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123
Chapter.9 스타 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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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카투스가 태어날 당시, 그는 여왕과 그 형제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투란에서 에데오르나가 가져온 두 개의 샘플 중 전장의 태양, 샤를롯 데 아가트의 샘플을 바탕으로 태어난 두 번째 네임드, 테르마키안이 어마어마한 전투능력을 갖춘 괴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일이지 않느냐. 단순히 성별이 바뀌었을 뿐인데, 같은 재료에서 정확히 역위에 해당하는 능력을 갖춘 아이가 나오다니 말이야.”
“성별만 바뀌었다니, 그건 어머니와 우리 형제들에 대한 모욕이요 누님. 종이 다르잖소, 종이. 사막에 심은 씨앗에서 나온 나무와 옥토에서 자라난 나무가 어찌 같을 수 있겠냔 말이오.”
우수한 신체적 요건이나 지휘능력, 심지어 대 군(軍)전투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등, 대부분이 흡사했지만 테르마키안과 샬롯은 딱 한가지 부분이 완벽히 달랐다.
샬롯이 근처에 아군이 많을수록 그 버프효과를 향유하며 아군 전체를 강화한다면, 테르마키안은 근처의 아군이 죽어 나갈수록 그 힘과 생명력을 일시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 그 몸에 군단 전체의 힘을 담아 휘두를 수 있었다.
“이제 곧 나오려나 보군. 힘을 좀 쓰는 녀석이었으면 좋겠는데. 여기 있는 녀석들은 죄다 허수아비 같아서 몸풀기 상대도 안 되니 원….”
“너무 험하게 다루지 말거라. 네가 생각하는 그런 아이는 아닐 테니.”
“약한 놈이오?”
“….뭐라 설명할 수가 없구나. 작은 숯 조각 하나가 등대 하나를 통째로 밝히는 것 같았지. 저 바다 너머를 비출 만큼 활활 타오르지만, 순식간에 재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릴 것 같은 그런. 솔직히 말하면, 비록 인간이지만 그런 존재가 그리 허무하게 스러지는 것이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그 전장에서 도망치기 전,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거의 시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으니까. 아마 지금쯤 그 반짝이는 지성을 잃어버린 채, 감염체가 되어 좀비처럼 전장을 배회하고 있겠지. 혹은 인간의 손에 죽었거나.”
“….뭐. 나야 못 봤으니 뭐라 할 건 아니다만. 누님의 안목을 믿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나를 만들어낸 재료를 가져온 사람이니 말이오.”
“그래. 솔직히 나도 제법 기대를 하고 있-”
“….! …! ……!!”
벌떡!
스사삭!
여왕의 신호에 두 괴수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여왕의 곁으로 다가갔다. 산통을 호소하는 여왕. 그들이 도와줄 것은 없었지만, 그들의 뇌리를 타고 흐르는 고통의 감정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
츄르륵- 철퍽!
여왕의 거처, 수많은 시종 뮤트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가운데, 마침내 그들의 세 번째 형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작군.”
“이 아이가 맞소? 아무리 봐도 이건 규격 미달-”
슈각!
“혀를 도려내도 그 쓰임새에 별 지장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을 텐데.”
테르마키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에데오르나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하얀 가지가 그의 턱밑, 가죽이 얇은 부분으로 파고들었고, 가볍게 힘을 주는 것으로 그 손톱을 밀어낸 테르마키안이 툴툴거렸다.
“쯧. 말이 그렇다는 소리요. 말이. 몸이 작은 것은 사실이잖소.”
[아, 으….. 으아…..]“뭔가 다른 것이 있겠지. 보거라. 태어난 지 1분도 되기 전에, 벌써 정신파를 사용해 대화를 시도하지 않느냐.”
[아, 으아아…. 아파…. 추워….]“벌써 인간의 언어를 학습…. 음?”
“누님. 저거…. 부러진 거요?”
에데오르나와 테르마키안의 눈앞에서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팔카투스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다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며, 조금이라도 온기가 느껴지는 여왕의 거처로 힘겹게 기어가고 있었다.
할 말을 잃은 에데오르나의 시선 속에, 필사적으로 부러진 다리와 멀쩡한 팔을 놀려 어머니의 일부에 달라붙는 데 성공한 팔카투스.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낀 것은 부러진 다리에서 오는 격통과 영구동토의 폐를 찢어발기는 듯한 시린 공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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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지고 싶다.
강자 사냥을 떠나는 에데오르나와, 어머니에게 드릴 고기를 구하기 위해 화전민, 오지의 야만 부족 등을 잡아오는 테르마키안을 볼 때마다, 팔카투스의 가슴을 후벼 파는 단어였다.
그의 몸은 다른 형제들과 달리 너무나도 허약했다. 이곳 둥지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감염되어 탄생한 7급 뮤트만 해도 그 특유의 강인함으로 하루, 이틀 정도는 북부의 추위를 맨몸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팔카투스는 그를 가엾게 여긴 어머니가 오직 그를 위해 낳아준 공생형 뮤트, ‘버디’의 체액 안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단 몇 분도 그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릴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죄스러움, 형제들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자괴감으로 고통받던 중, 하루는 오랜만에 돌아온 그의 누이에게 따져 물은 적이 있었다.
“….왜 그 인간을 고른 겁니까.”
“투스. 몸도 약한 아이가 왜 여기까지 왔느냐. 당장 어머니 곁으로 돌아-”
“왜 이딴 쓸모도 없는 재료를 골라 나를 만들어냈냐는 말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자괴감이 쌓여 터져 나온 투정이 아니었다.
그는 진정으로 자신의 가족을, 어머니 아래 속한 그 모든 뮤트를 사랑했다. 사랑했기에, 자신의 존재를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투란에서의 패전 이후 흑마법사들은 더 많은 어머니의 피와 살점을 실험 재료로 요구했다. 그들이 500명의 산제물을 제공하는 대신 어머니의 머리를 열고 시술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을 때, 그 강인한 누님이 스스로의 악력에 손가락이 부러지도록 노기(怒氣)를 참으며 간신히 거절을 입에 담는 것을 보며 얼마나 가슴을 쳤던가?
만약 자신이 에데오르나, 테르마키안과 같은 힘을 가졌다면 밖에 나가 인간을 사냥해 올 수 있었을 텐데. 어머니가 이렇게 들개와 도마뱀 따위로 배를 채우지 않아도 됐을 텐데!
꿀럭, 촤아악-
“아니, 너….!”
“죽여주시오! 당장! 나는 내 입으로 들어가는 고기 한 점이 아까워서 견딜 수가 없으니! 차라리 나를 잘게 다져 어머니께 진상해주시오! 그 편이 우리 가족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죽기를 바랐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공생체의 몸을 벗어나면 얼어 죽는 나약한 이 몸뚱어리, 고깃덩이가 되어 어머니의 주린 배를 채운다면 그것이 내 유일한 행복이라. 그리 여겼다.
사박. 사박.
에데오르나의 가벼운 발걸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강한 누이의 손톱이라면 고통없이 갈 수 있으리라. 한 많은 세상, 더 누를 끼치기 전에 이렇게 떠나자고 생각하며 얼어 붙어가는 몸으로 힘겹게 목을 내미는 그에게.
“….혼자 생각이 많았나보구나. 가여운 것.”
누님은 날카로운 발톱 대신 따듯한 품을 내어주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누님의 하얀 몸에서는 어머니와 같은 냄새가 났다. 비참할 만큼 따듯한 나의 누이. 얼어붙어 가던 몸이 그 강인한 몸의 열에 사르르 녹아내렸다.
“투스. 고개를 들어보거라.”
“…..”
“어서.”
저 평원을 기어다니는 슬라임부터 어머니의 배에서 태어난 형제들까지, 모든 뮤트를 통틀어 가장 쓸모없는 나의 이마에 가장 강인하고 아름다운 누이의 이마가 닿았다.
“네가 태어나던 날, 너는 말보다 먼저 정신 감응을 토해냈지. 너는 작고 약한 육신을 가졌지만, 우리 형제들의 가장 깊숙한 내면을 듣고, 또 말하는 재주를 가졌구나. 마치 어머니처럼 말이다.”
“그건….”
“말하지 않아도 좋다. 내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으니, 직접 읽어보려무나.”
팔카투스는 그 말에 따랐다. 맞닿은 이마를 타고 영혼이 흘러 들어가듯 그의 의식이 누이의 기억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건 아직 누이의 몸이 얇고 유려한 형태를 하고 있던, 투란에 있던 때의 기억.
‘저기, 저자가 보이느냐?’
전장에 버려진 고아처럼 두리번거리던 팔카투스는 에데오르나의 음성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덩치가 큰 남자였다. 산적 같은 외모에, 볼품없는 장비를 걸친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인간.
‘저자란다.’
‘….예?’
‘너는, 저 남자에게서 얻은 피를 바탕으로 태어났단다.’
팔카투스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눈에 봐도 타고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강인한 몸을 가진 남자. 그를 바탕으로 만들어냈다면 어찌하여 자신은 이렇게 나약한 몸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어쩌면 정말, 형님의 말처럼 그는 기준미달, 잘못 만들어진 불량품일까?
‘쉬이. 계속 지켜보거라.’
기억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겉보기와 달리 남자의 몸은 강하지 않았다. 한눈에 봐도 사석에 내버려진 남자가 기지를 발휘해 뮤트 대군의 격돌에서 살아남았을 때, 방패로 만든 작은 구조물에서 미끄러져 내리는 힘만 버텨냈으면 됐을 그의 팔은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있었으니까. 작은 돌조각에 긁힌 상처, 사소한 찰과상에도 남자의 몸은 몹시 민감하게 반응하며 찢어지고, 부서졌다. 마치 자신의 몸처럼.
하지만 남자는 단연 전장에서 돋보였다.
격돌에서 살아남아 하찮은 무리와 합류해, 그들을 이끌었다.
가장 필요한 곳에 자리 잡는 것만으로, 인간 측 세력의 숨통을 트이고 반격의 물꼬를 텄다.
어느덧 우익 전체를 그의 아래에 두고 호령하고 있었으며,
조각나고 부서진, 시체나 다름없는 몸을 움직여 인간 기사들을 일으켜 세워 결국에는 누이가 그 기사의 손에 패배하게 만들었다.
“…..”
“보았느냐?”
“…..예.”
“그렇다면 다시 말해보거라. 정녕 그가 약하더냐?”
“아닙….니다.”
“그렇다면, 너도 약하지 않겠구나.”
누이는 고개를 푹 숙인 그의 등을 한번 토닥여준 다음, 버디를 불러 그를 다시 집어삼키게 명령하고 말했다.
“테르마키안의 말에 기죽지 말거라. 네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너는 어머니의 자식이자, 나의 가족이니. 어딘가 네가 빛날 자리가 있을 것이다.”
출렁.
버디의 녹색 체액 안. 팔카투스의 생존을 가장 우선시하게 만들어진 버디가 체온이 떨어진 그를 따듯한 어머니의 거처로 옮기는 동안, 팔카투스는 더는 추하고 약한 자신의 몸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의 의식은 나약한 몸이 아닌 다른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 퍼진 그의 동족들. 그들과 교감할 수 있는 자신. 그리고, 나약한 몸으로 거대한 파도와 같은 적을 해치고, 승리를 이끌어낸 자신의 원본. 아버지의 모습을.
“아아, 아아아….”
거대한 깨달음 속에 팔카투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머니의 자손들 중 누구보다 영민하다고 자부하는 머리. 그리고 동족과 교감이 가능한 그의 고유 능력.
“나는…. 약하지 않았구나….”
약하게 태어난 것이 아니었다.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었기 때문에, 강한 육신이 쓸모없었던 것이다.
자각자각자각자각
혹시나 팔카투스가 흔들릴까 부드럽게 발을 놀리는 버디의 체액 안에서 팔카투스는 새로 태어난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는 약하지 않았다. 그저 쓰임새가 달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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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나는 변했다. 날이 갈수록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유능하다는 것과, 세상이 얼마나 멍청한 존재들로 가득 차 있는지 알게 되었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를 이렇게 낳아주신 어머니께 감사했으며, 자괴감에 무너져가던 나를 일으켜주신 누님에게 감사했고, 무엇보다 내게도 쓸모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아버지, 당신을 존경했다. 인간이었지만, 나는 당신을 내 가족같이 느꼈어!”
흑마법사를 처리하는 것은 쉬웠다. 주기적으로 보내던 어머니의 피와 살점. 그것을 한 계파에게 조금 더 보내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그 누구도 한 적 없는 수작을 찾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고, 헐뜯었으니까. 작은 속삭임만으로도, 어머니를 파먹던 기생충 같은 놈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할 수 있었다. 결집하지 못한 인간은 나약할 뿐이었다.
흑마법사들을 상대하며 인간들이 얼마나 현혹되기 쉬운지를 배웠다. 작은 마을을 습격하고, 둘째 형님을 보내 그들을 구하게 했다.
감염체와 달리 말하고 두 발로 걷는, 그들과 닮은 형님을 보고 그들은 감사를 표하며 무릎을 꿇었다. 형님의 기억에서 그들이 ‘신’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배웠다. 종교를 만들고 구원교의 표식을 가진 자들만 살려서 보내자 그 이후부터는 손을 대지 않아도 스스로 몸집을 불렸으며, 가축이 고기와 우유를 내놓는 것처럼, 구원교는 귀한 정보를 내놓고 인간의 세력을 스스로 줄여나갔다. 너무 쉬워서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토브룬. 구원교를 통해 접촉해온 6서클 마법사. 그에게 심어둔 인섬니아 크렙이 마지막 순간 세상에 나와 본 찰나의 장면을 보게 됐을 때, 팔카투스는 너무 기쁜 나머지 버디 안에서 뛰쳐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그의 원판, 아버지가 살아있었다!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첩자를 찾아내고, 그의 계획을 저지했다는 점에서 팔카투스는 전율을 느꼈다. 역시 아버지다. 나를 만들어낸 자, 나에게 깨달음을 준 자! 위대한 지성으로 태생적 약점을 극복한 자!
그날부터 여유 같은 것은 깡그리 잊어버렸다. 오직 전심전력으로. 언젠가 인간과 뮤트라는 장기말을 가지고 전쟁이라는 판 위에서 서로의 지성을 겨룰 그날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그 남자에게 존경을 담아 모든 것을 걸고 부딪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짜내 도시를 점령하고! 형제들과 상의해 목표를 정하고! 마침내 어머니를 위대한 존재로,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잘 풀려나가고 있었는데.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는데!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당신께서 그런 모습이신 겁니까!!!”
마침내 만나게 된 아버지. 일치단결한 그의 형제들과 달리 의심 많고 서로 헐뜯기 바쁜 무능한 인간들을 움직여 싸워야 하는 그의 아버지는, 그 유약한 몸으로 직접 전장을 전전하고 있었다.
비록 기대하던 전장에서의 만남은 아니라 실망했지만 그 사정을 깊이 이해하는바, 조용히 어머니 곁으로 모셔갈 생각이었다. 인간의 뇌에 관한 연구가 제법 진행됐으니 어쩌면 그 빛나는 지성을 유지하면서 감염시킬 수도 있겠지, 하는 그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콰아앙!
“으하하하!”
뻐어억!
“뒈져라 이 쓰레기들아! 죽어! 죽어어어!!!”
우직! 와드득! 콰직!
저 모습은 무어란 말인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동족들 사이에서, 갑옷 하나 없이 상체를 훤히 드러낸 채 오른손에 선혈을 휘날리며 광소를 흘리는 저 짐승 같은 모습!
어머니를 제외하고 이 세상에서 온전히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이라 여긴, 나약한 육체 속에 위대한 지성을 담아 그 한계를 극복한 아버지가, 나의 우상이 어째서!
“느금마 신이라며! 잘 됐네! 이대로 다 죽여서 엄마 곁으로 보내주마!”
어찌 이다지도 더럽고 추잡하게 싸우고 있냔 말이다!
팔카투스는 공생체의 체액 안에서 마구 발을 구르고, 주먹을 휘두르고, 잘 쓰지도 않는 성대를 혹사하며 마구 소리를 질렀다. 분노를 삭일 수 없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쓰레기 같은 육신이 답답해질 때마다, 언젠가 가장 큰 전장의 그림자 속에서 당신을 마주하여, 가진 모든 수단과 지성을 동원하여 일생일대의 대국(對局)을 벌일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당신이…. 당신이 왜! 그런 모습으로 강맹한 주먹을 휘두르고 있냐는 말이다! 위대한 지성은! 전술과 계략이 첨예하게 빗발치는 우리의 대결은! 이 배신자! 왜! 어째서어어어!!!”
중계기라 부르는 벌레를 통해 교수의 전투를 본 팔카투스는 절규했다. 위대한 지성의 대결?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아버지는 다른 인간들과 같은 야만인일 뿐이었다. 저 핏발 날리는 오른팔이 한번 휘둘러질 때 팔꿈치 뒤쪽으로 터져 나오는 피보라가, 마치 자신의 산산조각난 꿈처럼 느껴졌다.
뻐어억!
투확!
“마법의 무한한 가능성에 전율해라! 괴물 새끼들아! 마침내 나는! 유리몸을 정복했다아아아!!!”
물론 그걸 알 리가 없는 교수는, ‘반발’과 ‘포용’으로 만들어낸 블러드 아머의 놀라운 효용에 온 성이 떠나가라 웃으며 뮤트를 쳐날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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