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71
Chapter 171 – 축제-후일담
울고 싶은 찰나였다.
[재능, 「흑천용혈(S+)」이 신체를 변화시킵니다.]‘……그러고 보니 이런 것도 있었군.’
「마룡혈(S)」.
용혈이라 불리는 힘은 대부분 용의 힘을 준다. 특수 스탯 용(龍)과 함께.
그 효능은 하나하나 좋은 것들 뿐이다. 용의 비늘로 인한 방어력 상승이나, 용종의 기본적인 근력 상승, 어지간한 마법들을 무시할 수 있는 마법 저항력까지.
‘마나가 더럽게 많이 다는 게 흠이긴 한데.’
나에게는 오히려 상관없는 일이었다.
흑염휘성신은 방대한 그릇이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용의 여의주나 드래곤 하트 같은 귀물들과 같은 역할을 한다.
두둑.
뼈가 뒤틀린다. 흑신무로 만들어진 육체가 이상을 일으켰다. 흑신무 덕에 알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알아볼 수 없는 힘이 내 몸에 관여하고 있단 것을.
‘역천의 기를 무시하는 것을 보면 신비가 확실한데.’
무언가 내 몸에 들어오는 기에 나는 자세를 잡았다.
관조.
나는 차분하게 통증을 차단하며 성신안을 발동했다.
역천의 기로 가득 찬, 인간의 끝에 달한 육체에 기가 깃들기 시작했다.
‘역천이로군.’
조금 다른 역천이었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는, 초기에 역천.
그것이 몸속으로 들어와서 내 몸을 뒤덮었다.
두득. 카드득!
뼈가 뒤틀린다. 모든 것을 박살 나고 다시 만들어내는 방식이었다. 박살을 낸 뼈에 역천이 곳곳에 깃든다. 그리고 아물기 시작한다. 피가 공급된다. 피에 역천이 뒤섞이면서 역천과 함께 흐르기 시작했다.
‘통각을 차단해둬서 다행이야.’
역천의 일부를 사용해서 통각을 제한했다. 그런데도 몸이 이리저리 움직이니 꽤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다. 나는 차분히 관조하며 흑염휘성신을 움직였다.
두근.
코어에서 잠든 흑염휘성신이 움직였다. 흑염을 토해낸다. 역천이 몸 곳곳을 누빌 때, 같이 몸에 깃든다.
파직. 파직.
온몸 전체에 역천이 맴돌았다. 근육과 혈관이 찢어지고, 갈라진다. 그리고 재생되고 압축한다. 몸 전체에서 벌어지는 일.
뿌드득.
온몸 전체가 으스러지고, 다시 재생되는 느낌.
‘육체 전체가…….’
한 단계 위, 아니 몇 단계 위로 진화한다.
이정도면 진짜 어지간한 검기에 닿아도 생채기만 날 정도였다.
‘터무니없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내 몸속의 어떤 힘이 자리 잡음을 느꼈다.
띠링.
[스탯 근력, 민첩, 체력이 특수 스탯 용(龍)으로 대체됩니다.] [특수 스탯 용(龍)이 신체의 영향을 받아 50으로 오릅니다.]용에 의한 영향일까. 이 힘을 집중하자니, 내 몸에 검은색의 비늘을 만들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하는 건가.’
뚜두둑.
왼팔의 팔 부분 위, 용의 비늘이 생겨났다.
나는 비늘을 만져봤다. 어마어마하게 딱딱했다. 진짜로 어지간한 검기는 맨몸으로 맞아도 생채기가 날 정도였다.
‘흑천.’
-무슨 일이지, 주인? 헉, 오, 옷! 옷을 입어라!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을 가린 쪽만 손가락을 벌리며 말하는 흑천. 나는 흑천을 어처구니없어하며 바라봤다.
“바지는 입었잖아.”
-주인, 아무리 그래도 다 큰 처녀한테 그렇게 맨몸뚱이를 보여주는 건 그렇다!
“맨 몸뚱이는 무슨.”
나는 념으로 흑천을 조종했다. 흑천이 내 손에 잡혔다.
스르륵.
의혼을 불어넣자 흑색의 검기가 솟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불꽃의 형태였다.
‘검염은 아닌데?’
흑염휘성신이 염마를 잡아먹고, 흑염신무를 획득해서 그런가. 불꽃이 일렁이는 형태 검기였다.
나는 그것을 비늘로 만든 왼 팔뚝에 가져다 보았다.
카가가가각!
비늘에서 불똥이 튀었다. 불꽃이 일렁이는 검기는 비늘을 베었다. 그러나 제대로 파고들지 못했다.
‘내 검기를 한 번 버틸 수 있을 정도면 진짜 어마어마한데?’
흑염휘성신으로 벼린 검기는 어마어마한 권능이었다. 어지간한 최상격도 제대로 버티지 못할 힘이란 뜻이다. 같은 경지에 이른 이들은 상대도 못 할 힘이기도 했다.
‘운이 좋군.’
굉장히 만족스러운 소득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나는 내가 가진 힘이 흑룡이란걸 깨달았다.
흑염룡……?
‘…….’
나는 조용히 있기로 했다.
*
바깥으로 뚱한 표정을 하며 외출했다.
블랙 진에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채였다.
“왜 그리 뚱하세요? 아, 설마 제 노래를 못 들어서?”
“아니, 그건 아니고.”
세계가 나를 억까해서 그랬다.
옆에서 슬쩍 웃으며 다가온 에르실이 실실거렸다. 에르실은 교복을 입지 않았다. 축제의 메인 중 하나인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평소와는 다른 드레스 차림새였다. 검은색 선이 그어진 민소매 드레스에 허리 부분이 검은색 끈으로 묶여있는 드레스.
“그런데 그거 들었어요?”
“어떤 거?”
“선정의 종이 울렸데요. 새로운 상격이 등장했다는 소리죠.”
“……그렇네.”
“……아니죠?”
두서없는 맥락.
그러나 에르실은 의심을 확신하고 있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역천의 기는 환상이 안 통해서 진짜 답이 없었는데.”
“너는 다른 게 있잖아.”
“천마가 말했나요?”
“나는 알 수 있어.”
“하긴, 서하 씨는 처음부터 뭔가 알고 있단 어투로 말했으니까.”
그러다가 무언가 깨달은 듯, 흠칫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서하 씨는 설마…….”
역시 그런 거였어-라고 에르실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래.
“그런데 여긴 왜?”
“그냥요. 라고 하고 싶은데 다들 정신없어서 축제가 반쯤 유야무야가 됐거든요. 그래서 그쪽이랑 몰래 데이트하려고 빠져나왔죠.”
에르실이 그렇게 말하며 헤헷-웃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솔직히 세상이 억까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럴 때 소소하게 쉬어야 조금이라도 달릴 수 있지.
내가 에르실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려던 찰나였다.
“어르신?”
고저 없는 목소리.
은발을 흩날리며 교복을 입은 채로 설화련이 등장하며 말했다.
“어르신?”
“……서하 님. 여기서 뭘 하시나요?”
에르실이 의아하게 쳐다보자 설화련이 말을 바꿨다.
“……그냥 있었지.”
“저랑 데이트하러 갈 건데요?”
에르실이 내 오른팔을 잡아당긴 채 말했다.
“……데이트요?”
설화련이 의아하다는 듯 갸우뚱거렸다.
가냘픈 쇄골이 보였다. 호수를 담은 푸른색의 눈동자가 에르실에게 향했다.
“그런데 데이트하는데, 그런 복장으로 가시나요?”
“데이트를 하러 가는데 이런 복장이 아니면 어떻게 가요?”
에르실이 어이없다는 말투를 했다.
에르실은 하얀색의 민소매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설화련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어르시ㄴ……아니, 서하 님이랑 가는 데이트는 좀 달라요. 마인들을 사냥하는 거지요.”
“……?”
“…….”
이건 조금 많이 슬픈데.
에르실이 내 몸에 기대어 귀에 입을 대고 소곤거렸다.
“쟤 많이 아픈 친구인가요?”
설화련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 동정심이 많이 슬펐다.
“흐음.”
에르실이 팔짱을 끼며 품평하듯 설화련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일이 좋네요. 이제 보니 고작 중위권에 머물 성적을 가진 것도 아닌 것 같고. 아라 씨 같은 특이 케이스인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설화련에게 다가와서 내 쪽으로 이끌었다.
“그럼 여자 둘이랑 데이트 하는 건 어때요?”
에르실이 요망하게 웃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황제는 조용히 의자에 앉아서 전투를 복기했다.
사실 전투라 할 것은 없었다.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별의 힘이었다. 마력이란 에너지를 한껏 저장할 수 있는 덕분이었다.
전투를 쉬는 동안 마력을 비축한다. 그 결과 평상시에 전투력은 조금 떨어졌다. 그러나 한 번에 몰아치는 전투력은 어지간한 초월자와 비견되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고작 인형 하나가 초월자와 비견된다니. 그러나 진리는, 이서하는 그렇게 만들었다.
“후후.”
소년을 떠올리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즐거워 보이십니다.”
“그래, 즐겁지.”
별을 재정비하느라 축제를 즐기지 못한 교감이 불퉁하게 답했다. 교장은 미소를 지었다.
“「선정의 종」이 울렸는데 안 가십니까?”
“찾을 필요 없다. 이미 누가 상격이 되었는지 알고 있으니.”
누군가가 상격이 된다면 울리는 유물, 「선정의 종」.
이번 싸움에서 그게 울렸다.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상격이 누가 되었는지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명예의 전당」에 이명이 올라가서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지만, 상격을 영입할 기회이기도 해서 길드의 스카우트나 협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소용없지만.’
그 아이는 길드를 만들었다. 스스로 올라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렇기에 황제는 이서하를 자신의 울타리 안에 보듬는 걸로 만족했다.
다만, 세계가 그 아이가 걸어온 길을 보고 어떤 이명을 내렸는지는 궁금했다.
모든 이의 이명이 적히는 유물, 「명예의 전당」. 그곳에서 그에게 어떤 이명을 내렸을지가 궁금했다.
‘어떤 이명(異名)일까.’
황제는 그것이 궁금했다.
황제가 받은 이명은 인형사였다. 그녀가 걸어온 길이 그랬다. 추한 모습도 그때 많이 보였다. 황제라는 이명은 최상격이 되고, 자신을 받아들이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기에 가능한 이명이었다.
‘흑염을 다루니 흑염마제(黑炎魔帝)? 아니면 마인을 많이 죽였으니 성자(聖子)의 칭호를 받을 수도 있겠군.’
느긋하게 이명을 생각하고 있는 사이, 황제는 준비했다.
힘겨운 싸움을 했다. 지금쯤이면 집에서 쉬고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황제는 창문 틈 사이로 소년을 보았다.
‘…….’
오른쪽에는 에르실의 팔짱을 끼고, 왼쪽에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붉히고 있는 설화련의 팔짱을 낀 이서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