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62
Chapter 62 – 찬탈자(5)
강당으로 이동한 뒤.
우리는 시련의 탑을 가동해서 안으로 들어왔다.
“와…….”
시련의 탑 내부.
그곳은 문자 그대로 하나의 세계였다. 새파란 하늘이 보이고, 넓은 들판이 보였다.
‘주변에는 나랑 서가연, 유화랑 부하A만 있는 건가.’
주변을 둘러봤다.
게임 속에서 보던 풍경과 다르지만,
“먼저 뭘 할 거야?”
홍유화가 내 쪽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먼저 거점부터 찾자.”
“거점이요?”
“응. 근처에 물이 있고, 몸을 숨기기 좋은 지형을 찾아봐야지.”
나는 머릿속을 뒤져봤다.
이 근처면 괜찮은 거점이 하나 있다.
달칵.
성신안을 켜고 주위를 둘러봤다. 거점으로 삼을만한 곳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마나가 응집되어 있다.
거점은 중요하다.
닷새 동안 서바이벌을 하는데,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면 회복력을 올려주는 등, 이것저것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불침번을 서야 하나.’
서는것 자체는 문제없다.
다만 그 행위가 굉장히 싫을 뿐.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일행을 이끌었다.
30분 즈음 걸으니 괜찮은 거점이 나왔다.
“그런데 집은 어떻게……?”
“아, 그거라면 제가 가지고 있어요.”
홍유화의 부하A가 가방에서 검은색의 공 하나를 꺼냈다.
크기는 대충 축구공만 했다. 그것에 가운데에 있는 버튼을 누르더니 축구공이 부풀어 오르고 이내 텐트로 만들어졌다.
“제가 대장장이 쪽에서 아티팩트를 전문으로 하고 있거든요.”
“훌륭해.”
“헤헤..”
홍유화가 칭찬하자 부하A가 싱글벙글 웃었다. 다행이네. 오두막을 지어야 할 줄 알았는데.
“그럼 어떻게 행동할까요.”
“식량 구하는 조랑, 괴수를 잡는 조를 구분해야지.”
“……이거 한 조로 가능하나?”
“우리는 거점이 있으니까 그렇지. 만약 거점을 안 잡고 노숙한다고 가정하면…….”
“끔찍한 일이야.”
홍유화는 그렇게 말하며 텐트를 바라봤다. 텐트로 성에 차지 않아 보이는 것 같지만, 노숙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런데 텐트는 어떻게 하죠?”
“내가 맡을게.”
‘영천.’
-넵! 서하 님, 준비되었습니다!
영천이 술식을 짜아 올렸다.
역천을 끌어올렸다. 영천이 짜아올린 술식대로 역천을 불어넣었다.
사아아아!
검은색의 장막이 텐트를 감쌌다.
-생각보다 더 깔끔하게 잘 되었는데요.
-주인의 역천 지배력 때문이다. 이정도면 어지간한 마법은 막아낼 수 있겠는데.
영천과 흑천이 감탄하며 술식을 바라봤다.
“……술법이 전공이었어요?”
“뭐, 기본은 하는 편이야.”
부하A가 놀라며 텐트를 감싼 장막을 바라봤다.
“마력 반응도 없었는데.”
“은밀함과 정밀도도 말이 안 돼요.”
홍유화랑 부하A가 나를 바라봤다.
“그럼 식량은 내가 맡을까?”
“괴수는 내가 사냥하고?”
“응. 이런 건 원래 마법사가 더 잘하잖아.”
나는 부하A의 상태창을 슬쩍 봤다.
게임하고 똑같은 마검사 스타일이다. 전사 쪽에 조금 더 치중되어 있으며 보조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전사.
마법사 두 명에 전사 정도면 어지간하면 다 대응이 될 거다.
“서하가 가는 것보다 내가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식량도 얻을 겸 다른 것도 좀 보려고.”
시련의 탑이 중간에 놓은 보스를 좀 봐봐야겠다.
이건 좀 무작위형식이라서 미리 봐야 어떤 전략을 쓸지 알 수 있으니까.
“그럼 5시까지 여기로 와서 정보 좀 공유하자.”
“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나는 흑섬보를 이용해서 재빠르게 이동했다.
흑익으로 이동하면 더 빨리 이동할 수 있지만, 흑익은 역천이 너무 빨리 닳아서 아껴야 한다.
보스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면서 멧돼지 한 마리랑 토끼 두 마리를 잡고 도축한 다음 아공간에 넣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근처에 있는 감칠맛을 더해주는 버섯이나, 나물 등을 채집했다.
‘토마토나 멜론 같은 것도 있네.’
어처구니 없는 환경이군.
하지만 이런 환경이기에 갑작스럽게 서바이벌을 해도 문제가 없기는 하다.
아공간에 이것저것 다 넣고, 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쪽으로 쭉 달리니 보스가 보였다.
“음…….”
이글거리는 불꽃을 두른 형태였다.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머리에는 소의 머리가 있었다.
‘미노타우로스. 심지어 엘리트 보스인가……저거 2학년 시험 때 나오는 건데.’
보스가 생각보다 쌔다.
불꽃을 두른 미노타우로스는 화염 내성에 강하다. 그리고 크다.
5m는 되는 덩치. 마치 빌라 하나가 움직이는 듯한 형태였다.
‘크기도 크기인데.’
불꽃을 두른 미노타우로스가 까다로운 이유는 불꽃이 분열하면서 보스도 분열하기 때문이다.
격으로 따지자면 상격으로 넘어가기 직전인 괴수.
원래 이 필드에 있을 괴수가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데.’
홍유화를 고른 이점이 없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홍유화가 가진 적색의 마력은 꽤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 찬탈자는 어느정도 개화된 상태.
‘슬슬 돌아갈까.’
나는 몸을 돌리고 흑섬보로 이동했다.
***
“더워.”
홍유화의 말에 유은채와 서가연은 동의했다.
그들은 이미 보조 마법으로 온도 유지 마법을 썼지만, 늪지의 탓일까. 습기가 마법을 꿰뚫고 자신들의 컨디션을 깎아내고 있었다.
“전투하기에는 좋은 환경은 아니네요.”
“그래도 포인트는 어느정도 얻을 수 있었어.”
유은채의 말에 서가연이 답했다.
홍유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늪지 크로커다일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괴수인데다가 늪지라는 특성에서 잡았기 때문인지 포인트의 양이 꽤 많았다.
“그럼 슬슬 돌아갈까요?”
“그러자.”
손목 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오후 4시였다.
이서하가 부하A라 부르는 유은채는 혹시 몰라서 늪지 크로커다일 한 마리를 해체하고 배낭에 넣어서 거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유화는 서하랑 사귀는 거야?”
“……내가?”
서가연의 말에 홍유화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저번에 서하가 유화를 업고 데려다 줬단 소문이 있어서.”
“……그걸 봤어?”
“응.”
홍유화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기실, 그녀는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홍유화에게 있어서 이서하는 라이벌과 같은 존재.
그의 도움을 받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그를 제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추태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사흘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굴러지기만 했었다. 그때는 정말 어쩔 수 없었다.
“……그건 아니야.”
“그래?”
서가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홍유화도 내심 인정한다. 이서하는 잘 생겼다. 가끔 미소를 흘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같은 반 여자들이 꺄악꺄악-거릴 정도니까.
여자로서 그 정도의 외모는 보는 것으로도 마음이 정화된다.
남자로서 본다면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도 없을 거다. 능력도 말도 안되게 출중한 수준.
그러나 자신에게 연애는 사치였다.
“무엇보다 나는 아직 연애할 생각이 없으니까.”
“그래?”
서가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앞으로 걸어갔다.
홍유화는 그 미묘한 행동에 의아했지만 이내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산이라 그런지 좀 쌀쌀한 날씨였다.
미리 새겨진 표식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니 갑자기 풍경이 확 바뀌었다.
‘신기하네.’
홍유화는 수준 높은 술법에 감탄했다가 이내 멈췄다.
향긋한 냄새가 근처를 채우고 있었다.
무슨 요리를 하고 있길래, 이런 냄새가 나는 거지?
원초적인 본능에 따라 홍유화와 유은채, 서가연은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이서하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다듬어진 고기들을 굽고, 스튜를 만들고 버섯을 굽고 있었다.
“오, 왔어? 빨리 왔네.”
이서하는 미소를 지으며 나무 그릇에 스튜를 담았다.
“시간이 좀 남아서 나무로 그릇이랑 숟가락 좀 만들었어. 꽤 괜찮아 보이지?”
“그러네.”
홍유화는 적당히 답하며 스튜에 눈을 고정했다.
고기랑 채소들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얘는 도대체 어디서 이런 걸 캐온 거지?
“냠.”
입에 넣자마자 홍유화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맛있다.
무엇을 넣었는지는 모르지만, 스튜에서 깊은 맛이 흘러들어왔다. 고기는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입안에 녹아내렸고, 한 입 먹자마자 몸이 따뜻하게 데워졌다.
“맛있네.”
홍유화는 애써 침착해하며 요리의 맛을 칭찬했다. 유은채와 서가연은 이미 머리를 그릇에 박으면서 먹고 있었다.
천박하긴.
그 생각을 하니, 이내 스튜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스튜가 얼마 남지 않았다.
홍유화는 도도한 척, 표정을 지으며 스튜를 빠르게 입 안에 넣었다.
이서하는 그 광경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
다음 날.
우리는 빠르게 괴수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어제 모아둔 채소나 과일 등이 어느정도 있고, 고기는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나도 사냥에 동참했다.
“전위가 든든해서 그런지 사냥이 빠르네요.”
부하A가 싱글싱글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의아했다. 묘하게 행동이 살가워졌다.
‘무슨 일이지.’
뭐, 홍유화의 부하가 나에게 살갑게 군다면 나에게 이득이니 나는 적당히 맞장구 쳐줬다.
그렇게 괴수를 사냥하며 전진하니 인기척이 느껴졌다.
“잠깐만.”
일행을 멈춰 세우고 감각을 북돋았다. 성신안으로 앞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에르실과 김아라가 보였고, 김서현과 박운혁도 보였다.
‘……뭐지.’
감이 좋지 않았다. 불길하다고 해야 되나.
검귀(S-)를 얻으면서 감각이 높아졌기에 나는 감각을 신뢰하는 편이었다.
‘우리를 잡으려는 건가.’
저들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거다.
나는 생각보다 많이 약하지만, 저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강해 보이니까.
각개격파로 간다고 하면, 어지간하면 이긴다.
세인트나 박운혁 김서현은 꽤 까다롭지만.
‘김아라만 빼면─.’
김아라의 눈이 보였다.
이글거리는 눈동자였다. 문득, 시험의 탑에 들어오기 전에 김아라가 내쪽으로 올려던것이 떠올랐다.
“………………뒤로 물러날까?”
“적이에요?”
“적, 인 것 같은 데.”
기말 평가에서 위험한 건 괴수보다는 같은 학생이다.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거든.
“상대하기 까다로운 애들이야?”
“에르실이랑 김아라, 박운혁이랑 김서현 외에 5명 있어.”
“……마주치지 않는 게 좋겠네.”
차마 자존심 때문에 후퇴라는 말은 하지 않는 홍유화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과 싸운다면 득보다 손해가 더 크다. 질 자신은 없지만, 이겨도 손해인 싸움이라고 해야되나.
-주인, 저기에 일전에 봤던 소대가리가 있다.
흑천이 한쪽을 가리켰다. 불에 휩싸인 미노타우로스가 보였다. 거리는 꽤 멀리 있는 편.
‘……오.’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