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124
Chapter.9 스타 폴(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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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악!
“우왁! 뒈질 뻔했네!”
교수는 순간적으로 사각에서 날아온 검은 창을 붙잡으며 서늘해진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의 기분과는 달리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다른 저급 개체들과 확실히 다른 게, 신나게 뻥뻥 날려대기는 했지만 유효타가 들어간 개체는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대포알처럼 날아가 성벽에 박히고 목조 건물을 도미노처럼 쓰러트리는 정도였지. 전에 싸웠던 놈들이랑은 내구도의 차원이 달랐다.
‘차라리 오른손은 방어용으로만 쓰고, 기회를 봐서 한 놈씩 붙잡아 허리를 분질러버리는 게 훨씬 효율은 높을 것 같은데….’
울컥!
“크….으으으! 기분 째진다! 이거, 염병할 개쩌는 부작용이 있다고!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단 말이다!!!”
팔뚝에서 핏물이 한번 요동치자, 위기감이 끌어올린 이성이 거대한 충동에 다시 묻혀버리며 전투의 희열이 그의 뇌리를 잠식해버렸다.
블러드 아머의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반발’을 이용해 충격 흩어버리기.
흑마법사가 데몬리치가 됐을 때의 전투에서, 교수는 오트만이 만들어준 플로팅 워터(Floating water)라는 마법을 이용한 적이 있었다.
전투가 끝나고 생각해보니 뭔가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됐던 상황. 꾸준히 근육량이 늘어 어느덧 250~300kg에 육박하는 그의 몸을 그렇게 빠른 속도로 튕겨냈는데, 다리가 박살 나거나 몸에 충격이 왔던 기억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하이드한테 그날 기억 틀어달라고 해놓고 분석하니까 더 명확해졌지. 내 몸을 튕겨낼 때, 물의 원판은 나를 튕겨낸 반대 방향으로 터져나갔어. 단순히 튕겨내는 게 아니라 작용, 반작용을 통해 전해지는 충격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블러드 아머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뻐어어억!
“콰우우우우!”
입에서 불을 뿜던 4급 뮤트의 옆구리에 붉은 건틀릿이 틀어박히며 놈의 입에서 용암인지 피인지 모를 것이 터져 나왔다.
모로 꺾여버린 놈의 옆구리를 밀어내는 주먹을 타고 작은 파도 같은 진동이 손끝에서 팔을 타고 팔꿈치 쪽으로 흘러가더니,
파앙!
건틀릿의 끝에 달하는 순간 그 뒷부분이 통째로 터져나가며 팔 뒤쪽으로 폭풍 같은 피보라를 뿜어내었다.
갑옷이 받은 충격을 그 반대편으로 밀어내 터져나가며 그 충격을 전부 허공으로 흩어버리는, 내가 생각해도 공수 양면으로 완벽한 마법.
휘두를 때마다 뒤쪽으로 피보라를 뿜어내는 팔은 마치 붉은 추진체로 움직이는 로켓을 연상하게 하였다.
문제는, 그 터져나간 건틀릿을 다시 내 상처 부위에서 나온 피를 통해 재형성하는 것인데….
‘그냥 뮤트의 피 같은 것으로 때우면 될 줄 알았는데, 이게 마법이다 보니 내 피가 아니면 안 되더라고!’
광폭화 없이도 피 정도는 그냥 재생력으로도 때워지긴 했다. 공격이나 방어를 하면, 블러드 아머가 터져나가며 내 피가 쫘아악 빨려나간다. 감염인자에 쩔은 몸은 본능적으로 재생에 도움이 되는 재료인 뮤트의 피를 흡수한다. 다시 소모되고, 뮤트의 피를 흡수하고.
이렇게 기묘한 혈액 투석이 반복되다 보니 머리는 빈혈과 고혈압을 오가고, 거기에 감염인자도 빈혈일 때는 재생한다고 온 몸의 모세혈관을 짜내는 고통을 주다가, 혈압이 올라가면 감염인자가 넘치니까 머리로 치고 올라오려고 막 날뛰고 하며 제대로 이성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몸 전체가 심장이 된 것처럼 펌프질 중이라고나 할까.
“기분이! 기분이 고양되는 게 멈추지를 않아!”
투확!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는 몸의 감각 속에서 오는 압도적인 고양감. 거기에 코끝을 스치는 뮤트의 발톱. 그 비릿한 독액의 향기가 끌어내는 긴장감. 그런 놈의 얼굴에 주먹을 때려박을 때 느껴지는 전율! 해방감! 그 기묘한 고통과 쾌락의 중간쯤에 걸친 감정이, 평소의 냉철한 이성과 판단력을 모조리 날려버리고 그를 행복한 광전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콰앙! 콰앙! 콰득! 우직! 철퍽!
벌레와 사람이 반쯤 섞인 것 같은 뮤트의 머리가 땅을 파고 들어갈수록 주변이 온통 새빨갛게 보일 정도로 오른팔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그 뿜어져 나온 피 만큼 몸은 더욱 고동치기 시작했다.
이성은 날아갔지만, 덕분에 짐승처럼 날카로워진 감각.
그 감각에, 무더기로 덤벼드는 뮤트들과는 차원이 다른 예기가 느껴졌다. 찌르면서도 베어 들어오는. 회피할 여지를 주지 않는 각도에서의 공격.
촤아아악!
내가 집어던진 커다란 뮤트를 그대로 두동강내며 파고 들어오는 검은 십자창은, 고위 뮤트의 단단한 육체를 자르고도 그 기세를 잃지 않고 내게 날아들었다.
콰각!
“어이구, 쇼가 마음에 안 드셨나 봐? 왜 계속 구경하고 있지 않고?”
“배신….자! 세상 모두가 변해도! 당신이 그럴 수는 없다!”
카앙!
멀찍이서 구경만 하고 있던 머리에 이상한 게 달린, 말을 전하던 뮤트가 교수에게 달려들었다.
콰각! 카가각!
“소프트웨어가 달라서 그런가, 좀 치는데!”
다른 동종의 3급 뮤트들도 창술이 예사롭지 않았지만, 이 녀석은 정말 물건이었다. 그 슈발리에라는 3급 뮤트는 공중을 날 수도 있었는지 날개를 꺼내 날아다니며 온갖 각도에서 창을 찔러넣었는데, 힘 자체는 이쪽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쉽사리 떨쳐낼 수 없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인데….
“….에데오르나?”
“기억하는구나! 그래! 누님의 창술은 보고 쉽게 잊어버릴 만한 것이 아니지! 미욱하지만, 가르침을 받았다!”
한차례 교수의 팔을 튕겨낸 검은 십자창이 사납게 짓쳐들어왔다.
“당신은 나의 거울이자, 우상이었다! 이 비참한 몸으로도 더 강한 존재를 휘두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살아있는 증거! 당신은!”
촤아악!
“이런 모…습으로 내 눈앞에 나타나선 안 된단 말이다!”
“크윽!”
눈 깜짝할 사이에 셀 수없이 많은 공방이 오가고, 등 뒤에서 다가오는 다른 뮤트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교수는 결국 가슴을 얕게 베이며 크게 뒤로 물러났다.
‘조종하는 놈이 보통 놈은 아니야. 본인의 것이 아닌 성대에 적응했는지, 어눌했던 말도 금방 들을 만 해졌어. 아군을 조종하는 네임드가 있었나?’
공방을 통해 얻어낸 정보가 우르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평소와 같은 상태인데, 좀 생소했다.
‘음? 갑자기 머리가 맑아졌네? 설마 위기라서 이성이 돌아온 건가? 아닌데? 쎄봤자 그놈이 그놈인데?’
공격을 허용했다고는 해도 뒤에서 마차를 통째로 집어 던지는 놈을 신경 쓰다 살짝 베였을 뿐이다. 몇 초안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상처. 따로 독 같은 다른 위협도 느껴지지 않는데?
두쿵! 두쿵! 두쿵. 쿵-
리드미컬하게 몸 전체를 울리던 펌프질도 거짓말처럼 가라앉기 시작했다. 마법이 사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점차 광택을 잃어가고 있는 블러드 아머를 보는 교수에게, 날개를 꺼내 하늘에 떠있던 팔카투스가 비웃음을 담아 말했다.
“내가 정말 그냥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했나, 아버지? 아군의 손실을 지켜보면서? 그 정도도 모를 정도로 무뎌진 건가?”
펄럭, 펄럭.
내 공격이 닿지 않는 하늘 위에서, 팔카투스는 창대로 오른팔을 툭툭 쳐 보였다.
“누님의 사냥을 막아설 정도의 지성을 버리고 택한 것이 고작 그 정도의 힘이라니. 마법. 비록 아직 원리를 밝혀내진 못했다고 해도, 인간의 가장 강력한 힘. 대비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까득, 툭!
팔카투스는 그가 조종하는 3급 뮤트의 창에서 뭔가를 뽑아, 교수의 발치에 던졌다.
작은 보석조각. 보라색으로 빛나는….
“공….마석?”
“그래! 이것도 당신에게 배운 것이다! 아직 마법이라는 학문에 발을 들이지 못한 우리가 마법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나는 마탑에서 당신이 몸소 보여준 그 방법을 배워 우리 것으로 만들었지! 마법이란 결국 마나라는 원료가 없으면 실체를 가질 수 없는 것! 이토록 간단한 지식 하나로, 당신의 그 보잘것없는 힘은 봉쇄된 것이다! 보라! 육체적 힘을 대신할 것은 얼마든지 있다! 당신이 그렇게 쉽게 막아내던 이 공격을!”
서걱!
“이제는 막을 수 없게 된 것처럼 말이다!”
“크으윽!”
창과 한 몸이 되어 섬전처럼 찔러 들어오는 십자창. 방어수단을 잃은 내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까스로 급소는 피했지만 애초에 놈이 노리고 있던 오른팔은 내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툭, 후두둑.
잘려나간 오른팔이 허공에서 피를 흩뿌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무리 심상이 완벽하게 살아있다고 해도 마나라는 원료가 없는 블러드 아머는 그냥 피딱지에 불과했다. 잘려나간 오른팔과 함께, 블러드 아머가 부스러져 떨어졌다.
“망할. 안 그래도 마나 딸려서 오른팔만 한정적으로 발현시켰는데, 공마석 무기라니…. 뉘집 자식인지 대가리 하나는 기똥차네.”
“포기해버린 당신과 달리, 나는 끝없이 배움을 추구했으니. 그만…. 죽어라. 나는 당신을 투란에서의 그 아버지로 기억하겠다.”
팔카투스는 마지막 미련을 떨쳐내듯, 조종하는 3급 뮤트의 고개를 흔들며 교수를 응시했다. 포기한 건지, 생각을 하는 건지 움직임 없이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는 그의 아버지.
짜악!
별안간, 그쪽에서 손뼉 치는 소리가 들렸다.
“투란에 아버지면…. 너 그때 그거구나! 이야, 이걸 왜 몰랐을까! 에데오르나가 가져간 내 피!”
그는 뭔가 깨달았다는 듯, 주먹으로 손바닥을 짝, 하고 내리치며 말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내 특성으로 뮤트를 뽑았네! 말 하는 것 보니까 진짜배기 ‘말하는 뮤트’ 네임드로다가! 이야, 너도 진짜 고생 많았겠다야! 유리몸 정신쇠약, 그거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거 아닌데!”
‘손이…. 있어? 언제? 분명 잘라냈는데?’
분위기가 변했다.
황급히 내려다보니 분명히 잘린 팔이 떨어져 있었다. 창끝에 걸리는 느낌도 있었고, 그의 두 눈으로 똑똑히 그 팔이 허공을 나는 것을 봤다! 분명 잘라냈는데! 저 아래 있는 것은 뭐고 지금 멀쩡한 저 팔은 무엇이란 말인가!
‘실체가 없다…. 허상! 그래도 마법사라고 다른 수단이 있었구나!’
팔카투스는 비릿하게 웃으며, 다시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환각마법. 블러핑인가! 그래, 힘을 모조리 잃고 나서야 머리를 쓰는구나! 진즉에 그랬다면 더 좋았을 것을!”
촤아악!
그가 조종하는 3급 뮤트의 날개가 펄럭이고, 다시 한번 창이 그의 오른팔을 떨어트렸다. 아무리 실감 나는 환상이라도, 마나를 흩어버리는 공마석에 닿으면 흐트러질 것이다. 변수는 없다. 그 비루한 마법의 실체가 곧….
툭, 데구르르-
“….어?”
팔이 떨어졌다. 피가 떨어지고, 떨어진 자리에 흙먼지가 약간 튀어 오르는, 진짜 팔. 바닥에 떨어진 팔이 두 개가 됐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짜잔! 사기도 거짓말도 아니랍니다!”
팔카투스는, 팔의 잘린 단면을 흔들며 다가오는 교수에게서 천천히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그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실실 웃고 있었다.
“그래, 뮤트가 내 정보를 토대로 너를 만들어냈다면, 정말 네가 생물학적인 내 아들이라는 말이지….”
“그, 그게 뭐야! 어떻게…. 이해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해!”
“아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설마 이 아빠가, 마나라는 한정된 자원을 쓰는 블러드 아머 딸랑 하나 믿고 3급, 4급이 우글거리는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왔겠니?”
블러드 아머는 유리몸이라는 약점을 상쇄시켜주긴 했지만, 2위계 라는 마법적 한계 때문에 오른손에 한정적으로 펼치는 게 전부라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수는 없었다. 아무리 괴력이 있다고는 해도 괴력 하나만 가지고 이렇게 많은 고위 뮤트들 사이에서 살아나갈 수는 없는 노릇.
블러드 아머는 미끼가 되어줄 시간만 벌어주면 충분했다. 여차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몸 하나는 빼낼 수 있는 수단이 있었으니까.
“흐흐흐흐. 아들, 아빠가 마술 하나 보여줄-까?”
푸확!
순간 교수의 몸에서 피 안개가 뿜어져 나오며, 팔이 잘린 단면에서 순식간에 근육과 뼈가 자라나더니, 멀쩡한 손이 돌아와 있었다.
“매-직!”
“다, 다가오지 마! 마나가 없는 것은 확인했어! 동족도 아닌 인간이…. 아니, 우리 중에서도 그 정도 재생력을 가진 형제는 없는데….!”
“다가오지 마? 세상에, 그런 말을 하다니! 아들, 아빠 슬프잖아. 혹시 우리 아들은…. 아빠가 무서워?”
“그, 그럴 리 없다! 나는 위대한 어머니의 아들로서, 정신적으로 완성된 존재! 가장 높은 지성을 추구하는 내가 공포 같은 것을 느낄 리가-”
“저런. 하이드, 니 동생은 공포가 뭔지 잘 모르는 것 같네.”
슈우우욱-
교수가 한걸음,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주변에 있던 뮤트의 피가 교수의 몸으로 흡수되며, 그의 근육이 크기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슈우우욱- 꾸득, 꾸득 꽈드득!
온 몸의 근육이 괴물처럼 부풀어 오른, 뮤테이션 광폭화 상태의 교수는 해맑은 표정으로 주먹을 들어 올렸다.
“모르면 배워야지. 새로운 지식의 탐구. 네가 추구하는 거라며?”
“오, 오지마! 괴물!”
“괴물 이야기 좋지! 자, 셋째야. 준비됐니? 아빠가, 네가 공포를 모른다고 하니까…. 지금부터 너를, 앞으로 우리 아들이 코 잘 때마다, 침대 머리맡에 눕는 순간마다 기억이 날 만큼 무-서운 이야기의!”
콰악!
육상선수처럼 몸을 앞으로 숙인 교수의 발이, 땅을 파고들었다.
“주인공으로 만들어줄게!”
“으, 으아아악!”
꾸아아앙!
포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땅을 박찬 것만으로 그 뒤에 있던 도로와 가옥을 박살 내버린 교수의 몸이 발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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