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63
Chapter 63 – 찬탈자(6)
곳곳에는 여러 개의 화면이 있었다. 한국영웅학교가 시행하는 기말평가를 방송용으로 내놓은 것.
이걸 편집해서 방송국에 프로그램이나 너튜브 따위에 올릴 것이다.
“팀장님 이것 좀 보세요!”
“뭔데?”
팀장은 화면을 향해 걸어갔다.
그곳에는 웬 기생오라비 같은 소년이 있었다. 하얀색의 블레이저 안에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소년. 같은 남자가 봐도 정말 잘 생긴 소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년이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멀리에 있는 미노타우르스를 흑색의 검으로 쳤다.
-쿠오오오오오오!
광분해서 달려오는 미노타우르스. 소년은 앞에 있는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야, 야!
-토스.
소년이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
공증으로 크게 도약한 소년이 한 번 더 도약했다.
“와, 진짜 사악하다.”
“공중에 발판 만들어진 거 봤어? 바람과 관련된 재능인가?”
“얼음 계열 아니야?”
소년에 대해서 떠들던 이들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싸움이 시작되었다.
*
화염을 두른 미노타우르스는 보통 괴수와는 다르다.
게이머들이 부르는 칭호는 준 보스급의 괴수.
2학년 시험에서나 나올법한 괴수지만, 그럼에도 지금 그것을 상대하는 이들은 황금기수라 칭해지는 1학년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이들이다.
-우오오오오오오오!!!!
미노타우르스가 포효한다.
박운혁과 김아라, 김서현이 바로 무기를 들고 돌진했다.
콰아아아아아앙!
미노타우르스의 주먹이 김아라의 대검과 맞부딪쳤다. 5m에 달한 괴수와 2m도 안 되는 인간의 싸움. 누가 봐도 전자가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콰아앙!
힘 싸움의 승자는 김아라 쪽이었다.
-쿠어?
미노타우르스가 뒤로 물러났다. 두 발자국이나.
‘무시무시하구만.’
식은땀을 흐른다.
김아라를 많이 안 봐줬음에도 그녀는 알아서 성장했다.
패왕이 다져놓은 그녀의 기반은 어마어마하기에 일부러 그녀의 성장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녀는 충분히 알아서 잘 해낼 거기 때문이다.
획-.
김아라가 고개를 돌렸다.
보랏빛의 눈이 이글거렸다. 마치 불꽃이라도 품은 모양새.
‘화가 많이 났나.’
생각해 보면 요즘 소홀히 한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그 시선은 금세 사라졌다. 불을 두른 미노타우르스는 만만한 적이 아니기에.
화르르륵!
불꽃이 부풀어 오른다. 미노타우르스가 울부짖었다.
-우오오오오오오!
불꽃이 분열한다.
불꽃으로 이글거리는 소인간의 형상이 생겨난다. 그 수는 셋.
“흥, 이 몸이 불꽃 두 마리를 맡아주지.”
“그럼 난 본체를 맡을게.”
“나는 이서하.”
“…….”
박운혁, 김서현, 김아라 순으로 말했다.
에르실이 샐쭉한 눈으로 나를 봤다.
“싸울 시간에 빨리 쓰러트리고 쫓아요. 이대로 의도대로 당하는 건 화나는데 저 소를 데리고 서하 씨랑 싸우는 건 자살행위잖아요?”
“그건 그래.”
에르실의 말에 맞장구를 치자 눈빛들이 꽂혔다.
“하지만 우리가 공격할 때 기습당하면?”
“그땐 저희도 죽고 서하 씨도 죽는 거죠, 뭐.”
“그래?”
“그리고 거기 각오하세요.”
에르실이 나를 노려봤다.
아무래도 서바이벌 내내 쫓길 것 같은데.
‘뭐지.’
묘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나는 미노타우르스를 바라봤다.
내 몸속에서 역천이 반응했다.
미노타우르스를 죽이라고.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들은 대부분.
‘마인인데.’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시련의 탑에서 마인이라.
‘그 때 수작을 부린 건가.’
짐작가는 부분이 있다.
칠악 중, 흉성이 직접 한국영웅학교를 친 일.
기실 그가 직접 움직였는데 고작 빌런 집단 조금을 푼 게 웃긴 일이기도 했다. 아무리 경계에서 온갖 견제를 받는다지만.
‘시련의 탑을 무너트리거나, 오염시키는 것은 무리고.’
그건 불가능하다. 칠악의 윗급인 ‘사도’급이 나와야 시도해볼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부 오염시켰다는 건데.
나는 전방을 주시했다.
싸움이 벌어진 지 20분.
화염을 두른 미노타우르스는 결국 학생들의 손에 쓰러졌다.
“젠장. 소 새끼가 뭐 이리 끈질겨.”
“그러게. 박운혁만큼 끈질기더라.”
“뭐?”
김서현하고 박운혁이 투닥거렸다.
나는 미노타우르스를 주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너무 민감했던 건가.’
나는 등을 돌렸다.
순간.
나는 재빠르게 등을 돌렸다.
감각이 경종을 울렸다. 역천. 하늘을 거스르는 힘은, 이치에 맞지 않는 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보다 반 박자 늦게 에르실과 김서현이 반응했다.
“모두 도망쳐어!!”
보랏빛의 불꽃이 보였다. 사특한 힘이 느껴졌다. 산자가 가질 힘이 아니었다.
사기(死氣).
사령의 불꽃이었다.
[악의가 어린 사념이 미노타우르스에게 깃듭니다.] [사염을 두른 미노타우르스가 대상을 노립니다.]보랏빛의 불꽃을 두른, 검은색의 피부를 가진 미노타우르스.
[일시적으로 죽음에서 부활한 미노타우르스의 격이 한층 높아집니다.]-우오오오오오오오!!!!!!
포효한다.
단순한 포효지만 그 포효 속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졌다.
‘……이런.’
몸이 경직되었다.
재빨리 역천을 몸에 두르고 주변을 둘러봤다. 모두가 굳어 있었다.
상격은 그러한 존재였다.
세계에 자신의 힘을 세우고 세계의 법칙을 뒤흔든다.
의념(意念)만으로 일반인을 죽이며, 아래의 격을 가진 이들이 열 명이 덤벼도 그들 모두를 이길 수 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저 존재의 적의는 오롯이 나에게 향하고 있었다.
-……역천 때문이다. 하늘을 거스르는 힘은, 이치에 맞지 않는 모든 것들의 적의를 사지.
‘이치에 맞는 것은?’
-그것들에게도 적의를 산다. 왜냐하면, 역천은 모든 것을 ‘부정’하는 힘이기 때문이지.
어이가 없군.
나는 흑천을 움켜쥐었다.
흑섬보.
역천이 발밑으로 퍼지며 뛰쳐나갔다.
‘시간이 필요해.’
홍유화가 필요했다. 서가연은……모르겠다. 지금 드론으로 방송 중이긴 한데, 이 정도면 서예빈이 힘을 쓸 수 있을 텐데.
‘만약을 대비해야 하니.’
그녀는 아직 마인들에게 노려지기엔 이르다.
적어도 별빛의 마력을 완전히 개화해야 했다.
‘방법은 있어.’
지금 이곳에 있는 학생들의 재능, 능력, 기예등을 훑고, 미노타우르스의 능력을 살폈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공략법들이 지나갔다.
‘승률은 80% 정도인가.’
높은 승률이다.
그러나 실패할 확률이 걸린다.
20%는 높지 않은 확률이지만, 이곳은 게임이 아니다.
그러나 고작 이런곳에서 누군가 죽어서는 안 된다.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재빠르게 돌렸다.
내 위험부담을 올린다.
다른 이들의 부담을 내린다. 최악의, 최악의 경우가 내 죽음이도록.
‘이걸로도 부족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도 좋지만 서가연이 별빛의 마력을 쓸 틈도 세워뒀다.
상대는 상격이다.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나박천의 경우와는 다르다.
그는 상격중에서 꽤 높은 경지에 있었지만, 신체 대부분이 정상이 아니었다.
반대로 미노타우르스는 상격의 괴수가 되었지만, 신체 자체는 튼튼하다.
나는 홍유화를 바라봤다.
그녀가 가진 재능, 찬탈자. 그것이 완전히 개화한다면, 좀 더 높여볼 만 한데.
“후우.”
호흡을 가다듬고 전방을 주시했다.
쿵. 쿵. 쿵.
사염을 두른 칠흑빛의 피부. 미노타우르스가 나를 주시했다.
흑천을 쥐었다.
자세를 잡았다.
검귀의 감각이 경종을 울렸다. 실수라도 한다면 내 목숨이 위험하다고.
‘언제는 안 위험했나.’
나는 픽 웃으며 달려들었다.
*
서가연이 입을 닫은 채 이서하를 바라봤다.
-별빛의 마력은 쓰지 마. 아직은.
그 속에서 이서하의 굳은 결의가 느껴졌다.
심상이 얼핏 느껴졌다. 그의 목숨이 안전한 길을 버리고, 자신의 목숨을 배팅한것을.
‘안 그래도 되는데.’
별빛의 마력을 보이면 마인들에게 노려진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서하가 목숨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가연은 조용히 준비했다.
별빛의 마력을 준비할 수 있도록.
홍유화는 앞을 바라봤다.
이서하가 움직이고 있다. 평소 여유로운 표정이 아니었다. 다급함이 느껴졌다.
콰아아아앙!
큰 진동이 울린다. 김아라랑 김서현, 박운혁이 다급한 표정으로 미노타우르스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격을 느꼈기 때문일까.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콰아아아아앙!
이서하가 미노타우르스와 싸우고 있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다. 그 이서하가.
그토록 여유 부렸던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급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었다.
흑검을 여러 자루 생성하며 앞을 막고, 주술로 술식을 짜아 올려서 막았다. 그럼에도 미노타우르스는 모든 것을 부수며 이서하를 노리고 있었다.
‘진짜로 위험해.’
홍유화는 이를 콱 깨물었다.
몸이 조금 풀렸다.
홍유화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 다음은.
‘……뭘 해야 하지?’
자신의 주력은 공격마법이다. 그러나 저 존재에게 마법이 통할 것 같지 않다. 강한 일격을 자랑하지만, 자신의 주특기가 불속성 이기 때문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녀가 타고난 적색의 마나는, 그런 종류의 것이기에.
자신보다 격이 낮은 불꽃이나, 비슷한 불꽃을 태워버리는 힘이지만, 자신보다 윗격의 상대에게는 불합리할 정도로 효능이 좋지 않다.
-너의 재능은 다른곳에 있어.
문득 이서하가 말했던 게 귓가에 울렸다.
-내 재능?
-어. 찬탈자.
그 재능은 독특한 힘이었나. 남의 것을 갈취하는 힘. 남의 재능과 능력을 훔치는 힘이었다.
자신의 성정과 맞지 않는 재능이었다.
아니, 그딴 게 중요한가.
홍유화는 앞을 바라봤다.
지금 자신의 친구들이 위험에 처해있다.
홍유화는 마도서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머리 위.
홍련(紅蓮)이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