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78
Chapter 78 – 전자마녀(2)
전자마녀는 만나기부터가 까다롭다.
왜냐하면 그녀의 육체는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자 그대로 전자의 세계를 살아가는 마녀가 바로 전자마녀인 까닭이다.
나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하얀색의 글자가 사라지더니 다시 떠올랐다.
-네가 진리 맞지?
나는 핸드폰으로 조용히 ㅇ을 쳤다.
-단답형이네. 놀라지 않은 건가? 뭐, 날 알고 있는 듯했으니.
-그래서 패왕을 이용해서 날 알아본 건 어땠어?
-……그건 미안. 내가 적이 너무 많아서 조심스러웠어.
핸드폰으로 채팅을 쳤다.
-대신이라긴 뭐하지만, 이것저것 챙겨줄게.
-그것보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만나서?
마녀가 놀란 이모티콘을 사용했다.
-내 비밀을 말한 너인데? 내가 가상현실에서 없앨 수 있는데?
그녀는 현실세계의 육체를 포기한 대신 전자세계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초월자나 최상격 즈음 된다면 그녀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지만, 대응하는 정도.
상격 이하는 그녀가 독한 마음을 먹으면 대부분 폐인이 되거나, 뇌를 백지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정도다.
‘그걸 노리는 거지만.’
전자마녀는 그리 악독한 사람이 아니다.
-근처에 가상현실 캡슐방이 있나?
-……올 거면 좀 멀리 돌아와야 하는데 괜찮아?
-멀리?
-어, 근처에 마인 아지트가 있거든. 미리미리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그러고 보니 이 근처가 마인의 아지트긴 하다. 대부분 떨거지들이라서 문제없는 수준이지만.
나는 상태창을 바라봤다.
개념스탯 역천이 30이 되면서 새로 나온 기능, 회수. 그걸 한 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좀만 기다려.
근처의 마인들을 다 잡고 가야겠다.
***
한국은 기본적인 치안이 굉장히 잘 되어있는 나라다.
그것은 한국 아래에 거대한 영맥이 있어서, 강인한 영웅들이 많지만, 그와 동시에 영맥에 힘입어 강한 빌런이나 마인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빛이 강할수록 어둠이 짙은 법.
그렇기에 한국은 위험한 데는 정말 위험하고, 안전한 곳은 정말 안전하다.
그림자가 짙은 골목 어두운 곳.
나는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후드티에 달린 후드를 푹 쓰고, 현혹의 무면탈을 착용한 채 말이다.
“……뭐야. 왜 가면을 쓰는거지?”
“건들지 마. 원래 저런놈이 위험하다고.”
슬쩍 보니 마인들 특유의 마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탁윤일 같은 경우는 스스로가 상격이니 숨길 수 있었지, 저런 놈들은 금세 눈치챌 수 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타닥.
념으로 역천을 뭉쳐서 쏘았다. 그것이 빌런들의 목을 치자, 그들이 기절하고 스르륵 쓰러졌다.
‘회수.’
빌런들의 목을 후려친 역천이 스르륵-오면서 다시 회수되었다.
나는 잠시 몸을 관조해서 흑정에서 역천이 얼마정도 빠졌는지 확인했다.
‘……100%?’
놀랍게도 역천은 사용하기 직전, 그대로 와 같았다.
다만, 이건 상대가 약하기에 벌어진 일이다.
상대와 힘을 겨루면 깎이는 힘이 있으니, 당연히 싸움에서는 줄겠지만.
그래도 무시무시한 수준이다.
‘그냥 재능이나 기예 다 포기하고 역천이나 올릴까.’
상태창을 열어서 역천을 클릭했다.
[개념 스탯 역천을 올리시겠습니까? 총 15,000p가 들어갑니다.]‘…….’
이건 당분간 미뤄야겠다. 역천은 포인트를 너무 잡아먹는다.
‘아니, 당연한가.’
내가 워낙 초창기에 얻었지만, 개념스탯은 문자 그대로 그 개념을 관장하는 힘이다.
-주인이 역천의 기를 다루는 능력은 전대 주인과 비슷하다.
흑천의 말이 떠올랐다.
역천을 다루는 능력은 전대 천마와 동급이란 말이.
‘말이 안 되기는 해.’
천마의 행보로 보아 그녀는 최소 초월을 이루어 초월자가 되었을 거다. 그런 그녀와 내가 역천 지배력이 비슷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
나는 이 근처에 마인의 아지트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실험이 더 필요할 것 같다.
*
“사, 살려줘!”
어둑한 폐공장.
그곳은 빌런과 마인들이 모인 공간. 그곳에서 한 빌런이 눈물을 흘리며 도망치고 있었다.
‘씨발씨발씨발씨발.’
빌런생활을 하면서, 위험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영웅들은 언제나 자신들을 혐오하니까. 하지만 이상현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빌런은 질서를 무너트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행동하는 자.
마인에 비해 죄질이 가볍다지만, 상대는 인류의 절멸을 원하는 마인이다. 비교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그래도 최대가 법의 심판을 받아 감옥에서 썩는 거라 생각했다.
생각했었다.
“끄아아아악!”
비명이 들려온다.
또각.
비명과 같이 들려오는 발걸음.
‘씨발씨발씨발.’
이상현은 벌벌 떨면서 주저앉았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저 존재는 입구에서, 자신의 조직원을 죽였다. 검은색의 무언가를 두른 채 말이다.
검은색의 무언가는 술에 취해서 문을 열던 조직원을 일격에 갈기갈기 찢었다. 갈기갈기 찢긴 조직원이 비명을 지르며 검은색의 재를 흩뿌리는 모습은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흠, 이걸로도 부족한가.”
노이즈가 잔뜩 낀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조차 안 갔다.
이상현은 고개를 돌렸다.
모든것이 흐릿하게 보인다. 틀림없이 재능과 관련된 것이겠지.
그럼에도 보이는 것이 있다.
흰색의 무면탈이 보이고, 어둠이 그를 감싼 모습이었다. 흡사 지옥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걷어가기 위해 기어 올라온 듯한 악마의 형태였다.
쐐액!
어둠을 두른 듯한 형태가 한순간 길쭉하게 늘어나서 문을 꿰뚫었다.
“크아아아악!”
콰직콰직콰직.
비명과 함께 무언가를 찢어발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상현은 벌벌 떨면서 그를 바라봤다.
천천히.
그것이 자신에게 오고 있었다. 죽음을 거두는 악마가.
“너.”
“네, 네네!”
“조직원은 여기에 있는 게 전부인가?”
“네, 네! 그, 그렇습니다! 그, 그리고 이곳에 조, 조직의 보, 보스가 애지중지 아, 아끼는 금고의 위, 위치도 아, 알고 있습니다.”
“……그래?”
자신의 말에 솔깃한 듯이 말하는 악마. 이상현은 조금이나마 자신이 살 희망을 보았다.
“저, 저도 알고 이, 이씁니다!”
혀를 씹은 채, 옆에 여자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
“그, 금고에는 벼, 별거 어, 없습니다! 보, 보스는 의, 의심이 많은 서, 성격이라서요. 그의 집이 어, 어디에 있는지 아, 알고 있습니다!”
“흠, 나는 시간이 없는데.”
“제, 제가 보, 보스의 지, 집을 터, 털고 오겠습니다!”
“내가 너의 무엇을 믿고?”
“그, 그건……!”
여자가 머뭇거리던 때. 히죽-하는 듯한 웃음이 들린 것 같았다.
“이것은 낙인이다.”
부정한.
검은색의 기가 원을 그렸다. 악마는 그것을 여자의 이마에 불어넣었다.
“그흑.”
여자가 몸을 떨기 시작한다.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이건 낙인이다. 네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내 의지를 거역하는 순간, 이것은 네 머리를 폭파시킬 거다.”
“네, 네, 네!”
눈물을 흘리면서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는 빨리 가라고 손짓을 한 뒤,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이미 기절한 지 오래였다.
*
“…….”
무언가 꾸리 꾸리 한 냄새도 나는 것 같다.
그렇게 무서웠나. 이건 좀 충격인데.
뭐, 상관은 없다. 어차피 금고의 위치는 알고 있으니까.
‘생각보다 효율이 높아.’
낙인.
같은 스킬은 지금 나에게 없다. 그냥 적당히 역천을 조종해서 그림을 그린 다음, 그것을 이마에 불어넣었으니까.
넣자마자 여자의 마나를 뒤흔들고, 단전을 부수려 했기에 재빨리 회수했다.
‘역시 마나를 지닌 자에게 역천은 극독이나 다름이 없군.’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역천은 부정한 힘이니까. 그런데 어째서 법칙에 속하는 힘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외계의 힘에 강한 힘을 지니는 것도. 게임에 대해서 대부분의 것들을 아는 나지만, 모르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 모르는 힘은 역천의 기.
‘뭐, 일단은 금고부터 챙겨볼까.’
나는 금고로 향해 걸어갔다.
쿵! 쿵!
가로 막는 벽은 모조리 흑익으로 갈아버렸다. 흡수가 있으니, 이게 좋다.
흑익을 이론상 무제한으로 쓸 수 있으니까. 나는 위로 날아가서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콰득.
금고를 부쉈다. 금고에는 문서 몇 개랑 금괴가 하나 있었다.
‘문서는 집문서랑 고리대금 쪽인가.’
나는 금괴를 아공간에 챙겨놓고 문서는 전부 불태웠다.
저런거 챙기면 돈을 얻을 수 있기는 한데, 과정이 너무 번거롭고 잘못하면 내 정체가 들통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내가 돈에 연연할 필요도 없고.’
지금도 돈이 실시간으로 불어나고 있다. 곧 있으면 100억을 넘을 것 같은데.
나는 한 번 더 훑어서 마인이 있나 없나를 살폈다.
그런데 없었다.
마인을 10마리쯤 사냥했는데, 역천이 겨우 1 올랐다.
‘조건이 너무 빡세.’
개념스탯이 주는 힘은 어마어마하지만, 올리기가 쉽지 않다.
나는 아쉬워하고 근처에 있는 캡슐방으로 들어갔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영천에게 역천을 줘서 술법으로 날 보호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제를 하고, 캡슐방에 몸을 늬웠다.
***
푸른 하늘이 펼쳐진 가상공간으로 들어가자 진리 아바타가 나를 반겨줬다.
접속하자마자 당황스러운 것들이 있었다.
먼저 채팅이 999+로 가득 차 있었고, 메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가. 전자마녀가 개인 정보는 보호해주지만, 아이디로 보내는 채팅이나 메일은 알기 쉬우니까.
나는 바깥으로 나갔다.
“안녕.”
벤치에서 한 소녀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푸른색 머리카락에 푸른색 눈동자. 그리고 편해 보이는 푸른색 체육복을 입은 소녀였다.
“안녕. 여기까지 마중을 나온 건가.”
“응, 뭐.”
전자마녀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손뼉을 쳤다.
그러자 그녀 앞에서 문이 하나 나타났다.
“그럼 먼저 이야기부터 할까?”
“좋아.”
“너는 내 비원을 누구에게 들은 거야?”
“너에게.”
“……나?”
나는 싱긋 웃었다. 난이도가 바뀌고, 마인들이 강해졌지만, 변하지 않는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 세계에 사는 이들의 과거라던가, 그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대부분 머릿속에 존재한다.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사기나 다름이 없지만, 그것으로 망하거나 죽을 미래를 피한다면 서로에게 윈윈이 아닐까.
“내 이름은 이서하.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자다.”
“뭐?”
“나는 먼 미래의 네가, 나를 구해달라고 요청해서 너에게 말을 걸었다.”
“…….”
마녀는 멍한 표정으로 다만,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