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97
Chapter 197 – 연합(8)
지잉.
에르실은 마력의 실로 전장을 조율한다. 상격들의 싸움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상격들조차도 저 검은 산양의 힘에 겁에 질렸다. 에르실의 환술의 신동이니, 메르헨의 희망이니 뭐니 해도, 저것에 환술을 걸어서 제어할 수 있지는 않다.
‘마력 개변. 구조 현성.’
마력의 실이 전장을 뒤집었다.
상격의 인물들에게 실을 붙인다. 그것들로 마력을 주입한다.
보조 마법을 건다.
통각 제어, 속도 증가, 항마의 방어막, 근력 향상.
에르실은 차분하게 전장을 바라봤다.
‘별로 좋지 않은데.’
이건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에르실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이곳에 있는 전력은 총 8명. 그 중 한명은 상격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다른 하나는 최상격에 도달한 존재다.
해볼 만한가? 라고 묻는다면 에르실은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누군가는 사자왕에게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 목숨을 도외시하며 싸우고 있었고, 다른 누군가는 탈출해도 어차피 사로잡혀 죽을 걸 알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른 누군가들은 죽을지라도 그들에게 도망친다는 행위를 하고 싶지 않아서.
이유는 다 달랐지만, 그들이 물러서지 않은 이유는 가면을 쓴 남자 덕분이었다.
쿠오오오오오오!!
검은 산양이 울부짖는다.
그에 따라 주변에 어마어마한 마기의 파동이 일어난다.
퉁.
가장 빠르게 반응한 것은 가면의 남성이었다. 황금색의 찬란한 불꽃이 넓게 퍼진다. 그에 따라 검은색 코트가 펄럭거렸다. 에르실은 눈살을 찌푸렸다.
-과연 세상은 넓다.
자신의 내면세계에 존재하는 초월자가 입을 열었다.
-저 힘, 아무리 봐도 천마와 비슷한 힘이야.
‘어떤 부분에서요?’
-근본적인 면에서 말이다. 저것은 마기를 부정하고 있어.
그야…….
에르실은 복잡한 눈으로 가면의 남자를 바라봤다. 저 코트를 누가 입었는지는 알고 있다.
이서하.
그 남자에게 준 자신의 선물이니까. 처음에는 비슷한 물건인 줄 알았는데, 슬쩍 마크를 보니 똑같은 물건이었다. 이서하가 다른 누군가에게 준 것 같지는 않아 슬쩍 떠보았는데.
‘멜라니는 절대 아니라고 했지.’
이유는 간단했다.
-역천의 기는 모든 것을 부정한다. 천마조차도 그 난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죽을 수밖에 없었지. 다른 힘과는 다르게 역천의 힘은 수명을 늘리는 게 힘들다.
흑신무(黑神武)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육체를 조율한다. 전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무학중에서도 외공(外功)이라는 학문에서 제일(第一)가는 무공이라고 했다. 역천의 기를 얻지 못한다면 반쪽짜리에 불과하지만, 그것으로 억지로 수명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 찬연한 황금의 불꽃을 쓰는 인물은 이서하의 지인일 거다.
이렇게 말했다.
에르실은 복잡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서 말이 안 된다. 이서하가 연금술의 학문을 개변한, 연금술의 신인 진리라는 사실도 가끔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진리 특제 포션을 받지 않았다면 말이다.
쿠우우우우우웅!!
막대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충격파가 일자마자 전장에 배치한 마력의 실이 모조리 끊어졌다. 고작 충격파에 불과한 것에 끊어질 리 없는 힘이지만,
그 주체가 달랐다. 거인 같은 덩치를 자랑하는 마수(魔獸)와 현존하는 괴물 중, 그 정체가 불가해(不可解)한 최상격의 영웅이기 때문이다.
“치명타가 필요해.”
남자가 중얼거렸다.
영국의 일원이었다. 본디 원탁에 들어갈 수 있지만, 원탁보다는 시민들을 구하고 싶다는 사명에 나치 제국을 적대하던 남자.
“에르실, 내가 신호하면 저쪽으로 보내줄 수 있나?”
“해볼게요.”
“고맙군.”
영국의 남자, 다니엘이 자세를 잡았다.
지이이이잉──.
다니엘이 있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심상의 구현이었다. 일격필살(一擊必殺)에 해당하는 심상이었다.
‘열까.’
다니엘을 보면서, 그런 고민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자신에게는 멜라니 메르헨이란 존재가 있다.
심상.
상격 이상부터 쓸 수 있는 힘이다. 본디 그것은 법칙을 왜곡하며 사용자에게 어마어마한 힘을 전해준다.
심상은 보통 두 가지의 형태로 나뉜다.
하나의 세계를 구현하든가, 혹은 절대적인 무언가가 된다거나. 예외로 검귀가 사용하던 상시 구현 형태의 절검(絶劍)이 있다지만, 그건 예외 중의 예외.
대부분의 경우 후자를 택한다. 상격부터 써먹을 수 있는 힘이니까. 하나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은 자신에게 유리한 전장을 구현하지만, 대부분은 후자를 택한 이들에게 진다.
한 점의 집중.
그것으로 심상을 파훼한다. 그렇기에 심상을 구현하는 힘을 택하지 않은 이들이 존재한다.
에르실은,
후자의 힘을 택했다. 원래라면 전자의 힘을 택했을 것이다. 신동이라 불리며 천재라고 불린 이들조차도 자신을 따라잡지 못한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심상의 세계를 택하라고 했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멜라니라는 존재가 있다.
거짓으로 만들어진 세계.
일찍이 멜라니가 구현해낸 심상을 자신은 끄집어낼 수 있다.
“용맹과 신앙으로 주군을 섬기고, 약자들을 존중하고 보호하니, 이것이 기사의 맹세리라.”
순간,
검은 산양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 필히 멸해야 할 절대악(絕對惡)이 존재하나니. 이것은 나의 서약에 어긋나지 않는 맹세의 싸움이노라!”
심상구현.
태양의 검.
주홍색의 빛이 극대화된다. 이글거리는 태양빛의 힘이 검에 깃들었다. 그에 따라 신성한 힘도 같이 피었다.
-재밌는 심상이군. 지인이 마(魔)의 존재에게 죽었나?
멜라니는 그렇게 평했다. 에르실도 공감했다. 찬연하게 태양처럼 빛나는 저 힘은 한 존재를 말살하기 위해서 태어난 듯한 심상이다.
너무나도 따스해서, 너무나도 외로워 보이는.
그것과는 별개로, 에르실은 준비를 시작했다. 마력의 실을 극도로 모아서, 발판을 만든다. 마치 스프링처럼 성질을 부여한다.
“재밌어 보이는군, 나도 껴도 될까?”
싱긋-하고 웃는 로브의 존재가 보였다. 순백의 로브가 땅끝까지 닿았다. 인간의 것이 아닌 듯한, 외모가 두 번째로 보였다. 하얀색의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중성의 존재였다. 그리고 20대로 보이는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목 아래 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수염.
“멀린 경……? 서, 설마 사자왕을 구출하기 위해서?”
“음, 그렇다고도 볼 수 있나? 그런데 신기하네. 나와 같은 혼혈(混血)의 존재가 이렇게 있을 줄은.”
멀린이 지긋이 에르실을 바라봤다.
동시에 그녀는 깨달았다. 저것은 자신과 함께 몽마(夢魔)의 피를 이은 존재라는 것을.
“아차! 흐트러지지 말게, 다니엘 경. 마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게나.”
“……네, 알겠습니다.”
풀린 분위기가 한순간 경직된다. 기사가 마를 보면서 적개심을 키웠다. 흔들렸던 태양의 검이 이글거리면서 그 크기를 키워나간다.
“후배를 위해 내가 보여주지. 환상 마법의 대가가 무엇인지.”
사라랑.
꽃이 피었다. 몽마의 마력이 주변을 잠식한다. 멀린을 기준으로 꽃의 화원이 피기 시작한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문다. 그것만 이루면 환상 마법의 능력은 전능(全能)에 가까운 힘을 자랑하지.”
핏빛의 하늘이, 검게 물든 대지가, 말라비틀어진 나무가 모조리 꽃에 잠식된다.
-터무니없는 속도로군.
“그대 안에 존재하는 귀인도 놀라다니. 500년간 환상 마법을 파온 보람이 있군.”
“……!!”
에르실이 놀라거나 말거나 멀린은 마법을 준비했다.
“저 존재의 대안은 두 개. 환상 속에 영원히 가둘지, 아니면 이 기회에 처리해 버릴지야.”
목소리가 멀리, 또렷하게 퍼져나간다. 전방에 있는 이들이 놀라면서 이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처리하지. 저번의 몬스터 사태로 ‘공간’이 많이 없잖아?”
“하하, 역시 나의 왕다워. 그런데 너무 격식 없는 거 아니야?”
“원래라면 카리스마를 뿜어내야 하지만, 여기에 있는 이들은 다 상격이잖아?”
가벼운 목소리. 그러나 내재된 기운은 가볍지 않았다. 은색으로 빛나는 풀 플레이트 메일에 사자의 갈기처럼 흔들리는 투구. 그것을 입은 채 한 존재가 강림한다.
-사자왕……!
“히틀러. 깜찍한 짓을 해주었군. 나를 사로잡은 적도 없으면서, 사로잡았다고 하다니.”
사자왕은 싱긋 웃었다.
투구로 보이지 않았지만, 에르실은 그렇게 느꼈다.
“다니엘 경, 지금까지 훌륭하게 마와 대적해 주었다. 지금까지 수고했다……라고 하고 싶지만, 적은 강대하지. 나와 함께 가겠나.”
“물론입니다, 사자왕이시여!”
“그럼 가지. 멀린 부탁하네.”
“예이, 예이.”
동시에.
빛이 뿜어졌다. 꽃들이 공간을 장악하기 시작한다.
-네놈, 네놈 사자왕!! 감히 나와 가면남과의 대국을 방해하는가!!
“쟤는 진짜 이상하단 말이야.”
멀린은 어처구니없어하며 지팡이를 땅에 꽂았다.
심상구현.
세계수의 화원.
지팡이가 나무가 되어서 솟아오른다. 거대한 나무다. 산양의 크기만 한 순백색의 나무가 솟았다.
“뭐, 진짜 세계수는 아니지만.”
“……그런가요?”
“물론이지. 요정왕은 세계수를 끔찍하게 아끼거든.”
멀린은 그렇게 말하며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
“뭐, 그 점이 매력적이시지만.”
살랑-.
세계수의 새하얀 나뭇가지가 살랑거렸다. 생명의 힘이 주변을 휘감았다.
“영역은 역시 이런 점이 좋아. 나치 제국같이 자신의 터전으로 만든 놈들을 엿먹일 수가 있어서.”
동시에 검은 산양의 기세가 강해졌다. 가장 까다로워했던, 산양을 감싸는 검은색의 장막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또한 영웅들 역시 지금까지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쿠르르르르르르르릉!!
어마어마한 폭음이 울려 퍼진다. 에르실은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벌써 사자왕이 무언가를 했나-라고 했지만.
그곳에 보인 것은 하나였다.
검은 산양을 단독으로 죽이고 있는 가면의 남자가.
*
멀린이 등장했을 때부터.
나는 조용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자왕이 가세했다.’
그것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멀린이 심상 구현을 펼칠 것이고, 심상 구현을 펼친 기사와 사자왕이 검은 산양을 죽일 것이라고.
‘그렇게 두지 않아.’
검은 산양을 살리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저들은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시스템과 재능, 열람(-)으로 인한 보상과 퀘스트가 존재했다.
그렇기에 막타만은 자신이 먹어야만 했다.
격은 어쩔 수 없지만, 이 싸움에 참가한 것에 만족해라.
힘을 비축한다.
그러나 진리의 힘과 일부 겹치더라도, 이서하의 흑염은 내놓으면 안 된다.
‘사용할 수 있는 공격은 「수르트의 괴력(S)」과 「극염마검(A)」.’
그리고 특수 스탯 용(龍).
카득.
흑색의 비늘이 코트 아래를 가득 채운다. 눈이 샛노랗게 변하며, 용의 피가 자신을 잠식한다.
-흑천의 용이라고? 하늘(天)의 속성은 좀 난감하긴 한데…….
-뭐, 가장 화려하기는 할 거야. 그게 서하, 네가 바라는 것처럼 막 대단하진 않겠지만.
용들은 각자 속성을 타고난다.
그것은 이름으로 되어 자신을 상징하는 힘으로 변한다. 내가 부여받은 이름은 흑천(黑天)이다. 검은 하늘이다.
사아아아아.
심상에서 하나의 힘이 딸려온다.
멸천(滅天).
공간을 잠식하지 않는다. 이것은 영역으로 분류되는 힘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지지직!
검은색의 번개가 연금(鍊金)의 힘으로 변환한다. 황금의 번개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명, 구원자가 이서하의 서사를 널리 알립니다.] [세계의 의지가 당신을 주시합니다.]이곳에 백색의 힘이 깃들기 시작한다. 번개는 불꽃을 만든다. 번개는 열이다. 그렇기에 번개 역시 불꽃으로 취급한다.
[흑염휘성신(?)이 당신의 의지를 관조합니다. 흑염휘성신(?)이 세계의 법칙을 일그러트립니다.] [올림포스의 주신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스가르드의 주신이 당신을 응시합니다.]동시에 세계가 바뀐다. 이곳을 둘러싼 지옥의 풍경이 다른 이의 심상으로 뒤덮인다.
검은 산양의 기세가 약해졌다.
쿠르르르르르르르릉!!
번개가 비명을 토한다. 나는 도약했다.
쿠오오오오!!
검은색의 산양이 생을 포기했다. 눈에서 읽히는 감정은 살기였다. 자기 생명력을 포기하면서 얻는 강대한 힘이 산양의 주위에 맴돌았다.
삐죽.
검은색의 가시가 솟았다. 생명력이 장막으로 변한다. 그것으로 내 공격을 막고 나를 죽이겠단 의지로 나를 바라봤다.
‘우습네.’
웃기게도 시간을 끌기 위해서, 내가 검은 산양과 놀아주느라 검은 산양은 몰랐다. 자신의 가죽을 벤 검이 자신의 힘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몰랐다. 역천의 기는 변한다고 해서 그 근원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역천의 기가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존재인 것을 짐승은 몰랐다.
‘나한테 방어막이라.“
절로 실소가 흘렀다.
히틀러가 개과천선해서 영웅이 되는 것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나는 힘껏 번개를 들고서 지척에서 번개의 창을 날렸다.
검은 산양이 움직였다.
창을 막으며 나와 동귀어진하겠다는 각오를 품었다.
그리고 창이 심장 부분에 적중하고.
[……!]망막에 무수히 많은 창이 나를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