말하긴 뭣하지만, 나는 커스터마이징으로 최적의 육체를 만들었다. 그래서 길거리를 걷다 보면 사인하고 싶다거나 전화번호를 여자들이 따려고 오거나, 커피점에 가면 케이크가 서비스로 온다거나.
그런 일들이 벌어졌다.
그리고 격이 오르면서 그런 일이 멀어졌다. 대신 동경에 가득한 눈빛이나 내 주변은 아니지만, 그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다.
오오라 같은 게 느껴진다나 뭐라나.
-군림하는 자가 얻는 무형의 힘이지.
흑천은 그리 말했다.
-세상을 자기의 시선으로 둔다. 터무니없이 이기적인 행동이지만, 주인은 그래도 된다. 주인은 그런 힘을 손에 넣었으니까. 무력이든 권능이든 인맥이든.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이들에게 영향을 크게 받은 탓이지.
‘패왕인가.’
혹은 황제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주변을 휘어잡는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능력이 나에게 생겼다. 재능, 현혹의 악마 탓이겠지.
‘생각해보니 이것도 진리교에서 강의하다가 얻은 힘인데.’
……그렇게 생각하자니 미묘한 힘이기도 했다.
그렇게 걷기를 잠시.
중국으로 간 원인의 건물 앞으로 향해 걸어갔다.
10층짜리 대형 건물이 보였다. 원래 백억 살짝 안되는 금액에 사려고 했었는데, 중국에서 사도를 막았다는 이유로 패왕이 선물해준 건물이다.
‘그때 정말 좋았지.’
패왕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선물들을 줬다.
구하기 힘든 영약이나, 무기와 갑옷, 유물 몇 개와 마탑에서 1년에 몇 개 나오는 A급 아티팩트 여러 개. 거기에 건물 내부공사와 아직은 오지 않았지만, 마법과 과학을 합하여 만들어진 최신식 훈련시설들.
억 단위는 우습게 넘어갈 것들을 패왕이 선물로 줬다.
그중에서 내가 쓸 물건은 없지만.
‘패왕이 정말 크게 쏘긴 한 건데.’
나에게 무기란 흑천과 사계의 검이면 충분했다.
방어구도 좋은 것들이 있고, 지금 있는 무기도 너무 많아서 제대로 쓰지 못하는 실정. 여기서 과욕을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내부 공사가 완공되어 오늘부터 우리 길드와 휘하 길드 암천은 이곳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전에 쓰던 곳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마인들이 가끔 보인다고 해서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인기척들이 느껴졌다.
꽤 많다. 탁한 힘을 쓰고 있는 것들이 있었다.
‘제천단인가.’
일전에 봤었던 일장로와 마공녀의 기척도 느껴졌다.
그쪽도 나를 느꼈는지, 부산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오셨습니까.”
흑색의 무복을 입은 일장로가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다. 옆에서는 마공녀 역시 흑색의 무복을 입고 있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마공녀가 나에게 몇 개 샘플을 전자 마녀를 통해서 보여줬는데, 이것이 암천이 입을 복장이었다.
나는 일장로와 마공녀를 바라봤다.
하성휘도 있지만, 그녀는 무시했다.
‘사도화를 누구에게 쓸까.‘
아직도 고민된다.
일장로나 마공녀나 아직은 완벽하게 믿을 수 없지만, 둘 다 내게 충성하기로 했다. 사도화는 그 족쇄가 될 것이다.
그래서 문제였다. 둘 다 자존심이 센 것 같은데 사도화를 동시에 내리지 못하니까. 일종의 서열정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노릇.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마공녀를 불렀다.
“마공녀.”
“네.”
마공녀가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고 나에게 다가왔다. 지난번의 만남과는 달랐다. 그녀가 나를 천마로 인정했다는 그녀 나름의 호의겠지.
‘마공녀가 맞아.’
그녀는 나에게 도움을 줬다.
일전에 그녀는 나에게 아무런 것들을 바라지 않고, 창천의 길드원들과 박운혁, 나를 살려 줬다. 위천의 여단과 맞닥뜨렸을 때고, 그녀는 죽음을 각오하고 나를 살리려 했다.
그러니 첫 번째는 마공녀가 맞았다.
“너에게 역천의 힘을 내리마.”
“……!”
주변이 놀라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마공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사도화.”
흑염이 그녀를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