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5
Chapter 25 – 서가연(2)
월요일.
등교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시간.
나는 하품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는 이미 학생들이 빼곡히 앉아서 공부하고 있었다.
이런 성실한 놈들.
“졸려?”
“응, 어제 좀 무리를 해서.”
“하긴, 어제 서가연이랑 같이 오래 달리더라.”
나는 김서현을 바라봤다.
중간에 김서현이 난입했었는데, 김서현은 모래 주머니를 달고 달리고 있었다. 그 무게가 무려 150kg이 넘었었지.
자극된건가.
나는 김서현의 기원을 떠올렸다.
김서현은 일종의 살인병기다.
이 세상에서 마인들을 모조리 몰살시키고자 만들어진.
휘릭.
나는 펜을 돌리며 생각에 잠겼다.
서가연에 대해서.
그녀를 키우려면 가장 먼저 마력을 개화하는 게 좋다.
그녀가 가진 마력에 익숙해지고 마법이라는 학문을 배우면 그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강해진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겠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서가연이 가장 고생하겠지만, 나도 만만치 않다.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으니까.
어떻게 키워야 잘 키웠다고 소문이 날까. 그것에 대해 생각하던 차에 앞문이 열렸다.
드륵.
서우주 교관이 들어왔다.
“오늘도 좋은 아침이구나, 애들아. 오늘은 몇 가지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다.”
그가 입을 열었다.
“어제 일요일. 서울 강남에서 마인이 폭주했다는 사건은 다들 들었지?”
“네!”
“다행히도 근처에 우리 학생들이 마인을 막아줘서 시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구나. 홍유화와 에르실, 김서현과 김아라. 다들 잘했다.”
서우주 교관이 그 넷을 불렀다.
“너희들의 활약에 협회에서 큰 상을 내린다는구나. 상금도 덤이지. 혹시 받지 않을 사람 있나?”
“혹시 상금을 주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검후, 백지연 님이 직접 나선다고 하는구나.”
“……검후 님이요?”
김서현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만큼 놀랐다는 증거.
서우주 교관의 말에 반이 웅성거렸다.
“검후 님이면 얼마 전에 A급 재난 사태를 홀로 해결하신 분 아니야?”
“A급 재해를 홀로 해결했다고? 그게 인간이야?”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하긴 A급 재난이라고 하면 후진국에서는 나라가 멸망할 위기에 처한거나 다름이 없는 정도니까.
“다들 조용. 아무튼, 너희에게 전달할 소식이 하나 있다. 요즘 들어서 흑마련이 날뛰니까 너희가 주의를 해줬으면 좋겠구나. 혹여나 영웅심에 나서지 말아라. 너희를 얕보는 건 아니지만, 아직 영웅과 비교하면 부족함이 있다.”
약간이지만 슬픔에 잠긴 말투로 서우주가 말했다.
“마인들은 간악하다. 그들은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지. 독, 인질, 범죄. 그들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그들은 우리들의 적이다. 사람의 가죽을 쓴 괴수나 다름이 없지.”
서우주가 학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무거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할까.”
서우주 교관이 씩 웃고는 말했다.
그러다 나랑 눈이 마주쳤다.
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이서하 학생은 수업이 끝나고 잠시 교무실로 들리도록.”
“네.”
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역시 들켰나.
현대 문물에서 내 모습은 모두 지웠다. 그건 확실하다.
그럼에도 입으로 전달되거나 얼굴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으니 대충 알 거라 짐작하긴 했다.
“그럼 오늘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지. 첫 번째 수업은 합동 수업이다. 다들 밖으로 나오도록.”
***
“힘들다.”
누군가 중얼거린 말에 서가연은 마음속으로 동의했다.
힘들다.
그리고 버겁다.
서가연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서하가 보였다.
다른 이들은 먼지가 묻거나 했지만, 그는 먼지 한 톨도 묻지 않았다.
오히려 따분하다는 듯이 하품을 하고 있었다.
“쟤는 진짜 모르겠네.”
“괜히 수석이겠냐. 이번 기수중에서 김서현이 영입 1위였는데, 바로 재꼈잖아.”
“수석이 뭔 능력인 줄 알고?”
“모르지. 그래서 더 무서운거고. 그리고 이서하가 우리 같은 불가촉천민 같은 재능이겠냐.”
자조섞인 답에 주변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학생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서하는 특출났다.
마치 몇 단계는 높이 있는 느낌.
우웅.
핸드폰이 울렸다. 서가연은 핸드폰을 열어서 확인했다.
-우리 가연이 오늘도 화이팅!^^
엄마한테 온 문자.
서가연은 문자를 보냈다.
응, 엄마도 화이팅!
문자를 뒤로하고 서가연이 한숨을 푹 쉬었다.
모르겠다.
가족은 자신에게 조건 없는 믿음을 준다.
그러나 자신은 그 믿음에 보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서가연은 가족의 믿음이 많이 버거웠다.
그리고.
“안녕.”
나른한 표정으로 웃는, 이 사람의 믿음도.
“아, 안녕!”
서가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러나 그 안에는 기대가 있다.
한국영웅학교에서 황금기수인 자신들.
그중에서도 유독 특출난 학생이 자신을 보며 기대한다.
도대체 자신에게서 무엇을 봤길래, 이렇게 기대를 하는 걸까.
혹시 나에게 숨겨진 어떤 재능 같은 게 있을까.
기대감이라는 녀석이 목을 세우기 시작한다.
허나 기대의 끝은 항상 좋지 않다.
서가연은 애써 고개를 드는 기대감을 눌렀다.
만약 그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으니.
“여기 자리 없지?”
“응, 없어.”
“그럼 잠깐 실례할게.”
이서하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서가연의 옆에 앉았다.
“어제 한 말 기억해?”
“응, 기억해.”
기억한다.
자신을 감히 홍유화랑 비교하면서 재능이 더 뛰어나다고 했던, 얼굴이 뜨거워지던 칭찬을.
그런 칭찬이 얼마 만이었더라.
“미안, 어제 내가 좀 성급하게 말했던 것 같더라고.”
솔직하게 말해서 조금 감정적이었다.
튜토리얼이라고 생각했던 게 상상을 초월하는 난이도는 아니었지만, 꽤 어려웠으니까.
이서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느릿하게 말했다.
“여, 역시 그렇지? 나, 나에겐 재, 재능이 없는 거지?”
“아니, 있어.”
자존감이 없는 서가연의 말에 이서하가 단호하게 답했다.
“…….”
그것은 너무나도 확고한 믿음이었다.
서가연이 입을 잠깐 벌리고 이서하를 바라볼 만큼.
“혹시 일요일에 시간이 있어?”
“시간? 이, 있어. 내 부, 부활동은 토, 토요일이거든.”
“다행이네. 나도 토요일인데.”
일부러 토요일날에 잡았지만.
이서하는 말이 튀어나오는 걸 삼켰다.
“가연이, 네가 재능이 엄청 뛰어나지만, 마법을 당장 배우기에는 많이 어렵잖아.”
“으, 응.”
낮뜨거운 칭찬에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하면 이서하가 자신이 재능이 있다고 믿으며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은 가족 외에 처음이었다.
“시간도 조금 늦기도 하고. 마법은 기초가 굉장히 중요한 학문이니까.”
서가연이 고민한 이유 중 하나였다.
마법은 너무 어렵다.
무엇보다 자신은 시간이 너무 늦었다.
지금 당장 전공을 바꾸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이서하는 말을 멈추고 서가연을 바라봤다.
수업시간에 딴짓하면서 고민했었다.
어떻게 해야 서가연의 자존심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었다.
“일요일 날 나랑 어디 갈래?”
“어, 어딜?”
“재밌는 곳.”
“재밌는 곳?”
이서하는 굳이 던전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서가연은 도망칠 테니까.
“응. 그리고 내가 너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한 이유도 거기에 있어.”
“재능…….”
낮선 단어에 서가연은 그것을 중얼거렸다.
그녀는 재능이 없지 않았다.
그랬다면 이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을 테니까.
다만, 주변에 있는 학생들이 너무 괴물들 같았다.
지방에 있는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했었지만, 이 학교에서 커리큘럼을 이어갈 때마다 그녀는 힘이 부쳤다.
“서, 서하야.”
“응?”
“혹시 네가 말한 재능이 속성의 개화야?”
속성.
마력이 속성을 가지는 일종의 힘이다. 그 힘은 너무나도 특수해서 황금기수라 불리는 1학년에서도 다섯이 채 되지 않는다.
이서하는 서가연의 말에 잠깐 놀란 표정을 짓고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래서 나한테 그랬구나.”
서가연은 그제야 이서하의 행동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밤새 생각하면서.
이서하가 자신에게 어떤 재능을 봤을까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의아함만 커졌다.
왜냐면 자신에겐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러다가 생각이 났던게 바로 속성의 개화였다.
“그, 그러면 내 속성이 어, 어떤 건 줄 알 수 있어?”
“물론이지.”
이서하가 입을 열었다.
“네 속성은…….”
이서하의 말에 서가연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런 속성, 들어보지도 못한 속성인데.
“생소할 거야. 이게 좀 비밀이 많은 속성이라서.”
“……그렇구나.”
“근데 이 속성을 단기간에 개화하는 방법이 있거든. 이게 좀 힘들고 어려운 일인데 할 수 있겠어?”
“괜찮아.”
서가연은 이서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목소리에 흔들림이 없다.
단호한 의지였다.
서가연은 이런 캐릭터였다.
겉은 한없이 하찮아 보이지만.
그녀가 가진 정신은 빛처럼 찬란하니까.
서가연은 다르게 생각했다.
속성의 마나.
어쩌면 마지막 동아줄이 될지 모르는 힘.
자신의 노력은 언제나 보답 받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이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서가연은 아무것도 되지 않는단 걸 알고 있다.
“그럼 일요일에 약속한 거다? 아, 좀 힘들 테니까 편하게 활동복으로 입고 와.”
“으, 응. 아, 알았어.”
이서하가 자리를 떠났다.
서가연은 이서하가 떠날때까지 그를 바라봤다.
다만, 그럼에도 이서하가 자신의 마나가 지닌 속성은 아직도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별(星)의 속성이라니.
그런 힘은 들어보지도 못했기에.
***
나는 교무실로 향하는 중이다.
왜냐하면 수업이 끝나고 서우주 교관이 나를 불렀기 때문이다.
‘비밀로 해달라고 해야지.’
서우주 교관이라면 아마 비밀로 해줄 거다.
그는 이 학교에 얼마 없는 참된 교육자 중 한 명이니.
교무실에 도착하니 서우주 교관이 밖에 있었다.
“따라오도록.”
“네.”
나는 서우주 교관을 따라갔다. 그런데 그 길이 눈에 익었다.
무엇을 숨기랴.
얼마 전 서예빈을 만났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교장실이라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하고 화려한 문 앞.
끼익.
그곳으로 다가가니 문이 저절로 열리기 시작했다.
화려한 금발을 귀 뒤로 넘기며 보랏빛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어서오라.”
“저 학생은……?”
정장차림의 여성이 보였다.
드세보이는 눈매.
흑발을 뒤로 포니테일로 묶은 여성.
허리춤에 걸린 백색의 검집이 보였다.
검후, 백지연.
“이 학생은?”
“내가 눈여겨보는 학생이지. 그리고……네가 찾는 학생이기도 하다.”
“이 학생이 말입니까?”
보라색의 눈이 즐거운 듯 반달을 그렸다.
“지켜보겠다고 했는데,벌써 이렇게 만날 줄 몰랐군.”
서예빈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교장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좀 노력했습니다.”
“그래. 홀로 마인을 상대했다고?”
나는 대답하는 대신 어깨를 으쓱했다.
그 행동이 서예빈이 마음에 들었는지 살짝 웃었다.
“너는 나를 곤란하게 하는구나. 이러면 보상을 어떤 걸로 줄지 고민되는데.”
“그러면 제가 골라도 되겠습니까?”
“그래보거라.”
재롱을 부리는 손주를 보는 눈빛으로 서예빈이 나를 바라봤다.
아니, 서예빈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 말은 맞는 것이겠지.
“그러면 저는…….”
나는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