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84
Chapter 84 – 근원(3)
“빛의 신이시여! 저에게 축복을 내려주시옵소서! 전쟁의 신이시여! 저에게 무구를 내려주시옵소서! 투쟁의 신이시여! 저에게 그대의 가호를 내려주시옵소서!”
싸움이 시작되자 세인트가 하늘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 위에 있는 천장으로부터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주인.
흑천이 나에게 주의하라는 듯, 경고했다.
이윽고 미궁의 천장을 뚫고, 빛이 쏟아진다.
그것은 세인트의 머리 위에 황금의 고리를 만들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갑주가 빛으로 ‘짜여’진다.
빛의 신이 가진 축복과 전쟁의 신이 지닌 갑주.
그리고 투쟁에 임할 때, 사용자의 의지에 반응하며 신체능력을 늘려주는 투쟁의 신이 지닌 가호!
‘귀찮네.’
나는 발을 앞으로 내밀고, 발도의 자세를 취했다. 백홍에 넣어둔 겨울의 검이 꽤 시간이 지났다.
재능, 열람으로 충전율을 확인했다.
[158%]‘나쁘지 않네.’
역천을 몸에 둘렀다. 그러나 검에는 담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티팩트에는 역천의 기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스릉.
마찰음이 들리며 겨울의 검이 뽑혀 나왔다. 세상을 얼릴듯한, 차가운 청색의 광휘를 흩뿌리며.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묘리는 극쾌(極快).
흑섬검법의 묘리를 실었다. 그저 누구보다 빠를 뿐인 검은, 푸른색의 섬광이 되었다.
쩌적. 쩌저저적!
흑섬검법(黑閃劍法)
흑광섬전(黑光閃電)
반응하지 못한 이들이 푸른색의 섬광에 갈렸다. 학생복에서 보호막이 튀어나오며 미궁 벽과 바닥, 천장에서 온갖 보호장비와 마법이 걸린 것들이 학생들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 수는 열.
‘괜찮네.’
일격으로 삼 분의 일을 쓸었다. 남은 학생들의 얼굴 대부분에서 공포라는 감정이 피기 시작했다.
“하하…….”
어처구니없는 목소리로 웃는 세인트. 그러나 그는 굳은 표정을 하고 나를 향해 빛으로 빛나는 대검을 겨누었다.
“정말 어처구니없어. 이서하.”
세인트가 그리 말하고는 다른 학생들에게 말했다.
“너희가 모두 달려들면 이서하를 저지할 수 있지?”
“서, 설마.”
“내가 혼자 시간을 끌겠다.”
세인트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어떻게든 김아라를 막을게. 하람이, 너는 근처에 있는 10위 권 내에 있는 학생들을 불러줘. 다른 학생들은 모두 이서하를 치고.”
세인트가 그리 말하자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에게 내려친 투쟁의 가호가 다른 학생들에게 조금 깃들었다.
“김아라. 아무리 너라도 버티기로 작정한 나를 쉽게 쓰러트릴 수 없을 거다.”
세인트의 말이 맞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상황이 좀 다르겠지만, 그는 백신전에서 다섯 신의 가호를 받는 성기사.
심지어 그는 방어력에 특화되어 있어서 아무리 김아라라도 그를 이기는데 시간이 걸리리라.
나는 수를 세었다.
열 아홉.
‘심지어 다른 한 명에게 원호를 요청했으니.’
시간마저도 우리 편이 아니다.
나는 제대로 해야 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백홍에 겨울의 검을 납검했다.
그리고 흑천을 붙잡았다.
“후우.”
검귀의 감각을 날카롭게 벼렸다.
달칵.
심상에 무언가가 켜지며, 세계의 색채가 수채화처럼 번졌다. 나는 앞으로 뛰쳐나갔다.
수는 열 아홉. 시간을 끌지 않고 단박에 끝장낸다!
“미, 미친! 우리에게 바로 온다고?”
검이 날라온다. 나는 검귀의 감각으로 검을 쳐냈다. 다른 쪽에서 화살과 마법이 날라온다. 역천을 쓰지 않고, 흑섬보로 피했다.
검사들과 전사들이 나를 노렸다. 나는 흑섬보의 묘리로 위로 뛰쳐나갔다.
“하늘로 올라갔다!”
“빨리 노려! 하늘이라면 피하기 쉽지 않…….”
화살이 나를 노리고 쏘아졌다.
나는 허공에 발판을 생성했다.
그리고 도약.
회피를 위한 도약이 아니다. 공격을 위한 도약.
학생들이 모인 중앙. 내 목표는 그곳이었다.
‘흑천.’
내장 스킬 발동, 패혼.
우웅!
패력적인 기운이 퍼져 나가며, 무형의 기가 학생들의 움직임을 옭아매었다.
팍.
흑천이 땅에 꽂혔다. 나는 있는 힘껏 모든 역천을 불어넣었다.
흑신무(黑神武)
오의(奧義)-무저갱(無底坑).
흑천의 칼끝에서.
역천의 기가 회오리치기 시작한다. 조그마한 회오리는 순식간에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피, 피해!”
“저거 심상치가 않아!”
카가가가가가각!
검은색의 기운이 폭풍을 만들었다. 폭풍이 모든것을 집어삼키며 마나를 부정했다.
성신안에서 마나가 비명을 지르는 게 보였다.
“미, 미친! 마법이 발현 안 돼!”
“전사들! 모두 집중해! 뭔진 모르지만, 저게 마나를 빨아들이고 있어!”
“다들 집중해! 마법사들은 모두 물러나고!”
학생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세인트가 매우 놀라며, 빛의 검으로 김아라를 튕겨내고 내 쪽으로 왔다.
세인트와 학생들이 힘을 모았다. 마나가 급격하게 움직이더니, 이내 부정한 폭풍이 모든것을 삼켰다.
*
“끄응.”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무저갱은 효율적인 기술이 아니다. 상격. 혹은 자신보다 강한 한 명을 죽음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무공이다.
겉으로는 다수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일인을 상대하기 위한 무공.
그래도 개념스탯 역천이 30을 찍으면서 얻은 회수가 있어서 그걸 믿고 써본 건데.
‘효율이 너무 안 좋은데.’
어째서 천마가 흑익을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학생들이 온갖 기계장치와 마법으로 보호된 모습.
‘애들이 다치는 걸로 끝내는 게 힘드네.’
머리가 핑핑 돌았다.
아무래도 무저갱은 개념스탯 역천을 좀 더 올린 뒤에 써야 할 무공 같았다.
-……대단하군.
‘그래?’
-네! 서하 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이건……전대 천마도 무저갱을 제대로 쓸려면 최상격은 되어야 했는데.
영천이 호들갑을 떨었다.
물론 전대 천마가 최상격이었을 때, 쓴 무저갱과 내 무저갱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을 거다.
하늘과 땅은 아니더라도 산봉우리와 하늘 정도는 되지 않을까.
저 둘이 호들갑을 떠는 것은 제어력에 있는 것이겠지.
눈을 동그랗게 뜬, 김아라를 향해 걸어갔다.
“……엄청 강하구나.”
“내가 좀 해.”
힘없이 대꾸하며, 나는 땅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김아라를 바라봤다. 김아라의 보랏빛 눈동자가 나와 마주쳤다.
‘많이 못 챙겨준 것 같은데.’
변명을 하자면 바빴다. 애들이랑 호감작을 하면서 서가연을 중점으로 키워주는 게 가장 중요했으니까.
생각해보면 은근 도움도 많이 받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던전에 데리고 가는건데.
-그리고 조심해. 너에 대한 현상금이 올랐다는 소식에 널 잡을 빌런 단체들도 많이 생겼으니까. 마인들로만 이루어진 나치 제국이나, 검은 셔츠단……거기에 암염의 날개와 환영의 눈이 너를 주시하고 있으니까.
마공녀의 경고가 떠올랐다.
내 현상금이 올라가지고, 마인 집단과 빌런 집단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말이.
위천의 여단은 손을 뗀 것 같지만,
마공녀가 언급한 집단 하나하나가 경시할 수 없는 집단들이다.
‘……그냥 서가연을 데리고 갈까.’
문득 그런 유혹을 느꼈다.
그러나 감이라고 해야될까. 그러면 오히려 사이가 소원해질지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써야겠네.’
나는 시선을 위로 돌렸다. 지금껏 아끼고 아끼던 포인트.
아무래도 그 재능을 사야 할 것 같다.
***
을산한 폐공장. 그곳에서 가면을 쓴 존재가 의자에 앉았다.
“커헉.”
반대쪽에서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피를 토했다. 거무죽죽한 검붉은 피. 눈앞에 있는 존재들이 건 저주 때문이었다.
“도, 도대체 나한테 왜, 왜 이러는 거냐?”
“음, 그건 별 이유가 없는데.”
가면을 쓴 존재는 나직하게 말했다.
“그냥 우리가 갖고 싶은 걸 댁이 갖고 있어서? 뭐, 그런 이유지.”
가면을 써서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중년인은 가면을 쓴 존재가 히죽-하고 웃는 느낌을 받았다.
“가면……설마 위천의 여단?”
“오, 내가 여기서 유명한가. 은나라에 내 이름이 퍼졌다니 영광이네.”
가면을 쓴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레 웃었다.
은나라.
일찍이 고대에 중국에 있던 나라다.
그러나 중국은 차원이 깨지면서 차원이 겹쳐질 때, 그 재해를 정면에서 받은 나라였다.
한 때, 괴수와 마인이 가장 활개친 나라이며, 칠악이 한 곳에서 나라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쳤고.
──그 위에 존재했던 ‘사도’라는 존재가 등장해 중국이라는 나라를 다섯 갈래로 찢어버렸던 나라.
다섯갈래로 찢긴 중국은 각각 고대 중국의 나라를 따서 독립했고, 그 중 중년인은 은나라에서도 핵심인 존재였다.
옆에 한국이 있음에도 가장 혼란스러운 도시.
그게 중국의 현 주소였다.
“사, 살려줘. 살려주면 내가 숨겨둔 금고를…….”
“아, 안휘성에 있는 그거?”
움찔.
가면의 말에 중년인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푸핫. 우리가 그것도 모르고 일을 벌인 것 같아?”
가면을 쓴 존재가 몸을 일으켰다.
터벅터벅.
그리고 총구를 중년인의 머리에 대었다.
“그럼 아디오스~.”
장난스럽게 말하며 가면을 쓴 존재─위천의 여단을 지휘하는 단장은 방아쇠를 당겼다.
탕!
중년인의 몸이 축 늘어졌다. 단장은, 가면을 벗고 말했다.
“강천. 부단장은 어떻게 되었지?”
“위치는 파악했어. 근데 하필 패왕이 있는 곳이지.”
“…….”
단장의 표정이 점점 무표정으로 변해갔다.
강천은 저 표정 뒤에 끓어오르는 살심(殺心)이 들끓는 걸 느꼈다.
“단장. 나도 어지간하면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지만, 패왕은 위험해. 그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이야. 일국을 혼자 멸망시킬 괴물이라고.”
“강천. 우리의 원칙은 언제나 똑같아. 동료는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동료가 당했다면, 원한은 100배로 갚아준다.”
쓰레기로 태어나,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만들었던 규칙.
단장은 서늘하게 웃으며 패왕을 상대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