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72
Chapter 172 – 축제-후일담(2)
북적거리는 축제의 거리를 거닐었다.
에르실은 그곳을 거닐고 있었다. 이서하의 오른쪽 팔을 차지한 채였다.
‘저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속으로 이서하의 왼쪽에 자리 잡은 여자를 품평했다.
이서하는 여자가 많다.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그들 대부분이 예쁘기까지 하다. 예쁘기만 하면 상관은 없지만.
모두 능력이 출중한 게 문제였다.
패왕의 자녀, 김아라부터 시작해서, 적탑 마탑주의 손녀인 홍유화도 있다.
심지어 둘 다 계속해서 애정 표현을 한다. 김아라는 이서하를 졸졸 따라다니는 걸로 유명했고, 홍유화는 그의 사진을 수집하는 게 취미일 정도였다. 완전 스토커였다.
뭐, 남자가 여러 여자를 거느리는 것이 흠은 아니다.
다른 곳은 모르지만, 신사의 나라라고 포장된, 마초의 나라 영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알고 있다. 남자들은 대부분 성욕에 지배되는 존재란 것을.
그래서 슬쩍 찔러 보았다.
둘이서 데이트하자고.
이서하는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싫어하진 않았다. 이런 식의 데이트가 익숙한 걸까.
‘하긴, 잘났으니까.’
잘났다.
외모만을 평한 게 아니다. 외모도 잘난 게 맞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한 것은 능력. 아마 그가 어마어마한 추남일지라도 그에게 구애를 펼칠 여자는 많을 거다.
고작 저 나이에 상격에 들어선 이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상격은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에르실은 이서하 라는 남자에게 호감을 품은 소녀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는 여자답게 재능이 출중했다.
-훌륭한 재능이다. 세계마저 얼려버릴 극빙의 재능을 가지고 있구나.
멜라니 메르헨.
그녀 안에 있는 초월자가 에르실에게 확신을 심어 주었다.
‘그럼 데리고 다녀야지.’
에르실이 그녀에게 바라는 것은 별거 없다. 자신이 내민 손을 잡고 그녀와 협력해서 이서하의 여자를 더 늘리지 않는 것.
그리고 그녀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다지는 것.
고작 그 둘이 끝이었다.
자신의 이서하를 어르신으로 부른다거나, 데이트하러 가는데 마인의 멱을 따라간다던가 하는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지만, 그녀는 자기 손으로 잡아도 될 여자였다.
‘요즘 홍유화가 수상하니까.’
적탑의 마탑주 손녀인 그녀는 중국의 적을 둔 김아라나 영국의 적을 둔 자신보다도 추종자가 많다. 최근 추종자들을 통해서 뭔가 꾸미고 있다고 하니, 주의하는 것이 좋았다.
나중에 이서하를 뺏겼다고 울고불고 땅을 치는 것보다 미리미리 자신의 편을 포섭함이 옳았다.
“서하 씨, 입가가 헤벌쭉하신데요? 양손에 꽃을 드셔서 그런가?”
에르실은 특유의 히죽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이서하는 난처하게 웃었다. 설화련은 희미한 홍조를 띄운 채로 이서하의 왼쪽 팔을 붙잡고 있었다.
‘허허.’
이서하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여기저기서 시선이 끌린다.
여러 가지 시선이 담겼다. 질투심과 선망, 부러움, 혹은 어이없어하는 시선.
“뭐야, 에르실이랑 사귀고 있던 거였어?”
“쟤 옆 반의 설화련 아냐? 양다리가 가능한 거였어? 그런 건 만화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는데?”
임시로 만들어진 먹거리 골목인지라 보는 학생들이 많았다,
본래라면 북적거릴 일이 없다.
마인들이 쳐들어왔다는 소식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학생들이 많았다. 황제가 직접 나서서 마인들을 토벌하겠다고 말한 탓이었다. 황제가 직접 나서면 안전하다. 그런 믿음이 깔려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실제로 마인들은 몰살당했다. 황제가 자랑하는 첫 번째 별에. 다른 별들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황제가 더 강해졌다고.
하루가 지났음에도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안정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곳에 학생이 많을 수가 있었다.
“이서하 죽어.”
그래서 황제 이야기로 꽃피우던 학생들이 이서하에게 증오를 담았다.
그가 황제에게 총애받는 것은 알음알음 학생들에게 퍼진 것도 있었다.
“우리 서하 씨 인기 진짜 많네요.”
에르실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이서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여기서 뭐하고 싶은데?”
“바나나 먹을래요? 초콜릿이 묻은 거로. 저거 맛있어 보이던데.”
“그래.”
이서하는 초콜릿 바나나 세 개를 샀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을게요. 아, 설화련 씨, 혹시 바나나 먹는 법 아세요?”
“바나나는 그냥 먹는 거 아닌가?”
설화련이 어이없어하며 말하자 에라실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저 한번 봐보세요.”
에르실이 혀를 내밀었다.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이서하를 바라봤다.
핥짝.
혀로 초콜릿 바나나의 초콜릿 부분을 핥았다. 이서하를 응시하면서.
‘통하나?’
에르실은 반신반의했다.
메르헨 가문은 환상 마법의 가문이다.
멜라니 메르헨이라는 걸출한 초월자를 배출했던 유서 깊은 가문. 그 가문이 영국에 떨어지면서, 메르헨이라는 가문이 지구에 새로이 등장했다.
그 과정에서 환상 마법보다는 남자를 유혹하는 것에 집중한 학파가 나타났다. 메르헨 가문의 피는 몽마, 서큐버스의 피를 일부, 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을 대대로 익혀왔다.
이것은 메르헨 가문의 정수라고 할 수 있었다. 남자를 유혹하는 비기 101가지.
‘많이 천박하기는 한데.’
그러나 이 목석같은 남자를 유혹하려면 이 방법뿐이었다.
핥짝.
에르실은 이서하를 바라봤다.
이서하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미약한 흔들림이지만, 에르실은 만족스러워했다.
*
‘뭐지.’
에르실이 적극적이다.
나에게 다가올 때마다 슬쩍슬쩍 유혹한다. 문제는 그게 나에게 치명적이란 거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요? 스티커 사진 찍는 건 어때요? 요즘 인생 네 컷이라고 유명하던데.”
“스티커 사진? 사진을 찍는 건가?”
“네, 네. 화련 씨도 솔깃하시죠? 서하 씨는 어때요?”
에르실이 대뜸 다가와서 말했다. 스티커 사진이라. 전생의 전 여친하고 찍으러 갔다가. 전 전 여친하고 만났던 곳이었지. 지금은 기억하기도 싫은 기억이 되었지만.
“……다른 데로 갈까요?”
“다른 데?”
“그러고 보면, 「선정의 종」이 울렸으니 이제 「명예의 전당」을 구경하러 가야죠.”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에르실이 나를 바라봤다.
나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상격이 되고 나서 24시간이 지나면 「명예의 전당」에 이명이 등록된다.
상격이 되면서 법칙을 왜곡하는 힘을 갖게 되지만, 동시에 세계가 자신이 걸어온 길을 판단하고 그 격에 걸맞은 이명을 지어준다. 그렇기에 이명은 중요했다. 선실한 이가 타락한 이의 앞잡이일 수도 있고, 타락한 줄 알았던 이가 사실 세계를 지키던 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악과 선을 판단하는 데에 있어서 이명은 중요하기에 「명예의 전당」은 꽤 괜찮은 볼거리였다.
‘나만 아니라면.’
문제는 내가 갖게 된 이명에 있다.
구원자(Savior).
‘너무 거창한 이명이야.’
거창했다. 그만큼 엄청난 효과를 가진 물건이기도 했다. 대다수의 칭호는 사용자를 조금 강화해주는 것에 그치는 반에, 구원자의 칭호는 내가 체감할 정도로 강화해주니까.
심지어 이번 「선정의 종」을 울린 것이 나라는 것을 확신하는 에르실이기에 반응이 어떨지 두려웠다.
하지만 스티커 사진을 거절하고 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 어차피 알게 될 거, 매도 먼저 맞는 심정으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빨리 가죠. 마침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에르실이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데려갔다. 우리는 곧 「명예의 전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이 비싼 카메라를 들고 있었으며 인터넷 방송인도 많았다.
“이번 상격은 어떤 상격일까?”
“뭐, 곧 명예의 전당에 뜨겠지. 최근에 이명 중에 재밌는 게 없었는데, 재밌는 게 뜨면 좋겠다. 흑염용제 같은 거.”
“푸핫.”
“…….”
행인의 말에 흠칫했다.
흑염용제.
정말 받기 싫지만, 용의 힘을 얻은 이상 받아도 이상할 게 없었다. 심지어 흑염가지 다루니 더욱 확률이 높았다. 끔찍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거 아세요? 상격이 되었을 때, 이명을 받으면 사람들의 표정은 크게 두 개로 나뉜대요.”
“어떤데?”
“실망하거나, 좋아하거나. 전자는 자신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서 그렇고, 후자는 자격이 되지 못했음에도 좋은 칭호를 받아서 그렇대요. 보통 걸어온 길이 좋으면, 높게 쳐주는 성향이 있거든요.”
에르실이 나를 바라봤다.
“그런데 서하 씨는 좀 다르네요. 마치 받아야 할 것을 받는 느낌이랄까.”
“그런 거 아냐.”
사실 기대하고, 구원자의 칭호를 받자마자 좋아하긴 했다. 그 칭호는 정말 좋은 것이니까.
“축제가 끝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글쎄.”
“학교에는 나오실 거죠.”
“나오긴 할걸.”
나는 아까 사둔 자몽 소다의 빨대를 입에 물었다.
학교에는 나올 거다. 그러나 대부분의 날은 학교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배울 일은 없으니까. 내가 봐줘야 할 애들도 이제 궤도를 찾았다. 서가연은 길드에 꾸준히 나와서 매일 볼 거라 상관없다.
‘홍유화가 조금 걸리는데.’
결국은 알아서 잘 해낼 거다.
그녀는 강한 여성이니까.
남의 사진을 모아서 자기 방 곳곳에 붙인다던가 하지만.
‘…….’
-그게 더 위험한 거 아니에요?
영천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명예의 전당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많은 인물이 적혀 있었다.
황제, 서예빈부터 시작해서, 천견, 천의 마도사, 검성과 권마까지.
죽어버린 초월자들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모든 이름 중에 가장 위에 있는 이.
가장 위대하고 위대했다고 평해지는 영웅.
[귀환자 진서현]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던 한국에 진서현이라는 이가 등장했다.
그는 한국 아래에 영맥을 만들고, 나치의 세력을 절반으로 축소했으며, 한국을 발전시키는 데 어마어마하게 이바지한 인물이다. 일각에서 영웅의 아버지, 혹은 대영웅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을 정도.
주변을 둘러보니 몇몇 인물들은 따로 묵념하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초월자부터 시작해서 최상격에 이른 이들까지 다양했다.
몇몇은 이명만이 적혀 있었지만, 대다수는 이명과 이름이 적혀 있었다. 스스로 이 자리에 올랐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나는 마인들의 인명을 훑었다.
‘아직 살아있는 놈들이 많군.’
원래 게임의 루트를 탔다면, 내 경지에 살아있을 수 없는 이들이 잔뜩 있었다. 그러나 시간상으로 따지자면 정말 많은 마인놈들을 죽였다.
그렇게 이름들을 보내며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명예의 전당에 이명들이 새겨진 부분이 빛이 뿜어졌다.
화악!
동시에 이명 하나가 새겨졌다.
구원자(Savior).
나를 보는 에르실의 시선이 강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