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80
Chapter 80 – 수확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탁윤일과 관련된 사건은 대부분 일단락되었고, 나는 박운혁의 길드와 거래를 트기 시작했다.
“맙소사, 이렇게 깨끗한 포션이라니. 못해도 상등품의 포션입니다. 벌써 이런 수준의 포션이라니…….”
“괜찮지?”
“괜찮은 수준이 아닙니다. 이 정도면 세계에서 한 손에 꼽을 정도니까요.”
박운혁이 데려온 연금술사가 감탄하며 말했다.
“이 정도면 저희가 계약 조건이 너무 유리한 수준인데 괜찮을까요?”
“그럼 올리지 뭐.”
“하지만 그러면 기획재정부 쪽에서 말이…….”
“괜찮아. 내 이름 팔지 뭐.”
그렇게 대가를 받았고.
“탁윤일이 마인이라는 사실은 저희도 몰랐던 사실입니다. 그러나 벌어진 것은 벌어진 일. 마음에 차지 않겠지만, 저희 길드가 사죄의 의미로 이서하 님에게 대가를 드리겠습니다.”
천류 길드에서 보상이 지급되었다.
“사실, 이서하 님에게 보상을 맞추는 건 까다로운 일이었습니다. 예산이나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선물’은 상대를 만족하게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상대가 원하지 않는 선물은, 도리어 불쾌감만 줄 수 있으니까 말이죠.”
서론을 길게 말한 길드원이 반지 한 쌍을 나에게 주었다.
“각각 다른 ‘유물’이지만, 둘이 합쳐질 때에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일월의 반지입니다.”
나는 재능 열람으로 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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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반지(A)】
태양의 힘을 담은 반지. 정화와 극양, 태양의 힘이 담겨있다.
:내장 스킬 「극염」
:태양이 떠 있는 시간대에 근력과 체력 +3 상승.
:태양이 떠 있는 시간대에 지속해서 체력 회복.
:달의 반지 착용 시 능력이 2배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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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반지(A)】
달의 힘을 담은 반지. 정화와 극음, 달의 힘이 담겨있다.
:내장 스킬 「극빙 」
:달이 떠 있는 시간대에 민첩과 정신 +3 상승.
:달이 떠 있는 시간대에 지속적으로 정신력 회복.
:태양의 반지 착용 시 능력이 2배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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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지 한 쌍을 받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아서 놀랐다. 반지라서 언제든지 착용할 수 있기도 했고.
‘진짜 괜찮은데?’
김서현이 나에 대해서 이것저것 말한 것 같다. 나에게 필요한 것들만 있었다.
달의 힘은 보통 마력을 채워주는 용도가 많은데, 이건 정신력을 채워준다.
“성의는 잘 받겠습니다. 앞으로 천류 길드에 악감정을 갖지 않을 것 같네요.”
“정말 다행이네요.”
그 후의 이야기는 화기애애했다.
나는 천류 길드원과 이야기를 하고 적탑으로 향했다.
“오랜만이네.”
홍유화의 할아버지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에서 많은 걸 받았다고 들었네. 그래서 나도 자존심을 좀 챙기자고 준비를 많이 했네.”
적탑주가 싱긋 웃고는 말했다.
“원래라면 내 손녀를 주고 싶지만…남녀사이의 일은 내가 참견할 바는 아니지.”
적탑주가 그리 말하며, 종이 한 장을 주었다.
“자네는 여기저기서 참 많이도 받았더군. 아, 자네 뒤를 캔 건 아니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이 있어서 말이야. 그래서 우리는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로 마음먹었네.”
종이는 서류였는데, 그곳에는 내가 어떤 종류의 아티팩트를 원하는지 묻고 있었다.
‘커스텀인가.’
나는 팔짱을 끼고 고민에 잠겼다.
“원하는 게 있다면 어떤 속성이든 상관없네. 다른 마탑에 협조를 구하면 되거든.”
이러면 선택지가 엄청 넓어지는데.
“그리고 지금 당장 정할 필요도 없다네.”
“괜찮습니다. 지금 정해도 될 것 같군요.”
나는 재능 열람을 켜서 내가 원하는 아티팩트의 커스텀 가능성과 성능을 보았다.
그리고 잠시 시뮬레이션. 가장 괜찮은 물건을 고르고, 그걸 적었다.
“호오. 꽤 재밌는 아티팩트로군. 내가 직접 준비할 테니 걱정하지 말게.”
적탑주의 확답을 받고, 나는 다시 회사로 출근했다.
‘……이게 과연 맞는 걸까.’
나는 문득 내가 너무 열심히 살고 있단 것을 깨달았다. 전생과는 다른 밀도가 높은 삶.
심지어 나는 지금 학생이다. 방학인데 회사에 출근하는 거다.
그렇게 회사에 출근하면, 이것저것 배우고, 머리에 집어넣은 다음, 육체를 혹사한다.
‘너무 건전한 삶이군.’
속으로 자조하며 나는 훈련장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쓰는 훈련장이 아니라 김서현만 쓸 수 있는 훈련장으로.
편의라고 해야 될까.
김서현이 쓰는 훈련장은 다른 훈련장과는 다르게 설비가 굉장히 좋아서, 추천받았다.
훈련장으로 도착하니, 김서현이 있었다.
“안녕!”
“……안녕.”
나는 잠깐 당황했다.
김서현의 복장 때문에.
다리에 찰싹 달라붙는 회색 레깅스에 운동화, 검은색의 나시티지만, 김서현의 몸매가 좋아서 눈을 둘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몸이 젊어서 그런가.’
육체가 반응했다. 머리에 피가 조금 쏠렸다.
재능, 정심으로 빠르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내 앞에서 남장은 포기한 건가.’
마음이 차분해지자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김서현은 학교에서 입은 반바지나, 반팔이 아니었다.
몸이 좀 더 여리여리해지고, 얼굴이 더 곱상해졌다. 거기다가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가슴이 커졌다.
대충 C컵, 아니, D컵은 되려나.
학교에서 김서현이 중성적인 미인이었다면, 지금의 김서현은 누가 봐도 단발이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왜 그래? 내, 내가 좀 벼, 별로인가?”
“아니야. 예뻐.”
순간 정신줄을 놔버릴 정도로 예뻐서 문제지.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그 뒤로 운동을 했다.
“아, 서하야 나 이것 좀 도와줄 수 있어?”
“응.”
김서현이 날 부르자 나는 그녀를 도와주러 갔다.
벤치 프레스인데 무슨 전신에 압박을 주고, 중력을 가중시켜서 신체에 부하를 준다-는 운동기구였다.
“이게 좋기는 한데 혼자 쓰기엔 영 불편해서. 조금만 도와주라.”
“…어.”
나는 기계장치를 만지며 이것저것 해줬다.
그때마다 김서현이 뿌린 향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자연스럽게 김서현을 의식하게 된다. 나는 정심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도와주고 나서 왔다.
-…주인은 전대 주인이랑 많이 다르군.
-전대 천마는 여자만 보면 껄떡거렸는데…….
-크흠.
흑천이 헛기침을 했다.
나는 잠깐 흑천을 바라보고는 운동에 집중했다.
“흐읍.”
갑자기 스쿼트를 하는 김서현에게 집중하지 않거나.
내 옆에서 힐끔힐끔 거리며, 침을 삼키는 김서현을 무시하거나.
‘……참자.’
그렇게 운동을 하니, 도리어 정신이 피곤한 기분이었다.
몸보다 정신이 녹초가 되기 직전, 갑자기 뜬금없이 알림창이 울렸다.
[정신을 바닥까지 사용했습니다. 정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오.”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며, 내 정신력이 상승함을 느꼈다.
정신 스탯은 개념스탯 역천에 합쳐진 힘.
다르게 말하자면 역천의 힘이 좀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대박.’
개념스탯은 그 특성 탓에 올리기 힘든 힘 중 하나다.
그런데 육체를 혹사하면서 올릴 수 있다니.
나는 다시 집중해서 운동하기 시작했다.
*
어렸을 적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것은 초록빛의 세계였다.
어떤 관 같은 곳에 갇혀서, 그저 숨을 쉴 뿐이었다.
천년무맥이라 불리는 기억들을 주입받고.
스승이라는 존재들에게 무공을 배웠다.
김서현은 그렇게 유년기를 지냈다.
조금 자라고 나서, 10세 즈음에 사건이 일어났다. 그녀가 있던 곳이 모종의 테러를 받았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스승을 만났다.
훗날, 초월하여 천의 마도사라 불리는 이에게.
“핫, 천년무림(千年武林)이라더니. 고작 이딴 어린애에게 모든 것을 맡길 정도로 타락했나?”
“당신은?”
“아이야. 나는 인류 최고의 마도사다. 너를 이곳에 가둔 존재에게 복수하지 않겠니?”
“복수?”
“그래, 이건 복수다. 자신들의 모든 진전을 이은 것들이 마법을 익혀서, 초월자가 되는 것이지.”
“……하루 삼 끼는 나와?”
“……. 물론이다.”
그렇게 천의 마도사는 그녀의 스승이 되었다.
그렇게 자라면서.
소녀는 자신을 감췄다. 일종의 트라우마라 해야될까.
그녀는 스스로를 속이며 무예를 단련했다. 마법으로 다른 이들의 눈을 속이는 건 쉬웠다.
그녀는 천의 마도사의 제자니까.
주위의 이들을 압도적인 재능으로 짓누르면서 그녀는 어느새 한국에서 가장 유망한 영웅 후보자가 되었다.
‘시시하네.’
솔직히 말해서 시시했다. 그녀에게 자극을 줄 만한 이는 한국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국영웅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소녀는 자신의 상식을 송두리째 박살을 내는 소년을 만났다.
“안녕.”
그는 신기했다.
무엇으로도 그를 볼 수 없었다. 여유로운 눈빛.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한 노력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호기심은 관심거리가 되었고.
관심은 점점 커졌다.
“너라면 할 수 있어.”
그러면서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투.
가장 커진 것은 그가 검귀를 쓰러트릴 때.
무저갱같은 소용돌이로 모든 것을 삼켰을 때였다.
관심은 동경이 되었고.
어느순간부터 그의 옆에 서고싶다는 감정으로 솟았다.
그리고 솔직히, 얼굴이 너무 취향이었다. 가끔씩 씩-하고 웃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볼 정도니까.
‘…그래서 준비했는데.’
김서현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차림은 좀 부끄럽다. 무슨 바지가 이렇게 착 달라붙는지, 모르겠다.
이건 그냥 내 몸을 다른 사람에게 어필하는 정도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이서하에게 통한 것 같긴 했다.
아주 미약하게, 그가 관심을 보였으니까.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약간 솟은 자신감이, 그가 최대한 무감정으로 대하자 거꾸러졌다.
‘내가 언니 말을 믿나 봐라.’
자신의 말만 믿으면 어떤 남자도 꾀고 호, 호, 호텔까지 간다는 말을 믿었는데.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최소한 이서하라는 사람이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는 사람은 아니란 걸 알았으니까.
자신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이서하를 보며, 김서현은 자신도 모르게 바보같이 미소를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