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66
Chapter 166 – 축제(4)
검은 태양.
그 존재는 섬뜩하기 그지없는 존재다. 게임 속 온갖 텍스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고만 나와 있다.
그것의 형체는 문자 그대로 검은색의 태양과 닮아있다.
태양과는 다르게 이글거리는 것이 아닌, 끔찍하기 그지없는 괴생물체들로 이루어진 형상이었지만.
‘하필 하인리히 힘러인가.’
힘러.
SS 단의 단장이며 악명으로 이름 높은 마인이다. 나는 힘러를 바라봤다. 하얀색의 제복 위에는 새까만 머리가 있었다.
마치 우주에서 별이 없어진 듯한 모습인 힘러의 머리는이목구비란 게 없었다.
그저 검은색의 달걀형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무엇이지?
“무슨 생각으로 여길 쳐들어온 거야?”
가장 의문인 건 이거다.
그들이 서가연을 노리는 것과는 별개로 한국 영웅학교는 황제의 땅이다.
이곳으로 쳐들어와서 서가연을 노린다는 것은 적을 늘림을 의미한다. 하물며 황제는 다른 초월자들과 교류가 있는 존재.
세상의 이치를 관통했다는 천견도 존재하며, 거력으로 세계를 찢어발겼다는 패왕도 마주칠 수 있다.
나치 제국은 강하다.
전 세계를 상대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각기 다른 존재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게 더 컸다. 아무리 초월자라도 독일로 쳐들어가서 그들을 죽이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검은 태양.
초월자 위에 있는 외계의 존재 하나 때문에.
-과연 그런 식의 질문인가.
힘러는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나를 차분하게 관찰했다. 힘러의 얼굴은 없었지만,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근데 내가 왜 답해줘야 하나.
동시에 힘러는 손을 품 안으로 넣었다.
품속에서 나오는 것은 불길한 마기가 넘실거리는 창이었다. 끝부분이 세 개로 갈라진 삼지의 창.
막대한 마기가 깃들어 있다.
신기(神器)다. 검은 태양이라 불리는 이가 직접 하사한 신의 증표. 보기에는 삼지창이지만, 저건 지팡이이다. 나치 제국을 상징하는 힘은 개조.
그들은 냉병기를 다루지 않는다.
그들은 화기를 다룬다. 그것이 개조의 힘을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이니까.
그러나 그 위에 갈수록, 그들이 다루는 무기는 점차 바뀐다.
지팡이의 형태를 가진 무기를 다루게 된다.
검은 태양.
외계의 존재다. 나치 제국은 제국의 형태로 외계의 존재를 떠받드는 세력이다. 그 형태는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백신전의 사제와 같은 형태를 띠게 되었다.
-죽어.
힘러는 담담하게 죽음을 말했다.
검은색의 창을 나에게 겨눈 채였다. 창의 끝부분에 죽음의 기운이 몰아친다.
‘최상위의 격이라는 건가.’
힘을 쌓는 방식이 억 단위의 인간을 갈아버리고, 죽여버린 사도 중의 사도의 방식이지만 그 힘은 명백히 존귀한 자의 것이었다.
찰나.
평범한 사람이 눈을 한번 깜빡일 시간에 벌어진 일. 나는 재빠르게 몸을 낮추고 흑천을 들었다. 검마의 재능이 반응했다. 초를 수십의 단위로 나눈다.
힘러의 행동이 또렷하게 보였다.
후웅!
흑천이 내 의지에 반응한다.
의혼(意魂).
내 뜻과 심상에 따라 흑천에 검기가 치솟는다. 날카롭게 벼려진 힘이 흑천에 머물렀다.
-고작 그거 하나를 믿고 덤볐나?
힘러가 조소했다.
그러나 맞는 말이기도 했다.
이 세계의 법칙은 하위의 격이 상위의 격을 잡을 수 없게끔 만들어져 있다.
하격이 중격을 잡는 일쯤은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중격부터는 그런 일이 사라진다.
‘권능 때문이지.’
흔히 말하는 소드 마스터. 그 경지에 이르는 순간 사용자는 검기를 체화한다. 자기 자신만의 뜻으로 세계의 법칙을 바꾼다. 그것이 세계에히 영향을 끼친다.
검기, 검화, 검강.
그런 이름들로 권능을 체화시킨 그들은 하위의 격이 상위의 격을 잡아먹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우습구나. 하지만 놀아주지.
힘러의 눈동자가 없음에도 나는 그가 웃고 있단 걸 알았다. 죽음의 기운이 폭사한다.
달칵.
심상에서 스위치가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성신안을 발동한다.
집중.
내 모든 능력을 흑천에 집중했다. 죽음의 기운이 다가온다. 성신안이 가장 연결이 약한 부분을 포착한다. 나는 그것을 베었다.
서걱-.
무언가 베어지는 느낌이 들며 죽음의 기운이 베어진다.
-호오?
호기심이 깃든 눈으로 힘러가 나를 바라봤다.
-평범한 상격이 아니군. 검사로 치면 검강에 조금 미치는 힘을 넣었는데.
“이대로 포기하면 좋겠는데.”
-여기기까지 와서 그럴 리가 없지. 마지막으로 침공할 수 있는 한 번뿐인 기회인데.
힘러는 웃었다.
-그것보다는 우선.
손을 휘젓는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서. 그러자 힘러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던 원이 한순간에 커지며 어떤 결계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이건 안에서 행하는 일이, 외부에 알려지길 바라는 이의 행동이 아니었다.
바깥과의 공간이 단절됨을 느낀다. 고절한 수법이었다. 성신안으로도 그 구성을 볼 수 없었다.
‘봐도 의미는 없지만.’
내 마법적 재능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황제를 상대할 자신은 있나?”
-없지. 원상태의 황제는 네가 무엇을 생각하던간에 그 이상이니까.
힘러는, 그리 말했다.
-백신전의 사태로 거짓된 존재들의 내전에 휘말린 황제는 약화되었지. 그 힘은 능히 우리가 상대할 수 있을 정도다.
“칠악은 안 나왔나 봐?”
-……생각보다 더 아는 게 많군?
“역시 칠악은 아직 움직이지 못하네.”
힘러의 말로 확신하게 되었다.
칠악은 어마어마한 무리를 해서 지금 갇혀 있는 상태다.
-…….
힘러가 고요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두둑.
가볍게 몸을 푼다. 흑신무로 몸을 조율했다. 혈액의 한 줌까지도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육체는 내 의지에 반응했다. 나는 힘러를 바라봤다.
‘전력의 차가 생각보다는 크지 않아.’
힘러가 황제의 눈을 피한 결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생각보다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해서 쉬운 상대는 아니다. 내 생각보다 약한 상대일 뿐, 나보다 명백한 강자이기에 그랬다.
그리고 정보를 얻음으로써 힘러가 나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나를 죽이려고 하겠지.’
그리고 그것은 나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오늘 이곳이 너의 무덤이 될 거다.
“네놈의 무덤이겠지.”
힘러는 입 한 꼬리를 올리며 내게 창을 겨눴다.
*
마인들이 대규모로 움직인다.
각 국가가 비상사태에 걸렸다. 가장 빠르게 대응한 것은 한국이었으며, 그 다음은 미국, 그 다음은 일본 순이었다.
‘이런 미친.’
일본에서 파견을 나온 세이치로는 이를 악물었다. 저 멀리 있는 바다에서 미국은 이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바로 옆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일본의 정보력이 명백히 한 수, 아니 몇 수 아래는 떨어진다는 말이었다.
-죄송합니다. 중국에서 일어난 사태가 너무 뜻밖이라.
“됐고, 사태는 어떻게 되고 있지?”
-심각합니다. 나치 놈들이 작정했습니다. 어쩌면 인류에 호의적인 초월자 중 하나가 죽을지도 몰라요.
“정부는?”
-최대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행자가 말끝을 흐렸다.
남의 나라의 초월자란 뜻이다. 옆 나라가 강한 것을 자신의 조국은 바라지 않았다. 그 행색에 세이치로는 어처구니가 없어 했다.
한국이 위험하면 그 다음 나라는 일본인데 이 모양이라고?
‘우리도 바꿔줬으면 좋았을 것을.’
어처구니없는 작태지만, 이것이 일본이었다.
세이치로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적의 규모는?”
-측정 불가입니다. 마도병의 숫자만 10만은 훌쩍 넘었습니다.
“미친 새끼들.”
10만의 마도병.
다르게 말하자면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들을 10만명이나 개조했다는 뜻이었다. 나치가 세계의 주적이 되었고,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세이치로는 검을 들었다.
주변에는 각국에서 파견된 영웅들이 있었다. 워프 게이트와 한국의 힘이었다. 한국은 각국의 비상사태를 말하였고, 경계를 최고조로 올렸다.
누군가를 황제의 눈에 들기 위해서, 누군가는 마인을 죽이고 싶은 복수감을 위해, 누군가는 사명감을 위해서, 누군가는 재물을 위해서.
서로가 원하는 바는 달랐지만, 목적은 일치했다.
영웅들은, 길드들은 마인들을 치기 위해서 조용히 접근하고 있었다.
“휘유, 장난 아닌데?”
“켄. 경망 떨지 마라.”
“경망은. 긴장 풀어. 그렇게 긴장하면 잘 될 일도 안 된다고.”
“SS 단이 잔뜩 있는데?”
“그만큼 영웅들이 많다. 그나저나 마도 병들이 문제로군. 소문으로는 마도 병들을 학살하는 존재가 있다는 말이 있던데, 그 존재를 노리는 건가?”
많은 영웅이 있다.
각국의 정예병력이었다. 백신전은 성기사와 사제를, 일본은 주술사와 사무라이를, 영국은 마법사와 원탁의 기사들을, 북유럽은 발키리와 전사들을 보냈다.
그 수는 물경 천에 달했다.
압도적으로 적은 숫자들이지만, 천에 달하는 영웅들은 오히려 자신만만했다. 그들 모두가 일당백, 일기당천의 전력들이기에.
영웅이 되지 못해 괴수를 사냥하는 헌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는 나치 제국이다. 그들은 죽어버린 헌터들을 마도병으로 활용한다. 굳이 무의미한 희생을 낳지 않고, 적의 전력을 강화하지 않는다. 그 정도는 기본으로 숙지하고 있는 이들이다.
-흐음, 이곳에 많이들 모였군.
조용히 누군가가 말했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영웅들은 또렷하게 들렸다.
“……맙소사, 저자가 왜?”
“진짜 결딴을 내려는 건가? 한국을 상대로?”
동요가 퍼진다.
이 자리에 있을 이가 모습을 드러냈기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극히 드문 존재였다. 그리고 유명하기도 했다.
“요제프 디트리히, 헤르만 괴링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당장, 본토로 연락해! 지원 더 달라고 하고!”
“젠장, 대박을 노리다가 오늘 이승을 하직하게 생겼는데…….”
영웅들이 동요했다.
그 광경을 보며 헤르만 괴링은 웃음을 지었다. 이곳에 힘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저들은 오늘 전멸할 거다.
‘나쁘지 않군.’
황제는 약해졌다.
다른 초월자들 역시 마찬가지. 천견은 어떤 힘을 다루느라 코어에 무리가 가서 요양해야 했다고 들었다. 패왕은 사도가 강림할 뻔한 대지를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다.
황제를 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는 뜻이다. 그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대규모로 작전을 수행했다.
‘여전히 잠잠하군.’
하늘의 위.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는 생각했다.
다른 초월자들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하늘을 갈랐다고 전해지는 검성은 없었다. 태산을 박살을 냈단 권마도 잠잠했다.
‘여전히 너희는 어리석구나.’
힘이 있음에도 나서지 않는다. 제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까닭이다.
모든 것보다 자신의 무를 승화시키는 데에 집중한다. 광증이었다.
‘서가연의 안전은 확보했고.’
남은 것은 이서하였다.
이서하도 금방 찾을 거다. 추적에 능한 여섯번째 별을 따로 빼두었으니까. 이서하를 생각하자마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황제는 이내 표정을 지웠다. 이제부터 세계를 좀먹는 이들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이서하를 떠올리며 그들을 처리하기에는 그들이 지은 죄가 너무 많다.
또각또각.
분명 하늘의 위를 걷는 것인데 선명한 구둣발 소리가 들렸다. 하늘의 위에서 지켜보는 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황금의 머리카락.
만물을 통찰하는 자수정과 같은 눈동자. 황제는 오연하게 마도병들을 바라봤다.
“우습구나, 이곳이 제 무덤인지 모르는 망종들아.”
황제가 친히 그 자리에 행차했다.
“오늘은 뜻깊은 날이다. 주제도 모르고 감히 제국을 칭한 망나니들이 멸망할 단초가 되겠어.”
황제가 천명했다.
그리고 황제는 지금 그 뜻을 이룰 수 있는 힘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