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53
Chapter 53 – 무도회
-크아아아아악!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내가 사용하는 힘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념.
거기다가 역천의 기가 아주 미세하게 느껴진다.
-……네가 살아 있었나, 영천?
-허억, 허억. 이 목소리는 흑천?
념이 느껴졌다.
나는 흑천을 바라봤다.
“아는 놈이야?”
-정확히는 년이다. 영천. 전대 주인인 천마의 첩이지.
-지랄마! 제가 왜 그년의 첩이에요? 저는 그년 때문에 처녀로서 뒤졌는데! 씨발, 건드렸으면 끝까지 건드려야지, 처녀로 죽는 게 말이 돼?! 갈때는 하게 해줬어야지!
-너, 너는 여, 여전히 상스럽구나!
-어디서 고고한 척이야! 천마가 검 만질 때마다 신음 흘리던 미친년이!
영천의 말에 흑천이 비틀거렸다.
흑천은 그때도 신음을 흘렸구나…….
흑천을 미묘한 눈으로 바라보니 흑천이 억울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런 눈으로 날 바라보지 마라!
나는 시선을 돌렸다. 흑신무라 적혀진 책으로.
“그래서 너는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천마의 명령 때문이죠, 뭐. 그년이 이곳을 지키라고 나에게 명을 했기 때문에 저는 여기서 나갈수도 없어요.
-천마의 명령이 아직도 널 속박하고 있다고?
-……그 개 같은 년이 자기가 죽기 전에 우리를 약화시키고 봉인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천마가?
영천이 으르렁거리며 말하자 흑천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말년에 그 개같은 년이 무엇을 봤는지 몰라도, 자기를 원망하라고 하면서 그 지랄을 떨었어. 너도 알잖아?
-모른다. 나도 내가 천마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그녀가 나에게 모종의 수를 쓴 것 같다.
-핫.
영천이 기가차다는듯 헛바람을 들이켰다.
-하긴. 천마가 그쪽을 안 건드렸을 리가 없죠. 아마 가장 신경을 써서 공들였을 테니.
“……그래서 너는 아는 게 뭐라도 있나?”
-저요? 아는 거야 많지요. 그쪽이 이번 대의 천마 맞죠? 이번엔 진짜 잘 생겨서 좋네. 저번에는 여자 주제에 무슨 여자를 그리 밝히던지.
영천이 즐거운 듯이 재잘거렸다.
-아무튼 내가 천마 때문에 약화되기는 했어도, 내 이명은 영천…….
-영천은 기본적으로 술법을 가르쳐줄 수 있을 거다.
-야! 내가 말하려고 했거든?
“술법?”
-주인이 흑신무를 익히지 못할까 봐 미리 대비해둔 예비용이지. 흑신무에 비하자면 성능은 지극히 떨어진다.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네. 흑신무는 그 괴물 같은 여자가 짜아 올린 무공이거든?
“술법을 배울 수 있다는 소린가.
나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흑신무는 그 자체로도 뛰어난 무공이지만, 이따금 불편한 점이 있기는 하다.
‘전부 근거리에 몰려 있는 게 단점이지.’
그럼에도 그것을 보조하는 무공은 고작 보법정도.
흑천의 말에 따르면 천마는 그것으로도 적수가 없었기에, 그녀는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아쉽게도 나는 천마만큼의 재능은 없다. 하지만 재능쯤이야 만들면 그만.
“술법은 어느정도 수준이지?”
-배우게요? 대충 최상격에게도 통하는 공격용 술법도 있지만, 대부분은 보조용이죠. 거기다가 흑천의 기억이 아직 불안정하다고 했죠? 제가 도와줄게요. 저 아는거 진짜 많거든요.
영천이 필사적으로 말했다.
“내가 역천을 흡수하면?”
-제가 아직 천마한테 당한 힘을 회복하지 못해서 진짜 쓸모없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절 살려서 저한테 지식을 듣는게 더 도움될껄요?
흑천을 쳐다보자 흑천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천 정도면 나쁘지 않다. 남자를 밝히는 성격 때문에 유일하게 천마가 골칫거리로 강압한 여자이니까.
-밝히는 건 또 뭐야.
영천이 툴툴거리는 어투로 말했다.
“그러면 너처럼 봉인된 애 중에 쓸만한 애가 있나?”
-많지요. 능력만은 쓸모 있는 애들이.
“성격은 어때?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정도는 되나?”
-설마요.
영천이 서늘한 어조로 말했다.
-저 정도면 정말 괜찮은 수준이죠. 천마는 오롯이 하나라는 년이 있어요. 천마가 직접 제약을 건다고 했을 때, 해맑게 웃으면서 내 심장을 찌른 년도 있고. 다른 천마를 섬기지 못하겠다고 자결한 년도 있고.
“…….”
-그에 비하면 저 정도는 굉장히 괜찮은 편 아니야?
영천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보니 선녀같이 보였다.
-그래서 저 골라주실 거죠?
“……생각해보고.”
그러나 그것이 영천을 고른다는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다. 애매하다고 해야 되나. 여기까지 와서 아무런 소득 없이 가기는 좀…….
-아, 맞다! 개같은 전대 천마가 후대의 천마에게 남길 것이 있다고 했어요.
“남길거?”
-넵! 흑신무 서적에 역천의 기를 넣으면 됩니다!
나는 영천의 말에 따라 흑신무 서적에 손을 올리고 역천의 기를 흘려 넣었다.
파스스슷!
그러나 흑신무 서적이 검게 변하더니 이내 조각 같은 모양으로 바뀌었다.
“이건…….”
척 보기에도 굉장한 양의 역천이 들어있었다. 이걸 흡수하면 못해도 5는 올라갈 것 같은데.
-전대 주인이 남긴 역천의 기 일부입니다. 물론 24조각 정도 더 있을 겁니다.
“…….”
영천이 밝게 말했지만, 아마 그만큼 존재하지 않을 거다.
이 세계의 배경은 어느 날, 지구 차원이 깨져가면서 차원 융합이 된 배경이라 온갖 차원들이 뒤섞여 있으니까.
‘있다고 해도 다른 것들과 융합했을지도 모르고.’
어쨌든 좋은 정보다.
천마와 관련된 유산을 모을 때마다 내 힘이 강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나는 조각을 움켜쥐고 역천을 흡수했다.
[개념스탯 역천이 5 상승합니다!]반투명한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어라?
동시에 영천의 모습 또한 바뀌었다.
***
천마의 유산이 있는 동굴에서 나오니 벌써 해가 저물었다.
짙은 보랏빛의 하늘이 나를 반겨줬다.
-얏호! 오랜만에 맡아보는 신선한 공기!
흑색의 여우가 즐겁다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천마의 안배라고 해야 될까.
구슬 조각에 있는 역천을 흡수하자마자 영천은 나에게 귀속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가진 술법에 대한 지식들이 내 머릿속에 생겨났다.
이건 연습을 좀 해서 익혀봐야겠는데.
딱.
손가락을 튕기자 검은 불꽃이 허공에 타올랐다.
-과연, 천마의 이름을 이을만하네요. 벌써 재능이 저 정도라니.
-주인의 역천 지배력은 전대 천마 이상이다.
-……그 정도예요?
영천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개념 스탯 역천과 불가해한 재능(A-) 덕분이지만.
-그런데 저는 어떻게 부를까요? 주인님? 서방님? 참고로 저는 서방님이 좋은 것 같은데.
“……그냥 이름으로 불러.”
-네, 서하님!
나는 머리를 꾹꾹 눌렀다.
별로 한것도 아닌데 머리가 아픈 것 같다.
‘그래도 소득은 있으니까.’
영천이 가진 술법들은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마력을 쓰지 않아도 역천의 힘으로 쓸 수 있는 술법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는 에르실이 문자로 보낸 지도를 따라서 걸었다.
한 30분쯤 걸었을까.
만화나 애니에서 볼법한, 5층 정도 되어 보이는 고급스러운 주택이 하나 나왔다.
-꽤 잘사는군.
-그러게요. 제 별장 정도는 되어 보이는 것 같은데.
흑천과 영천이 맞장구쳤다.
나는 정문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문이 절로 열렸다. 경비병으로 보이는 이가 조용히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에르실이 다 말해 논건가.’
안쪽으로 들어갔다.
3분쯤 걸어서 주택에 도착하니, 집사로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나왔다.
“이서하 님이시군요. 어서 오십시오. 에르실 아가씨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집사가 나를 안내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풀장이 나왔고, 그곳에서 다들 수영하면서 놀고 있었다.
“어머, 오셨네요.”
에르실이 나를 반겨줬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교복 셔츠와 치마를 입은 채 말이다.
나는 에르실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감정.
▼
[이름 : 에르실 메르헨]근력 : 10 민첩 : 15 체력 : 15
마력 : 25 정신 : 25 재주 : 20
◈재능
-거짓으로 만들어진 세계(?), 몽중화(S-), 환몽의 결(A+), 영원한 악몽(A-), 전투 직감(B+) 외 3종
◈기예
-메르헨의 기본 마력 제어(S), 초고속 영창(A+), 기초 원소 제어(B) 외 10종.
◈체질
-진환지체
스탯은 나와 비슷하지만, 재능과 기예로 도배된 에르실의 상태창이 보였다.
‘재능이 정말 무섭군.’
홍유화보다 압도적인 재능이다.
멜라니 덕에 만들어진 거짓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제외하더라도, 현실에 환상이 잠식하는 몽중화나 성신안보다 등급은 낮지만 뛰어난 눈인 환몽의 결.
그리고 진환지체.
재능만으로도 멜라니가 환장할 텐데, 진실된 환상을 꿈꾸는 진환지체라는 특이지체까지 있는 에르실.
멜라니가 그녀를 성심성의껏 가르칠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헛, 어딜 보시는 거에요.”
에르실의 상태창을 보니 에르실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가슴을 가리는 척 연기했다.
“제가 좀 예쁘긴 하죠. 수영복도 꽤 괜찮은데, 어때요?”
“……교복을 입었으면서 무슨.”
“흐음, 이정도 환상도 통하지 않는 건가.”
에르실이 의아하다는 어투로 나를 바라봤다.
역시 간을 보고 있었군.
“아, 정말 너무하시네. 김서현은 이정도도 통했는데.”
“뭐, 서현이는 아직 배우는 중이니까.”
“사람 차별하시는 거예요? 뭐, 괜찮아요. 저도 아직 비장의 마법이 있으니까.”
에르실이 입 한쪽을 히죽-하고 올리며 말했다.
“우왓! 자, 잠깐 홍유화!”
동아리 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옮기니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물보라가 이쪽으로 왔다.
사아아-!
재빠르게 역천을 운용해서 장막을 만들었다. 영천을 거두면서 얻은 술법으로.
다만 에르실은 그대로 물벼락을 맞았다.
“아…….”
에르실의 미간이 순간 일그러졌다.
그리고 잠깐 자기 옷을 보더니, 표정을 바꿨다.
나를 바라보면서.
“…….”
“흠,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아시네요. 뭐, 나쁘진 않네.”
입꼬리 한쪽을 올리더니, 딱-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물이 증발했다. 다시 교복이 원상태로 복귀되었다.
“아, 맞다. 오늘 작게 무도회가 열리는데 오실래요?”
그리고는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무도회?”
“네, 진짜 작게 열리는 거예요. 가면 무도회니, 오셔도 되고. 아, 몇몇 학생도 아마 올걸요?”
“무도회에?”
“네. 옆반에 귀공녀라 불리는 애도 온다던데요. 이름이 설화련이랬나.”
문득 핸드폰에 쌓였던 300+톡이 떠올랐다.
설화련 혼자에게 왔었던.
“……갈게.”
“흠, 이런게 취미였나?”
에르실은 잠깐 고개를 갸웃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에르실 러프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