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46
Chapter 46 – 김서현(2)
수원역.
김서현과 만나기로 한 장소다.
나는 기타 케이스에 흑천을 집어넣고, 수원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꽤 보기 좋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옷이 없어서 옷가게에서 점원 추천을 받고 산 검은색 청바지와 깔끔한 검은색 셔츠.
색 배합이 아쉽다고 점원이 말했지만, 던전에 가는 이상 검은색 옷을 입는 게 맞았다.
‘피가 튀길 수 있으니까.’
역에서 내리니 여러 곳에서 눈빛들이 꽂혔다.
“와, 무슨 얼굴이.”
“연예인이야? 아니, 저건 그냥 배우를 해야 할 마스크와 비율인데…….”
“작겠지? 다 가졌는데 작아야지.”
나는 약속장소로 향했다.
약속장소 근처에는 사람들이 몰렸다.
다 김서현 때문이다.
나 때문에 학교에서는 가려졌지만, 김서현은 외부에서 굉장히 유명한 인물이다.
배경만으로도 어마어마하게 유명한대 어지간한 배우들은 씹어먹게 잘 생겼다.
그 덕에 활동도 하지 않았음에도 팬클럽에서 집계된 팬 수만 해도 10만 명이 넘는다.
“아, 죄송합니다. 제 일행이 와서 제가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괜찮아요! 오빠 멋있어요!”
한 차례 작게 만들어진 팬미팅이 끝나고, 나와 김서현은 먹거리 골목으로 갔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움, 대충 먹자. 던전에서 너무 더부룩하면 힘드니까.”
김서현의 의견에 나도 동의했다.
근처에 있는 양식점에서 적당히 먹고 난 뒤, 우리는 던전으로 향했다.
“거기 로제 파스타 맛있더라.”
“그래? 난 느끼해서 별로 던대.”
“……내가 서양식을 좋아해서 그런가.”
김서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우리는 같이 광교산으로 향했다.
광교산은 전생보다 훨씬 더 크고 울창한 숲으로 변해 있었다.
마력을 듬뿍 받고 한국 아래에 흐르는 영맥(靈脈) 때문이기도 했다.
“조심해. 여기는 짐승형 괴수가 많아서 한 번 물리면 귀찮아지니까.”
“응. 은신마법 걸어줄까?”
“……난 됐어.”
나는 흑천에게 검을 손질해주는 대가로 배운 무음보로 걸었다.
역천지체는 정말 좋지만, 이럴 때는 별로다.
힐도 못받지 버프도 비약이 아니면 소용이 없으니까.
버프가 아예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효율이 진짜 별로다.
나 하나에게 버프를 걸 마력이면 어지간한 학생 10명은 걸어줄 수 있다.
그렇다고 버프가 온전히 걸리는 것도 아니다.
얼마 안되서 역천의 기가 버프를 흩어버려서 유지 시간도 고작 초 단위 밖에 안된다.
만약을 대비해서 만든 짐승형 괴수를 쫓아내는 물약을 내 몸에 뿌렸다.
물약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괜찮아?”
“응, 가자.”
우리는 산을 타기 시작했다.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그러게.”
나와 김서현은 의아해하며 산을 올랐다. 그러다가 산길에서 남자 한 명이 우리를 막았다.
“멈춰라. 오늘은 등산 금지다.”
“저희는 한국영웅학교 학생인데,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 한국영웅학교 학생인가? 지금 상급 마인이 도주해서 수색 중이다.”
“……상급 마인이요?”
“그렇다. 그러니까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산에 오르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남자는 강제로 막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국영웅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은 유명한 가문의 자제이거나, 재능 하나로 가문을 뛰어넘은 괴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임시로나마 영웅자격을 갖고 있기도 하고.
실제로 대부분 어지간한 곳에 대려 놔도 나름 1인분은 하는 애들이 대다수.
“산에 너무 깊숙이만 안 들어갈 건데. 그래도 위험하나요?”
“그렇지는 않다. 산 끄트머리에 몰았다고 보고를 들었으니.”
나는 김서현을 뒤로 데리고 와서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할래?”
“……들어가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 던전을 가지 못한다면 다음 주 일요일에 던전을 가야 하는데, 그러면 시간을 너무 잡아먹기 때문.
무엇보다 이 근처는 영웅이 많다는 건데, 상급 마인이라도 우리 둘이면 꽤 버틸 수 있다.
“그렇기는 하지. 그럼 갈까?”
“응.”
우리는 그 뒤, 20분 가까이 산을 탔다.
중간에 짐승형 괴수를 어쩔 수 없이 만나면 잡았고.
획-.
김서현이 익숙하게 짐승의 피를 흩뿌렸다.
낡은 검의 외형을 가진 그람을 김서현이 의아하게 바라봤다.
“이거 사기당한 것 같은데. 엄청 좋은 검 같아.”
“그거 엄청 좋은 검이야.”
“……그렇지?”
김서현이 낙담했다.
무기선별 때, 김서현은 자기 수련을 위해서 낡은 검을 골랐다.
사실 늦은 감이 있다. 그람은 어지간해서 부러지지도 않으니까.
“내구도 쪽으로 치우쳐진 검이야. 너한테 가장 잘 맞을걸?”
“그래?”
김서현은 의아해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서하는 무공 배운 게 이번 년도지?”
“응, 왜?”
“아니, 벌써 태가 잡히고 있어서.”
김서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검을 쥐거나, 이동할 때마다 티가 확확 나. 처음에는 이제 막 검을 쥐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성숙한 검사 느낌?”
김서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김서현이 무를 궁구하는 구도자적인 성격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매일 대련하자고 조르는 게 아닌지 몰라.’
다른 캐릭터로 플레이하면, 일정 경지가 지나면 김서현이 계속하자고 대련하자고 한다.
“슬슬 한 번 제대로 부딪치고 싶을 정돈데.”
“……나중에.”
물론 나는 김서현과 싸우고 싶지 않다.
저건 괴물이다.
내가 이기려면 모든 것을 꺼내도 확률이 절반인 존재.
김아라도 괴물이고.
그렇게 산을 오른 지 30분이 더 지나자 목적지에 도착했다. 위치는 산의 중간보다 조금 아래에 있는 곳.
‘여기라면 마인도 안 오겠지.’
나는 유독 큰 나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여기야?”
“응.”
나는 눈을 감고 심상에서 스위치를 켰다.
달칵.
성신안이 켜지면서 마나의 구조가 보였다.
나는 흑천을 들어서 결의 구조가 약한 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아주 미약하게 역천을 두르고서.
획-.
파스슷.
일순간 풍경이 바뀐다. 안쪽의 길이 열렸다. 나무 밑동 이에 사람 한명이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신기한 구조네.”
“들어가자.”
나는 김서현을 데리고 안쪽으로 이동했다.
동굴같은 곳으로 우리는 쭉 내려갔다. 시야는 어두웠지만, 성신안으로 보니 괜찮았다.
김서현도 안법을 익히고 있어서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렇게 가길 10분.
드디어 괴수가 나왔다.
-키엑?
거대한 식물이 있었다. 크기는 2m가 넘으며 뿌리로 걸어 다닌다.
꽃이 있는 위치는 반으로 갈라지며 이빨을 드러낸다.
식인식물 사라세니아다.
“식인 식물들인가?”
김서현은 자신있게 웃으며 검을 들었다.
검 끝을 타고 자그마한 불꽃의 용의 형상이 나타났다.
구천구룡신결(九天九龍神訣).
불꽃이 이글거리면서 식물들을 향해 날아갔다.
염룡이 식물들을 삼켰다.
그것으로 끝.
사라세니아는 마석들을 남긴 채로 재로 화했다.
나는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김서현을 바라봤다.
원래 이 던전은 엄청 까다로운 던전이다. 식물형 괴수는 몸이 유연해서 생각지 못한 곳으로 공격하니까.
불꽃 속성에 정말 약하지만, 다른 속성에는 은근히 강하기도 하고.
나는 염룡을 두르며 앞장서서 식물 괴수군단을 처리하는 김서현을 봤다.
그리고 내가 나서려고 하면.
“힘 좀 아껴. 난 생각보다 마력이 커서 별로 안 힘들거든.”
이렇게 말하니 예뻐 보이지 않을 수가.
우리는 앞으로 쭉쭉 나갔다.
식물괴수들을 처리하고, 신속하게 앞으로 가길 10분.
나는 김서현을 멈춰 세웠다.
“잠시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벽.
성신안으로 보니 희미한 일그러짐이 보였다.
“벽은 왜…….”
“여기가 지름길이거든.”
게임에서는 경험치를 줬지만, 현실에서는 주지 않는다.
굳이 식물형 괴수와 드잡이를 할 필요가 없다.
쾅!
나는 역천을 발에 넣고서 벽을 찼다. 그러자 벽이 부서지면서 안에 길이 나타났다.
“와…….”
“가자.”
안쪽으로 들어가니 우리는 순식간에 보스가 있는 공터로 도착할 수 있었다.
어지간한 학교 운동장만한 공터. 그곳 중앙에는 꽃에 이빨이 달린 거대한 식인 괴수가 보였다.
“내가 맡을게.”
김서현의 어깨를 만지며 멈춰 세웠다.
말랑.
한 촉감이 느껴졌다.
뭐라고 해야 되지.
근육이 있는데 피부가 말랑하다고 해야 되나.
운동한 여자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묘한 촉감.
나는 필사적으로 태연한 표정을 연기했다.
“뒤에서 지원만 해줘.”
“……지원만?”
한 박자 늦게 김서현이 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타케이스에 고이 모셔둔 흑천을 꺼냈다.
키이이잉!
흑천이 부르르 떨었다.
날카로운 예기가 느껴진다. 흑천마검 안에 내장된 힘, 패혼을 이용해서 예기로 바꾸는 힘이다.
-강한 놈에게만 쓰기로 합의를 보지 않았나.
‘이럴 때 미리 써둬야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본래 흑천은 이 힘을 사용하면 안 된다 하였다.
왜냐하면 내 본신의 무력을 단련하는 것보다 지금은 이 예기를 강화시키는 것이 더 좋기에.
내가 훈련을 소홀히 할까 봐.
본래 이 힘은 지금 배울 힘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이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검을 닦아줄 때, 기름 먹인 천을 이용해서 닦아주기로 합의를 봤으니까.’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유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