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47
Chapter 47 – 김서현(3)
섬광이 일었다.
묵색으로 빛나는 예기가 식물 괴수의 목 한쪽을 베었다.
그 광경을 보며 김서현은 생각했다.
‘……또 늘었네.’
이서하의 실력이 확실히 늘었다.
저번에 중간평가 때, 세인트와 싸우면서 그는 근접 박투로만 승부를 봤다.
‘아예 못하는 수준이었는데.’
그 성장세는 가히 경이롭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서하를 보며, 자포자기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
솔직히 김서현도 가만 보면 두려울 정도였다.
발밑에 있었는데, 어느새 턱밑까지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이번 년도까지는 괜찮을 것 같았는데.’
이서하의 무재는 빈말로도 천재 수준이 아닌 수재 수준이다.
그정도의 무재는 널리고 널렸다.
당장 학교만 봐도 10명 중 1~2명은 그 정도의 수준이니까.
다만, 그는 뭐라고 해야 될까.
몸을 잘 쓴다.
이 학교에 다니면서 깨달은 사실은 사람들은 의외로 자기 몸을 잘 쓸 줄 모른다.
그가 자신의 몸을 쓰는 모습을 보면 여러가지 영감 같은 게 생길 정도.
‘육체 전부를 통제에 넣고 있어.’
김서현은 검을 들었다.
이서하를 지원해 주기 위함이었다.
‘버프는 필요 없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이서하에게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김서현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잘한 것들을 도와주는 것 뿐.
김서현은 손으로 인을 맺었다.
“급급여율령.”
술법이 전개된다. 김서현의 옷이 바람에 흔들리며 그 안에서 부적들이 나타난다.
부적들이 어둠을 빨아먹고 그것들이 동물의 형체를 갖춘다.
식신(式神).
영적인 존재들이 식물 괴수의 식물 줄기들을 공격했다.
그 사이 검은색의 섬광이 솟구쳤다.
촤악!
식물 줄기들이 한순간 갈라지며, 놈의 본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김서현이 움직이는 순간, 이서하가 빠르게 도약했다.
사아아-.
이서하의 팔이 검게 물들었다. 모든 것을 부정하는 듯한 힘이 이서하의 팔을 감싸고, 그것은 식물의 정 중앙에 박혔다.
“흡!”
기합과 함께 부정한 힘이 급속도로 팽창하며 식물의 모든 것이 먼지처럼 흩날렸다.
그리고 식물이 죽은 자리에는 삼(蔘) 같은 뿌리 영초가 있었다.
“헉, 산삼?!”
김서현은 기겁하며 달려갔다.
한국에서 자라는 산삼은 없어서 못 먹는 수준의 영약이다.
이서하는 터벅터벅 걸어가고는 말했다.
“산삼이네. 그것도 15년짜리.”
“헉, 15년?”
“응.”
재능, 열람(-)으로 확인한 정보다.
15년짜리면 보통 10억 정도에 팔리는 수준이고 주인만 잘 만나면 30억까지 팔리는 물건.
그러나 김서현을 보니, 먹고 싶은 모양이다.
“먹고 싶어?”
“어?”
“먹고 싶으면 양보해 줄게. 대신 다음에 먹는 건 내가 갖는 걸로 하고.”
“어, 어떤 건데?”
이서하는 입꼬리를 올렸다.
안쪽으로 가더니 가볍게 손을 올렸다.
콰득.
아래에 있는 흙들이 들어 올려지기 시작한다.
념으로 흙을 들어 올리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초록빛의 영롱한 구슬.
직감적으로 저게 이서하가 이 던전에 자신을 데려온 목적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정수의 일종이네?”
“응. 무기를 강화하거나 봉인 하나를 깰 수 있는 정수지.”
“그래도 산삼이 훨씬 좋은 것 같은데.”
“난 필요 없어.”
“혹시 필요한 건 있어?”
“나중에 생기면 부탁할게.”
이서하가 여상하게 말했다.
“……돈이라도 줄까?”
“돈은 모자라지 않아서 괜찮아.”
“그럼 이제 슬슬 돌아갈까?”
“그러자.”
*
돌아가는 길.
우리는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다.
“근데 내가 이걸 이대로 받아도 괜찮아? 산삼이 훨씬 더 비싼데.”
“괜찮아. 내가 원했던 건 결국 이거라서.”
나는 정수를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흑천의 봉인된 힘을 하나 풀 수 있는 정수.
──────────────────
【위천의 정수(B+)】
한 대장장이가 신물의 봉인을 풀고 싶어해서 만든 물건.
:S등급 이하의 무구 봉인을 하나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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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은 간단하다.
그러나 효능은 간단하지 않다. 흑천의 봉인을 하나는 풀 수 있으니까.
-흐음…….
흑천이 묘한 눈으로 정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네가 나한테 너무 의존하게 될까 봐 그런다.
‘다음이 뭐길래?’
-다음은…….
흑천이 말하기 전에 고개를 획 돌렸다.
-……주인, 당장 도망칠 준비를 해라.
‘……알았어.’
심상찮은 분위기에 나는 김서현을 멈춰 세웠다.
왜-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김서현도 무언가를 느낀 모양인지 전방을 주시했다.
띠링.
──────────────────
메인 퀘스트 Chapter. 3.5 : 검귀로부터 도망쳐라.
영웅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검귀가 이곳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를 따돌리고, 도망치십시오.
◈보상 : 5,000P 내용에 따라 보상 추가.
◈실패 : 사망.
──────────────────
“…….”
나는 퀘스트 창을 허망한 눈으로 바라봤다.
검귀, 나박천.
유명한 인물이다. 사람이 검에 베이는 촉감이 마음에 들어서 시민 천여 명을 베어 죽인 미치광이.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적이었다.
-흐.
조용하게, 소름이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칵.
성신안을 키며 앞을 바라봤다. 앞에는 진득하면서도, 이세계의 것이 아닌 것 같은 힘이 느껴졌다.
“……마인.”
그러나 느껴지는 힘은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질척하고, 형용할 수 없는 것 같은 그런 느낌.
-한국영웅학교 학생인가? 지금 상급 마인이 도주해서 수색 중이다.
아까전에 남자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설마 그게 플래그일 줄 몰랐는데.
-감이 좋은 녀석들이군.
질질 끄는 소리와 함께 모습이 드러났다.
마인의 행색은 초라했다.
오른팔은 무언가에 의해 완전히 찢겨나갔으며, 다리 한쪽의 절반도 무언가에 뜯겨나갔다.
남은 왼팔도 손가락이 두 개가 없다.
눈은 한쪽이 없었고, 몸에는 칼자국들이 무수히 나 있었다.
사지 중 멀쩡한 게 없는 수준.
마인은 한 손으로 기어 다니다가 검을 잡고 우리를 바라봤다.
-애송이 들이었나.
검귀, 나박천.
검을 휘두르는 것이 귀신같다고 해서 검귀가 이명인 놈이다.
‘큰일 났는데.’
마인은 정말 약해져 있다.
그러나 그 특유의 생명력으로 점점 새 살이 돋아나는 게 보이고 있었다.
-도망치기는 힘들 것 같군.
‘응.’
마인과 우리의 거리는 50m.
그러나 이 거리는 저 검귀가 검을 휘둘러 우리를 죽일 수 있는 간격이기도 하였다.
천천히 흑천을 들고 싸울 준비를 했다.
김서현도 마찬가지.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겁을 먹은 눈치는 아니었다.
-킥.
나박천이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가 가소로운듯한 모양새.
‘실제로 가소롭기는 해.’
왜냐하면 그는 상격이기 때문이다.
상격.
세계에 ‘이명’을 새기고 스스로의 법을 세워서 세계의 법칙을 바꾼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공격하는 하나하나가 수십의 사람을 가볍게 죽일 수 있는 경지다.
간단하게 말해서, 나박천이 멀쩡한 상태라면 서우주 교관이나, 김서현, 에르실 같은 애들이 떼로 몰려도 모조리 죽여버릴 수 있는 수준이다.
-주인, 놈은 귀도 다친 것 같다.
‘그러게 균형감각이 엉망이네.’
상대를 훑는다.
사지가 멀쩡하지 않고, 전력이 아님에도 상대는 강하기 그지없는 적이다.
‘조심해.’
나는 김서현에게 념을 보냈다.
지금까지 내가 정리한 것들과 함께.
김서현은 태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기세가 달라졌다.
-버러지들. 본래라면 괴롭히다가 죽이겠지만, 한 번에 깔끔하게 죽여주지.
나박천이 검을 들었다.
검의 절반이 날아갔고, 금이 드문드문 가 있는 상태.
획-.
그러나 그 속도는 범상치 않았다.
찰나라고 부를 시간.
성신안을 켰음에도, 겨우 보이는 검격을 바로 땅으로 구르며 회피했다.
서걱──.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검격 내에 있는 모든 것들이 갈라져 버렸다.
식물의 시체, 석벽, 공기, 마력. 그 모든것들이 검에 의해서 갈라졌다.
‘무슨 놈의 검기가!’
그가 세계에 새긴 능력은 간단하다.
무엇이든지 베는 힘.
그의 검은 무엇이든 벨 수 있는 일종의 권능 같은 힘이다.
일그러진 시야를 보면서 나는 다급하게 움직였다.
흑천을 뽑았다.
바로 예기가 줄기차게 뿜어져 나왔다.
-음? 영웅 후보생인가?
마인이 미간을 슬쩍 일그러트렸다.
“내가 전위!”
“알았어!”
김서현에게 소리치자 김서현이 멈칫하고 나를 보조할 준비를 했다.
-애송이가.
획-.
검이 뽑힌다. 성신안으로 봐도 흐릿한 궤적이 내 목을 노렸다.
흑천을 들었다.
역천을 불어넣었다. 예기에 역천까지 합해지면서 흑섬검법의 묘리로 휘둘렀다.
쩌어어엉!
검격이 부딪치며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동반한다.
‘무슨.’
힘이 장난 아니었다. 순간 몸이 뒤로 밀려 나갔다.
-주인 심장!
흑천이 소리 질렀다. 반사적으로 흑천을 휘둘렀다.
쩌어어어엉!
이격.
나는 힘에 몸을 맡기며, 뒤로 쭉 물러났다.
‘……상상 이상인데.’
-상격부터가 진짜라는 소리가 있지. 중격과 상격은 고작 경지 하나 차이가 아니다.
후우.
숨을 고르면서 상대를 봤다.
상대의 안색은 좀 더 괜찮아 보였다.
힘을 어느 정도 소모했지만, 마인이 되면서 갖게 된 재생력이 그것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성가신데.’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것은 안된다.
단기결전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이곳에 영웅들이 있다고는 하나, 숨겨진 던전을 금방 찾을 거라 생각지 않는다.
‘최악의 조건인데.’
나는 김서현을 바라봤다.
다행히 ‘폭주’하려는 증상은 없는것 같다.
나는 아공간을 열어 비약들을 꺼냈다. 그리고 마력의 비약을 김서현에게 넘겨줬다.
‘마셔. 마력을 상승 시켜줄 비약이야.’
끄덕.
념으로 말하니, 김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념으로 액체를 입에 털어 넣었다.
칠흑의 팔찌에서 흑검을 꺼냈다. 그리고 분열.
다섯 자루의 흑검을 모두 념으로 띄웠다.
흑천을 들었다.
비약이 몸의 활력을 더해줬다. 감각이 날카롭게 벼려진다. 체력이 좀 더 굳건해졌다.
“후우.”
숨을 들이쉬면서 전방을 주시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은 감히 상대할 수 없는 적.
그럼에도,
해볼만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