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36
Chapter 36 – 침략(5)
여인의 눈이 검에 고정되었다.
마치 있을 수 없는 물건을 본듯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
어느정도 눈치는 챈 건가.
흑천은 검신은 특이하지만, 손잡이는 평범하다.
그래서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고 한국영웅학교에서 지급한 검집을 차고 다녔는데.
‘역시 아공간에 넣어둘 걸 그랬나.’
-주인, 나는 누누이 말하지만 아공간이 싫다.
흑천이 드물게 싫은 표정을 했다.
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에고가 있는 무기들은 전부 아공간에 넣어지면 친밀도가 팍팍 깎여나가니까.
사람으로 치면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독방에서 영원히 갇혀있는 느낌이라나.
나는 념으로 서가연에게 잠시 지켜보고 있으라고 말한 뒤, 앞으로 걸어나갔다.
“너, 그 검을 어디서 얻은 거지?”
여인이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무슨 검을 말하는 거지?”
“허리에 차고 있는 검말이다.”
착.
그녀는 부채를 펴며 말했다. 표정은 아까와 달랐다.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검을 들어서 여인에게 겨눴다. 서가연이 눈을 감으며 마력을 끌어모았다.
“이 검이 보고 싶어?”
“…….”
검집을 툭툭 두들기자, 여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착각이겠지. 흑천의 신검은 이미 바스라진지 오래. 네가 가지고 있을 리가 없다.”
단언하는 말투.
여인이 섭선을 들었다. 날카로운 기가 느껴진다.
제천회에서 끄트머리에 있는 장로.
섭선을 이용한 바람 술법사.
화아악!
섭선을 펴자 눈을 뜨기도 힘들 강풍이 일었다.
강풍이 일자마자 나는 땅을 박찼다.
도약.
상대는 술법사. 근접하면 승기는 이쪽으로 기운다.
그러나 움직이기가 버겁다.
바람이 거미줄처럼 엉켜서 움직임을 방해한다.
-바람의 결을 봐라.
흑천이 나지막이 말했다.
-상대는 술법사. 주인을 저지하려고 들겠지.
나는 눈을 감았다.
심상에 새벽녘이 떠오르며 머릿속에서 달칵-소리가 들렸다.
눈을 떴다.
세계가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성신안은 상대를 관찰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 전대 주인은 그것으로 무수히 많은 역경을 넘어섰지.
사악!
바람이 칼날의 형태를 갖춘다. 그 수는 어림짐작으로 50개는 훌쩍 넘는다.
‘패턴도 달라졌군.’
게임으로 할 때보다 까다롭다. 디딜 공간이 적고, 강풍 탓에 움직임도 제한된다.
비약을 마셨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스탯이 적은 탓이었다.
“흡!”
나는 아공간에서 역천을 일부 담은 검을 투척했다.
“헛짓거리를!”
여인이 섭선을 휘둘렀다.
바람이 크게 일며 검을 막으려 했지만, 역천을 담은 검은 저항하며 여인에게 쏘아졌다.
“큿!”
검이 여인의 팔을 꿰뚫었다.
타격이 심한지 여인이 휘청거린다.
거미줄처럼 엉키는 바람이 느슨해졌다. 흑영보로 빠르게 뛰쳐나갔다.
[흑영보의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기예란에 흑영보(C)가 추가됩니다.]순간 나조차도 감당하지 못할 빠르기로 솟구쳤다.
-드디어 익힌 건가.
흑천의 나지막한 읊조림. 나는 한순간에 여인의 코앞에 와 있었다.
나는 검을 흑섬검법의 묘리를 담아 휘둘렀다.
검이 가속한다.
여인이 다급하게 섭선을 들어 막는다.
쩌어엉!
검과 부채가 부딪친 소리라고 믿어지지 않는 소리가 울렸다.
“……어떻게!”
경악어린 여인의 비명.
나는 반 보 뒤로 물러나고, 다시 공격의 자세를 취했다.
찌르기.
흑섬검법의 묘리로 철검을 잡고 찌르자 여인이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바람이 크게 휘몰아치며 여인의 움직임을 도왔다.
빠르게 흑영보로 찌르기의 자세를 취하자, 여인이 뒤로 물러났다.
“네놈 어떻게 흑섬검법을 알고 있는 거지?”
“어떻게 알았을까?”
입한쪽을 올리며 말했다.
그러자 여인이 어둑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지금 말해준다면 살려 줄 수 있다.”
“지금 네가 날 죽일 수는 있고?”
흑천을 쥐지도 않고 나는 상대를 몰아붙이고 있다.
흑신무까지 꺼낸다면 완벽하게 상대를 몰아붙일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지고 싶지 않은 이상 질 수 없다.
“반대로 말해서, 지금 적들이 얼마나 있는지 알려주면 살려줄 수 있어.”
“흐, 황제를 믿는 것이냐? 그녀는 여기 오지 못한다.”
-주인, 성신안으로 보고 있지?
‘어.’
-성신안으로 좀 더 들여다봐라. 놈의 마나가 흔들렸나?
‘아니, 흔들리지 않았어.’
-그럼 진실이겠군. 그 괴물 같은 여자가 다른 이에게 발목을 잡혔나?
흑천이 의아한 어투로 중얼거렸다.
‘일단은 잡아둘까.’
나는 역천을 본격적으로 돌렸다.
후우웅!
검은색의 기가 몸을 질주한다. 검은색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힘이 몸 밖으로 넘실거렸다.
“뭣?!”
당황해하는 여인.
나는 재빠르게 다가갔다.
흑신무黑神武
흑경黑經-봉인封印
텅.
가벼운 소리가 일며, 역천이 여인의 몸 안에 침투했다.
“크으윽!”
여인이 온 몸을 뒤틀기 시작한다.
역천의 몸을 내부에 침투시킨다. 침투한 역천은 다른 마력들을 모조리 폭주시키며 흩어지게 하여, 상대를 무력화 한다.
‘단점이 하나 있지만……’
별로 상관없다.
시간이 좀 지나면 영구적으로 무공이나 서클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차피 상대는 빌런이니 좀 남발해도 상관없다.
‘……살릴 생각도 없고.’
만약에 내가 천마라는 사실이 퍼지면 정말 귀찮게 된다.
소교주라는 놈은 나를 없애려 들 테고.
‘소교주는 지금 시점에 개입하면 정말 귀찮으니까.’
제천회는 마교에서 갈라져 나온 놈들이다. 그런만큼 맹목적인 신자들이 많다.
소교주가 명하면 자기 목숨을 바쳐서 나를 놀릴 놈들이 많다는 뜻이다.
“어, 어떻게 여, 역천의 힘을? 여, 역시 당신은……!”
경악해하는 여인.
나는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툭.
“아악!”
“…….”
이런 잘못 쳤다.
-주인, 좀 더 아래로 쳐봐라.
‘응.’
다시 한번 쳐서 기절시킨 다음, 나는 그녀를 근처에 있는 박스 안에 념으로 이동시켰다.
굳이 기절시키는 이유는 교장한테 데리고 가면, 따로 상품을 주기 때문이다.
마인도 아니라서 죽이기도 좀 꺼려지고.
나는 서가연을 데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적은 보이지 않았다.
안쪽을 보니, 저쪽도 얼추 정리돼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어렵진 않은데.’
황제를 피해서 인원을 들이는 게 어려웠나 보다.
“그런데 별일 없었네.”
서가연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동의한다.
요란스럽게 학교에 쳐들어온 것 치고는 너무 별 볼 일이 없다.
별 일이 없는 게 가장 좋기는 한데.
‘위장 쪽도 생각해 봐야 하나.’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의미가 없다.
서예빈이 바보도 아니고, 한번 싹 둘러보겠지.
***
“후우.”
김서현은 마인 한 명의 목을 베어내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심장이 조금 뻐근했다. 한계까지 마나를 짜낸 탓이었다.
‘좀 더 가다듬어야 해.’
아직도 군더더기가 많다. 지금 배우고 있는 무공이 워낙 방대한 탓이었다.
천년무맥.
무림에 있는 천년 역사를 그대로 물려받은 김서현은 아직도 자신의 무공을 배우는 데에 벅참이 있었다.
“마실래요?”
“……아, 에르실이구나. 고마워.”
에르실이 내민 푸른색의 포션.
김서현은 그것을 웃으며 들이켰다. 청량감이 느껴지며 마나가 조금 더 회복됨이 느껴졌다.
동시에 에르실을 보며 생각했다.
에르실의 기량이 상상 이상이었다.
마인들이 접근하면 마인들을 환상마법으로 유혹해 서로를 싸우게 하였고, 마력실을 이용해서 학생들이 다치지 않게 안전하게 만들었다.
기실, 이곳에서 죽은 사람이 없는 것은 에르실의 마법 덕분이었다.
에르실 뿐만 아니었다.
안전한곳에서 보호받은 홍유화의 화력도 터무니 없었고.
박운혁 역시 마인을 상대로 우위를 점했고, 세인트는 빛의 마력을 흩뿌리면서 마인들을 억제했다.
‘그리고 아라도 대단했지.’
이 싸움에서 기여도가 가장 높은 학생을 꼽자면 에르실이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단연코 김아라였다.
자신의 신장보다 더 큰 칼을 휘두르며 마인을 일격에 으깨버린 김아라를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졌다.
‘최소 셋인가.’
자신이 싸워서 승산을 자신할 수 없는 존재가 무려 세 명이나 있었다.
자신의 적수는 없을 줄 알았는데.
김서현은 쓰게 웃으며, 이 자리에 없는 학생을 한명 떠올렸다.
이서하.
그에 대해 생각하면 물음표가 붙는다.
여전히 모르겠다.
재능의 일면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까 전, 이곳을 가둔 결계를 손쉽게 해제한 모습을 보니 그런 점이 더욱 강해졌다.
터벅터벅.
입구에서 그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걸어왔다.
옆에는 서가연이 있었고, 그 뒤에는 여인 한 명이 기절한 채 축 늘어져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서하 학생? 그 사람은?”
“보자마자 칼을 들이밀길래 제압했습니다. 지금 쳐들어온 놈들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서요.”
이서하는 그렇게 말하곤 빌런을 송라희 교수에게 넘겼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다가왔다.
“대단한데, 빌런을 생포하다니.”
“말만 많았지, 별로 대단할 건 없었어. 그보다 대단한 건 너지.”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힘든 거 있으면 형한테 이야기하고.”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이서하가 말했다.
김서현은 어색한 칭호에 하하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