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54
Chapter 54 – 무도회(2)
무도회가 시작된 시간은 늦은 밤이었다.
밤 9시.
이미 한 시간 전부터 이곳 근처는 많은 차량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이 별로 없는 작은 무도회라며.’
라고 생각하니, 에르실 입장에서는 진짜 작은 무도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탕 하나를 입에 넣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
오늘 내가 무도회에 선선히 간 것은 설화란 때문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무도회에 마인이 습격할지 모를 가능성 때문이다.
‘게임대로라면 에르실이 마인들을 정리하고 다른 이들이 에르실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지.’
현혹의 무면탈을 착용하고 적당히 사온 정장을 착용했다.
에르실이 탈이나 정장을 준비해줬지만, 혹시 모를 소동이 일어나면 내 정체를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좀 곤란해.’
난이도 하나 바뀌었다고, 학교에서 수작을 부릴 마인들이 학교를 침공하는 걸로 바뀌었다.
제천회 놈들이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어쩌면 빌런 쪽에서 유명한 집단들이 툭 하고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재능, 열람(-)으로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기를 잠시, 익숙한 놈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185cm에 커다란 키. 검은색 정장에 하회탈을 착용했다. 그리고 무기선별 때 얻은 창을 등 뒤로 착용한 박운혁이 나타났다.
붉은색 머리카락을 그대로 드러내고, 선홍색의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채, 적탑주가 선물한 브로치를 가슴팍에 단 홍유화도.
“……맙소사, 비장이잖아?”
“뒤에 오는 사람 봐. 홍유화 아니야? 과연 메르헨 가문이군.”
가면을 쓴 이들이 쑥덕거렸다.
‘저놈들 숨길 생각이 없군.’
하긴, 학교에서 날 한번도 이기지 못한 홍유화나, 박운혁은 학교 밖으로 나가면 그 위상이 달라진다.
애초부터 자존심이 센 애들이었으니.
그들로부터 시선을 옮기고, 다른 쪽으로 향했다.
“거기 멋진 신사분?”
또각또각.
육감적인 몸매에 붉은빛 드레스. 여우 가면을 착용한 여성이 달짝지근한 음성을 토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마인이군.
-서하 님 마인이에요!
흑천과 영천이 말했다.
나도 안다. 게임에서 마인 일러스트로 나왔으니까.
“혹시 저랑 같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가요?”
“오붓한 시간이라.”
“네, 저희 둘이.”
둘을 강조하며 내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어머나, 단단해라.”
“그럼 안쪽으로 가서 이야기하시죠.”
나는 여우 마인을 안쪽으로 이끌었다.
-헉, 뭐야뭐야. 설마 하는 거야?
-주, 주인?
당황하는 이들을 무시하며 나는 여우 마인과 함께 으슥한 곳으로 향했다.
정원으로 향하니 이미 자리를 선점한 이들이 몇 있었다.
그들을 지나쳐 더 으쓱한 곳으로 향했다.
“어머, 신사 분, 너무 가시는 거 아니에요?”
“남들에게 보이긴 싫거든요.”
한참을 가니 이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여우 마인이 몸을 비비 꼬며 나에게 다가오고.
푹.
“꺼흑.”
나는 팔찌에서 꺼낸 흑검으로 마인의 배를 찔러 넣은 다음, 목을 베었다.
검은색의 재가 흩날렸다.
시체에서 피 따위는 흐르지 않았다. 그들은 이 세상의 것들을 외계에 판 존재들.
그들은 인간이라는 흔적조차 이 세계에 남길 수 없다.
“……역시 어르신이시군요. 마인을 한 번에 간파하시다니.”
동경에 가득 찬 목소리.
인기척 하나 없이 느닷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당황했지만, 나는 태연한 척을 가장했다.
항상 최고의 정신을 유지하게 하는 정심(A) 덕분에 그게 가능했다.
‘설화련이었군.’
설화련의 재능은 얼리는 것에 특화되어있다.
그것은 빙결의 재능보다 압도적인 상위호환이다. 그녀는 기척마저도 얼려 버릴 수 있기에.
“……마인들이란 언제 어느곳이든 존재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인을 찾아내는 눈을 길러야 하지.”
“소녀, 부족한 재능으로 여우 가면의 여성이 마인임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마인은 자기 힘을 주체하지 못하지만……으레 인간 사회에 숨어든 마인은 그 힘을 제법 갈무리할 줄 안다. 너는 우리 암살가문이 만든 최고의 암살자다. 앞으로도 그대로 정진하거라.”
“넵, 알겠습니다!”
설화련이 경례하며 말했다.
암살가문은 그 특성 때문에 위계질서가 확실했다.
상사가 마인이 아닌 한, 그들은 불구덩이에 들어가라는 명에도 망설이지 않을 정도로.
‘마인과 빌런, 그들과 관계된 이들을 저렇게 죽이니까 오히려 몰락했지만.’
나는 몸을 돌렸다.
“그런데 이곳에 온 이유는 무엇이지?”
“빌런들의 흔적 때문입니다.”
“빌런들?”
“네. 제천회에서 스스로를 소천마라고 칭한 이가, 이곳을 습격할 것이라는 정보 때문입니다.”
“그들이 왜?”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설화련이 말끝을 흐렸다.
나는 옆을 힐끗 바라봤다. 검은색의 여우 형상으로 둥둥 떠다니는 영천이 보였다.
‘천마의 유산 때문인가.’
제천회의 정보력이 그만큼 대단했나? 이곳에 천마의 유산이 있는 줄 알 정도로?
직감적으로 그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우선…….”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
내가 말하기도 전에 저택의 5층에 있는 건물에서 화재가 일었다.
“……감히 어르신이랑 대화하고 있는데.”
“우선 가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살기를 풀풀 휘날리며 설화련이 쌍검을 꺼내 들어서 앞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역천을 발에 두르며 가볍게 도약.
한 순간에 몸이 날아올랐다.
흑영보가 속도에 치중되어 있다면 흑섬보는 흑영보의 속도와 도약, 방향전환에 중점을 둔 보법.
념을 이용해서 3층 중간 지점에서 한 번 더 도약.
불길이 치솟은 곳으로 들어가니 이미 두 명이 싸우고 있었다.
하회탈을 쓴 박운혁이 짙은 흑색의 기를 두른 상대와 싸우고 있었다.
-흑무黑霧로군.
-흑무네요. 저게 아직도 실전되지 않고 있었다니.
‘흑무?’
-대충 역천의 기를 재현하기 위한 힘이지. 물론 그 힘은 역천의 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서하 님! 숨은 놈이 두 놈 있습니다.
‘두 놈?’
달칵.
무언가 켜지는 소리가 들리며 성신안이 발동했다.
그러자 마력이 일그러진 모습이 보였다.
‘수준이 높은데.’
-주인이 감당하지 못할 적은 아니다.
-지금 이서하님 수준이라면, 쉽게 처리하실 수 있습니다.
‘도망가면 귀찮을 것 같은데.’
-네. 그러니 잠시 지켜보도록 하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습을 숨겼다.
“하핫! 비장이라 불리는 이가 고작 이 정도였나!”
신이 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아, 괜히 긴장했군.”
박운혁이 자세를 바꿨다. 경계 어린 몸짓은 사라졌다. 그는 어깨에 창대를 멘 자세로 바꿨다.
“놈과 비슷한 힘인 줄 알았는데, 속이 완전 맹탕이잖아? 저릿저릿한 느낌도 없고. 마력 자체를 지우는 그 힘과는 달라.”
박운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화아아아악!
바람이 거세진다. 창은 보통 거리 조절의 달인들이 쓰지만, 박운혁은 조금 다르게 쓴다.
쿠르르릉!
번개가 치는 소리를 동반하며 창을 내지른다. 그 속도는 내 눈에 얼핏 보일만큼의 속도!
“뭣!?”
소천마라는 존재가 반응했다. 검은색의 기가 원반 형태로 창을 막았지만, 박운혁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창을 휘두르고 찌른다. 바람과 번개 속성의 마력이 동반하면서 소천마를 공격했다.
“그만.”
뚝.
누군가가 개입했다. 언령. 말에 힘을 담는 힘이 박운혁을 멈췄다.
소천마의 등 뒤로 두 명의 노인이 나타났다.
“교주시여. 저희는 슬슬 도망가야 합니다.”
“메르헨 가문의 방비가 상상 이상입니다. 벌써 평교도 중 많은 이들이 마신의 곁으로 떠났습니다.”
노인이 소천마라는 존재를 데려가려는 찰나.
창문을 박차고 내가 뛰쳐나갔다. 흑천 대신에 아공간에 넣어둔 예비용 검을 꺼냈다.
“누구…….”
역천이 몸 안에서 날뛰었다.
제천회는 꽤 거슬리는 조직이다. 이미 천마를 되살린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폐를 끼친 놈들.
내가 천마라는 것을 알면 짐 덩어리를 다는 셈.
그러니 흑천과 역천을 최대한 숨긴다.
스릉.
검이 뽑혀나간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뭐라고 해야 될까.
어떻게 베어야 상대를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는지 알게 된 느낌이었다.
‘빠르게.’
검이 섬전처럼 뽑혀 나왔다. 양손으로 검을 잡았다. 역천이 몸에서 날뛰었다.
흑천일보.
시야가 검게 물들기 시작한다.
모든것이 흑색으로 보이며, 그 안에 백색의 선이 그어진다.
시큰둥한 박운혁의 표정이 보였다. 아직 인지를 못했는지 억울한 표정을 한 소천마가 보였다.
조금 늦게.
경악어린 표정을 한 노인 한 명이 보였다.
직감적으로 그가 내 정체를 눈치 챈 것을 느꼈다.
그러나 늦었다.
내 검은 그들이 움직이기 전에 노인 한 명의 목에 닿아 있으니까.
천마?
노인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쩌어어엉!
갑작스레 등장한 창이 검을 막았다. 본능적인 감각으로 나는 검을 내리그었다.
촤아아악!
노인의 가슴팍에서 핏줄이 그어졌다.
“이 장로!”
“어떻게 그 검을!”
이장로라고 불린이가 나를 당혹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박운혁.”
“그 목소리는…….”
“저 놈들, 빌런이다. 제천회 소속이지.”
“빌런이면 이 몸이 나설 차례로군.”
“그렇다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어르신은 가만히 있으셔도 됩니다.”
설화련이 조용히 내 뒤로 다가왔다.
그녀는 하늘하늘한 한복에 하얀색의 나비 가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바깥 놈들은 다 처리했습니다. 이제 이놈들만 남았습니다.”
“……죽였나?’
“아뇨, 얼려놨습니다. 이놈들에게 들을 말이 좀 많거든요.”
설화련이 서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잘했다.”
“……!”
내 말에 설화련의 정돈 안 된 머리카락이 !자를 만들었다.
저게 되는 건가.
“……너희 둘 동갑 아니냐.”
박운혁이 조용히 나에게 말했다.
나는 념으로 대꾸했다.
‘쟤가 아픈 데가 좀 있어.’
“……그렇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