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end of the world, Cry Clear RAW novel - Chapter 126
Chapter.9 스타 폴(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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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열화와 같은 성원을 봐라. 세상에 같은 사람 하나 없다고 하더니, 어쩜 저렇게 하나같이 ‘미친놈 박교수’에 대해서 얘기하고들 계실까.
솔직히 나로선 좀 억울하다.
나라고 저런 비효율적인 미치광이가 되고 싶었을까. 나는 그저 이 거지 같은 유리몸 특성을 어떻게든 보완하고자 발버둥 친 것 뿐이라고. 문제는, 그 결과물에 부작용이 좀 있다는 거지.
풀썩!
광폭화가 끝난 영향으로 지독한 탈력감에 휩싸인 교수는 그대로 합류지점을 향하는 길에 쓰러져버렸다.
“어이쿠! 조심 좀 하게!”
“업혀 오던 양반이 말이 많으시네! 교대 좀 합시다!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으니까.”
“누군 힘이 있는 줄 아는가? 누구누구가 아주 생매장을 해준 덕분에 마나 탈진상태인 이 늙은이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는데!”
“가만히 계셨으면 어련히 알아서 데리러 갔을 텐데.”
“자네가 적진 코앞에서 머리만 톡 튀어나와서 땅속에 들어가 있어 보게! 그게 얼마나 불안한가!”
당연한 얘기지만, 나오는 길에 숲 에 파묻어놓은 오트만 마법사도 잊지 않고 뽑아왔다. 허옇게 센 머리카락이 흙과 땀에 푹 절어서 얼굴에 달라붙은 채로 버둥거리는 머리를 봤을 때는 좀 미안하긴 했다만. 당시로서는 그게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고!
“끄응-차!”
결국 교수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오트만과 그의 몸을 대로 옆 풀숲으로 굴리는 것이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광폭화로 전신의 근육이 세포 단위로 쪼개져 버린 교수와, 늙은 몸에 마나 탈진, 생매장의 피로까지 겹쳐 축 늘어져버린 오트만이 풀숲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어이구…. 삭신이야. 이렇게 있다가 놈들이 추적대를 보내면 큰일인데….”
“가능성은… 으그극! 낮을 겁니다. 제가 아주 기똥차게 겁을 줘놨거든요.”
“겁을 줘? 뮤트가 그런 것도 느끼나?”
“에….뭐. 그런 것 같던데요? 머리통 몇 번 쪼개줬더니 표정 변하는 거 보니까?”
“머리를 ‘몇 번’ 쪼개다니…. 머리가 열리고도 살아있는 뮤트는 못 봤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구먼. 작전은 어떻게 됐나?”
풀숲에서 끙끙거리며 조금이라도 제 몸을 마사지해보려고 하던 교수는, 살이 뭉개지는 고통에 이상한 비명을 지르며 다시 드러누웠다.
“끄아윽! 작전이야 뭐. 보르카 팀이 잘 해줬으면 성공이겠죠. 생각보다 제 쪽에 관심이 많이 몰려서.”
“그럼 그 친구들도 곧 이쪽으로 오겠군. 광명교의 수도사가 있는 언덕으로 통하는 길은 이쪽이 가장 빠르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여기 누워서 쉬다가, 애들 지나갈 때 놓치지 말고 우리 좀 업어달라고 합시다.”
잠깐 귀를 기울여 주변을 확인했지만 아무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깨르륵, 거리는 이상한 풀벌레 소리만 귓가를 채웠다.
작전 돌입시간이 정확히 자정. 뭔가 많이 한 것 같았지만, 실질적으로 펠라스에 있었던 시간은 두 시간이 조금 덜 되는 수준이었다. 여전히 검은 하늘에는 커다란 달과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잠시 마음을 놓고 쉬고 있노라니, 머릿속에서 하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이번에는 내 도움 없이 잘 해결한 것 같은데?]‘그렇긴 하지. 웬일로 밖에 내보내 달라, 아쉽다 이런 소리를 안 하네?’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친숙해진 캄캄한 의식 공간에서, 하이드는 그 그림자 같은 실루엣에 달린 검은 왼팔을 흔들어 보였다. 전보다 키가 좀 큰 것 같은 게, 전에 봤을 때는 초등학생 정도였다면 이제는…. 중학생 정도? 실루엣만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윤곽이 성숙해져 있었다.
[뭐랄까. 최근에 밖에 나가서 원 없이 움직였던 것도 있지만…. 뭔가 이렇게 내 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니까 좀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 손가락 몇 개 움직이던 때랑은 마음가짐이 다르지. 음!]‘윽.’
하이드랑 얘기할 때면 항상 묘한 기분이 든다. 가족처럼 친근하면서도…. 나와 녀석의 관계를 생각하면 경각심과 함께 의식적으로 멀리하게 되는 그런 관계. 이번에 아득바득 하이드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한 것은 한층 강해진 위기감 때문이었다. 거의 어깨까지 넘어가 버린 내 몸. 몇 번 더 넘겨주면 금방 머리까지 완벽하게 하이드에게 넘어갈 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바로 다음이 머리일지도 모르지. 어깨면 목 바로 아래쪽이잖아? 내 생각보다 훨씬 여유가 없을지도….
[다음은 다리일걸? 왼쪽인지 오른쪽인지는 모르겠지만.]으으으음….. 대화의 주제라고 떠들고 있는 게 다음으로 넘겨줘야 할 내 몸의 소유권이라니.
‘그러고 보니 언제 한번 얘기하려고 했는데.’
[뭐가?]‘몸. 그거 안 가져가면 안되겠냐?’
녀석과 붙어 지내면서 조금씩 느꼈지만, 이번에 돔과 얽힌 일련의 사건들에서 녀석의 행동을 보며 확신이 생겼다. 생각보다 하이드는 내 목숨을 보존하는 것에 대단히 관심이 많았다. 비단 목숨뿐만 아니라, 밖에 나와 있을 때 되도록 상황이 내게 긍정적으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갑자기 고백? 이거, 아버지 면전에 창날을 쑤시는 새 아들을 만나고 나니 아이고, 우리 장남이 아주 효자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 거야?]‘나 진지하다. 솔직히 우리 제법 친해졌잖아? 막 재수 없게 키득거리면서 몸 내놔라- 하던 거 못 들은 지도 꽤 됐고.’
[친하다,라…. 확실히, 그렇게 볼 수는 있겠군. 그 어떤 숨김도 없이 가장 내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지성체라. 친구가 아니라 배우자 감인데? 아빠, 나랑 결혼하쉴?]‘자꾸 말 돌릴래? 우리 그냥 이렇게 살자고. 정말 필요하다면 팔이나 다리 하나 정도는 더 줄게. 가끔 밖에 나가 움직이고, 그냥 이렇게 평화롭게 살 수는 없을까?’
황무지에서 살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세상이 아주 좆같은 곳이라는 거다. 행복한 상상과 불행한 상상을 하면, 꼭 불행한 쪽이 들어맞는 게 세상 이치인 그런 곳.
게임 속에서 초월적인 존재를 만나 우리 둘을 분리해달라고 한다? 가능하면 그게 베스트겠지. 게임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니까 생각보다 더 가능성도 있는 것 같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 만약 불가능하다면 결국 우리 둘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한다. 게임 속의 어떤 장치나 돔의 구세대 기술을 이용해 하이드가 적출당하든, 아니면 내가 야금야금 몸을 빼앗기다 결국 사라져버리든.
그렇게 되기 전에, 차라리 우리 둘이 합의를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쓰으으읍- 하아아. 생각보다 딥하게 들어오시는군. 눈이 있었다면 울었겠어, 날 그렇게까지 생각해주고. 긴 얘기가 될 것 같은데, 앉아서 얘기할까?]스르륵-
하이드가 손을 휘두르자 아무것도 없던 의식 공간 속에 테이블과 의자 두 개가 스르륵 나타났다. 익숙한 디자인. 자세히 보니 우리 쉘터에 있던 것과 똑같이 생겼다.
[협상은 역시 테이블에서 해야지. 협상 테이블이라는 단어도 있잖아?]‘그래서. 대답은?’
[…..]하이드는 고민하듯 일렁거리더니, 난감하다는 듯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짧게? 길게?]‘짧게.’
[그건 좀 힘들겠다.]콰앙!
순간, 나도 모르게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쳐 버렸다. 그건 좀 힘들겠다니. 둘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가자니!
‘그럼, 꼭 전부 가져가야만 한다는 거냐?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난다고! 애초에 내 몸이다! 그 일부라도 소중하지 않을 것 같냐! 나는, 네 녀석이 사라지는 것 보다 의수 한두 개 달았다 치고 사는 게 더 괜찮을 거라고…!’
[워,워,워. 한국사람 성질 급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러게 이해하지도 못할 거면서 왜 짧은 쪽을 골랐어? 어차피 설명 다 들어야 할 거면서.]내 주먹질에 박살난 싸구려 테이블이 스르륵, 하고 다시 원상복구되자, 하이드가 그 위에 왼팔을 올려두고는 말했다.
[사실, 왼손까지 내 소유권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시도하고 있었어.]‘뭘?’
[몸. 그거 안 받으려고.]‘안 받으려고…. 했다고? 네가?’
[그래 임마! 나라고 너 같은 생각 안 한 줄 아냐?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벌써 손 하나가 뚝딱! 내 쪽으로 넘어왔는데 이대로 가다간 정말 머릿속에 원망 가득한 박교수를 달고 사는 미래가 그려지겠다, 싶었단 말이다! 내가 원한 게 아니야! 문제는 네 쪽이라고 이 멍청한 껍데기 새꺄!]하이드의 손이 내 멱살을 잡아 바짝 끌어당겼다.
[내가 아니라! 네 쪽에서 넘겨주고 있는 거라고! 몸을!]하이드의 일갈이 오직 그와 나밖에 없는 의식 공간 속에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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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줬다고?’
[그래.]하이드가 순간적으로 멱살을 놓는 바람에, 나는 쓰러지듯 의자에 앉고 말았다.
[올드 픽처의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왼팔 전체가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지. 분명히 원하지 않았어. 왼손 하나만 해도 나는 글을 쓸 수 있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 악수를 할 수 있고, 뜨겁고 차가운 것, 금속, 흙, 나무의 거침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어. 나는 왼손 하나만 해도 충분히 곱씹으며 이해해나가야 할 게 차고 넘친단 말이다. 나는 정말로 네 몸을 빼앗길 원하지 않았어. 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제는 이 꼴이 되고 말았지.]하이드는 마치 나처럼, 왼 손가락으로 손마디를 긁어 따각,따각 하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돔에서의 일이 끝나고 나서 나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 사실 처음부터 이상한 구석이 한두 개가 아니었잖아? 내 탄생, 나의 존재. 뭐 하나 정상적인 게 없었으니까. 그때 네가 한 말이 떠오르더라고. 한번 틀린 것은 추측이 잘못된 것일 수는 있지만, 계속 틀리면….]‘원래 알고 있던 사실이 틀린 것이다.’
하이드의 말을 이으며, 어느새 나도 하이드가 거슬러 올라간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GG. 대단한 게임이지. 오러니, 스킬이니 하는 것에 대한 설정만 봐도 그냥 웃고 즐기라고 만든 게임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어. 문제는 네가 그런 것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GG를 현실에 가까운 무언가라고 생각하게 된 거야. 지금까지 GG가 정신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현실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 알아?]‘그럴….리가. 지금 황무지만 해도 GG의 거래소와 커뮤니티가 없으면-’
[그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잖아. GG는 도구일 뿐이고.]‘내 왼팔은-’
[아주 특수한 경우지만, 나의 존재와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기적이지.]‘그럼 너는!’
….따가각.
하이드의 손가락이 내는 소리가,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메우듯 검은 공간을 울렸다.
[나도, 마찬가지로. 네 머릿속에 살고 있지만, 실체는 없잖아. 냉정하게 생각해봐. GG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오로지 ‘정신’과 관련된 것들 뿐이야. 사실 너무 당연한 거잖아? 전기와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가상현실이 물리적 현상을 일으킬 수는 없는 법이라고. 그저 말도 안 되는 현실성에 잠시 착각한 것뿐이지.]녀석의 말대로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 게드로이츠의 게임이 가진 한계는 결국 게임이라는 것이다. 플레이어의 기억과 정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언정, 무언가 물리적으로는 만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답이 나오더라고. 게드로이츠의 게임이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심어준 것. 사람들을 바꿔버린 것, 하면 딱 떠오르잖아.]‘….정신병?’
하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둘은 같은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식인귀로 플레이하다 정말 사람고기가 아니면 먹지 못하게 되어 굶어 죽은 사람. 평소의 그가 아니라, 마치 게임 속 자신처럼 변해버린….
[다중인격장애라는 거지. 영화에서 많이 봤잖아. 분열된 자아. 서로 몸을 차지하려고 싸우는 두 개의 의식. 패배한 쪽이 사라지고, 승자가 몸을 차지하는. 너무 간단한 사실이었는데 이 게임이 주는 현실감에 빠져 잊어버린 거야. 아무것도 아닌 정신병인 내게 이름을 붙여주고, 마치 내가 진짜로 탄생한 별개의 개체처럼 여기면서 말이야.]교수는 이목구비가 없는 하이드의 표정에, 어쩐지 씁쓸한 웃음이 걸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을 끝내며, 하이드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사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혼자 생각하고 있던 거야. 결국 안다고 해서 우리 관계가 달라질 것도 아니잖아? 소유권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디 감옥 같은데 잡혀들어가서 쇠사슬과 채찍을 맞으며 네가 인간개조를 당하지 않는 한 그 묘하게 비뚤어진 이타심이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결국 변한 건 없어. 어떻게든 이 게임의 그 ‘절대자’ 비스무리한 걸 찾아서 이 게임 안에 내가 정착할 새 몸을 달라고 하든지, 아니면 이걸 만든 놈을 찾아가서 사람 정신을 마구 주무르는 그 놀라운 실력으로 우리 둘을 분리해달라고 하든지. 그러니까 쓸데없는 고민하지 말고 게임이나 열심히 하라는 거다. 이렇게 떠들고 있을 시간에 마법 연구를 하든 주먹을 휘두르든 했으면 좀 더 나아졌을 것 아냐. 언제까지 이런 대물 조루 캐릭터로 살래? 힘세고 얼마 안 가는 건전지에서 좀 벗어나자고. 나한테 더 넘겨주기 싫으면.]하이드의 툴툴거리는 목소리가 충격을 받은 나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것 같았다. 그래. 정말 달라진 것 하나 없는데 이렇게 입 헤- 벌리고 앉아있을 필요도 없겠지.
‘구구절절 옳은 말만 하니까 적응이 안 되네.’
[누가 구구절절 멍청한 소리만 해서 역할을 좀 바꿨지. 맘에 들었어?]‘쯧. 아주 한 마디를 안 져요.’
[배운 게 그거라.]탁, 타닥, 탁!
쿵! 쿠웅!
히죽거리는 둘 사이로, 조용한 발소리와 큼지막한 발소리가 같이 들려왔다.
‘애들 왔나보다.’
[빨리 나가. 궁상떨지 말고.]화아악-
의식 공간이 무너지며 풀내음과 별빛이 눈앞을 채우기 시작했다.
‘….제기랄. 고맙다, 하이드.’
[어우 씨발 닭살 돋아! 빨리 꺼져 껍데기!]나가기 전, 낯부끄러웠지만 감사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이드는 변한 게 없다고 했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까.
그냥 정신병? 자아분열증? 웃기는 소리. 세상에 스스로를 정신병 취급하면서 위로해주는 분열된 자아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아무것도 바뀌진 않았지만, 녀석이 특별한 것은 변함없었다. 적어도 내게는 특별했다.
애정 결핍이 있는 사람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친절한 다른 의식. 이것만큼 훌륭한 치료제가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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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정보 업데이트 : 블러드 아머(Blood armor) ? 2위계(포용, 반발) : Player ‘professor’의 오리진 스펠. 반발과 포용의 깨달음 및 ‘피에 대한 깊은 의식 ? 보호, 생명’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피를 갑옷으로 변환시킨다. 직접 끄거나, 마력이 모두 소진되면 취소된다. / 시전중 : 전투피로 ?70%(해당 부위) , 충격 보호 Lv.10 , 추진력 Lv.4(+) / 부가효과 : 광전사 Lv.5 ? 전투로 인해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Lv.5이하 정신 계열 공격에 면역. 이성을 잃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전투를 멈추지 않는다.]“….뭔가, 대단히 복잡한 녀석이 나와버렸군.”
“복잡한 녀석?”
“음…. 암살조도 바빴다고 했으니 못 봤으려나? 내 마법.”
“아, 그거 말이오.”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네. 물론, 그 다음에 보여준 괴물 같은 모습이랑은 비교할 수 없었지만.”
속으로 하이드와 대화를 끝낸 교수는, 저 멀리 대로를 달려오는 보르카와 알드리치를 업은 노툼을 큰 소리로 불렀다. 반가운 인사 속에 늑대인간은 송곳니를 드러내 웃어 보이며, 한 손에 든 챔버 메이드의 수급을 자랑스레 들어 올려 보였다. 완벽한 성공이었다.
“괴물이면 뭐 합니까. 5분 남짓이면 이렇게 입만 산 시체가 되는 것을. 빨리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죠.”
그래서 보르카의 등에 업혀가는 동안 이 ‘블러드 아머’라는 새 마법에 대해서 좀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블러드 아머. 직접 만든 오리진 스펠인데다 제법 사용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정보가 많이 드러나 있었다.
‘미덥지 못한 시스템 창이니 레벨 같은 수치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고 봐야겠지.’
일단 내가 원하던 기능은 다 들어갔다.
충격 보호 Lv.10
이제 내 유리대포는 제한적이지만 무쇠 대포로 변했다. 사실 이것만 해도 성공이지. 이제 한방 날리면 팔이 사라져서 ‘로켓 펀치’ 따위로 조롱받던 과거는 끝이란 말이다. 너무 좋고.
전투 피로 ?70%
충격 보호가 있으니 딸려왔겠지. 도끼를 허공에 휘두르는 거랑, 나무를 치는 거랑 비교하면 후자가 훨씬 피곤하잖아. 근육통의 단계가 다르다고. 반작용이 없어져서 스테미나 부분에서 이득을 보는 것 같았다. 이것도 좋고.
추진력 Lv.4(+)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대박이다. 블러드 아머를 켜놓고 주먹을 휘둘렀을 때, 적이 받은 충격만큼의 반작용이 내 팔을 타고, 뒤쪽으로 펑! 하고 분사가 된다.
내 팔을 박살내던 그 충격이 이제는 추진력이 되어 공격을 도와준다는 소리다. 방어도 마찬가지. 막으면, 그 충격이 건틀릿을 타고 반대편으로 흘러가 펑! 하고 그 공격을 밀어내는 힘이 되어주는 것. 공수 양면으로 아주 훌륭한 보너스가 붙었다. (+)인 것을 보면 뭔가 내가 조건을 만족하면 더 상승할 여지도 있는 것 같다.
여기까지는…. 아주 행복했는데.
광전사 Lv.5
이 게임에서 가-장 유명한 향정신성 상태이상 중 하나가 붙어버렸다.
– Jokass : 법정 워리어 됐네.
– 간장게이바 : 흐흐흐…. 학생, 전투력이 모자라면 이 물약 한번 써봐…. 버서커라고, 아주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세지는 물약이란다, 흐흐흐흐….
– takealook : 게드로이츠 컴퍼니를 핵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음지로 보내버린 일등 공신.
광전사. 버서커. GG Ver 1.0을 전 세계적인 고소 쓰나미에 휩쓸리게 만든 시발점.
왜 그런 명성을 얻었는지는 한번 써보고나니 확실히 알겠다.
‘의식을 잃는다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야. 진짜 전쟁터에서 보급으로 나오던 마약 빨고 싸우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도 현실에 영향이 있을까?’
– professor : 스피드 웨건님? 혹시 버서커 포션이나 버프 관련 고소에서 사람들이 어떤 증상을 증거로 고소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 스피드 웨건 : 조금만 검색해보면 나옴. 대부분 성격변화, 정신적 충격, 데이터 드러그 사용으로 인한 뇌 손상 같은 애매한 증상만 호소했음. 게드로이츠 컴퍼니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방벽이었지. 실질적,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증명 가능한 증상이 없었으니까.
– professor : 오! 그럼 버서커가 막 크게 영향을 미치고 그런건 없다는 소리?
– 스피드 웨건 : 케바케라 확답을 주긴 어려움. 꽃과 그림, 공주님을 좋아하던 7살 백인 소녀가 GG를 접하고는 아끼던 바비인형의 다리를 날카롭게 깎아 야생 토끼를 사냥해 어머니에게 선물한 사례가 있긴 함. 너 밖에서 하는 것 보면 딱히 그정도 가지고는 영향도 없을지도? 개인적으론 걱정할 필요 없다고 봄.
– 스피드 웨건 : + image / 레빗 헌터 걸 before. jpg / 레빗 헌터 걸 after. jpg/
– Jokass : 씨발 해맑은거 봐…. 토끼 모가지에 박힌 바비인형이랑 똑같은 자세로 들고있어….
– 간장게이바 : 존나 참기름 뺨치게 고소함이 가득하네
– DOOMgay : 정확히 경동맥에 틀어박혔군. 어린 소녀치고는 훌륭해.
– 하이웨이나초맨 : 장르가 프린세스 메이커에서 둠이 됐는데 당연히 고소해야지 이건.
– 노루Drug해요 : 고소가지고 되겠냐. 당장 샷건 챙겨서 할리 데이비슨 타고 게드로이츠 컴퍼니 본사로 달려가야지.
시발. 무섭다. 어떻게 저걸 보고 걱정을 안 하냐. 꽃밭을 뛰어다니던 소녀가 눈탱이가 맛이 가서는 피투성이가 된 토끼를 자랑스럽게 들어 올리고 있는데.
“대장, 뭔가 고민이 많아 보이지만 일단 나중에 생각하지.”
“뭐야. 다 왔냐?”
“그렇다. 저기 보이는군.”
교수는 보르카의 손톱이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어두운 새벽이었지만 그곳이 합류지점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수도사의 반짝이는 대머리가 달빛을 받아 어둠 속을 서성이는 게 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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