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108
Chapter.7 가면 무도회(23)
***
챙, 챙그랑…..
교수는 우그러진 레이저 블레이드의 외피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할 말을 잊어버렸다.
구시대 합금으로 만들어진 볼트 라이플을 두 동강 내버린 레이저 블레이드를 흠집 하나 없이 막아낸 것으로도 모자라, 그걸 악력만으로 박살을 내버렸다.
“이런…. 괴물이!”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잠시 얼어있던 둘 중 먼저 움직인 것은 사이보그 쪽이었다. 완전히 박살 난 대검을 손에서 놓은 그는 바로 품 안에 손을 넣었다. 저 익숙한 윤곽.
‘총! 제기랄! 그래, 아직 끝난 게 아니었지!’
교수는 머릿속에서 이상한 꽃노래 같은 것을 부르고 있는 하이드의 목소리를 들으며, 급한 대로 왼손에 쥐고있던 우그러진 대검을 휘둘렀다. 사이보그의 재빠른 손이 하얀 총신을 꺼내 드는 것이 보였다.
‘젠장! 빨리 좀 정신 차릴걸! 자세가 불안정해서 허리에 힘이 안들어ㄱ-’
까아앙!
“….어?”
[와!]우그러진 날을 붙잡고 휘두른 대검. 엉거주춤하게 주저앉은 자세로 휘둘러서 놈의 총이라도 쳐낼 생각으로 휘둘렀는데,
파직, 파지직-
그 대충 휘두른 대검의 손잡이 부분에 맞은 놈의 기계 팔이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버렸다. 그 연장선에 있던 놈의 반파된 머리와 함께.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정육면체 공동의 천장 구석에서 캉!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튕겨 나가는 게 보였다.
현실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위력.
‘너…. 내 팔을 도대체 뭘로 만들어 버린 거냐?’
[편하게 생각해, 편하게. 끝내주는 연장이 하나 달렸다고 생각하라고.]‘그러니까 그 연장이 내 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달려있다는 게 문제라고! 완전히 변종이잖아 이건!’
공룡이나 갑각류의 그것과 비슷한 검은 외피에 뒤덮인 팔. 사람 손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굵어진 손가락은 그 끝이 갈고리처럼 굽었고, 팔도 10~15cm 정도 더 길어졌는지 손이 닿는 거리를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누가 봐도, 빼도 박도 못하게 3형 변종처럼 생겼다는 말이다.
달칵, 달칵, 콰직!
“염병! 기왕 만들 거면 좀 쓰기 편하게 만들어주면 어디가 덧나냐!”
[히히, 미안. 그렇게 디테일하게 상상할 시간은 없었잖아. 벨런스가 좀 안 맞는 건 감안해야지 뭐.]어색한 손놀림으로 권총을 장전하려다 탄창을 세 개째 부숴 먹은 교수.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단단한 그의 새 왼팔과 권총을 번갈아 본 그는, 이내 권총을 던져버렸다. 녀석이 상상하던 이상적인 육체라. GG에서 그의 유리몸이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일단…. 나중에 얘기하자고.”
[그래, 그래. 눈앞에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해야지.]카가가각!
떠어엉!
계단 위에서는 지금도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듯, 전투의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콰앙!
‘실드의 반발음이 거의 안 들려. 배터리를 거의 다 써서 실드를 끄고 기동하고 있는 거야!’
문제는 아무래도 엑소슈트쪽이 죽기 일보 직전으로 보인다는 것. 하이드와 할 말이 참 많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교수는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힘차게-
휘청!
‘아오 진짜! 야! 이거 좀 작게 바꿔봐! 균형도 안 맞고! 방아쇠에 손가락도 안 들어가!’
[하, 하하하…. 나, 나중에! 나중에 해줄게!]커다란 팔을 어깨 위에 얹고, 어색하게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
콰앙!
“크으윽!”
감찰부 3소대장, 사이먼은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한 그의 시야 보조장치를 꺼버리며 그의 엑소슈트에 충격을 가한 놈에게 해머를 휘둘렀다.
후웅!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는 해머. 엑소슈트의 힘에, 해머 자체의 로켓 추진으로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진 무기를 상대는 아무렇지 않게 피해버렸다. 인간의 몸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반응속도와 운동능력.
‘사이보그라니…. 저 연구는 사장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집행부 놈들이!’
사이보그라고 하면 생소하지만, 결국 저것은 대체 의수 연구에서 파생된 결과물이었다. 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의 염원, 혹은 늙고 쇠약해진 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부자들의 욕망에서 태어난 산물. 기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어째서인지 신경 체계를 연결하면 하나같이 거부반응이 일어나 상용화에 실패한 물건. 결국 사이보그화 기술은 그 거부반응을 극복하지 못해 사장되었고, 그때의 연구 결과는 엑소슈트 개발의 토대가 되었으니 어찌 보면 프로토타입 엑소슈트라고 볼 수도 있는 물건이다.
투화아악!
“이런 제기랄!”
사이먼은 진작에 수동조작으로 돌려놓은 실드를 다시 활성화시키며 욕설을 내뱉었다. 화염방사기, 산성 스프레이같이 실드를 켜지 않으면 방어할 수 없는 공격.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실드에 전원을 넣으면 이어지는-
파가가가각!
“크하하하! 그렇게 굼떠서야 개미 새끼 한 마리 잡겠나, 감찰부!”
“이 벼룩 같은 새끼들이!!”
실드의 에너지를 가장 많이 깎아 먹는, 질량이 큰 무기를 이용한 공격. 특히 저 특이한 날모양의 전기톱이 닿을 때마다 실드가 뭉텅이로 깎여나가며 남은 전력이 쭉쭉 줄어들고 있었다.
철저히 엑소슈트의 약점, 배터리를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합.
‘어디 파묻힌 연구소 같은 곳을 털어서 얻어낸 사이보그 장비가 아니야. 엑소슈트를 상대하기 위해, 맞춤형으로 만들어진 사이보그다. 집행부 놈들이 기술을…. 아니, 에젤의 통신으로 얘기하던 BDSM리더의 말에 의하면 렙터 소사이어티와 집행부가 협력관계에 있다고 했으니, 렙터가 사이보그화 기술을 획득한 게 틀림없어!’
파지지직!
떠어엉!
[크아아악!]“캬아! 손맛 죽이네!”
“젠장, 조나단!”
결국 그의 옆에서 버티던 조나단 마저 놈들의 손에 쓰러졌다.
‘졌다. 중앙 발전소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해. 렙터의 군단이 돔의 도시를 짓밟게 될 거야.’
콰아앙!
사이먼은 해머를 지면을 향해 휘둘렀고, 놈들이 깨진 판석의 날카로운 파편을 피하는 사이 쓰러진 조나단의 엑소슈트 옆으로 몸을 날렸다.
‘….죽었군.’
가슴 쪽 프레임이 조나단의 갈비뼈 안쪽까지 우그러져 들어가 있었다. 그 피스톤 같은 주먹을 쓰는 놈의 소행이겠지.
감상적으로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사이먼은 재빨리 조나단의 엑소슈트 배터리를 뽑아 자신의 것과 교체했다. 조나단은 무장으로 에너지 실드를 장착한 덕분인지 자신의 것보다 배터리가 훨씬 많이 남아있었다.
‘이미 패배는 확실해졌어. 최소한 통신이 닿는 거리까지라도 나가서, 렙터의 사이보그 기술에 대해 알려야 해!’
조금 전 계단 아래쪽에서 총성이 들렸다. 가장 위협적인 대검 사이보그가 사라진 것으로 보아, 엑소슈트를 잃고도 저항하는 그 대원을 처리하러 내려간 것이겠지. 조용히 탈출했으면 살 수 있었을 그 대원은 굳이 목숨을 걸고 적의 시선을 끄는 것을 택한 것이다.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 기대에 절반이라도 보답하지 않으면…!”
위이이이잉!
사이먼은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꺼두었던 모든 보조시스템을 켰다. 온통 빨간색으로 빛나는 시야 보조장치. 그의 남은 수명과 다를 바 없는, 남은 운용시간을 나타내는 카운트 다운. 천천히 그의 주변을 좁혀오는 네 명의 사이보그.
그리고,
‘생명 반응이…. 하나 더 있어?’
그 사이보그의 뒤편. 검은 그림자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커다란 괴물의 손아귀.
“뭣, 크아아아악!”
엑소슈트의 센서가 인식하는 속도와 거의 동일한 속도로 반응한 사이보그는 자신의 등 뒤를 향해 전기톱을 휘둘렀지만, 악몽에서 기어 나온 것 같은 검은 손아귀는 그대로 회전하는 전기톱의 날을 붙잡아 박살 내고, 던져버렸다.
“으아아아아아-”
쿵!
털썩.
사이보그의 비명소리는 그 몸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거짓말처럼 뚝 멎어버렸다.
찰박, 찰박,
그리고, 사이보그가 사라진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아, 맞다. 쟤들 잘 안 죽는데. 어, 그렇다고 네 말대로 통째로 쥐어짜버리기에는…. 인간적으로 좀 그렇잖아, 하이드.”
마치 자신의 몸에 매달린 기괴한 왼팔과 대화하는 듯한 피투성이의 남자.
“벼…. 변종이다!”
“아니야 이새끼야!”
콰작!
근처의 깨진 판석 조각을 한 움큼 집어 포탄처럼 던져낸 남자는, 실시간으로 떨어져 가는 배터리도 잊은 채 멍하니 그를 보고 있는 사이먼을 바라보며 말했다.
“BDSM의 지원군, 박교수다!
***
갑작스러운 지원군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변한 중앙 발전소 전투지역.
그 중심에서, 암습으로 한 명을 처리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등장해 분위기를 압도한 교수는-
‘흐읍! 끄으으읍!’
[숨 참아 숨! 저거! 노란통 잡기 전에 숨 쉬면 죽어!]개쫄아있었다.
‘화방까진 그렇다 쳐도, 화학 분무기라니! 한 방울이라도 잘못 들이쉬면 죽는다!’
[그냥 입 닥치고 실드 안으로 뛰어들었어야지! 숨 다 내뱉어버렸잖아!]‘피아식별은 해야 넣어주든가 말든가 하지! 그리고 허세라도 부려서 저 새끼들 안 멈췄으면, 지금쯤 산성액이든 화염방사기든 둘 중에 하나는 뒤집어써서 흐물흐물해졌을 거야!’
암습으로 전기톱 달린 놈을 처리했을 때, 그 옆에 불투명한 노란색 액체가 가득 든 통을 짊어진 놈을 발견하고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노란 액체가 뭔지 상상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으니까. 오면서 썼던 가스수류탄의 화학 가스가 딱 저거랑 똑같은 색이었다.
한놈을 잡고 단단한 왼팔의 가드를 중심으로 천천히 교전하려던 교수의 계획에는 가스나 화염방사기가 없었던 것이다.
콰드득!
깨진 판석을 한번 더 던지고, 사이보그가 그것을 피하는 틈을 타 앞으로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자세를 회복하고, 분사기를 교수가 있는 방향으로 돌리는 사이보그.
교수는 미리 봐두었던, 널찍한 판석을 뽑아 방패처럼 그의 앞을 가렸다.
‘아까 지나올 때 흡입하지만 않으면 괜찮은 종류였어! 이걸로 직격만 막으면 어떻게 되겠지!’
[잠깐만….. 잠깐만! 스톱! 그거 아냐! 아니라고!]놈의 등에 담긴 통이 부글거리며 용액이 분사되기 직전, 하이드의 의식을 통해 공유되는 이미지. 전투지역 한쪽 구석에 널브러진, 뭔가에 잔뜩 부식되어 녹아내린 끔찍한 몰골의 엑소슈트.
!!!!!!!!!
끼이이익!
‘부, 부식? 녹아내려?!’
급격히 발에 제동을 걸었지만 이미 놈의 바로 앞까지 달려든 상태였다.
판석으로 몸을 가리고 달려드는 교수를 보며, 마치 그런 것으로 막을 수 없다는 듯 입꼬리를 죽 밀어 올리는 사이보그.
‘제기랄! 왼팔 조금만 더 크게 만들지! 몸을 가릴만한 사이즈로!’
[아까는 작게 만들라며어어어!!!]촤아아악!
몸을 피할 사이도 없이 발사된 산성 용액.
그 순간,
파지지직!
최대출력으로 실드를 올린 엑소슈트가 끼어들며 분사된 산성용액을 실드로 가로막았다.
사이먼 또한 베테랑이였다. 비록 정체가 불분명했지만, 교수가 적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는 바로 공조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지금!”
“끄흐우흐음!!!”
기화된 용액 때문에 입을 열지 못하고 감사를 표한 교수는, 그대로 손 끝에 커다란 판석이 박힌 왼손을 휘둘렀다.
뻐어어억!
트럭에 치이기라도 한 것처럼 훨훨 날아가 공동 구석에 처박히는 사이보그.
“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충격에 용액을 담은 통이 깨졌는지, 그가 떨어진 자리에서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엑소슈트도 녹여버리는 용액.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이건…. 꿈인가?”
사이먼은 그 광경을 보며 자신이 죽기 직전 환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갑자기 나타나 순식간에 적을 처리해버린 남자. 변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변종이 되다 만 사람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기이한 행동.
더 기이한 외모.
사이보그를 날려버린 뒤 날렵한 동작으로 그의 곁으로 다가온 기묘한 지원군은,
퉁퉁퉁퉁퉁퉁!
“끄흐음! 흐음! 후으으음!!!”
필사적으로 그의 실드를 두드리며, 곧 죽을듯한 얼굴로 입을 막고 뭔가 여는듯한 시늉을 하고있었다.
“어, 으음….”
일단,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은 확실해 보였다.
***
콰직!
“크아아아아악!”
넷이서 사이먼의 엑소슈트 하나와 동률을 이루던 사이보그들. 둘밖에 남지 않은 적을 사이먼과 실드 안에서 헥헥거리다 튀어나간 남자가 상대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손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감찰부! 전원!”
“아, 알았습니다!”
교수는 마지막 남은 사이보그의 기계팔을 뜯어버린 뒤, 그의 옆에 있던 감찰부 남자에게 소리쳤다. 마침 배터리가 나갔는지 엑소슈트의 희미한 빛이 꺼지는 것이 보였다.
“쿨럭! 쿨럭!”
교수의 손아귀에 붙잡혀 피를 토하는 사이보그.
그는 중앙 발전기를 향해 달려가는 사이먼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소용….없어….”
꽈아악!
“아아아악!”
“없기는. 전원만 올리면 끝인데. 너 불쌍해서 살려준 거 아냐. 나중에 집행부에 협력한 놈들 제대로 조지려면 증인 필요해서 살려둔 거지.”
“큭, 크흐흐흐…으으윽!”
교수는 놈의 웃음에서 여유를 읽을 수 있었다. 뭔가 텅 비어있으면서도 후련한 모습.
‘….이거 뭐 있는데?’
그때, 탑을 향해 달려갔던 사이먼이 소리쳤다.
“문이!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보안문이 녹아 붙었어요!”
“뭐라고?!”
“크흐흐흐흐! 결국, 네놈들은 졌다. 패배했다고!”
‘….그 산성용액! 처음부터 이런 용도로 가져왔던 건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건만. 적을 해치웠다고 해도 전원을 올리지 못하면 말짱 꽝인 것이다.
사이보그를 던져버린 교수는 탑의 아래쪽, 보안 패널 앞에서 끙끙거리고 있는 사이먼에게 말했다.
“비켜봐요! 한번 부숴보게!”
“아, 안됩니다! 보안문은 큰 충격을 받으면 아예 컨트롤 패널이 시스템에서 분리되게 만들어져있어요! 들어가는 방법은 정식 절차를 거쳐서 들어가는 방법 뿐입니다!”
“쟤들은 들어가서 전원 내렸잖아!”
“지금은 적이지만 집행부도 엄연히 돔의 일원입니다! 당연히 암호를 알고 있겠죠!”
콰앙!
“그래서…. 굳이 산성 용액 같은 걸로 녹여 붙이셨구만….”
외통수다. 이제 한걸음, 전원만 올리면 되는 건데!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곳 전원을 건드릴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뭘 하려고 해도 중앙 발전기의 구조를 모르니 시도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만 움직일 수 있었다면….”
그때, 딱 봐도 뭔가 희망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감찰부 남자.
“엘리베이터? 혹시 전원 올릴 수 있는 곳이 다른 곳에도 있나?”
“예…. 하나 더 있긴 한데….”
“그런 건 제발 좀 빨리 말합시다!”
“그…. 이 탑은 돔의 지상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 공동의 천장, 지상과 맞닿는 부분에서 조금 내려가면 관리용 전원 차단기가 하나 더 있는데….”
“어디, 저기 저거?”
눈을 가늘게 뜨고 보자, 과연 발전탑의 한참 위쪽에, 철제 난간 같은 게 있는 부분이 보였다.
“문제는, 이런 비상시를 상정한 시설이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갈 수 없습니다. 엘리베이터에 사용할 전력이 지금 차단되어 있으니….”
“오케이! 갔다 온다!”
“….예?”
전 소대원의 목숨을 건 작전이 실패했다는 생각에 침울해져 있던 사이먼은 갑자기 밝아진 교수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콰악!
콰각!
“아니….”
방금 전까지 그의 옆에 있던 남자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공동의 벽으로 달려가더니,
콰악!
그 왼팔로 암반을 찍어가며 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