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79
Chapter 79 – 전자마녀(3)
전자마녀.
그녀는 굉장히 유명한 인물이다. 그것도 굉장히 안 좋은 평가로 말이다.
극히 드물다는 정령사의 자질을 타고났지만, 그녀는 어떤 속성의 정령과도 계약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자질이 극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대 원소는 물론이고, 그에 파생된 어떤 속성의 정령들과도 계약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의 스승을 자처한 이는, 그녀를 끝까지 도와줬다.
스승이 노력이 닿은 걸까. 그녀는 한 정령과 계약을 했다.
전자세계를 누비는 전자의 정령을 말이다.
전자의 정령을 다루기 시작한 그녀는 정말 말도 안 되는 활약을 했다.
수많은 해커들이 달려들어도 조금도 뚫지 못한 국가의 보안을 숨을 쉬듯이 뚫어버리고, 세계의 온갖 정보들을 모았다.
그녀의 무력은 한없이 무력하지만, 전자세계의 그녀는 전능한 신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그 탓일까.
그녀를 노리는 세력들이 많아졌다. 선의 세력과 중립, 심지어는 마인과 빌런들조차 그녀를 노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녀를 전자의 정령과 계약할 때, 큰 도움을 줬던 스승이 죽임을 당했다.
그 과정을 겪고, 그녀는 복수를 다짐하는데, 그 때 그녀가 택한 것이 정령과의 동화였다.
정령과의 동화는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다. 자연 그 자체인 정령과 동화하는 순간 자아를 잃고, 자연 일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극히 희박한 확률로 자아를 잃지 않았고, 전자세계를 누비는 마녀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복수를 뒤로 미루고 스승의 복수를 이룰 수단을 찾기 시작했다.
패왕과의 인연을 맺은것도, 패왕이라는 무력을 갖고 싶어했고, 패왕은 정보를 위해 그녀에게 협력했다.
“…….”
전자마녀는 눈을 감았다.
-말이 되기는 하네. 아니, 오히려 그래야 말이 되네.
푸른빛의 전기가 이는듯한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너는 진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였지. 전자세계의 그 어떤것도 너에 대한 정보는 없었어. 그저 너의 신분을 증명하는 신분증과 학생증만이 존재할 뿐.
첫 날이 떠올랐다.
신분증과 학생증만 있던 장소에서 멍하니 한숨을 쉬는 게.
-너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너에 대해서 뒷조사를 했거든. 학교에서는 온갖 말이 안되는 소문들이 잔뜩 나오니까. 중격의 끄트머리인 괴수를 일격살 했다던가, 학년 꼴찌가 네가 이끌어주니 한순간에 중위권으로 올랐다던가. 다른 학년이었다면 수석의 자리를 반드시 차지할 이들이 너를 경계한다든가.
“…….”
-미래를 예지한다면, 모든 정황이 맞아떨어져. 지금까지 조용히 힘을 기르고 있던 너는, 이번 한국영웅학교에서부터 어마어마한 활약을 하고 있지. 마치 영웅들이 해야 할 걸, 너 혼자 감당하면서.
그건 보상을 독식하려고 했던 건데.
-그랬던 거야. 시련의 탑은 나도 해봐서 알아. 그건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하는 이가 절대 5분 이내에 깰 수 없게 만들어져있으니.
“…….”
-믿을게. 너는 미래를 예지하는 자가 맞군.
거기까지 말한 전자마녀는 나를 바라봤다.
-그럼 네가 강의한 연금술은?
“내가 한 게 맞아.”
나도 염치가 있는 사람이다.
그것들 전부 내가 게임에서 알아낸 거니까.
-연금술에도 조예가 있는건가.
“그럭저럭 하지. 대부분 것들을 만들 수 있기도 해. 호문쿨루스라던가, 현자의 돌도 만들 수 있어.”
다만 저런 것들은 정말 어마어마한 예산이 필요하다. 시간도 어마어마하게 갈리고.
현자의 돌보다 훨씬 만들기 쉬운 호문쿨루스는 프로토타입만 해도 약 1,000억 원이 들며, 그에 비례한 전투력은 그리 크지 않다.
제대로 된 전투형은 중격을 감당하지만 거의 5조 원씩 처먹는 미친 돈 괴물이니까.
‘그렇지만 육체의 수육 자체에 의미가 있지.’
내 말에 전자마녀가 눈을 빛냈다.
-그걸 말하는 건.
“돈하고 재료만 구해주면 육체를 만들어 줄 수 있어. 전자세계에서 활동하면서 말이야.”
-…….
물론 일회용이다.
호문쿨루스를 만드는 건, 나도 작정하고 만들어도 1주일은 걸리는 문제니까.
다만, 전자마녀가 나에게 협력한다면, 나는 그 1주일을 버릴 수 있다.
나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네 스승을 죽인 자를 알고 있고, 그 복수를 도와주겠다. 현세에 있을 육체 또한 만들어주지. 대신 나와 협력할 수 있겠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네. 거기다가 미래를 보는 능력자가 하는 말이니.
전자마녀는 픽-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
전자마녀와 동맹을 성사시키고.
나는 비랩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랩실탈출하고싶어?
“어. 걔도 포섭해야 해.”
나는 진리의 아이디로 온 메시지나 채팅 중에 비랩실이 연락했나 찾아보았다.
메시지가 하나 왔었다.
굉장히 장문의 메시지가.
[안녕하세요, 진리님. 일전에 진리님에게 도움을 받았었던, 랩실탈출하고싶어 입니다. 그동안 무탈하셨는지요?]로 시작되어 어마어마한 장문의 메시지가 와있었다.
-와, 얘도 장난 아니다.
“그러게.”
대충 요약하자면, 내 덕분에 큰 덕을 봤으니, 은혜를 갚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러면 만나기 쉬워지겠는데.’
나는 비랩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한 번 만나보자고.
띠링.
바로 메시지가 왔다.
[지금 말입니까? 어디에 계신지 말해주신다면 제가 바로 가겠습니다!]나는 내 위치를 전송했다. 그러자 잠시 후, 연둣빛 머리의 여인이 보였다.
‘……?’
비랩실의 아바타가 달라졌는데. 나는 의아해했다. 그녀는 쇼타콘이어서 미소년의 아바타를 즐겨 쓰는데.
“호, 혹시 지, 진리님이신가요.”
“그래.”
나는 확인해보라는 의미로 ㅇ을 적어서 메시지로 보냈다.
“진짜 셨군요.”
“그래. 그것보다 본론으로 들어갈까.”
-먼저 여기는 이야기가 샐 수 있으니, 다른 곳으로 가자.
전자마녀가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나면서 박수를 쳤다.
짝.
그러자 공간이 한순간에 바뀌면서 우리는 어떤 방 안에 와 있다.
-여기라면 괜찮아. 그 어떤 존재도 이곳에서 나눈 이야기를 염탐할 수 없어.
전자마녀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당연한 말이다. 그녀는 이 세계에서 전능에 가장 가까운 존재니까.
“허, 헉! 저, 전자마녀…….”
“그녀와 나는 협력하는 관계니까. 그것보다 먼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네, 넵.”
비랩실은 의장에 앉았다. 굉장히 긴장한 채로. 마치 별 네 개를 마주 본 이등병같이.
‘아니, 위치를 생각하면 틀리지 않을지도.’
연금술의 인원 대부분은 나를 찬양한다.
거기까지라면 괜찮겠지만, 몇몇 인원들은 아예 종교를 만들어서 나를 찬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진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진리이며, 우리를 인도할 거란 말이 있을 정도로.
“내가 너에게 메시지를 보낸 건 나는 너에게서 재능을 보았기 때문이야.”
“재, 재능이요?”
비랩실이 화들짝 놀랐다.
“제, 제가 재능이 있나요?”
“어. 레시피를 만드는 거나, 지금 마력을 조율해서 재료를 다듬는 솜씨나, 재능이 뛰어난 게 보이거든.”
나는 비랩실이 마력을 조율하는 법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가 연금술 길드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로 성장함을 안다.
모든 연금술사를 통틀어 그녀가 마력을 가장 잘 조율하는 인물임을 안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투자를 하고 싶다.”
“제, 제, 제, 저, 저를 제, 제자로 받아들이겠다는 건가요?!”
비랩실이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말했다.
조금 이미지가 깨진듯한 기분이다.
아니, 쇼타콘에서 이미 깨질 대로 깨지긴 했는데.
“……그래.”
“저, 저는 마, 많이 부족…….”
비랩실이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눈물을 글썽이며 결연한 표정을 짓고 나에게 말했다.
“진리님이 그렇다면, 제가 부족할 리가 없겠죠. 구, 구배지례를 하면 되나요?”
“……그 정도는 필요 없고. 혹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여기에 연락해. 내가 가르쳐 줄 테니까.”
“네, 넵! 알겠습니다!”
비랩실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90도보다 아래로 허리를 숙이면서. 좀만 더하면 머리가 바닥에 닿겠는데.
나는 어이없어하다가 그녀의 가슴팍에 달린 엠블럼을 바라봤다.
“……그건?”
“아, 역시 알아보시는군요. 진리님의 가면을 따서 만든 엠블럼이에요. 연금술 길드의 새로운 상징이기도 하고요.”
전자마녀가 슬쩍 메시지를 보냈다.
-저거 연금술 길드에서 따로 만든 팬클럽 회원들만 얻을 수 있는 엠블럼이야. 근데 저 형식은 팬클럽 회원 첫 자릿수에만 들어가는 이들만 얻을 수 있는 건데.
전자마녀가 픽-웃으며 말했다.
-쟤가 너에게 가장 가까운 광신도였네.
‘그런것 같아.’
나는 어처구니 없어 하면서도 비랩실에게 이것저것 알려줬다.
***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
다행히도 아무 일도 없었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여러 개의 파일들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었다.
-먼저, 너에게 필요한 자료들을 급하게 만들어놨어. 그리고 재료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줘. 어떤 거라도 구해줄테니까.
나는 전자마녀가 준 자료들을 바라봤다.
‘괜찮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대부분 ‘큰 줄기’의 것들이다.
작은 것들은 알지 못하거나 대충 넘긴 것들이 있었다. 근데 이 자료는 그 부분을 꽤 채워줬다.
나는 자료를 훑어보고 내 기준에서 얻기 어려운 재료들을 몇 개를 말했다.
-……다들 어려운 재료들뿐이네. 일주일 내로 구해 놓을게.
전자마녀는 그 말을 하고 나서 어디론가 가버렸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그대로 회사로 향했다.
집을 대충 구해놨기는 했지만, 아직 훈련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출근 카드로 회사에 입장한 다음 훈련장으로 향했다. 훈련장에는 사람이 없었다. 탁윤일 사건 때문에 정신이 없는 것이겠지.
나는 그곳에서 훈련을 마치고 샤워까지 한 후, 회사를 나왔다.
남색빛의 하늘.
그것을 보며 집으로 가는 길.
멀리서 김서현이 보였다.
“이제 가는 거야?”
“응. 상처는……괜찮아 보이네.”
“나는 그냥 무리하게 내공을 썼을 뿐이니까. 오히려 너랑 운혁이가 크게 다쳤지.”
나도 생각만큼 크게 다치지 않았다.
박운혁은 내가 공격할 틈을 만들겠다고 스스로 희생한 케이스고.
‘……비약이라도 더 보내줄까.’
조만간 학교에 다시 들러서 비약의 재료들을 털어와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안 궁금해?”
“응? 뭐가?”
김서현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떠올랐다.
탁윤일과 결전 전에, 김서현이 했던 말이.
흘리듯이 김서현은 자신의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비밀 말이야?”
“응.”
“뭐, 비밀이라니까. 때가 되면 어련히 가르쳐 주겠지.”
김서현이 여자라는 것을 몰랐다 하더라도.
나는 이랬을 것이다.
비밀이란건 감추고 싶어서 비밀이니까.
‘그 비밀이 아마 자기가 여자일 거라는 건데.’
탁윤일의 말투나 주변의 반응을 보면, 그녀가 여자라는 건 최측근만 아는 그런 종류의 비밀일거다.
……성별이 뭐길래.
나는 김서현이 가진 재능이나 기예, 그녀의 출신 따위 등을 생각해봤지만, 굳이 여자인 걸 숨겨야만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애초에 그런 페널티가 있는 재능도 존재하지 않기도 했다.
“그……래?”
“응, 뭐, 너가 마인이라던가, 하는 종류의 것도 아니잖아.”
“그렇지.”
오히려 김서현은 인류가 멸망했을 때, 혼자 싸워나갔다. 외계의 적들을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멸망한 세상에서 허망한 눈으로 눈을 감는 것.
그것이 바로 에픽 월드를 처음 하는 사람의 끝이니까.
“사실 나는 여자야.”
“……아, 그랬구나.”
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놀란 반응을 기대한 건 아닌데, 너무 심심한 반응인데.”
“뭐, 이상하기는 했어.”
“그, 그래?”
김서현이 목소리를 떨었다.
아마 자기 딴에는 완벽한 변장인 줄 알았나 보다.
“너처럼 예쁜애가 남자일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으니까.”
“어……?”
“잘못했으면 반할 뻔했다니까.”
나는 김서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빨리 가자. 이상한 소문 나겠다.”
내 말에도 김서현은 미동하지 않았다. 그저 얼굴을 붉게 물든 채, 나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