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9
Chapter 19 – 보상
나는 홍유화를 바라봤다.
홍유화는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억울해하는 감정도 느껴졌지만, 그보다는 체념하는 기색이 강했다.
“그 연금술 눈에 익은데, 마스터에게 사사한 거야?”
마스터는 연금술 계열 쪽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항상 독과 약은 한 끗차이라는 말을 했기 때문에 홍유화가 저리 말하는 것이겠지.
“아니, 독학했어.”
“……독학했다고?”
실제로 독학이 맞다.
게임에서 레시피를 얻을 수 있는데, 레시피에는 재료가 1~2개씩 빠져서 그걸 찾느라 엄청 고생했었지.
연금술을 파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커뮤에 상주하는 초창기 인물 중에서는 나 혼자뿐이었다.
그 기간이,
“한 5년쯤 됐나?”
“5년? 고작 5년?”
홍유화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믿을 수 없다는 눈빛. 그러나 이내 눈을 감고는 표정이 돌아왔다.
도도한 표정으로.
그러나 눈빛은 활활 불타고 있었다.
“고작 5년을 배웠다고? 조금 전 실력은 고작 5년 정도가 아닐 텐데?”
송라희 교수가 물어봤다. 의아함이 가득한 어투.
옆에 있는 연금술 교수는 그냥 나를 향해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 눈빛이 거의 길을 가다가 보물을 주운 사람과도 같았다.
“혹시 이서하 학생은 물약을 기증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기증이요?”
왔다.
한국영웅학교에 있는 특별한 제도.
“먼저 설명부터 해야지.”
“아, 잘 모르시는구나! 제가 특별히 설명해 드릴게요. 기증이라는 제도는 연금술이나 대장장이 쪽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만 받을 수 있는 제도에요. 쉽게 말하자면 한국영웅학교에서 재료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학생분들은 일정량의 물약을 지급하시면 되요.”
그 외에도 월마다 200만 원이라는 거금도 들어오고, 훗날 학문에 뜻을 두고 싶다면, 교수 밑에서 일할 수도 있다고 한다.
“어때요? 해보실래요?”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꽤 가증스럽다.
“좀만 고민해보고요.”
한 번 튕겼다.
그래야 안달이 날 테니까.
“제가 보기에 이서하 학생은 연금술에서 크게 될 재목이 확실할 것 같거든요. 같이 일하고 싶은데…….”
슬쩍 가슴골을 보이며 연금술 교수가 말했다.
가슴이 꽤 컸다.
어지간한 학생이라면 이것에 넘어갈지 모르지만 나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혼자서 쓸 수 있는 방을 따로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혼자서요?”
연금술 교수가 잠깐 멈칫했다.
나는 이 교수가 할 짓들을 알고 있다.
대학원생들을 노예처럼 부려 먹고, 그들이 얻은 희귀한 재료들이나 레시피를 권위로 압박해서 얻어내거나, 억 단위의 레시피를 그녀에게 줘야 교수로 승급시키는 인물이기도 하다.
나름의 재능이 있어서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마인이 내민 레시피에 혹해서 마인쪽 편에 든다.
그리고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척 하면서, 질투했던 송라희 교수 역시 사건을 조작해서 같이 떨어트리는 명실공히 빌런에 속하는 인물.
‘아마 내 레시피를 슬쩍 할 생각이겠지.’
그녀에게 도덕심이란 길가에 널브러진 쓰레기와도 같은 것이다.
하긴, 그런 인물이기 때문에 자기 휘하의 대학원생에게 내가 준 그림자 뱀의 비늘을 뺏어온 거겠지.
“네, 제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있으면 신경 쓰여서 집중할 수 없거든요.”
내 말에 송라희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조금 전까지 사람들의 시선이 잔뜩 있는 곳에서 물약을 제조했던 주제에-라는 눈빛이었다.
“그럼 제가 따로 학교에 말씀드리겠네요. 이서하 학생은 굉장히 우수하시니까 아마 독방을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원하는 재료가 있다면 학교에서도 받으실 수 있으실 거고. 너무 비싼 건 물론 안 돼요.”
“그럼 감사하고요.”
내 말에 연금술 교수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혹시 대학원생이 되실 생각 없으신가요? 이서하 학생이라면 정말 좋은 학생이 될 것 같은데.”
“싫습니다.”
“어머, 단호하셔라.”
진짜로 선넘네.
과연 그 성정은 이미 빌런과 다를 바가 없었다.
***
나는 거울을 보면서 교복을 점검했다. 평소에 입는 후드티는 빼서 입었다.
검은색 슬랙스에 하얀색 와이셔츠와 흰 색의 마이. 푸른색의 넥타이가 눈에 띈다.
‘잘 생겼군.’
커스터 마이징으로 아주 약간, 정말 약간 손을 봤음에도 만족스러운 태와 얼굴이었다.
-꽤 괜찮군. 그리고 주인, 바지 뒷부분이 접혀있다.
흑천마검의 조언에 나는 바지 끝을 폈다.
“준비는 됐나?”
서우주 교관의 묵직한 목소리.
나는 준비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이요!”
“저도 좀만…….”
에르실과 김아라는 뭘 하는지 모르지만 한창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그들이 이러는 이유는 하나다.
한국영웅학교의 교장 선생님을 뵈어야 하기 때문에.
교장 선생님이라고는 하지만 그 무력은 가히 패왕과 맞먹을 정도라서 그녀는 학교에 있는 일이 적다.
대부분은 ‘경계’라고 불리는 곳에서 괴수들과 마인들의 침략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금은 얼마나 주는 거예요?”
머리를 매만지며 김아라가 물었다.
원래라면 유복하게 자란 그녀지만, 패왕의 손길을 떠나 자유롭게 살기 위해 그녀는 일정량의 아티팩트나 귀금속 등을 가져왔다.
“상금은 각각 천만 원씩 지급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사용이 가능한 물건도 한 가지 주지.”
“물건이면 어느 정도……?”
“대충 C급의 물건은 된다. 바깥에서 팔아도 좋다. 교감 선생님이 만든 물건은 프리미엄이 붙으니까 이왕 팔 거면 비싸게 팔고.”
“그렇게 권유해도 되요?”
“교장 선생님의 지론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집에 빚이 있는 학생들이 주로 그러니까. 가난은 사람을 좀먹게 하지. 그렇다고해서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죄가 아니니까.”
다만. 서우주 교관은 뒷말을 붙였다.
“그러나 그 돈으로 방탕하게 놀아 성적이 떨어지거나, 범죄에 손을 대는 순간 교장 선생님이 얼마나 무서운 분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럼 저는 걱정 없겠네요~.”
에르실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에르실의 넉살에 서우주 교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너희 빨리 준비해라. 너무 늦으면 교장 선생님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
“헉, 준비 다 됐습니다~.”
“저도요!”
에르실하고 김아라가 튀어 나왔다. 에르실은 머리에 볼륨을 좀 더 넣었고, 김아라는 눈을 덮는 머리카락을 옆으로 옮겨서 머리핀으로 고정했다.
“오, 김아라 씨, 엄청 예쁘시네요~. 머리카락으로 가려지지 않는 것으로도 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도 예뻐.”
“크흠. 그럼 출발하지.”
헛기침으로 여자들의 수다를 끊고 서우주 교관이 앞으로 나섰다. 우리는 그를 따라갔다.
“그런데 제가 이런 거 받아도 괜찮을까요?”
“맞아. 이서하가 다 했는데.”
“그냥 말 편하게 서하라고 불러. 나도 너희 없었으면 못 잡았을 테니까.”
내 말에 김아라와 에르실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동양 문화권은 겸손과 겸양이 미덕이라고 하는데, 너무 겸손하면 오만해 보이는 게 웃기네요.”
“크흠.”
내 말을 전혀 믿지 않는군.
뭐, 그만큼 흑경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으니까.
“다 왔다.”
서우주 교관이 고풍스럽고 거대한 문 앞에서 멈췄다.
항상 굳건하고, 냉철하게 행동하기에 받은 이명은 철사자이지만……지금은 그답지 않게 대단히 긴장하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들 너무 긴장하지는 마라. 위대하고 위대한 교장 선생님은 자비로우신 편이니까. 마인이거나 빌런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서우주 교관은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장 긴장한 사람이 당신인 것 같다.
끼익.
서우주 교관이 한 발짝 더 걷자 문이 저절로 열린다.
그 안에는 한 여성이 의자에 다리를 꼬며 앉아 있었다.
찬란한 황금빛을 발하는 머리카락. 모든것을 통찰하는 듯한 보랏빛의 눈동자.
검은색 정장에 그 위에 걸친 순백색의 코트.
파워인플레가 우주로 가는 에픽 월드에서도 그 강함이 빛바래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절대자 중 한 명.
서예빈.
그 절대자가 턱에 괸 채 우리를 바라봤다.
“서우주 교관과 학생 이서하, 에르실 메르헨, 김아라가 인사드립니다.”
서우주 교관이 긴장한 기색으로 인사했다. 우리도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고개를 들자 서예빈의 보랏빛 눈동자와 마주쳤다. 무언가 인간 같지 않은 것이 나를 통찰하는 것 같았다.
“재밌군.”
그녀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서우주 교관이 멈칫했다.
“그냥 평범한 것들이나 줄려고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어. 서우주 교관. 교감을 부르도록.”
“교감 선생을 부릅니까?”
“어.”
서예빈이 말하자 서우주 교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패왕의 아이 맞지?”
서예빈이 김아라를 바라봤다.
“벌써 자질이 보인다. 패왕도 그 나이에 핏줄을 개화하지 못했어. 넌, 10년도 안 가서 패왕을 능가할지도 모르겠구나.”
“가, 감사합니다.”
그녀의 말에 에르실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리고 너……너는 조언이 딱히 필요 없겠구나.”
“……보이십니까?”
에르실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그녀에게 머물고 있는 혼을 뜻하리라.
1,000년 동안 한 세계를 지배했던 초월자를.
“나 정도 되는 여자가 안 보일 리가 없지. 그리고 너무 믿지 않는 게 좋아. 원래 혼이라 함은 이루지 못한 ‘비원’을 대신 이루어 줄 ‘그릇’을 찾는 일이니까. 그 비원을 이루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잡아 먹히는 일은 흔해.”
“……알고 있습니다.”
서예빈은 멜라니라는 초월자가 몸을 차지할 수 있다는 위험을 넌지시 언급했다.
“그리고…….”
보랏빛의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너는 정말 재밌네.”
눈동자가 반달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