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72
Chapter 72 – 인턴(2)
월요일 오전.
출근길로 붐비는 시간이었다.
도로는 차로 꽉 막혀 있었고, 지하철이나 버스도 사람으로 가득 차 있는 시간.
나는 택시를 타고 멍때리며 출근하고 있었다.
한국영웅학교에는 특이한 제도가 하나 있는데, 방학 기간 내에 협회나 길드로 근무할 수 있는 방식이다.
‘등교가 끝나면 출근을 해야 된다니.’
정말 끔찍한 학교가 아닐 수 없다.
교통체중이 심각한 도로를 지나니 오늘부터 내가 출근해야 할 건물이 보였다.
건물은 특이하게 생겼다.
원 형태의 건물 두 개가 마치 소용돌이 치듯 한 건물이었다. 층수는 총 5층짜리이지만, 내부는 아공간 마법이 걸려 있어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건물이다.
“도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여기저기서 시선이 꽂혔다. 그야 내가 절세의 미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쟤가 걔야? 이번에 어떻게 해서든 잡아야 하는 루키?”
“쟤를 받기 위해서 태양과 유성길드장들 끼리 싸웠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여기저기서 꽂히는 시선들.
사실 학교 행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나는 영웅 관련자들 사이에서 계속 화제가 되었다.
원래 사용하던 핸드폰에서 온갖 문자들이 와서 핸드폰을 따로 구매해야 할 정도로 말이다.
“걸음걸이의 태 좀 봐라. 균형이 굉장히 잘 잡혀 있는데?”
“그것보다 옷 위로 보이는 육체 좀 봐.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 어지간한 육체파는 명함도 못 내밀게 생겼군.”
나는 빠르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쪽에서는 접수대로 보이는 인원하고 김서현, 그리고 박운혁이 있었다.
“이서하……!”
“서하는 딱 맞춰서 왔네.”
박운혁이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고, 김서현이 활짝 웃으며 나에게 왔다.
“훗, 역시 너도 이곳에 왔나.”
“뭐, 그렇지. 근데 너희 다 일찍 왔네?”
“응. 내가 첫 번째로 왔어.”
나는 박운혁과 김서현을 바라봤다.
박운혁은 나와 같이 검은색 슬랙스에 하얀 반팔 셔츠를 입었고, 김서현은 검은색 청바지에 푸른색 셔츠를 입었다.
그 때 이쪽으로 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검은색 정장 차림에 인상이 좋아 보이는 남자가 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여러분들의 안내를 맡은 이성찬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이성찬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바라봤다. 무언가 시선이 느껴진다.
그러다가 이내 표정이 꿈틀거렸다. 아주 미세하게.
“……역시 한국영웅학교에서 최상위권인 학생들은 다르네요.”
이성찬은 눈 하나로 따지자면 굉장히 뛰어난 축에 속한다. 천견이 자기 제자로 들이고 싶어할 정도니까.
“그럼 우선 견학부터 할까요? 1층은 외부 손님을 위한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저희 천류 길드가 공략한 던전의 부산물, 또는 저희 길드가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지 알려주는 공간이지요.”
그 뒤, 이성찬은 간략적으로 길드 건물에 대해서 설명했다.
지하 2층은 수련장이며, 온갖 마법이 걸려 있어서 상격이 대련해도 금이 살짝 가는 수준이고.
지하 1층은 괴수를 사냥하고 얻은 부산물을 보관하는 창고라고 했다.
2층은 길드원들의 여가 공간을 위한 휴식처나 단련실등이 있다.
3층은 현재 사무소로 사용하고 있고, 4층은 회의실과 접견실, 5층은 길드 마스터와 부 마스터 전용으로 쓰고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대충 이 정도가 천류 길드가 사용하는 건물의 구조입니다. 혹시 질문하실 분?”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천류 길드에 다니면서 천의 마법사에게 마법을 사사하는 김서현은 당연히 질문이 있을리가 없고, 박운혁 역시 명가의 자제.
천류 길드의 라이벌 격인 태양 길드의 아들이라 한국영웅학교에 들어오기 전엔 방학 때마다 길드에 꼬박꼬박 들려서 길드원과 친하게 지냈던 놈이다.
‘나도 딱히 궁금한 건 없고.’
게임에 나오지 않는 세부적인 것은 몰라도, 기본적인 건 다 안다고 생각한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팀을 이룰 영웅을 찾아 뵈어야 하는데, 급한 일이 생기셔서 지금은 자리를 비우셨거든요. 조금 이르지만, 점심이라도 먹으러 갈까요?”
“네.”
“좋아요.”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서하야, 뭐 먹고 싶은거 있어?”
“딱히 없는데.”
나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며 생각했다. 별로 배고프지 않아서 그냥 배만 채우면 되겠지-하는 생각뿐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길드를 보려면 복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사내 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겠지.”
박운혁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밖으로 나가기는 귀찮아서.
“그럼 사내 식당으로 갈까요?”
사내 식당은 한산했다.
아직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대충 제육볶음을 덜어 넣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박운혁은 왜 여기에 온 거야?”
“우리 아버지가 태양 길드의 길드장이기 때문이다.”
박운혁은 기품있게 스테이크 한 조각을 썰고 입에 넣은 다음 말했다.
“태양 길드에 가면 편하게 생활할 수 있지. 대충해도 만점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러면 내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나는 이곳에 왔다. 그리고 나는 유성 길드보다 천류 길드에서 더 배울 게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곳으로 지원했지.”
“오올, 멋있는데.”
“내가 멋있는 건 당연하지.”
김서현의 칭찬에 박운혁은 훗-웃으며 말했다.
재수 없었지만, 진짜 멋있는 생각이라 나는 얌전히 제육을 먹었다.
“그런데 오늘 저희 팀을 이룰 영웅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달인, 탁윤일 님이 오셔.”
“진짜 탁윤일 님이라고?!”
박운혁이 놀랐다.
그럴만하다. 달인, 탁윤일. 온갖 병장기를 사용해서 무예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사람이니까.
어떻게보면 흑신무를 가장 잘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런. 깜짝 놀라게 해줄라 했는데, 벌써 알아버린 거야?”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불량해 보이는 남자가 등장했다.
알록달록한 알로에 셔츠를 입고, 푸른색의 반바지. 그리고 대충 구겨 신은 운동화.
금발태닝양아치 같은 모습이지만, 그를 경시한 자들은 큰 화를 면할 수 없다.
“아, 오셨군요.”
“응. 미안, 내가 늦었지? 중간에 갑자기 호출이 와서 말이야. 빌런을 잡느라 좀 늦었어.”
“괜찮습니다.”
“오, 네가 그 유명한 수석이야? 이야, 나는 우리……도련님이 수석일 줄 알았는데.”
“서하 진짜 대단해요. 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니까요?”
“그으래? 어쩐지. 이서하가 온다는 말에 밤잠을 설치더니.”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탁윤일은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고는 나를 바라봤다.
“멀리서 봤지만, 육체부터가 장난 아닌데? 무슨 법이지? 우리 도련님이 배운 역근경 이상인데?”
“그죠? 무슨 수법인지 몰라도, 근육들이 엄청 밀도 있게 짜여 있어요. 압축근육이라고 해야 되나? 만약 서하가 마력을 안 쓰고 외공만 익혔어도 저랑 비슷했을걸요?”
“……미안, 우리 도련님이 무공과 관련되면 흥분하는 성격이라. 밥은 다 먹었지? 그럼 적당히 운동 좀 할 겸, 산책부터 시작할까?”
“순찰 다니게요?”
“응. 원래대로라면 우리가 안 해도 되지만, 요즘 마인 놈들의 움직임이 심상찮거든. 빌련 놈들도 그렇고.”
탁윤일은 그렇게 말하며, 바깥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나는 슬펐다.
게임에서는 쉬는 시간이 없어서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 아니었다.
쉬는 시간이 별로 없는 블랙기업으로 온 것 같다.
***
순찰은 별거 없었다.
사건이라고 하면, 중간에 김서현의 얼굴이 드러나서 김서현의 팬들이 사인해달라고 요청한 정도?
“그럼 우리 간단하게 회의를 해볼까?”
“회의요?”
“응. 던전 공략을 위한 회의.”
“……저희는 인턴인데요?”
박운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인턴이라고는 해도 본격적으로 던전 투입이나 괴수 사냥은 하지 않는다.
그들과 먼저 안면을 익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비결이나, 빌런이나 마인들을 조우하면 어떻게 대처할지 등등을 배우는 게 바로 인턴이니까.
“뭐, 이해가 가. 던전 공략을 잘못하면 인턴으로 온 학생들이 위험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천류 길드의 정예들이 너의 안전을 지켜줄 테니까.”
“……진짜로 하는군요.”
박운혁이 침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사실, 우리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지. 왜냐하면, 우리 사람이 아닌 이들도 키워줄 수 있거든.”
탁윤일은 박운혁을 보고 말했다.
“더군다나 던전 공략은 매우 위험하지.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함정과 항상 괴수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니까. 한국영웅학교의 학생들은 우수한 걸 부정하지는 않지만, 던전 공략은 다른 문제거든.”
탁윤일이 덧붙였다.
“그렇지만. 이건 가장 위대한 영웅의 의지이기 때문에 우리는 하는 것이다.”
“…….”
“차원의 경계가 무너지고, ‘악’에 물든 존재들이 지구를 침공했다. 힘을 얻은 빌런들이 날뛰며, 마인들이 질서를 무너트렸을 때. 잿더미만 남은 세상에서 홀로 질서를 일으키고, ‘영웅’이라 불리는 존재들을 만들고, 그들을 이끌었던 존재가 남긴 말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모든 영웅이 동경하는 위대하고 위대한 영웅이었다.
“식량보다 인간의 가치가 낮아진 시대였다. 인류의 희망이라고 불리는 이가, 그 모든 것을 종결시키고, 평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모든 영웅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고 싶었지.”
그렇게 건립된 것이 바로 한국영웅학교다.
“그 후에도 그는 평화를 위해서 애썼다. 많은 제자를 들이고, 길드를 창립했지. 또한, 길드의 폭주와 정부의 제지를 막기 위해서 협회도 설립했다. 뭐, 지금은 그의 의지를 잇는 건 천류 뿐이지만.”
이상은 좋다.
그러나 현실은 잔혹하다.
“다른 길드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편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만약 학생들이 죽는다면 그건 정말 큰일이기 때문이다.”
인턴을 오는 학생들은 모두 영웅들의 미래다. 평화의 시대에서 미래의 자원을 소모하는 어리석은 이는 별로 없는 것도 있다.
물론 이건 아주 짧은 기간이다.
중반부로 넘어가고 칠악이 직접 나서는 순간. 학생들은 문자 그대로 ‘갈려’버리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오늘은 내일 모래, 던전 공략을 위한 회의를 할 것이다.”
탁윤일이 씩-하고 웃으며 우리를 바라봤다.
나는 우묵한 눈으로 탁윤일을 바라봤다.
가장 먼저 앞서서 학생들을 문자 그대로 갈아버리는 마인 탁윤일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