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78
Chapter 178 – 전초전(3)
에리히는 장교들에게 휴식을 주며 주위를 살폈다. 그의 자랑스러운 부하들에게서 평소의 늠름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말이기도 했다.
그들은 소란을 일으켜서, 학교 내부에 잠입. 목표를 암살하고, 추가로 요원들을 암살해야 해야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
군인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에리히는 전력을 보존하고자 철수했다.
‘어떻게 된 일이냐.’
에리히는 입술을 콱-깨물었다.
황제는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마인병들을 소모품처럼 취급하여 첫 번째 별을 틀어막았다. 황제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들은 첫 번째 별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테스트인 것처럼.
아니, 그것은 테스트였다.
새로운 별의 힘을 확인하고자, 그리고 널리 알리고자 자신들의 침략을 무대로 삼았다.
오직 자신만이 고귀하다는 듯, 자신들을 아래로 깔아뭉개는 듯한 눈빛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눈빛이었다.
그래서 에리히는 황제를 떨어트리고자 했다.
신으로부터 하사받은, 생명의 힘으로 황제를 압박한다.
작전 자체는 간단하지만, 세세하게 조율하며 황제를 압박해야 했다. 황제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게 은밀하고, 확실하게. 그리고 작전이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직전, 작전을 실행했고.
‘실패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황제가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자신의 계략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러나 다 사소한 이유였다. 이 뒤에 있을 사건을 뺀다면 말이다.
가장 큰 이유,
그것은 SS 단의 단장, 힘러와의 연결이 끊어졌다.
그냥 끊어진 것이 아니다.
마치 무언가에 의해서 단절된 듯, 힘러와 연결된 신의 단말이 끊어졌다.
신의 단말.
그것은 신과 연결된 작은 문이었다.
나치 제국은 그곳으로부터 검은 태양의 생명력을 하사받는다.
힘을 하사받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격 일부를 그곳에 저장할 수 있다.
격의 일부를 저장해서 검은 태양의 권능으로 부활한다. 나치 제국이 아직 살아있을 수 있는 이유였다. 물론 그것이 가능한 것은 극히 일부의 인사들뿐.
‘비상사태다.’
그러나 그 단말이 끊겼다.
그것은 사태가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하단 뜻이었다. 거짓된 존재들을 떠받드는 이들이 자신의 진실한 신의 힘을 끊을 수 있음을 의미했다.
지금까지 세웠던 계획을 전면 폐지해야 할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었다.
현장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확인할 수도 없었다.
나치 제국의 가장 귀한 장교급 전력들을 보존하며 겨우겨우 후퇴한 것에 그쳤으니까.
‘그 예언의 존재가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는 건가?’
아무런 정보가 없다.
에리히는 최악의 가정을 했다.
예언의 존재에게 죽는다면, 환생조차도 하지 못한다.
다른 이들의 죽음과도 같다는 소리다. 나치 제국에 들어간 이유는 많다지만, 에리히는 수명 때문에 나치 제국에 입단한 인물이었다.
‘이 사건은 나치 제국만의 힘으로 하면 안 된다.’
다른 이들과 합세 해야 했다. 그러나 빌런과 마인 집단들은 많이 사라졌다. 특히 한국은 거의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았다.
가면남이라 불리는 존재 때문이었다.
한국의 마인들은 밤이 될 때 마다 가면남과 백발의 마녀라 불리는 이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렇기에 다른 세력을 끌어들여야 했다. 가장 큰 세력. 그러면서 동등한 입장에 처해 있는 거악을 끌어들여야만 한다. 나치 제국이 약한 것은 아니지만, 자칫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전을 세우다가 에리히는 묘한 감을 받았다.
무언가가 자신들을 지켜보는 듯한 눈길이었다.
“누구냐.”
“감이 좋네? 패잔병들을 추스르느라 정신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검은색 후드티에 바지를 입은 소년이 나타났다.
남자의 얼굴은 젊었다. 머리가 목덜미를 덮은 덥수룩한 머리카락이 보였다. 그런데도 얼굴과 몸의 태가 어마어마한 조화를 이루어 다른 매력을 자아내었다.
절세의 미남이란 소리다.
“너는.”
에리히는 눈가를 좁혔다.
저 소년은 살생부의 명단에 있는 존재였다.
지금도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있으며, 훗날 나치 제국을 위협할 인물 중 하나였기에 살생부에 올려져 있는 존재였다.
‘훗날이라고?’
에리히는 소년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자신을 살린 감각이 경고하고 있다.
오늘,
자신의 목숨은 끝이라고.
*
‘흐음.’
나는 패잔병 꼬락서니를 하고 있는 존재들을 바라봤다.
장교의 수만 해도 5명. 거기다가 에리히까지. 마도병들은 있지만, 마도병들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마도병은 그림자+에게 맡기고.’
머릿속으로 견적을 짜봤다.
‘나쁘지 않은데?’
이놈들이 아직 한국에 있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궁금증은 접어 두었다. 한두 놈을 잡아두고, 심문해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네 이름, 이서하라고 했나?”
“맞아.”
나는 에리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와는 완전히 다르군. 고작 그 나이에 믿기지 않는 위업을 쌓았어.”
“꽤 좋은 눈을 갖고 있군.”
내 말에 에리히가 빙그레 웃었다.
에리히가 어떤 식으로 나를 보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의 눈은 격을 읽는 데에 특화된 눈이기도 하니까.
“네가 쌓아 올린 이야기를 하나하나 얻기만 해도 영웅으로 추앙받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 격들은…….”
에리히가 나를 보다가 점점 표정이 바뀌었다.
흥미로운 듯한 표정에서 믿을 수 없는 것을 보는 눈으로.
“……거짓말. 고작 상격에 불과한데?”
“왜? 설마 힘러를 죽인 것도 보이나?”
“힘러를……? 네가?”
그 정도는 아닌가.
생각보다 성능이 별로였다. 신의 추종자로서 신의 눈의 일부를 얻었다고 했지만, 에리히의 역량이 딸려서 보지 못하는 듯했다.
나는 전투를 준비했다.
탕!
총소리가 퍼졌다.
동시에 감각이 위험을 고했다.
소리보다 빠르게 탄환이 내 눈앞에 바로 나타났다.
나치 제국의 장교들이 사용하는 특수한 탄환이었다. 마치 탄이 공간을 넘은 듯한 힘이었다. 아니, 탄환은 공간을 넘어서 날아왔다.
고작 탄환 따위가 내 인지 능력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으니까.
‘공간점멸탄인가.’
빠르게 파악하고 역천을 둘렀다.
탄환보다 빠르게 눈앞에 나타난 역천이 탄을 튕겨내었다. 아무리 개조해도 결국은 탄환. 마력을 담거나 이것저것 한다고 해도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총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힘러조차도 총을 보조용으로만 썼으니.’
몸을 바짝 숙였다.
백홍에 잠든 가을의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구름을 떠올려라. 흑운은 제법 잘 다듬어진 검이니까.
‘흑운(黑雲).’
두근.
의념(意念).
내 의지에 따라 흑염휘성신이 흑염을 뿜어내었다.
검기가 검신을 타고 얇게 생성된다. 검기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발검(拔劍).
사아아아──.
인지를 넘어 개념을 베는 힘이 검신을 타고 흘러내렸다. 줄기줄기 뿜어지는 검기가 덩어리로 뭉치기 시작한다. 검기 하나하나가 실타래가 풀린 실처럼 엉키고 섥힌다.
구름을 상상한다. 이것은 적을 베는 것이 아니다. 닿자마자 적을 소멸시키는 멸운(滅雲).
세계의 법칙을 비튼다. 검기가 흑천 아래에 있는 흑운을 생성했다.
우웅!
가을의 검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혼(意魂).
쩌어어어어엉───!!
가을의 검에 잠든 무한한 마력이 뿜어졌다.
내 의념이 세계의 법칙을 비틀었다. 검은색의 검기가 구름을 생성한다. 의혼이 구름을 증폭시켰다. 산을 감싸는 듯한 흑운이 모든 것을 뒤엎었다.
“저게, 저게 상격이라고? 못해도 최상격 끝에 계시는 힘러 님과 동급이상일 텐데!”
“이, 이건 보고서보다 압도적으로 강하잖아!”
절규와 함께.
백색 제복을 입은 나치 제국의 병사 절반이 구름에 삼켜졌다.
*
“크윽.”
에리히가 신음을 흘리며 뒤로 크게 물러났다.
절반을 삼킨 구름, 흑운(黑雲)으로 인해 크게 상처를 입었다.
‘저건 도대체.’
뭐지?
눈으로 직접 보지만 이해할 수 없는 힘이다.
마치 자신이 모시는 검은 태양의 존재와 같은 힘이었다. 이 세계의 인물들이 죽음의 힘이라고 부르지만, 자신들에게는 생명의 원천이나 다름이 없는 힘.
이해하기 어려운 힘이라는 소리였다.
그러나 저것은 이해할 수 없음에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부정하는 힘. 그러나 저걸 어떻게 저 소년이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흑운이 휘몰아치고 남은 공터를 바라봤다.
거대한. 폭풍이나 쓰나미에 휩쓸려 버린 듯 폐허에 가깝게 변한 공터.
‘위험해.’
장교들의 절반이 살았다.
다르게 말하자면 조금 전의 일격으로 절반이 죽었다는 소리와 같다. 절반의 전력도 온전치 않았다. 사지 중 한 곳이 절단되거나 크게 상처를 입은 이들이 대다수였다.
“쿨럭, 에, 에리히 님, 이, 이상합니다.”
“뭐지?”
“재, 재생이 안 됩니다. 시, 신의 힘이 통하지 않습니다.”
“뭐?”
에리히는 멍한 표정으로 장교를 바라봤다. 슈츠스타펠의 일원. 검은 태양의 힘을 직접 받은 장교였다. 힘러가 가진 생명의 촉수를 가졌기에 어지간한 부상도 바로 회복했다.
사지가 잘린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회복하고 바로 달려들 용감한 존재였는데,
에리히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힘러에게 연결된 검은 태양의 단말을 끊은 존재가 눈앞에 있는 소년이란 것을.
그리고 이 힘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었다는 것은, 자신들을 절대 살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였다.
“살려 둘 생각이 없군.”
“지구를 좀먹는 해충들을 굳이 살릴 이유도 없지.”
“……살려 보내주면 안 되겠나? 그러면 너도 다칠 일은 없을 텐데.”
“주제 파악을 못 하나? 너희가 목숨을 담보로 해도 나를 해할 수 없을 텐데.”
냉혹한 표정으로 비웃으며 말하는 소년.
그러나 사실이기도 하였다. 검은 태양의 힘을 빌린다고 하더라도 저 소년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 힘들 거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소년은 힘러와 비슷한 위계의 힘을 가졌다.
격은 그런데도 고작 상격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죽여야 하는 주적이라는 소리였다. 그러나 지금 전력으로는 생존을 도모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여유를 부리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간격을 재고 있어. 우리가 어떤 수단을 쓰고 있는지 알고 있는 눈치야.’
상대는 나치 제국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인물이란 뜻이기도 하였다.
우리를 증오하는 복수자 중 하나였나.
“어쩔 수 없군. 하지만 순순히 죽어주지는 않겠다.”
“곧 죽을 놈들이 말도 많아.”
이서하가 오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눈에는 황금이 깃들었다.
개념 스탯 연금.
그것이 주변의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문자가 형상화한다. 이서하는 그것을 쥐었다. 문자가 강맹한 힘을 뿜었다.
이서하는 손을 뻗었다.
룬 문자가 손에서 마력을 뿜어내었다. 가을의 검이 폭주하듯이 마력을 일으켰다.
“네놈들이 뭘 하든 결과는 하나다. 너희들은 모두 여기서 죽는다. 그 사실뿐이야.”
담담하게 사실을 고하듯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예정된 미래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