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01
Chapter 201 – 업보?(3)
경계는 귀환자라 불린 이가 가둔 저승이나 다름이 없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사회를 부수고자 날뛰는 빌런, 외계의 존재에게 마기를 받아서 오염된, 마인들 중에서도 지극히 위험한 놈들을 무력으로 압박해서 가둬놓은 곳이다.
초월자들이 생겨날 때마다, 그들에게 규율을 걸어 경계를 지키게 한다. 그것이 귀환자가 초월자들에게 건 제약.
그 제약은 황제도 피하지 못했다.
‘……뭐지.’
황제는 거대한 구멍을 바라봤다. 마치 블랙홀처럼 어둠마저 빨아들이는 거대한 구멍이 보였다.
저것이 바로 경계다.
최악의 마인들과 빌런들을 잡아다가 가둔 곳.
저것에 얽힌 법칙들은 초월자들조차도 난감해하며, 그곳에 얽힌 제약들은, 초월자들조차도 옭아맬 수 있을 정도다. 그렇기에 철저하게 관리한다. 몇 명의 초월자가 이곳에 들르면서 말이다.
‘경계에 문제는 없다.’
황제는 한참을 경계를 바라봤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경계에는 문제가 없다고. 그러나 초월적인 감각은 반대의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조만간 이곳에서 거악 하나가 제약이 풀린 채 내려올지도 모른다고.
‘안 좋은데.’
거악이라 불리는 이들은, 하나같이 풀려나면 도시 하나를 마비시켜도 이상하지 않을 힘을 갖고 있다.
그런 중대한 사태를 감각에 의존하는 짓을 싫어하지만, 황제는 알고 있다. 자신의 감각은 예지에 가까운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패왕처럼 포악하지 않고, 천견 처럼 모든 것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태를 예지하는 것에는 황제가 가장 특출났다.
‘준비해야겠군.’
황제는 경계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나는 할 것 없이 앉아 있었다.
왜냐하면 진짜로 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생각보다 안 좋군.’
길드 마스터로 봐야 할 업무라면 이미 끝이 난 상태.
보통 때라면 육체를 단련하기 위해서 수련장으로 향했지만, 그것도 부숴 먹었다. 창천 길드에 있는 수련장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형상을 쓴 대가로 나는 당분간 자숙해야 했다.
흑신무로 다져진 육체가 개념 스탯을 이용한 것으로 막대한 부담을 받아서 잠깐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이것도 등급이 올라가고, 개념 스탯이 높아질수록 부작용이 완화될 테니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
그래서 결국 나는 지금 할 게 없다.
‘최근에 무력을 점검하는 것도 끝났는데.’
재능이나 기예를 사는 것도 다 멈춰놓고 있다.
Ex 등급을 하나 사려면 사소한 소모조차도 아까웠기 때문이다.
‘홍유화를 부를까.’
어디 놀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날씨도 좋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지금 한창 적탑주에게 마법을 배울 시간. 그러니 지금 전화를 걸어봤자 홍유화는 받지 못한다.
‘오랜만에 놀러 나갈까.’
생각해보니, 강의를 안한지 오래되었다.
진리로서 활동할 때가 온 건가. 나는 가면을 매만졌다.
진리의 신분을 어떻게 해야 할까. 가면남이 너무 눈에 띄어버렸다. 하필 나치 제국에게 말이다. 나치 제국의 제사장, 총통인 히틀러에게 말이다.
아돌프 히틀러.
세계 2차 대전에서 외계에 거주하는 검은 태양의 힘을 빌려서 세계 2차 대전의 승리자가 소련과 미국이 아니라, 독일이라는 하나의 제국으로 만들어버린 존재가 말이다.
‘가면남 뿐이 아니지.’
아돌프 히틀러는 나치 제국을 위협할 단일인물을 골랐다. 그 이름에는 ‘진리’라는 이름과 ‘이서하’가 존재하고 있었다. 예언의 아이를 가장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면서도, 가면남과 진리를 그 위로 올려버렸다.
나치 제국이 활동하는 모든 반경에 내 다른 신분들이 위협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진리는 연금술사의 신이며, 신앙이다.
이름 그대로 내 말은 모든 것이 진실이며, 자신의 연금술을 몇 차원 위로 끌어올려 줄 존재로 믿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했기도 했고.
그러니 그들이 나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나치 제국을 족치는 것은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가면남은 그럼 어떨까.
가면남의 컨셉은 다크 히어로다. 법이 있고, 빌런을 잡는 이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어떤 일이 벌어진 뒤에 움직이는 존재들이다.
빌런들이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그들을 구속할 수 없다. 구속한다고 해도, 그들은 감옥에 갇히는 것에 그친다. 마인에 대한 살인은 허락하지만, 빌런은 거기까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면남은 그러지 않았다.
그냥 죽였다. 빌런이든, 마인이든간에 범죄를 저지르는 놈은 무조건 죽이고 봤다. 그렇기에 다크 히어로란 컨셉이 어울렸다. 실제로 대중들은 가면남에게 어마어마하게 열광했고.
그리고 가면남을 따라 하는 세력이 생겼다. 빌런들을 죽이고자 하는 세력들이.
아마 그쪽과 연관이 돼서 나치 제국을 방해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일이 조금씩 꼬이고, 그 과정에서 나치가 행한 일들이 세상에 퍼지고…….
‘그런데 이서하는 왜 그렇게 된 걸까.’
이서하의 신분도 범상치 않기는 하다.
내가 상격인 것은 모두 알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시련의 탑을 입장하자마자 바로 깬 특이한 케이스. 중견 이상의 길드 모두가 관심을 표했으며, 중소 길드는 계약금을 맞춰주지 못해, 포기해야 했지만, 만약 들어간다면 최고의 대우를 해줬을 거다.
해외에서 유명한 공룡 길드들이 아직도 나를 스카웃 하려는 것이 바로 그 이유.
그러나 내가 나치 제국을 홀로 위협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글쎄-모르겠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문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익숙한 인기척이었다.
똑똑.
“손님이 왔습니다.”
평소의 살가운 말투와는 다른 무뚝뚝한 말투였다. 전자 마녀가 저렇게 행동한다면 외부의 인물이란 뜻이겠지.
나는 념을 이용해서 문을 열었다. 일종의 무력 시위 비슷한 느낌이다. 나는 상격 이상이다-라는 걸 말하는 느낌.
끼익-하고 문이 열렸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여긴 왜?”
“의뢰할 것이 있어서요.”
똑 부러지는 어투.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색의 머리카락에 어딘가 고집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 보였다. 한국 영웅학교 특유의 교복을 입고 있으며, 팔에는 학생회장을 상징하는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성한별이었다.
*
화랑 길드.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길드다. 대한민국에 산다면 알 수밖에 없는 길드이며, 외국에서도 영웅에게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나는 의아한 거다.
훗날이라면 모를까, 지금 우리 길드가 화랑 길드에 비비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암천 길드원을 제외한 우리 길드는 나를 제외하면 서가연만 상격이니까.
“우리한테 의뢰? 성한별 선배님은 화랑 길드에 속해 있으신데 왜……?”
“화랑 길드도 지금 손을 못 쓰고 있거든요.”
그렇게 말하면서 성한별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악마의 탑에서 악마가 부활하고 있는 것은 아니죠?”
“네, 애초에 저희가 처음 맞닥트렸으니까요.”
그래서 악마의 탑이 노다지가 되었다. 악마들은 죽으면서 보물들을 남기는데, 그게 어마어마하게 좋기 때문이다. 당장 72위의 악마 단탈리안도 우리 길드에 속해 있고.
“화랑 길드도 악마를 죽이기 위해서 지금 악마의 탑에 오르고 있어요. 천의 마도사 님이 직접 지휘한다고 하니까, 안전할 거란 계산도 있었고요.”
그럴 것 같다.
초월자가 등 뒤에 있으면 느끼는 그 든든함은 초월자를 빽으로 둔 이들만 알 거다. 나도 은근슬쩍 황제의 이름을 팔아먹고, 패왕의 이름을 팔아먹었으니까 알 수 있었다.
“물론 위험한 건 알고 있어요. 천의 마도사 님이 지휘한다고 해도, 인명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으니, 화랑 길드도 준비를 진짜 많이 했어요.”
“그래서 길드원들이 지금 악마의 탑에 갇혔나요?”
“아뇨, 그랬으면 천의 마도사 님이 직접 나타나서 구해줬겠죠. 문제는 실종에 있어요.”
“……실종이요?”
느닷없는 단어에 나는 당황했다.
“천의 마도사 님이 나서지 않으셨나요?”
“그, 천의 마도사 님이 좀 바쁘셔서…….”
성한별이 말끝을 흐렸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의 미팅이 떠올랐다. 천의 마도사는 잠깐 시간을 내서 나랑 만나더니 금세 어디론가 사라졌지.
‘하긴, 참여한 영웅들 숫자만 해도 천에 가까우니.’
이상하지는 않았다.
겉으로는 말이다.
‘이 음흉한 영감이 뭘 꾸미고 있는 거지?’
천의 마도사는 선의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방식이 선하다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그가 선의 세력에 속한 이유는 마의 존재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어딘가 하나씩 어긋나고 있는 존재이니까. 어쩌면 목숨이 위험하기 직전까지 실종된 인원을 구해주지 않고 그것을 이용해 먹을 지 모르는 게 천의 마도사의 성향이다.
‘이 이벤트는 몰라서 단정을 짓기가 좀 어려운데.’
나는 이 이벤트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원래의 《에픽 월드》에서는 악마의 탑에서 악마가 부활하는 이벤트가 나오지 않는다. 다만 바알이나, 기미간, 마왕 솔로몬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수준.
다만,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악마의 탑이란 이벤트보다는 다른 무언가가 개입한 듯한 느낌이다.
‘이런 특성이 있는 놈이 있기는 한데.’
그 인물이 여간 위험한 인물이 아니란 게 문제였다. 원래라면 만만한 존재여야만 하지만, 그 존재가 가진 위계가 문제였다.
내가 그 존재와 상성이 극악이기는 하지만, 상대는 초월자다. 어떤 식으로든 역천의 기를 뚫고 내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존재이니까.
“흠…….”
나는 성한별을 바라봤다.
최근 들어 별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있지만, 지금은 많이 가신 상태다. 그러나 그녀가 살아있어야 하는 인물임은 변하지 않았다.
‘아마 내가 거절한다면 혼자서 갈 테니.’
성한별은 그런 인물이니까.
자신의 생명이 위험해도, 남을 구하려는 선한 존재니까. 그게 가끔은 답답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성한별이 좋았다.
‘길드는 위험하지 않을 테니까.’
단탈리안과 현무가 있다. 그 둘이 있다면, 무슨 일이 생겨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거기다가 훈련장이 부서졌으니, 창천과 협력하는 조건으로 당분간 그곳으로 출근하는 것도 있고.
여러 가지 계산을 해봤지만, 결과적으로 이건 하는 것이 옳았다.
“그럼 저희가 한번 가보도록 하죠.”
나는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우리 길드에는 마의 천적이 존재하고 있으니까.
“다만 동행 인원은 저랑 서가연으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한별이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