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75
Chapter 75 – 격전(2)
사법邪法.
외계에서 온 사특하고, 뒤틀린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을 쓰는 이들은 대부분 마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법을 익히기에 최적화된 힘은 인간을 마인으로 만드는 힘이기 때문이다.
검은색의 물감처럼.
외계의 힘에서 발생하는 이 법은, 인류에게 치명적이다.
그 힘이 탁윤일의 몸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탁윤일! 네가 어째서!”
동행한 길드원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마인은 인류의 주적이다.
인류 사회에서 반드시 배제해야 하고, 없애야 할 적이다. 양립은 불가능하다. 그들의 목적은 인류의 파멸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이유다. 이 세계는 어차피 멸망할 것이기 때문이지.”
그 목소리에는 끝없는 절망이 깃들어 있었다. 울부짖던 길드원이 흠칫할 정도로.
“그 위대하고 위대했던 대영웅도 자기 한 몸을 희생해서 ‘유예’의 기간을 만들었을 뿐이다. 그저 시간을 뒤로 미루는 것이 한계였지.”
그러니까-.
탁윤일은 우묵한 눈으로 나와 김서현을 바라봤다.
“나는 마인이 되었다. 이 세계는 결국 종말을 향해 갈 뿐이니까. 내가 할 것은, 그 절망으로부터 너희를 해방해주는 것이다.”
타앗!
천류의 길드원 두 명이 움직였다.
“당장 도망치세요! 여기는 저희가 막겠습니다!”
길드원 두 명이 검과 창을 들고 앞으로 걸어갔다.
“현우와 재우. 너희는 정말 좋은 인간들이었지.”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탁윤일은 검과 창을 들었다.
“그러니 너희 먼저 보내주겠다.”
탁윤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아저씨가 왜…….”
김서현은 배신감이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 표정은 곧 바뀌었다.
“도망치자.”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도망치면 저 두 명의 길드원은 죽는다. 그러나 이곳에 남아서 같이 싸우자-라는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았다. 박운혁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남으면 저들이 사는 시간은 조금은 늘 거다. 하지만 우리 역시 죽는다. 우리가 살아남으면 어떤 식으로든 보복할 수 있어.”
박운혁이 이를 악물고는 말했다.
나는 탁윤일을 바라봤다. 달인, 탁윤일. 아마 저 둘이라면 얼마 버티지도 못한다.
“아니, 싸워야 해.”
흑천을 꽉 잡았다. 념을 활성화시켰다.
싸워야한다.
지금.
“뭐……?”
“지금밖에 없어.”
탁윤일은 마인이다.
마인은 보통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 그리고 그 욕망은 대부분 살인 욕구나 성욕으로 전환된다. 그렇지만……그 마인이 상격에 드는 순간 마인들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너무 이상해. 상격에 든 마인이라면 자기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을 텐데, 저 놈은 자기가 마인이란것을 너무 대놓고 드러냈어.”
여기 있는 인원이 누구인가? 나와 김서현 박운혁이다.
김서현은 천의 마도사라 불리는 초월자의 제자다. 나는 황제 서예빈이 아끼는 학생이고. 박운혁은 초월자와 끈이 없지만, 최상격 영웅이며 한국의 삼대 길드인 태양길드를 이끄는 남자의 아들.
누가 되었든 한 명이라도 살아나가는 순간, 탁윤일은 끝이다.
내가 탁윤일이라면, 우리를 살릴 리가 없다.
“하…….”
박운혁이 허탈하면서도, 어딘가 안도가 섞인 한숨을 지었다.
“만약에 죽는다면 우리 아버지에게 전해줘라. 아버지, 당신의 아들이어서 감사했다고.”
“……그럼 나는 할아버지에게 전해줘. 사랑했다고.”
박운혁과 김서현의 유언에 나는 핏 웃었다.
“걱정마. 너희는 내가 살려서 보낼 테니까.”
흑천을 움켜쥐고 발을 내디뎠다.
“후우.”
이 게임은 빌어먹게 어렵다.
게임 클리어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갖고 클리어하는 것은 어렵다.
‘모든 인류의 멸망.’
그렇게 되면 김서현은 각성한다.
모든 것이 멸망한 후, 외적을 물리친다. 공허한 눈동자로 멸망한 세계를 바라보면서.
그것은 모든 유저가 보는 엔딩이었다.
‘난이도 지옥. 이제 슬슬 감이 잡혀.’
이 세상은 타협이란 것을 하면 안 된다.
이정도면 괜찮겠지. 나 정도면 나쁘지 않았어.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순간, 이 세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타협이란 것을 하는 순간 나는 정체된다. 시련에 도전하지 못한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 남들은 못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진짜로 끝이다.
이정도는 훗날 시련 축에도 들지도 못한다.
어차피 죽을거라면 먼저 죽음을 겪는 게 낫다.
“가자.”
크게 한 걸음 내딛고, 우리는 전장으로 나섰다.
*
쩌어어어어엉!
충격파가 울려 퍼졌다. 탁윤일의 몸 절반은 이미 마기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길드원 두 명은 반쯤 죽어가고 있었다.
“어째서 다시 돌아온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함정 같아서.”
“그런가?”
탁윤일이 픽-하고 웃었다.
흑천을 들었다.
‘단기전으로 가야 한다.”
다행히도, 단기전은 자신이 있다.
상격의 마인은 정말 귀찮다. ‘달인’이라는 칭호를 받은 이를 상대로 장기전은 힘들다. 신체가 마인의 것이기 때문. 그는 어지간한 괴수보다도 강한 체력과 질긴 생명을 갖고 있다.
“싸움은 단기전으로 가야 해.”
“김서현, 너랑 내가 길을 열어야 한다.”
“알아.”
김서현이 굳은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푸른빛을 품은 검날─겨울의 검을 든 채.
겨울의 검은 내가 빌려줬다. 김서현이 가진 검은 훌륭하지만, 성장형 무기. 지금은 겨울의 검이 더 전력에 도움이 될 거다.
“만약에.”
“어.”
“이 싸움에서 끝나면, 내 비밀을 한 가지 말해줄게.”
김서현이 내게 조용히 말했다.
나는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내심 짐작하는 게 있다.
그, 아니, 그녀는.
“허허, 이놈들 보소? 그런 말은 하는게 아니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한테 들었는데, 놈을 이겼을 때, 해치웠나-라는 말도 하면 안된다.”
“그거 다 미신인거 알아?”
“미신이 미신인 이유는 다 있지.”
박운혁이 답지 않게 농담을 짓거리며 긴장감을 풀었다.
“그럼 가자.”
팟!
박운혁과 김서현이 뛰쳐나갔다.
겨울의 검이 번뜩였다.
쩌적! 쩌저저저적!
구천구룡신결. 김서현이 세 마리의 수룡을 소환했다. 겨울의 검이 반응했다. 수룡이 쩌적-몸이 얼면서 빙룡으로 화한다.
“핫!”
탁윤일이 입가를 비틀었다. 그의 창이 웅웅거리며 진동했다.
사아아아!
창날의 끝. 혼탁한 기가 응집되며 날을 세웠다. 검기상인劒氣傷人의 경지였다.
“도련님, 나는 꽤 슬퍼.”
창이 공간을 꿰뚫는다.
팡팡팡!
빙룡들이 산산이 조각나서 흩날린다.──그 아래, 박운혁이 굳은 표정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하압!”
창날이 번뜩인다.
한껏 응축된 뇌기와 풍기가 뒤섞이며 풍뢰기를 만들었다. 풍뢰기가 박운혁의 의념에 따라 창날을 만들었다.
“과연 태검제의 자제답다! 벌써 상격을 엿보고 있다니!”
탁윤일이 웃으면서 창을 휘둘렀다.
쩌어어어엉!
의기가 격돌한다. 밀리는 것은 박운혁, 그러나 그 뒤에는 김서현이 있다.
“하압!”
겨울의 검이 빛을 뿜어낸다. 김서현이 몸을 움직였다. 탁윤일의 장난기 어린 표정이 지워졌다.
“도련님이랑은 싸우고 싶지 않은데.”
창과 검이 부딪친다. 부딪치기 직전, 김서현의 검이 묘한 투로를 그렸다. 부드러운. 그러면서 강맹함을 품은.
터엉.
가벼운 소리가 일며 탁윤일이 내지른 창이 튕겨 나갔다.
“태극혜검은 성가셔. 무기를 맞대어도 통하지 않거든.”
김서현이 말없이 검을 놀렸다. 보법은 크게 밟는다.
탁윤일이 검을 휘둘렀다. 획-김서현이 가볍게 몸을 움직여 위로 피했다. 검이 따라붙는다. 김서현이 몸을 한 번 더 뒤집었다. 동시에 섬광 같은 속도로 찌르기!
“이래서 도련님을 상대하기 싫어. 한 사람과 싸우는게 아니라 여러명을 상대하는 것 같단 말이지.”
탁윤일이 쯧-혀를 차며 대응했다. 검으로 쳐내고, 창으로 김서현을 찔렀다. 김서현이 몸을 한번 더 뒤집으며, 수룡을 소환했다.
쩌적.
겨울의 검이 수룡에 힘을 보태어 빙룡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김서현의 검이 기묘한 움직임을 그렸다. 환幻의 묘리를 담은 채로.
쩌엉!
검에서 매화가 피어난다. 얼어붙은 푸른색의 매화가 탁윤일의 검에 직격, 겨울의 검이 탁윤일의 검을 얼려서 움직임을 둔화시켰다.
-……도대체 몇 가지 무공을 쓰는 거지? 무당의 태극혜검, 곤륜의 운룡대팔식, 점창의 사일검법까지…….
흑천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나는 대꾸해줄 수 없었다. 흑천에 역천을 두르고 기를 응축했다.
일시적인 검기 비스무리한 것을 만들었다.
-서하 님, 제가 술식을 걸어 드릴게요.
‘고마워.’
영천이 술식을 짜아 올렸다. 역천을 밀어 넣자, 몸이 가벼워지고, 감각이 날카로워진다.
여기에 비약까지 단숨에 들이켰다.
몸이 가볍다. 힘이 증가하며, 감각이 날카롭다.
나는 흑천을 둘고 앞으로 걸었다.
“너까지 상대하면 좀 버겁겠군.”
“아니, 별로 안 버거울 것 같은데.”
내 말에 탁윤일이 킥-하고 웃었다.
“너희를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 어쩌면 내가 잘못 선택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 말이야.”
탁윤일이 음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탁윤일의 모습이 점점 기괴해지기 시작했다.
몸의 절반.
어둠으로 물든 신체가 불어나기 시작하며 몸 전체를 감쌌다.
-인류는 너희를 보면서 희망을 품겠지. 아마 너희라면 칠악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탁윤일은 덧붙였다.
-너희는 그 위에 있는 존재들을 몰라. 외계에서 몰려온 ‘그들’의 힘을 결코 모른다. 모든 것을 절망시키는 그들이 침공하는 걸, 그 대영웅도 고작 유예시키는 데에 불과했다.
새까만.
그림자 같은 인형의 모습으로 탁윤일이 검을 들고 나를 가리켰다.
-와라. 내가 너희의 종착점이 되어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