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61
Chapter 161 – 길드(3)
“신생이라고는 해도 작업이 제법 빡센데?”
푸른 머리의 여인이 기지개를 키며 말했다.
다시 책상 앞으로 시선을 돌리고 서류들을 정리한다. 그 속도가 비정상일 정도로 빠르다.
수백장에 이르는 서류가 순식간에 정리된다. 전뇌 세계를 사는 그녀에게 있어서 이 정도의 연산력은 아무것도 아니다. 육체는 평범한 두뇌를 갖췄지만, 애초에 그녀의 정신과 진짜 육체는 전뇌 세계에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터무니없이 일이 많은데.’
그런데도 웃음이 나왔다. 자기가 속한 조직이 잘 되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처리할 게 많은 이유는 단 하나. 휘하에 들인 새로운 조직 때문이었다.
암천(暗天).
그 누구도 이런 수준의 휘하 조직을 같지 못한다. 최상격에 달하는 이만 3명이며 제천단의 인원 대부분이 하격이라지만 중격도 드문드문 있는 수준. 상격도 한 명 있으니, 어지간한 도시쯤은 한 시간도 안돼서 생명체가 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전자 마녀는 정보를 조작해서 그들의 수준을 한 단계씩만 낮췄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위험하다.
상격만 세 명.
전 세계를 뒤져서 마인과 빌런, 영웅을 합친다면 상격은 그 수가 1,000여명이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신원 역시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상격의 신원은 만들 수 없다. 다행히도 정계 쪽에서는 빌런인 이들이 영웅이 되는 것을 반긴다.
인류의 주적은 마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죄질이 용서받을 수 있는 이들만 가능하다.
다만 그 대가로 여러 가지 대가를 제공하고 국가의 재난이 일어나면 그것을 도우러 나가야 한다.
‘그 정도야 할만하지.’
정계와 협회에 제출할 서류들을 끝냈다. 전자 마녀는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드디어 끝났군.’
작업을 마치고 전자마녀는 이서하에게 급한 서류들을 전자문서로 보냈다.
-급한 일은 다 처리했어. 거기에 사인만 해줘~.
동시에 전자 세계로 진입한다. 소리와 냄새, 촉각까지 느낄 수 있는 그녀의 4D 공간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커뮤니티 가장 정면은 요즘 가장 핫한 진리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백신전에서 연금술의 신으로 인정받았으며, 그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연금이라는 스탯을 부여했다. 진짜 신이라는 소리였다.
[지금 외국에서 진짜로 난리 난 연금술사들 근황]-www 위험해! 지금 연금술사들 안 그래도 미쳐 날뛰는데 더 미쳐 날뛰겠는데? wwwwwwww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연금술사들 봐봐. 미국이든 유럽이든 모든 연금술사가 전부 한국에 몰리고 있잖아. 정부는 연금술사들의 이동을 규제해야 해.
-에-? 어째서?
-진리교의 신인 진리가 한국 사람이라는 말에 연금술사들이 모두 이민 신청을 하고 있다고. 실제로 스탯 연금을 부여받은 이들 대다수가 한국인이야.
-어쩐지. 포션 값이 반토막 나더니 다시 비싸지기 시작하더라.
-이대로 가면 한국을 제외하면 다른 나라 모두가 한국에서 포션을 수입할 수밖에 없어. 이거 진짜 중요한 문제라고.
ㄴ그래서 지금 포션 값이 반값으로 떨어졌는데 거기서 또 반값이 떨어진 게 그 이유임?
ㄴㅇㅇ. 근데 저거 다시 올라갈꺼임. 다른 나라에서 눈치채고 한국에 와서 포션 싹 쓸어가고 있음.
ㄴㅋㅋㅋㅋ와 진짜 장난 아니네. 나도 비상용으로 포션 몇 개 사놔야겠다.
전자 마녀는 웃음을 흘렸다.
이서하와 친해지면서 자신과 친한 이가 여러 곳에서 인정받는 이유인 것도 있지만.
‘아, 어떡하지.’
전자마녀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이서하의 진짜 팬이 되어서 그렇다. 그렇게 뒤에서 알게 모르게 이서하를 돕다 보니 어느새 전자 마녀는 진리교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칭해질 정도로 음지에서 유명한 이가 되었다.
전자 마녀는 다음 영상을 찾아다녔다.
대한민국의 다크 나이트라 불리며 가면남이라 불리는 이의 활약이었다.
다크 나이트. 가면을 쓴 남자는 여러 가지 이명으로 불린다.
가장 많이 쓰이는 칭호는 가면남이지만, 검은 사신이라고도 불린다. 인류의 주적인 마인들을 죽이거나, 마인과 비슷한 악질의 빌런들을 죽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음지를 들쑤시는 검은 사신에 대해서 알아보자.]대한민국은 영웅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빌런과 마인도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무수히 많은 영웅을 배출한 만큼, 그 시스템은 탁월하나 빌런이 많은 것이 단점이기도 하다.
중략.
따라서 검은 사신이 활동은 영웅들이 지지하지 않더라도 그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 결국 일반 시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기에 필자는…….
-검은 사신이 대체 누구임? 그렇게 유명함? 진리교는 또 뭐야?
ㄴ어떻게 아직도 가면남을 모를 수가 있지?
ㄴ그러게……제발 현생 말고 커뮤생 좀 사세요…….
ㄴ현생이 전부가 아니야……. 인생이 커뮤에 있다니까……?
ㄴ커뮤생ㅇㅈㄹㅋㅋㅋㅋ
ㄴ근데 저 새끼는 진짜 공방에 반년 동안 틀어박혀 나온 것 같은데? 현생 살면 진리교 모를 수가 없는데.
ㄴㄹㅇ. 지금 뉴스 틀면 진리교 사방에서 부르짖고 있음. 갓반인들은 포션 값이 절반 떨어졌는데 거기서 또 절반 떨어지니까 구할 수 있어서 좋고. 부자들은 포션의 질이 높아서 1억 이상인 포션들은 진짜 죽은 게 아니면 살릴 수 있을 정도라는데?
ㄴㄹㅇ?
ㄴ사실 모름. 카더라가 대부분이긴 한데, 내가 1억 이상인 포션이 있어봤어야 알지;;
ㄴ휴, 난 또 같이 커뮤 상주하는 애가 1억을 쓸 수 있는 애란 거에서 열등감 느낄 뻔했잖아~.
ㄴㄹㅇㅋㅋ
이것도 그 증거 중 하나다.
영웅임을 밝히지 못하는 이서하의 다른 신분이 한국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정부가 진짜 유능하단 말이지.’
다른 나라에 비하면 국익을 우선하는 자세 자체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전자 마녀는 이서하에 관한 자료 몇 개를 좀 더 다루고 쉬는 시간을 가졌다.
*
새삼스럽지만 나는 아직 한국 영웅학교의 1학년 학생이다.
조건만 갖춰진다면 최상격도 어렵지 않게 잡으면서 초월자들과 인맥이 있고, 길드의 수준으로만 따지자면 한국에서 10위 안에 무조건 들며, 신교의 천마이자 진리교의 교주인 나는, 아직도 한국 영웅학교 1학년의 1학년이다.
‘……생각해보면 진짜 시간이 빠르게 지났군.’
그것과는 별개로 아직 1학년인 나는 학교에 다녀야 한다.
-너는 이제부터 학교에 오지 않아도 된다. 이건 너를 위한 특권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너에게 무언가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도 한 것도 이유지.
황제는, 서예빈은 그것과 별개로 나에게 학교를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내 수준이 학교에서 가르치기가 너무 뛰어나기 때문이다.
애초에 학교란 무엇인가. 배움의 장이다.
물론 배움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미리 사회에 내보낼 아이들에게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도 학교의 역할.
‘솔직히 배울 게 없긴 한데.’
그러나 이곳에서 맺은 인연들이 있다.
“왔나?”
삐딱하게 자세를 잡은 미남자가 내게 물었다. 바람과 번개의 주인이 될 박운혁이었다.
그는 1학기 초에 그를 따르는 이들을 몰고 다니면서 일진 놀이를 했지만, 지금은 몇몇만 남겨두고 내 뒤를 졸졸 따르고 있었다.
“응, 오랜만이네.”
“그러게. 너는 그사이에 더 강해진 것 같군.”
박운혁은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인연 시스템에서 그가 나에게 가진 감정을 떠올린다.
‘동경 같은 거였는데.’
그래서인지 박운혁은 나처럼 머리를 기르고 있었다. 황제의 제안으로 머리를 기르고 있는데 뒷머리가 어느새 어깨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앞머리는 불편해서 다듬고 있지만.
“길드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그 길드에 가입해도 되겠나?”
“네가?”
“그래. 이미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뒀다.”
박운혁의 말에 나는 꽤 놀랐다.
그는 김서현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3대 길드장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부모님이 키운 길드에서 배우는 것보다 너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
나는 한 번 더 놀랐다.
비장이라 불리는 그는 이런 겸손한 이가 아니었다. 김서현의 라이벌을 자처하면서 서서히 그녀의 선한 마음에 감화되며 뒤에서 김서현을 도와주는 주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만해도 한창 오만할 때.
“안 되나?”
“너야 와주면 환영이지.”
“그런가. 그럼 오늘 내로 길드에 들르겠다. 장소는 아니까 걱정하지 마.”
“벌써 조사했어?”
“일대가 떠들썩 했거든. 너는 모르겠지만, 너를 주시하는 길드는 생각보다 많아. 아니, 길드뿐이 아니라 한국에서 영웅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너를 모를 수가 없지.”
박운혁의 말에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그가 저렇게 말한 거라면 진짜로 그렇다는 뜻이니까.
나는 다른 애들하고 적당히 인사하며 자리를 찾아갔다.
옆에서 김아라가 나에게 다가왔다.
“맞다. 아버지가 언제 한 번 들리래. 새로운 유물 찾았다면서.”
“……이제 그만 줘도 되는데.”
솔직히 말해서 패왕이 준 선물은 너무 과하다.
원래 길드에서 유물을 어느 정도 보유하는 것이 길드의 전투력을 나타내는 것이라지만, 패왕에게서 얻은 유물만으로 우리 길드는 한국에서 20위 안에 드는 수준까지 올라왔으니까.
“그래? 아, 그런데 나 요즘 들어서 궁금한 게 있는데, 도와줄 수 있어?”
“물론이지. 아라의 부탁인데, 내가 어떻게 거절해.”
웃으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아라는 내가 맺은 인연 중 하나다. 그녀에게 잠재된 거인의 피를 깨워 후반에 든든한 조력자가 되기를 원했던 것도 있지만, 지금은 그녀가 곤란해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많이 변했네.’
김아라 뿐만 아니다. 에르실, 홍유화, 서가연이랑 김서현과의 관계도 변했다.
설화련도 그랬다. 나를 어르신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나는 그 관계도 소중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렇게 복도로 가자 김아라가 뒤를 돌아봤다.
“사실 얼마 전에 내가 들은 게 있거든?”
“어떤 거?”
“서하가 에르실을 껴안고 침대에서 뒹굴뒹굴했다고 한 거.”
“…….”
어떻게 알았지.
거기에는 CCTV 같은 것도 없었는데.
“진짜였구나…….”
김아라가 무표정에서 표정이 바뀐다. 서늘한 표정으로.
“나는 고백까지 했는데, 나를 까고, 에르실을 골랐구나.”
“아니, 그건 아직 아닌데.”
“그래?”
아직이라는 말에 김아라의 안색이 달라졌다.
쾅!
김아라가 나를 복도 끝으로 밀어내고 벽을 쳤다. 가슴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김아라가 입술을 할짝이며 나를 바라봤다.
“그럼 먼저 함락하면 끝이라는 거네.”
김아라가 폭탄을 투하하고.
툭.
에르실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
반대쪽에서는 홍유화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음.’
잠깐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내 전생의 친구가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야, 방탄복 안 사냐? 내가 진짜 너 존나 걱정되어서 하는 말인데, 너 그러다가 언젠가 여자들에게 칼찌당하고 죽을지도 몰라.
괜히 그 말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