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00
Chapter 200 – 업보?(2)
창천 길드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어마어마한 환대를 받았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보였다. 5:5 가르마로 머리를 양옆으로 넘겼으며 뿔테안경이 인상적이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회장님이신 천의 마도사 직속 부대의 대장, 창천검 남궁무용이라고 합니다.”
싱긋 웃으면서 남궁무용이 내게 명함을 건넸다.
안다, 저 남자.
주인공 격인 인물 김서현을 위한 존재였으며, 그녀를 대신해서 죽는 인물. 남자임에도 선한 데다가 의리파여서 남자 팬들이 많았다.
“마침 연락받았을 때, 회장님이 국내에 계셔서 바로 약속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남궁무용이 나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입구에서 카드를 대자 엘리베이터가 저절로 움직였다.
“그런데 약속이 빨리 잡혔네요. 초월자들은 다들 바쁘시던데.”
“네, 세계를 조금이라도 이롭게 만드시는 분들이시니까요. 그리고 회장님께서 관심이 많은 것도 있습니다.”
“가면남에게 관심이 많으셨구나.”
“아뇨, 이서하 님에게 말이죠.”
남궁무용이 나를 바라봤다.
“저한테요?”
“회장님께서 따로 지시를 내리실 정도였습니다. 다른 학생들보다 이서하 님에게 모든 것을 걸라고 하셨을 정도였으니까요.”
“…….”
“사실, 지금도 그 마음을 갖고 계십니다. 물론 길드를 창립하신 이서하 님은 오시지 않겠지만.”
남궁무용이 씁쓸하게 웃으며 나를 회장실로 안내했다.
“이쪽입니다. 그리고 혹시 회장님이 무례하게 대하셔도 용서해주기를 바랍니다. 평소에는 냉철하신 분이시지만, 도련님과 관련된 일에는 흥분하시는 분이시니까요.”
남궁무용은 깍듯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나는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서재가 보였다. 중앙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장발의 남성. 청색의 양복을 입은 남자였다.
“만나보고 싶었네, 이서하 군.”
따스한 목소리였다.
읽히는 것은 명백히 초월한 자의 서사(敍事)를 두른 격(格). 어지간한 마법사들은 그 격에 짓눌려서 주문을 외우기도 전에 살해당하리라. 눈앞의 남자는 그만한 권능을 지녔다.
그런데 이서하 군?
낯간지러운 호칭이다. 이런 호칭을 사용할 사람이 아닐 텐데.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군.”
장발의 남자가 일어났다. 터벅터벅-소파에 느지막이 앉았다. 본판이 워낙 잘나서 그것만으로도 한편의 화폭인 것만 같았다.
“우선 앉거라. 그렇게 긴장해서야 이야기를 할 수 없겠지?”
“네.”
나는 반대쪽 자리에 앉았다. 천의 마도사는 내게 손을 건네며 말했다.
“다 자네를 위해서 구해놓은 거네. 편하게 들게.”
그가 말하자마자, 찻잔에 물이 나타나고, 탁자 위에 다과가 잔뜩 있었다.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아 보였다.
“의상을 보아하니, 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온 게 분명하군.”
“네, 아무래도 친구분의 보호자다 보니까.”
“길드를 출범할 때나, 사석에서는 항상 후드티를 입는 것으로 유명하지. 어쩌면 이서하 군의 능력 부작용 중 하나가 후드티를 입는 거란 소리가 나왔겠나.”
“…….”
그 정도는 아닌데.
“뭐, 피차 바쁜 몸이니 먼저 본론으로 들어가겠네.”
나는 몸을 긴장시켰다. 집중력이 오르기 시작한다. 내가 말을 잘못하는 순간 길드가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물론 천의 마도사가 그렇게 악독한 짓을 하진 않겠지만, 절대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리를 이끌 장이 되었다면 만약에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
“그래, 네가 바로 우리 손녀를 꼬시고 있는 놈인가?”
“……네?”
그리고 천의 마도사가 말한 본론은 내 예상을 아득하게 넘는 내용이었다.
“음? 설마 아직도 여자인 것을 몰랐나?”
“……아뇨, 서현이가 먼저 말해줘서 알고 있었습니다.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라고 인식하자 다른 것들이 보이더군요.”
“내 힘이지.”
천의 마도사가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기울였다.
“그나저나 자네, 다른 이들의 말대로군. 패왕 놈이 사위로 삼고 싶다는 말은 잘 알겠어.”
눈이 번뜩였다. 눈에는 불꽃 같은 것이 일렁거렸다.
그리고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호기심.
천의 마도사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미안하군. 마법사들 특징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힘이나 호기심들을 자극하는 것들을 보면, 나이도 잊고 주책을 부리게 되지. 그리고 자네가 쌓은 격……. 하나같이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뿐이네.”
“그런가요.”
내가 봐도 신기하긴 하다.
내 무력은 지금 시점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니까.
“초월자들이 그렇게 호들갑을 떨며 자네 칭찬을 할만 하군.”
“제가 좀 잘난 놈이라.”
“스스로에게 관대하군. 손녀의 말에 따르면, 자기보다 육체를 혹사하는 사람은 처음이라기에 자신에게 누구보다 엄격한 것 같았는데.”
천의 마도사가 픽-웃으며 말했다.
“뭐, 상관은 없네.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는 이는 결국 경지에 막히게 되지. 어린 나이에 상격이 되면, 오히려 그게 독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거든. 너무 큰 벽을 보고 좌절하는 놈들이, 그대로 상격에 머물지. 누군가는 겸손하지 않다고 하지만, 그거야말로 헛소리하지. 조금 오만해도 되네. 자신에 대한 확신을 키우게.”
“조언 감사합니다.”
“무얼. 사실, 흘려들어도 상관없네. 아, 그러고 보니, 사위는 술은 즐기나?”
“…….”
“크하하! 농담일세.”
이 양반, 처음에는 제법 말투가 점잖던데 슬슬 바뀌고 있다. 뭐, 이런 성격인 건 알고 있었지만.
“뭐, 다른 여성이랑 잘되고 있는 것 같군. 그러고 보니, 주위에 여자가 많았지? 영국의 환상 학파로 유명한 메르헨 가의 장녀, 에르실 있고, 패왕이 그토록 아끼는 손녀, 김아라. 거기에 적탑주의 손녀와 마인의 천적인 마력을 가진 소녀, 서가연. 거기에 이상할 정도로 자네가 호의를 가진 2학년 학생회장인 성한별. 이 안에서 사귀고 있는 이가 있나?”
천의 마도사는 쓰게 웃었다.
“서현이와 자네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지금 그런 건 신경을 쓸 지경이 아니야. 시기가 이렇지 않았다면 노발대발하면서 절대 허락해주지 못한다고 하고 싶지만…….”
천의 마도사가 창문 밖을 바라봤다.
“이 시기는 정말 평화롭지. 처음에 게이트가 열리면서 모든 규칙이 어그러지던 대혼란의 시기를 잊어버린 듯이 말이야.”
어딘가 음울한 목소리로 천의 마도사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자네는 그걸 아나? 이 평화는 모래성에 불과하네. 아주 조그마한 파도가 휩쓰는 순간, 그대로 망가질 수밖에 없는 허울뿐인 모래성이지. 이 세계는 너무 위태위태해.”
안다.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외계의 존재들은 제약이 풀려버리며 이 지구로 향한다.
외계의 존재뿐인가? 온갖 존재들이 지구에 몰려든다. 외계의 일족을 멸망시키고자 거신족이 거인족을 준동시키며, 실낙원(失樂園)이 외계를 막겠다며, 종족을 규합하고자 한다. 약한 종족들을 시간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외계의 존재들에게 던져주면서 말이다.
신들을 제약하는 제약이 깨지기 시작한다. 대신들,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지상에 개입한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이들이 죽는다. 모든 용이 죽으며, 선의 길을 걷는 이들이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되어, 인류를 절멸시키려 한다던가, 지구상의 모든 바다가 모든 것을 멸하는 멸해(滅海)로 변한다던가.
위신(僞神)들이 준동한다.
멸망을 노래하며 외계의 존재가 되라는 이들이 나타난다. 실로 지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 세력이 필요하지.’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에픽 월드》의 후반부는 초월자들조차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무언가로 변한다.
“그러니 나는 서현이가 행복하기를 원하네. 이기적인 노인의 열망 중 하나지만. 그래서 자네를 직접 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었고.”
천의 마도사는 결국, 툭 던지듯이 말했다.
“여자를 몇 명이나 들이든 상관없네. 자네가 그걸 감당하진 못할 것 같진 않으니. 다만 내 손녀는 울리지 말게.”
조용한 살의를 담은 채였다.
*
쏴아아아아아-.
소낙비가 내린다. 그곳에서 하성휘는 우산을 든 채 풀밭에 앉아서 한 광경을 바라봤다.
‘뭐하는 건지 원.’
이래서 무인(武人)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갑자기 시험해 보고 싶단게 있다고 하더니, 자신들을 이곳으로 끌고 왔다. 마공녀와 일장로는 오히려 그것을 영광으로 알았다. 천마의 무력을 가늠할 기회라고 시시덕거리면서.
쿠웅.
하나의 형상이 나타난다. 삼두육비(三頭六臂), 아수라. 마공녀의 심상이 세계의 법칙을 허물었다.
마공녀의 심상은 특이하다. 상시 발동 형태도 아니며, 절대적인 무언가를 왜곡하는 힘도 아니었다. 현실을 침식해서 자기 세계를 세상에 덮어씌우는 형태도 아니었다.
그녀가 원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 마공녀의 전투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다. 저 상태에서는 하성휘의 환상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쿵.
근육이 비대해졌다. 흑염이 몸 전체를 감싼다. 수염을 흩날리는 중년의 남성이 보인다. 일장로. 마공녀는 심상을 꺼냈지만, 일장로는 꺼내지 않았다. 그의 심상은 현재 그들이 상대하는 이를 강화하는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다.
광신(狂信).
일장로는 천마를 위해 일생을 보낸다. 그의 심상은 마교의 일원들을 강화하며 천마가 존재해야 성립하는 조건부 심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의 존재를 맞닥뜨리고 있었다.
천마(天魔).
후드티를 입은 여리여리한 남자가 보였다.
세속의 미를 초월한 듯한 얼굴. 장난기 있어 보이는 표정.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조금 후줄근한 검은색 후드티와 바지.
이서하는 그 둘과 대치하고 있었다.
“갑니다.”
첫 번째 공격은 마공녀였다.
마공녀가 검을 휘둘렀다. 흑염이 검을 감싸며, 검기를 이룬다. 얇은 실의 형태가 뭉친다.
검강(劍罡).
모든 것을 파멸시키는 파멸의 빛이 형상화된다.
마공녀는 조용히 그것을 휘둘렀다.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무형의 힘이 이서하를 덮쳤다. 이서하는 살짝 웃으며 팔을 휘둘렀다.
“흑린!”
일장로가 크게 소리쳤다. 모든 개념을 파멸하는 빛이 이서하의 팔에 막혔다. 이서하는 가볍게 웃으며 그것을 넘겼다.
“이게 끝이야?”
“그럴 리가요.”
일장로가 말하며 뛰쳐나갔다. 그의 주먹이 검게 물들었다. 흑염을 두른 채였다.
제천회 소속이며, 스스로의 단련에 매진한 일 장로이기에 그는 무력에 비해 명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알려졌다고 해도, 선의 세력에 속한다는 의향이 있으면 선의 세력이 받아줄 정도로 강했다.
그는 사도화를 받고 이서하에게 흑염을 받았다.
일권(一拳)을 내질렀다.
그가 심상을 쓰지 못한다고 해도, 그 일권만으로 어지간한 상대는 받아칠 수도 없을 힘이 담겨 있다. 하성휘가 당한다면, 뼈를 주고 뼈를 취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 권을 이서하는 가볍게 흘렸다.
“흠, 역시 대련의 의미가 별로 없는데.”
마공녀의 검강이든, 일장로의 산을 부수는 권격이든 그에게 다 별로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그들의 힘은 이서하에게서 나온 힘이기 때문이다.
사도화.
그것이 저들의 공격이 자신에게 먹히지 않게끔 한다.
‘그래도 어마어마한 전력인데.’
이 정도면 마음 놓고 싸돌아다녀도 될 정도다.
이서하는 조용히 심호흡했다.
그리고 개념 스탯 형상을 발동했다.
이서하의 주변에 그림자가 피었다.
그리고.
*
“뭐해.”
나는 멍한 표정을 짓는 하성휘를 바라봤다.
“바, 방금 전의 그, 그건?”
“새로 얻은 힘. 근데 익숙하지 못하고, 힘이 약해서 발동 조건이 조금 까다롭네.”
나는 팔을 빙빙 돌렸다. 흑신무는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 제일(第一)의 외공이다. 혈액의 방향, 뼈의 강도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 무공을 사용한다면, 어지간한 부작용은 없다시피 하다.
역천의 기가 극단적인 공격력을 지녔고, 내가 온갖 무리를 했음에도 내 몸이 지금까지 튼튼한 것은 이 외공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자주 쓸 수는 없겠는데.’
그런데도 자주 쓸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자그마한 동산이 있던 장소는,
폭탄이 터진 듯이 그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