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91
Chapter 91 – 허몽의 탑
전생에 있던 오마카세 가게는 꽤 유명했다.
내가 그걸 알아보려고 한 계기는 이 세계에도 전생과 비슷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이나 프랜차이즈점은 비슷비슷한 부분이 꽤 있다.
‘미묘하게 이름이 달라서 문제긴 했는데.’
다행히도 인터넷은 비슷한 걸 찾아주는 좋은 기능이 있어 찾을 수 있었다.
나랑 설화련은 CCTV를 피해서 이동했다. 장소는 전자마녀가 가르쳐줘서 쉽게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협력하길 잘했지.’
그렇게 이동하면서 가면을 벗고, 근처 화장실로 가서 따로 옷을 갈아입었다.
설화련은 교복으로. 나는 후드티에 청바지로.
‘옷도 사줄까.’
교복으로 입고 다니는 이유가 짐작된다. 한국영웅학교 교복은 일종의 아티팩트니까.
온갖 보온 기능이 있으며, 청결 마법에다가 천을 교복에 붙이면 자동보완 기능이 있다.
그 편의성 때문에 서가연도 종종 나를 만날 때 빼면 교복을 입는다고 했으니.
김아라도 패왕이 학교에 쳐들어오기 전까지 주로 교복을 입고 다녔다. 아니면, 싸구려 옷들을 입거나.
그렇게 보니 안쓰러웠다.
자기를 봐주는 가족은 없고, 일족도 멸망했다. 가문은 그녀를 일족의 최종병기로 키웠으며, 그대로 멸망하고, 가문이 가지고 있던 살의 업(業)만을 내려줬다.
[현혹의 귀재(B+)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악마적인 카리스마(C+) 숙련도가 상승합니다.]거리를 나오자마자, 주변의 이목이 확 끌림을 느꼈다. 여기저기 시선들이 꽂힌다.
‘재능과 외모의 결합 때문인가.’
평소보다 좀 더 호의가 깃든 여자들의 눈빛이 느껴졌다.
“와, 남자 봤어? 여자도 예쁜데 여자가 뭔가 급 떨어지는 느낌인데…….”
“진짜 잘 생겼다. 옷은 대충 입었는데, 얼굴과 키랑 비율이 다 커버치네.”
여자들이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설화련이 내 쪽으로 오며 물었다.
“그런데 저희는 오늘 어디로 가나요?”
“근처에 괜찮은 고깃점이 있어서 거기로 가보려고 한다.”
“고, 고기는 너무 비싸지 않나요?”
설화련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별로 비싸지 않다. 네가 그동안 나를 도와준 정도에 비한다면.”
어르신의 말투를 유지하며 설화련을 칭찬했다.
솔직히 말해서 소고기를 사준다고 해도 날로 먹는 감이 좀 있다. 레스토랑 하나를 통째로 빌리고 거기 음식재료를 다 소모한다고 해도 싼 편일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싼 감이 있지. 화련이, 너는 생각보다도 더 잘 해줬으니까.”
“어르신…….”
설화련이 감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니 오늘은 마음껏 먹어도 된단다.”
“……그런데 여기는 너무 비싼 곳이 아닌가요?”
설화련의 두 눈이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척 보기에도 비싼 한정식집. 근처에 주차된 차는 외제차 밖에 없었다.
지나가는 인물 중 몇은 TV나 뉴스에서 볼법한 유명한 영웅이나 정치인들이 보였다.
“여, 여, 여기는 저, 정말 비싸 보이는데.”
“괜찮다.”
나는 설화련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예약하신 손님분이신가요?”
“네. 이서하로 되어 있습니다.”
예약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그냥 전자마녀에게 부탁해서 비어있는 자리에 예약한 것처럼 했을 뿐이니까.
“예약하신 분,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자리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한복 차림의 종업원이 한 명 더 와서 안쪽으로 안내했다. 안쪽의 룸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제, 제가 여, 여기에서, 어, 얻어먹어도 되, 될까요?”
무슨 고급 음식점에 대한 공포심이 있는지 온 몸을 덜덜 떨며 말했다.
나는 괜찮다는 미소를 보이며 메뉴판을 꺼냈다. 일부러 설화련이 못 보게.
“여기 이걸로 2인분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직원이 나가고 나는 차 한 모금을 마셨다.
“어르신은 굉장히 익숙해 보이시네요.”
“응, 예전에 자주 왔었거든.”
전생의 전 여친이 생각났다. 예쁘고, 성격 좋은 여자였다. 자기 관리도 잘했었고. 돈도 많이 벌었다.
나는 쓰게 웃었다.
그녀는 나에게 과분한 여자였다. 그러나 나는 게임에 미쳐서 그녀에게 소홀히 했었고.
‘그러다가 결혼 이야기가 나왔었나.’
당시에 나는 자존감이 없었던 상태였다. 여친 집에서 얹혀살면서, 여친이 주는 용돈으로 하는 노는 생활을 하고 있었었지.
아무튼, 여기는 그때 여친이 자주 나를 데리고 와줬던 곳이다.
“옛 정인이랑 같이 왔던 곳이란다.”
“옛 정인이라 함은…….”
설화련이 그렇게 말하다가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죄, 죄송합니다.”
“괜찮다. 이곳에는 없는 사람일 테니.”
“…….”
아마 지금쯤이면, 잘살고 있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직원이 들어왔다. 가장 먼저, 호박죽이 나왔다.
그 뒤, 잣과 배를 올린 육회가 나왔다.
설화련은 정말 맛있다는 표정으로 먹었다.
“맛있니?”
“네, 어르신과 같이 먹어서 그런지 더 맛있어요.”
설화련의 말에 나는 쓰게 웃었다.
그녀는 여타 히로인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고독하다. 그렇기에 접점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마인과 빌런들을 모두 죽여야 하는 업(業)을 안았기에 마인과 빌런들을 죽이러 다닌다. 그녀에게는 흔한 취미생활조차 없다.
홍유화가 자기가 라이벌로 생각한 이의 사진을 몰래 수집한다거나.
김서현처럼 운동해서 스트레스를 해결한다거나.
김아라처럼 좋아하는 사람의 인형을 만들고 들고 다닌다거나.
에르실 처럼 환상으로 상대를 골려주거나.
서가연처럼 스토킹을 한다거나.
‘……마지막은 좀 위험하기는 한데.’
어쨌든, 그녀는 취미가 없는 수준이다.
“후원을 받아 볼 테냐?”
“후, 후원이요?”
“그래. 한국영웅학교는 재능있는 이들에게 외부의 인원이나 내부의 인원들이 후원하는 기능이 있다.”
나는 설화련을 보면서 넌지시 말했다.
“내가 후견인이 되어주겠다. 어차피 가문은 멸문했으니, 너도 네 인생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하, 하지만 저는…….”
설화련이 말끝을 흐렸다. 아마도 그녀는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일 거다.
마인들과 빌런들을 척을 져도 괜찮다. 영웅과 협회, 길드들이 보호해줄 테니.
그러나 그녀의 위치는 조금 애매했다.
그녀는 암살가문의 유일한 생존다.
그리고 그 가문의 목적은 마인과 빌런들, 그리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모든이의 죽음이니까. 그 중에 찔리는 영웅이나 협회의 인원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도움을 받기는 커녕, 위험해 질 수 있는게 설화련이다.
“슬픈 일이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죽은 사람의 유지를 잇는 것은 좋아 보이지만, 그것은 굉장히 힘들고, 고독한 일이다.
복수는 기분이 좋다.
그러나 자신의 모든 것을, 미래를 바치고 하는 복수는 허망할 뿐이다.
“돈은 훗날에 갚아도 된다. 화련이 너는 능력은 뛰어나니까 말이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
그 뒤, 종업원이 와서 고기를 구워줬다.
“허억. 어, 어르신. 고, 고기가 엄청 맛있어요!”
“그래, 많이 먹으렴.”
설화련은 어마어마한 식탐을 보여줬다. 워낙 복스럽게 먹어서 나는 내 것까지 일부 양보할 정도였다.
거기에 모자라서 단품으로 파는 갈비탕이랑 냉면까지 2그릇씩 먹었다.
“……너, 너무 저만 먹은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어르신.”
“아니다. 복스럽게 먹으니 나도 기분 좋았으니.”
설화련은 그 뒤로 죄송하다고 하면서 내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계산기를 본 설화련은 거의 기절하다시피 했다.
“고작…한 끼 식사가…70만 원……?”
한 끼 식사가 아니라 한 4~5인분 먹은것 같긴 한데.
뭐, 설화련이 만족스럽게 먹은 걸 보니 나쁘지는 않았다.
***
“다음에, 다음에 꼭 갚을게요.”
설화련의 배를 부르게 한 다음, 나는 설화련을 학교에 보냈다.
그리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넣고, 전화하는 듯이 전자마녀랑 대화했다.
“놈들은 어때?”
“당분간은 움직이지 않을 거야. 내가 그쪽에 폭탄 몇 개를 투하했거든.”
블루투스 이어폰에 전자마녀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당분간은 괜찮을 거야. 다만, 문제는 이것도 일시적인 거랄까. 내가 방해하면 방해할수록 좀 더 끈질겨지고 있으니까.”
“그런가.”
아무래도 칠악이 내건 조건이 제법 혹한가 보다.
‘혹은 그놈이 부활할 수 있는 재료를 내놓았거나.’
뭐가 되었든 좋은 징조는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내 무력을 증강해야 하니까.
나는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사람들의 인파는 줄어들고, 점점 로브를 착용한 마법사들이 보였다.
안내원 차림의 남성이 보였다.
“허몽의 탑에 입장하시려는 건가요? 입장권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 있습니다.”
나는 맨 처음에 홍유화에게 받은 입장권을 건넸다. 그러자 협회 직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귀한 분이셨군요. 바로 들어가셔도 됩니다. 혹시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저희가 구해 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필요한 건 대부분 가지고 있어서요.”
적탑주가 뭔가 말 한 것 같다. 저번에 왔을 때랑, 직원의 반응이 달랐다.
나는 탑 안쪽으로 들어갔다.
[허몽의 탑에 입장합니다.] [허몽의 탑의 각인을 확인. 진실의 자격을 확인했습니다.]그리고 빛이 번쩍거렸다.
후웅.
묘한 부유감이 느껴지며, 나는 부유감 끝에 탑 안으로 들어왔음을 깨달았다.
앞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석벽으로 이루어져 있는 기묘한 모양이다.
-이곳도 오랜만이군.
“그러게.”
이곳에 왔을 때가 언제였더라. 이제 막 무공을 배우고 있었을 때였는데.
흑경만 겨우겨우 배워서 어떻게 써먹을까 궁리하던 때였다.
‘정말 많이 달라졌네.’
가진 인맥이나, 힘, 재능과 역량. 그 모든 것이 비교가 불가했다.
나는 거침없이 앞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