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67
Chapter 67 – 패왕(3)
패왕은 홀로 독보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그는 세력이 없다.
겉으로는 말이다.
아무리 초월자라해도 세력이 없을 수는 없다.
그가 싫어한다 하더라도 초월자를 동경하는 이들이 스스로 세력을 모으기도 하니까.
그리고 패왕도 그들이 가지는 쓸모를 인정했다.
홀로 모든 것을 부수는 존재지만, 모든것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뒤에서 추종자를 거느린다.
‘추종자가 여기에 발설했을 리는 없고.’
추종자들은 대부분 경계에서 지낸다.
그들은 우직할 정도로 패왕의 무를 동경하고, 경계에서 그 힘을 키웠다고 믿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추종자가 패왕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는 세력이라면 정보를 준 인물은 세계에서도 아는 이가 별로 없는 뒤의 세력일 거다.
조력자.
패왕이라는 존재가 자신과 ‘거래’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괴물들.
그리고 그의 조력자 중 가장 큰 인물은 보이지 않는 눈이라 평가받는 전자마녀.
현실 세계의 몸을 포기하고 전자의 바다를 누비는 마녀.
‘내가 진리라는 걸 알고 보낸 건가?’
생각보해보니 전자마녀만 알 수 있는 표식이 좀 강했던 것 같다. 바로 패왕이라는 카드를 꺼낼 줄은 몰랐지만.
“딸을 꼬셔?”
“자네 김아라랑 사귀는 사이인가?”
“아닙니다.”
천견의 물음에 나는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군.”
번개가 이는듯한 보랏빛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참과 거짓을 분간하는 능력을 가진 눈동자.
패왕은 내가 김아라랑 사귀는 사이가 아니란 걸 깨달았을 거다.
“흠……아니, 이 경우엔 오히려 반대인가. 김아라가 이서하 군을…….”
천견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압박감이 강하게 온다. 옆에서 패왕이 죽일듯이 나를 노려봤다.
“저에게 아라는.”
“아라?”
삐끗한 자세로 패왕이 나를 쳐다봤다.
“……김아라는 저의 동료입니다.”
“내 딸이 매력이 없다는 거냐?”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아라는 제 취향에 가까운…….”
“그러니까 네가 딸을 꾀었다는 거군.”
패왕의 눈에서 살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진짜 어쩌라는 거야.
“패왕, 손님의 예절을 잊었나?”
“무엇을 말이지?”
“이서하는 내 학생이다.”
“뭐, 장난을 치긴 했지만 그를 너무 겁박하지 말게.”
“…….”
패왕이 서예빈이랑 천견을 바라봤다.
“둘이 저놈을 두둔하는 건가?”
“오랜만에 들어온 재밌는 학생이다.”
“그는 꽤 특이한 힘을 갖고 있네.”
“너희 둘이 관심이 있다고?”
패왕이 나를 돌아봤다.
보랏빛의 눈이 나를 바라봤다. 번개가 이는듯한 특이한 눈이 나를 가늠한다.
“…….”
“어떤가. 그대의 감각으로 가늠되는가?”
“이상하군. 뭔가 이상해. 분명 여기에 존재하는데.”
서예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미안하지만 놈이라고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군.”
“……?”
패왕이 잠시 서예빈을 묘한 눈으로 봤다.
“그런건가……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나이를 생각해라. 주책없다.”
“정말 네가 할 말이 아니군. 15살 어린 여자랑 결혼한 놈이.”
패왕과 서예빈이 신경전을 벌였다.
“그보다 아까 하실 말씀이…….”
“자네, 생각보다 신경이 굵군. 저 둘이 신경전을 벌이면 상격중에서도 벌벌 떠는 이들이 있는데.”
천견이 픽-하고 웃었다.
“혹시 저번처럼 제자로 들이고 싶단 얘기입니까?”
“그럼 들어올 건가.”
“제 스승님이 있어서,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흠, 나보다 뛰어난 스승이라.”
천견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자네의 힘을 연구하고 싶다는 거였네. 내가 소정의 대가를 지불하고 말이지. 그것보다 거기 둘. 신경전은 그만 하는 게 어떤가? 이제 슬슬 아이들이 올 텐데.”
“……그랬지.”
서예빈이 한숨을 쉬었다.
뒤에서 끼익-하고 문이 열렸다. 뒤를 돌아보니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파파?”
김아라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패왕이 움찔거렸다.
“저 분…….”
“자, 잠깐만. 김아라의 아버지가 저분이라고?”
다들 패왕의 모습을 아는지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패왕 정도 되면 세계의 패권을 바꿀 수 있는 존재. 그의 인상파기는 영웅을 목표로 하는 자들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세계에서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초월자이기에.
“그런데 아라는 아빠를 파파라고 부르는 거야?”
“……아빠가 그렇게 부르라고 했으니까.”
김서현의 말에 김아라가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
“네가 그놈이냐?”
패왕은 김서현을 바라봤다.
“저놈의 몸뚱아리만큼은 아니어도 훌륭한 몸이군. 천년무맥을 온전하게 이었다고 했나? 그런 주제에 마법같이 잡다한 잡기(雜技)도 익혔군.”
“아, 서하 말하는 거군요? 서하의 몸이 엄청 잘 짜여서 만들어져 있긴 해요. 외모는 신이 정성스럽게 빚은 것처럼 생겼고, 몸은 무에 통달한 이가 짜아 맞춘 것 같다니까요.”
김서현이 웃으며 말했다.
동문서답.
서로 이야기하는 바가 달랐다.
김서현은 천년무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
더 정확하게는 그 근원에 있는 어떤 문제 때문에 이곳에서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확실히 쓸만하다. 천의 마도사가 애지중지 키울만해. 천국에 있는 그놈하고 맞대결해도 밀리지 않겠어.”
“……그놈이 그렇게 센가요?”
김서현의 물음에 패왕은 픽-웃었다.
자기가 물은 답에 제대로 답해주지 않아서 그런가.
패왕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김아라를 쳐다봤다.
“결국 너도 피를 일깨웠구나.”
“서하가 도와줬어요.”
파직.
패왕의 발아래에 있는 땅이 반쯤 부서졌다.
“서하. 이서하가 저놈이냐?”
“서하는 놈이 아니라 서하에요.”
김아라가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눈짓으로 김아라에게 말했다. 적당히 해주면 좋겠다고.
“너희 둘. 내 앞에서 눈을 마주치지 마라.”
살기를 담은 눈으로 패왕이 나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심기를 더 건드린것 같은데.
“……설마 지금 사귀고 있는 건가?”
패왕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든 눈동자가 이곳으로 꽂혔다.
“아뇨, 그건 아니에요.”
“맞아요.”
에르실이 일축하고 옆에서 김서현이 답했다.
“그렇군.”
둘이 답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패왕. 그 둘이 말하는게 진실이란 걸 파악한 모양세였다.
김아라가 조용히 그를 노려봤다.
***
저녁 무렵.
나는 훈련장 바닥에 앉아 가만히 명상하고 있었다.
흑신무를 단련하기 위함이었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뜬다. 모든것은 순리에 따라 흐른다. 그러나 역천은 모든 순리를 거스른다.
흑신무의 구결이다.
흑천이 옆에 앉아 구결을 암송하고 있었다. 나는 구결을 들으면서 호흡했다.
-모든이가 축복을 받고 태어난다. 하늘 아래 나 홀로 저주를 받고 태어났다. 그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나는 그 섭리를 거스르고, 역천을 소망한다. 그렇기에 하늘 아래에서 오롯이 나만이 독존하겠다.
육체가 활성화된다.
모든 근육을 한올 한올의 짜임을 극대화하며, 탄력있게 만든다.
피의 움직임을 통제하며, 장기를 강화한다.
-무란 무엇인가? 결국 나를 지키고자 상대를 죽이는 학문이다. 결국 상대의 목숨을 끊는다면, 고리타분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단 뜻이다. 그렇기에 나는 육체와 눈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뼈마디마다 역천을 실타래로 엮어서 탄력을 줬다. 부정의 힘이 몸 곳곳에 스며든다.
-인간은 허술한 육체 때문에 잠이 든다. 잠에 빠지는 순간은 발전이 없다. 그렇기에 잠에 빠져도 흑정이 육체를 만들도록 자아를 만들어둔다. 무엇보다 강맹한 육체를 연성한다. 그것이 흑신무의 기본이다.
몸 곳곳이 누비는 역천의 기를 흑정이 흡수한다. 그리고 몸 곳곳에 역천을 토해낸다.
일주천.
역천이 한 번 몸 곳곳을 누빌 때마다 몸이 조금 씩 더 강해진다.
-내 운명은 하늘 따위가 정할 수 없다. 내가 그리 정했다. 그렇기에 나를 억압하는 모든 족쇄를 쳐부순다. 그렇기에 이것을 흑신무라 칭하겠다.
무공구결이라 칭했지만, 그것은 한 존재의 다짐이자 일기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나는 흑정에 역천을 다시 밀어 넣었다.
흑정은 마치 기계처럼 조금 전 내가 했던 동작을 기억하고, 그대로 역천을 움직였다.
이렇게 수련하니까 알겠다.
천마는 진짜 괴물이었다.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들어 낸 것일까.
-되었나?
‘어, 도움이 됐어.’
흑천의 말에 답하며 육체를 살폈다.
육체는 언제 내가 기절했나 싶을 정도로 멀쩡하게 굴러갔다.
‘이젠 대충 500kg은 들 수 있으려나.’
말도 안 된다.
얼마 전까지 벤치 프레스를 300kg들 수 있었는데, 육체가 계속해서 강해지는 게 느껴진다.
“터무니 없는 무공이다. 육체를 법으로 감싸고 스스로 기를 통제해서 만드는 무공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툭-던지듯 말하는 묵직한 목소리. 어느새 내 앞에 패왕이 나타나 있었다.
“……보고 계셨습니까.”
“보지 않으려고 해도 보였다. 네 마나는 주변의 모든것을 잡아먹는 듯 했기에.”
패왕은 잠시 나를 바라봤다.
“너, 내 제자가 될 생각은 없나?”
꽤 충격적인 제안이었다.
***
천국.
한 때, 천조국이라 불렸던 곳을 일컫는다.
그리고 세계의 경계가 무너지며 차원이 합쳐졌을 때, 가장 많이 수혜를 본 곳이기도 하였다.
백신전百神殿이 강림했기 때문이리라.
각기 다른 힘을 가진, 전능한 존재들이 그곳에 현현했다.
백명의 신이 거주하는 곳.
그렇기에 그곳은 천국이라 불리기도 한다.
각기 다른 힘들을 가지며, 그들이 갖는 개념은 그 영역에 한정해서 전능全能하다고 봐도 좋다.
그런 존재가 백이나 존재했다.
천국이라 불려도 마땅했다.
“흐음.”
그리고 그곳에는 아카데미가 존재했다. 신학을 배우며, 신성을 깨우치는 아카데미.
천국을 상징하는 디바인 아카데미였다.
한 존재가 서류를 보고 있었다.
이서하(★★★★★★)
“별이 여섯 개라.”
자신의 대적자라 불린 소년이 있었다. 천의 마도사에게 마법을 사사하고, 가장 먼저 붕괴한 중국의 천년무맥을 이었다는 소년이 있었다.
서류에 적힌 별은 위험도나 잠재성을 뜻한다.
그리고 자신의 대적자와 자신은 별을 다섯 개 받았다.
가장 찬란하다고 평가받는 존재들이 말이다.
‘이런 경우가 있었나?’
황제, 천견, 패왕, 천의 마도사.
백신전에서 평가한 그들 모두가 별이 다섯 개였다.
이건 그들조차도 서류에 적힌 소년을 제대로 보지 못함을 의미했다.
그 존재는 서류를 읽어나갔다.
그리고 그 존재는 서류를 읽어나갈 때마다 눈빛이 반짝였다.
-한국영웅학교에 입학한 소년.
-정체를 모르겠음. 어떤 경로로도 그의 과거가 보이지 않음.(미래시 마저도 통하지 않음.)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존재.
-검은색의 힘을 사용함. 세상의 섭리와 이치를 거스르지만, 외계의 힘이 아님.
-천신님께서 말하길, 외계의 힘을 더 강하게 부정한다고 했음. 굳이 첨언하자면 역천의 기. 혹은 부정의 마나라고 부름.
-성장속도가 너무 가파름. 역대 어떤 영웅이나 초월자들도 그 성장속도에 비견될 수 없다 함. 별이 여섯개가 붙음.
-잠재성, 측정불가.
-훗날, 사고로 죽지 않는다면 초월자가 확실시되는 존재.
-백신전 회의 결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천국에 회유.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적대적인 관계 불허.
-행정정부의 결과. 절대적인 권유. 무슨 이유를 불문하고 적대관계 불허. 이서하에게 적대 관계를 맺을 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거.
-그가 연금술 학문에 전환점을 맞이한 진리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존재.
“교류회가 2학기에 열린다고 했었지.”
서류를 읽은 존재는 몸을 일으켰다. 대적자 말고도 자신을 뛰어넘는 존재라. 흥미가 일었다.
처음이었다.
“이번 교류회는 어쩌면 깨질지도 모르겠는데.”
이런 흥분은.
그 존재는 몸을 돌리고 이내 방 바깥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