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49
Chapter 49 – 김서현(5)
“아.”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온 몸이 삐꺽거렸다. 관절 마디마디가 비명을 지른다.
흑신무를 운용했다. 몸을 관조했다.
몸 상태는 처참했다. 어지간한 영웅들의 몸이었으면 바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무저갱의 반동인가.’
-당연하다. 그리고 흑신무로 육체를 완전히 다듬지 못했다. 무저갱은 전 주인도 상격에 들어서 쓰는 힘이었는데.
‘…….’
내 경지는 지금 하격에서 중격으로 넘어가려 하는 경지.
그러나 내가 무저갱을 쓸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이유였다.
개념 스탯 역천.
개념 그 자체를 다루는 이 스탯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는 흑천을 땅에 그대로 박아넣고 호흡했다. 몸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머리가 어지럽다. 흑신무를 운용하면서 육체를 가다듬었다.
천천히 호흡하면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쓰러질것 같기에.
나는 나박천이 죽은 공간을 바라봤다. 재조차도 남기지 못한 채, 검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아마 그가 예비로 남겨둔 검이리라.
‘마검을 얻는게 가장 좋기는 하지만.’
그 상태의 나박천은 온전한 상태.
보상은 적지만, 사지의 절반 이상을 잃은 나박천도 겨우 잡는 마당에 그 이상은 욕심이리라.
내가 눈을 감고 기절하기 직전, 귓가에 소리가 들렸다.
띠링.
눈 앞에 파란색의 반투명한 창이 나왔다.
[믿을 수 없는 업적입니다.] [업적 내용 정산 중…….]지금까지와는 다른 차분한 말투였다.
[업적 내용 정산.] [검귀, 나박천으로 부터 도망에 성공하셨습니다. 5,000p를 획득합니다.] [검귀, 나박천을 죽였습니다. 보상이 업그레이드됩니다.] [메인 퀘스트 Chapter. 3.5를 완벽하게 끝마쳤습니다. 보상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됩니다.] [인연관계가 추가됩니다.] [동경. 김서현은 당신에게 동경이란 감정을 느낍니다.] [김서현에게 강렬한 인상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당신을 보며, 자신을 혹독하게 몰아붙일 것입니다. 그녀가 당신을 동경할수록 성장속도가 증가합니다.] [모든 보상이 정산되었습니다. 총 합 75,000p를 획득합니다!]나는 푸른색의 창을 보고는 쓰러지듯 기절했다.
***
“낮선 천장이다.”
병원 천장을 보며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을 중얼거렸다.
몸이 불편했다. 온갖 붕대로 덕지덕지 몸을 감싼 느낌.
……아니 실제로도 붕대로 나를 감싸고 있었다.
-주인, 일어났나?
‘응.’
불편한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병실은 호화로웠다.
대충 30평이 넘어 보이는데 쓰는 사람은 나 혼자.
‘너무 넓은 거 아닌가.’
그치만 좁은 것보단 넓은 게 더 좋으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나는 차분히 눈을 감고 역천을 돌렸다. 흑신무를 운용한다.
‘꽤 괜찮아 졌는데.’
나박천을 상대하고 난 후에는 죽기 직전이었다면, 지금은 나름 회복해서 살만한 그런 느낌이었다.
천천히 역천으로 흑신무를 익히며 몸을 조율했다.
끊어진 근육이 빠르게 재생하고,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된다.
뼈가 점점 아물기 시작한다.
육체를 더 다루는 방법은 육체를 앎에서 시작한다.
흑신무는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육체를 다듬고, 조율하고, 다룰 수 있게 만드는 힘.
그렇게 눈을 감고 5시간가량 조율을 했을까. 이제는 붕대를 풀어도 괜찮은 수준까지 왔다.
‘풀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붕대를 꽁꽁 싸맨 이유는 마인에게 당한 상처가 ‘마법’이나 ‘신성’이 잘 안 통하는 이유도 있지만, 내 몸이 역천지체이기 때문이다.
붕대도 효과는 없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은 수준이라서.
나는 육체에 급한 부분을 최소의 안전장치를 해놓고 흑천을 불렀다.
‘어떻게 됐어.’
-흠, 꽤 많은 일이 있었다.
이후 흑천은 대략적인 설명을 해줬다.
내가 기절하자마자 김서현이 외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영웅들이 마인의 재와 ‘첨탑’에서 검귀의 이름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래서 대대적으로 학교에서 나의 공적을 치하하려고 벼르고 있다고 한다.
바깥에서 드문드문 들리는 사정으로는 협회나 한국의 유명한 길드들이 나와 연을 만들고 싶어 하고 있단 말도 있고.
흑천의 말을 들은 나의 감상은 간단했다.
‘……귀찮아졌네.’
아마 수여식은 거하게 할 것 같다.
서예빈은 그런 성격이니까.
뛰어난 학생을 보면 그 학생을 인도하려고 한다.
다만, 그 뒤틀린 신념과 의지 때문에 많은 이들이 꺼리지만.
-나만이. 오롯이 나만이 이 세계를 구할 수 있다!
화면 너머로 들리던 그녀의 절규가 떠올랐다.
문득 무언가의 ‘시선’이 느껴진 나는 창 밖을 바라봤다.
“…….”
“……안녕.”
온통 새까만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나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그를 바라봤다.
“나를 아는 눈치구나.”
“한국에서 당신을 모를 사람은 없지요.”
“그런가.”
남자는 유쾌하다는 듯, 킥-웃었다.
“흠, 벌써 완쾌하기 직전인가? 육체가 잘 닦였을때부터 눈치챘지만……너에겐 나도 가늠하기 힘든 존재의 것을 이었구나.”
“……네.”
나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역시 이 남자 앞에서 무언가를 숨기는 것은 힘들다.
“그런데 여기는 왜?”
“너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남자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던전에 들어가기 직전부터 말이지.”
남자의 눈이 휘었다.
그제야 나는 왜 메인 퀘스트가 도망이라는지 알 수 있었다.
‘……시험, 이었군.’
허망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애초에 ‘천견’이라 불리는 남자가 나를 보자고 했으면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
한국에서 당장 미국에 ‘신의 옥좌’라고 불리는 장소를 볼 수 있는 남자니까.
과장 좀 보태자면 아시아 전체가 그의 시야 아래에 놓여져 있는 것과 같았다.
“그래도 내가 너를 눈여겨 보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요즘 칠악과 사도놈들이 날뛰어서 말이지. 그들을 예의 주시하다가 네가 눈에 보였거든.”
남자의 입가가 휘었다.
“꽤 잘 봤다. 모든 힘을 부정하면서도, 외법이 아니지만, 그 외법의 권능마저도 부정하는 그 힘. 정말 흥미로웠다.”
“괜히 눈만 버리게 한 게 아닌지.”
“설마. 그게 눈을 버릴 기교였다면, 영웅 중 열 명을 제외하고 모두 혀를 깨물고 죽어야지.”
그가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이곳에는 어쩐 일로?”
“음.”
천견은 내 말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뜬금없는 말이지만, 너. 내 제자가 되지 않겠나.”
“제자 말입니까.”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천견의 제자.
그 타이틀 자체는 탐나다.
……그러나 내가 천견의 제자가 되어 이득 볼게 별로 없다.
그의 제자가 된다면 부와 인맥. 권력이 따라올 거다.
그는 세계의 이치를 깨달아 초월의 격을 얻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뒤져도 그와 동등한 존재는 몇 없기에.
우스운 말이지만, 그렇기에 나는 그에게서 배울 것이 없다.
그는 마법과 세계의 법칙, 법과 신을 보았지만, 흑천보다는 잘 가르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역천의 기는 흑천이 잘 가르쳐주니까.’
-물론이다. 역천에 대해서 전대 주인이 없다면 가장 잘 아는 것은 이몸이니까.
그리고 그는 마법사에 가까운 성격을 갖고 있다.
그는 역천의 기를 연구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할 테니 시간도 잡아먹겠고.
……거절해야겠다.
아깝지만, 이게 맞다.
“죄송하지만…….”
“미안하지만, 이서하 학생은 내가 가르치기로 해서 말이다.”
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금으로 빛나는 찬란한 머리카락. 모든것을 꿰뚫는듯한 보랏빛의 눈동자.
그녀는 언제나와 같은 검은색 제복 위에 하얀 코트를 입고서 나타났다.
“정식으로 사제 관계가 된 건 아니지 않은가?”
“무얼. 이 학교에 교장 선생인 내가 그렇게 정했다.”
싱긋-하고 서예빈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별’이 될 수 없는데?”
“이 세상에는 그렇기에 더 값진 것이 있는 법이지.”
“그가 너를 따를까?”
“그렇게 될 것이다. 내가 그리 만들고, 세상이 그리 만들 것이다.”
“오만하군.”
“나는 언제나 이랬다.”
서예빈과 천견이 대화한다.
그러나 날이 서 있는 대화들이었다.
“흠.”
“그러면 별빛의 아이는 내가 가르치도록 하지.”
“…….”
서예빈은 천견을 바라봤다.
“조약은 잊었나?”
“설마 내가 잊었을 리가. 그러나 그 아이는 특별해. 다가올 위협에 그 아이는 반드시 필요하네. 네가 이 아이에게 특별함을 보았듯이, 나도 그 아이에게 특별함을 보았거든.”
“그렇다는구나.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서예빈이 뒤를 돌아봤다.
문이 끼익-하고 절로 열렸다. 문에는 서가연이 보였다. 햄스터같이 덜덜 떨고 있는.
“……서하는요?”
“이서하는 여전히 학교에 있을 거다. 너는 나와 함께 ‘마법’을 배울 거고.”
“학교를 떠나서요?”
“그렇다. 여기의 교육환경은 좋지만……너를 위한 환경은 따로 있다.”
“그렇다면 저는 이 학교에 남을래요.”
“하아, 골치 아프군.”
천견이 나를 힐끔 바라봤다.
흑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예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여기 있는 모두가 나를 주목하는 상황.
‘이건 부담스러운데.’
띠링.
──────────────────
메인 퀘스트 Chapter. 4 : 서가연의 성장.
별빛의 마력을 개화한 서가연은 인류의 이정표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녀를 올바른 길로 이끄세요.
◈보상 : 3,000P 내용에 따라 보상 추가.
──────────────────
마침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일단…….”
머리로 생각을 정리했다.
차분하게 생각하니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눈에 보였다.
다만, 그 전에 한가지,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
“저희 가연이가 아직 무기선별을 하지 않았는데, 먼저 하는게 어때요?”
“너는 언제나처럼 당돌하구나.”
서예빈이 내 말에 방긋-웃고는 말했다.
“그렇군. 우선 그것부터 처리 하고 해야겠군.”
*
서예빈과 천견이 앞에서 걸어갔다.
나는 서가연과 대화했다.
“어떻게 할래?”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서가연이 되물었다.
자기의 의사보다 나의 의사가 더 중요하다는 듯.
“나는 서하랑 있고 싶은데.”
“…….”
훅 들어오는 말에 나는 멈칫했다.
생각보다 강하게 들어왔다.
“서, 서하는 내, 내가 싫어?”
“싫을 리가.”
없다.
그녀는 절망에도 포기하지 않으며, 올곧게 인류를 이끄는 존재였다.
다른사람들은 몰라도, 내가 그녀를 싫어할 리는 없다.
“내가 널 어떻게 싫어하겠니.”
나는 웃으며 말했다.
서가연은 멍하니 나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