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1
Chapter 21 – 마인
주말.
원래대로라면 쉴 수 있는 토요일이지만, 아쉽게도 나는 부활동이 걸려 있다.
‘귀찮네.’
하암.
나는 하품을 하면서 저주가 걸린 물건들을 바라봤다.
효과가 좋은것들 보다는 저주효과가 강한 것들 위주로 골랐다.
여차하면, 저주가 걸린 물건을 상대에게 던져서 혼란을 줄 수 있으니까.
“평상복인데 정말 대충 입으셨네요.”
“……후드티가 왜.”
에르실이 시비를 걸었다.
“후드티보다는 색깔 배합이 더 중요해요. 어떻게 검은색의 진에다가 검은색 후드티를…….”
나는 에르실을 적당히 무시했다. 올 블랙은 나름 괜찮은 패션이란 말이다.
“그런데 바깥으로 나가시는 거에요?”
“응, 유화한테 탑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을 구했거든.”
“탑이면 허몽의 탑이죠?”
에르실이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응. 영국에도 탑이 하나 있지 않아? 증명의 탑이라고 했나.”
“네, 근데 증명의 탑은 최소 상격 이상만 허락하는 탑이라서요.”
“가고 싶어?”
“네.”
“근데 안돼. 이건 혼자 갈 수 있거든.”
나는 홍유화가 준 엠블럼을 흔들었다.
에르실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대신 일요일에 만날래?”
“일요일이요? 어머, 설마 지금 데이트 신청?”
히죽-하고 장난기가 가득한, 짓궂은 웃음을 지었다.
“어, 데이트 신청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데이트 코스에는 마인 만찬회가 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에르실의 얼굴이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수, 숙녀를 놀리면 못써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먼저 시작한 건 에르실이었다.
“그래서 언제 가면 돼요?”
“오후 1시까지. 서울 강남에 있는 천사의 손 커피점으로 와.”
사건이 일어지는 건 오후 2시니 넉넉하게 잡았다.
“그럼 내일 보자.”
나는 에르실에게 손을 흔들고 옆 반으로 향했다.
“응? 무슨 일이야?”
“여기 있는 것들을 좀 대여하고 싶어서요.”
나는 저주가 걸린 물건들 10가지 정도를 꺼냈다.
“……사양 않고 빌려 가도 된다고 했는데 정말 사양않고 빌려갔구나.”
허허-웃으며 부장이 서류에 이름을 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멀쩡하게만 가져와 줘요. 전부 저주가 걸린 물건들이라 물건이 찌그러지면, 저주가 바깥으로 새는 수 가 있거든요.“
“네, 주의하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멀쩡하게 돌아올지는 모르겠다.
허락을 맡은 다음, 나는 연금술 부실로 향했다.
바로 어제, 연금술 교수가 나에게 부실이 왔다는 소식을 말해줬기 때문이다.
‘맞다.’
나는 가는 길에 홍유화에게 문자를 하나 넣었다.
홍유화는 개인적인 용무가 있다며, 오늘 하루 동아리 활동을 빠졌다.
-오후 2시까지. 서울 강남에 있는 천사의 손 커피점으로 와.
-준비 잘 하고 와.
마인과 싸움이 있지만, 그걸 말할 수 없으니, 적당히 말했다. 이러면 알아서 가져오겠지.
띵.
톡을 보내자마자 바로 답장이 왔다.
홍유화
-뭐야?
-이상한 수작 부리지 말아줄래?
이상한 수작? 나는 의아해하며 문자를 보냈다.
-무슨 수작을 말하는 거야?
-할 말이 있으니까 2시까지 여기로 와.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핸드폰 톡을 찾아봤다.
휑한 톡 목록이 보였다.
전생에는 300명이 있던 톡이 고작 4명밖에 없었다.
에르실하고 홍유화는 동아리 활동을 빌미로 번호를 얻었다.
마찬가지로 김아라도 훈련을 명목으로 번호를 얻었고.
김서현 역시 마찬가지.
‘서가연도 부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 마력을 개화하지 못한 그녀는 전력감이 아니라 아쉽다.
아쉬운데로 김아라도 불렀다. 서울 강남에 있는 천사의 손 커피점 쪽으로.
김아라
-?
-아, 알았어.
-대충 부끄러워하는 토끼 콘.
얘는 가만 보면 부끄럼을 잘 탄단 말이지.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인원은 모았다.
여차하면 안전장치인 에르실과 당장 전력으로 꼽히는 홍유화와 김아라도.
여기에 김서현까지 더해지면 어지간하면 마인에게 질 전력은 아니다.
-주인……혹시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건가?
“……?”
흑천마검의 말에 나는 잠깐 고민해봤다.
“목숨은 아깝지. 그러니까 이렇게 준비하는 거잖아.”
나는 연금술 부실로 들어와서 물약을 아공간 팔찌에 넣으며 말했다.
흑천마검이 나를 묘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전대 주인도 눈치가 없었지만, 묘하게 여성에게 인기가 많았다. 여자의 몸이었지만……천마의 숙명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연금술 부실에서 재료들을 뒤적거렸다.
‘꽤 괜찮네.’
생각보다 재료들이 많다.
긴급용으로 사용할 회복포션을 꽤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급할 때 쓸 마비약과 해독제 등을 챙겼다.
그리고 몇 가지 독을 넣어서 레시피를 일부 틀려서 만든 극독과 스탯 뻥튀기 효과가 있는 물약까지.
이렇게 챙겼음에도 아공간 팔찌가 있는 덕분에 생각보다 짐이 조촐했다.
‘통장을 확인해 볼까.’
원래대로라면 키트를 사서 5만원도 채 남지 않았을 테지만, 연금술 길드에 레시피를 올려놨기 때문에 꽤 기대해봄 직했다.
“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어마어마한 돈이 통장에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235,014,571원.
무서운 것은 연금술에는 저작권이 강하게 들어가는데, 이 돈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어마어마한 돈으로 불려서 올 거라는 것이다.
연금술 길드도 신경을 많이 써야겠군.
나는 부실 한구석에 있는 컴퓨터를 켰다.
연금술 길드에 들어가니 내가 올린 레시피들이 게시판 최상단을 점령하고 있었다.
‘뭔 댓글들이…….’
옆에는 댓글들이 잔뜩 있었는데 그 수가 네자릿수가 넘어간다. 조회수는 벌써 10만 단위는 훌쩍 넘어갔고.
나는 의아해하며 레시피를 눌렀다.
-오, 진리시여! 부디 저에게 다른 레시피도 알려주시옵소서!
-우리는 진리가 사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의 빛과 소금. 제발 레시피를 달에 한 번이라도 올려주시옵소서.
ㄴㅁㅊ놈이냐? 이게 너튜브인줄 앎???
과도한 찬양이 가득한 댓글.
-ㅋㅋㅋ연금술사가 돼서 진리? ㅈㄴ 오만한 새끼네?
(댓글이 삭제되어 글 원본자만 볼 수 있습니다.)
ㄴ너 어디 사냐 지금 당장 IQ 추적한다.
ㄴ저 새끼 자기 개쩌는 연금술사라고 자랑했는데, 레시피 5개씩이나 내고 브론즈 입문한 애라 그럼.
ㄴㅋㅋㅋㅋㅈ밥이었네
질투하다가 몰매를 맞고 삭제한 댓글도 있었다.
쪽지도 잔뜩 있었다.
협박성 가득한 쪽지도 있고, 제발 한 수만 가르쳐달라는 쪽지도 있었다.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연금술 길드 사이트는 퍽 흥미로웠다.
그러다가 내 흥미를 끄는 게시판이 하나 있었다.
[체력의 영약 관련해서 질문 있음.]라는 제목이다.
나는 제목보다 아이디에 주목했다. 훗날 연금술로 이름을 떨치는 ‘랩실탈출하고싶어’.
나는 게시판을 클릭했다.
*
체력의 영약을 만들려고 하는데 자꾸 결과값이 이상하게 나온다.
하르파스의 깃털, 그라이븐의 손톱, 환몽의 열매에다가 하늘고래의 수염 넣었는데 뭔가 이상함.
-그거 재료 부족해서 넣는 거 아님?
-혼합 안 되는 이상한 재료들로 하니까 그렇지ㅋㅋㅋ
-개 빡대가리네. 재료가 존나 아깝다.
댓글들은 모두 게시글 작성자를 비웃는 내용이었다.
나는 가볍게 댓글을 달아줬다.
-환몽의 열매를 햇빛 잘 드는 곳에 사흘 동안 말리고 염화수의 꼬리를 맨 마지막에 추가.
그 조언을 끝으로 나는 컴퓨터를 껐다. 슬슬 밖으로 나가 볼 시간이다.
웅웅웅!
핸드폰이 울렸다. 뭐지, 어디 연락 올 대는 없는데.
의아해하며 핸드폰을 바라보자 사이트에서 온갖 댓글들이 달렸다고 알림이 뜨기 시작했다.
나는 핸드폰에 들어가서 앱 알람 설정을 꺼놓고, 바깥으로 나왔다.
***
구로역.
그곳 한복판에는 탑이라는 건물이 세워져 있다.
탑.
이 세계에서 탑이라 불리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한국영웅학교에 존재하는 시련의 탑이다.
시련의 탑은 문자 그대로, ‘시련’을 내려준다.
시련을 클리어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탑이란 그런거다.
탑에 앞에 있는 문자가 무엇이냐에 따라 탑은 그에 걸맞은 ‘테마’가 되고, 탑을 클리어할 경우, 어마어마한 보상을 내어준다.
다만, 탑에 따라 난이도가 상이하다.
어떤 탑은 게임 막바지에 겨우겨우 클리어할 수 있는 탑이 있다.
또 어떤 탑은 그저 물량으로 밀어붙여서 깰 수 있는 탑이 있다.
어떤 탑은 수수께끼를 낸다.
그리고 이 세계에는 그런 탑이 몇 개 존재하고, 허몽의 탑이라 불리는 것 역시 서울에 존재한다.
그 중에서 허몽의 탑이 가진 난이도는 높다.
그러나 나와는 상성이 굉장히 좋다.
허몽의 탑은 문자 그대로 환상만 보여줘서.
‘중층 이상부터는 이야기가 좀 달라지긴 하지만.’
어차피 얻을 것은 하층에 있다.
중층부터는 시간을 너무 잡아먹는다.
날을 잡아도 한 달은 걸린다.
나는 탑 근처에 있는 안내원에게 향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탑에 입장하고 싶습니다.”
“탑에 입장하시려면 마탑의 추천서, 혹은 관련된 증표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허몽의 탑은 마탑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탑정도면 괜찮지.’
마탑 정도면 관리를 잘하는 축에 속한다.
탑에 몰래 입장하려는 마인이나 빌런들을 모조리 잡아넣고, 탑 내에 안전을 신경을 써주기 때문이다.
나는 홍유화가 넘겨준 엠블럼을 보여줬다.
“적탑의 증표로군요.”
직원이 기계 앞에다가 엠블럼을 가져다 대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습니다. 이제부터 허몽의 탑에 입장이 가능하십니다. 탑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저희 마탑에 마법사를 고용하실 수 있습니다.”
“괜찮아요.”
“그럼 저쪽 포탈을 이용해서 입장해주십시오.”
“네.”
나는 직원이 안내한 길로 걸어갔다.
그러자 푸른색의 원 안에 다른 공간을 비추는 포탈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띠링.
탑에 입장하기 직전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홍유화
-탑에 입장했다면서?
-어지간하면 견학만 하고 와. 네가 대단한 건 알지만, 허몽의 탑 위험도는 상급이니까.
-굳이 건드리지 마.
나름 걱정이 느껴지는 문자.
나는 피식 웃었다.
나도 어지간하면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탑에 입장했는데 우연히 ‘비밀의 방’같은 것을 찾고 우연히 그곳을 클리어해서 보상을 타 먹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